패션 연구자- 홍석우

홍석우는 패션 바이어, 스타일리스트, 패션 저널리스트, 패션 블로거이다. 2년 전부터는 그동안 관찰해온 한국의 패션 지형에 관한 강의도 하고 있다. 국내 패션 문화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꾸준하고도 지속적으로 ‘지금, 이곳’의 패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홍석우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서울의 풍경과 사람을 담는 사진 프로젝트 블로그인 ‘당신의 소년기’(http://yourboyhood.blogspot.com/)의 사진가이다.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 거리의 패션)이라는 용어가 사람들의 귀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2000년 초반 무렵부터 그는 서울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기록해왔다.

이제는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로 유명해진 ‘당신의 소년기’에는 그가 포착한 서울의 패션과 그를 사로잡은 풍경들, 그리고 어느 동네 한 구석의 햇살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를 직접적으로 알기 훨씬 이전부터 ‘당신의 소년기’의 애독자였던 나는 그의 눈을 통해 꾸준히 기록되는 서울을 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터였다. 그곳에는 언제나 아름답고도 구체적인, 사람과 장소가 있었다.

2004년부터 운영해온 패션 블로그에서 그는 언제나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패션과 그 밖에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업데이트 하는 유능한 채집가였다. 2007년에는 패션 바이어가 되어 국내의 신진 디자이너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디자이너의 옷들을 소개하고, 국내외에서 발행된 흥미로운 독립 매거진을 모아 서점을 만들기도 했다. 2010년에는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정보들이 이미지로 독해되는 패션의 세계에서 꽤 오랫동안 자신이 생각하는 패션에 대해 담백하고 논리정연한 문장으로 이야기해 오던 그는 작년 말부터 한겨레 신문에 자신의 이름을 건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는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한국의 패션 지형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 패션의 지금, 2011>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곳으로부터 스타일링 작업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광고나 사진 촬영을 위한 모델들의 옷이며, 세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들이다.

* <한겨레> ‘홍석우의 스트리트 스마트 칼럼’ 보러가기

그가 벌이는 패션에 관련된 전방위적이고 부지런한 활동들을 보고 있으면 이미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을 느낀다. 또 일련의 기획들에는 항상 당시 그가 해왔던 구체적인 고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는 것을 보아왔다. ‘남들과 다른 옷 입기’에 혈안이 되었던 소년은 이제 한국의 패션 지형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차곡차곡 결과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패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그의 작업을 건너뛰고 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진중한 청년의 프로젝트들의 처음 시작은 어떠했고, 어떤 구체적인 생각과 고민으로 일련의 작업들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그가 글 쓰는 작업을 할 때마다 들른다는 단골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연스러운 옅은 색 청자켓의 단추를 목까지 잠가 입어서 안에 입은 체크셔츠가 살짝 보였는데, 청자켓 위로 카드를 넣는 주황색 가죽 목걸이가 경쾌해 보였다.

 

홍석우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서울의 풍경과 사람을 담는 사진 프로젝트 블로그인 ‘당신의 소년기’(http://yourboyhood.blogspot.com/)의 사진가이다.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 거리의 패션)이라는 용어가 사람들의 귀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2000년 초반 무렵부터 그는 서울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기록해왔다.

이제는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로 유명해진 ‘당신의 소년기’에는 그가 포착한 서울의 패션과 그를 사로잡은 풍경들, 그리고 어느 동네 한 구석의 햇살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를 직접적으로 알기 훨씬 이전부터 ‘당신의 소년기’의 애독자였던 나는 그의 눈을 통해 꾸준히 기록되는 서울을 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터였다. 그곳에는 언제나 아름답고도 구체적인, 사람과 장소가 있었다.

2004년부터 운영해온 패션 블로그에서 그는 언제나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패션과 그 밖에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업데이트 하는 유능한 채집가였다. 2007년에는 패션 바이어가 되어 국내의 신진 디자이너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디자이너의 옷들을 소개하고, 국내외에서 발행된 흥미로운 독립 매거진을 모아 서점을 만들기도 했다. 2010년에는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정보들이 이미지로 독해되는 패션의 세계에서 꽤 오랫동안 자신이 생각하는 패션에 대해 담백하고 논리정연한 문장으로 이야기해 오던 그는 작년 말부터 한겨레 신문에 자신의 이름을 건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는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한국의 패션 지형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 패션의 지금, 2011>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곳으로부터 스타일링 작업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광고나 사진 촬영을 위한 모델들의 옷이며, 세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들이다.

* <한겨레> ‘홍석우의 스트리트 스마트 칼럼’ 보러가기

그가 벌이는 패션에 관련된 전방위적이고 부지런한 활동들을 보고 있으면 이미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을 느낀다. 또 일련의 기획들에는 항상 당시 그가 해왔던 구체적인 고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는 것을 보아왔다. ‘남들과 다른 옷 입기’에 혈안이 되었던 소년은 이제 한국의 패션 지형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차곡차곡 결과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패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그의 작업을 건너뛰고 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진중한 청년의 프로젝트들의 처음 시작은 어떠했고, 어떤 구체적인 생각과 고민으로 일련의 작업들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그가 글 쓰는 작업을 할 때마다 들른다는 단골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연스러운 옅은 색 청자켓의 단추를 목까지 잠가 입어서 안에 입은 체크셔츠가 살짝 보였는데, 청자켓 위로 카드를 넣는 주황색 가죽 목걸이가 경쾌해 보였다.

 

1. 당신의 소년기

 

퍼슨웹(이하 퍼): 홍석우 씨의 블로그 ‘당신의 소년기(your boyhood)’에 올라오는 사진들 잘 보고 있어요.

홍석우(이하 홍): 아, 고맙습니다.

퍼: 스트리트 패션 사진 블로그로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시작이 궁금해요.

홍: 전부터 계속 스트리트패션 사진을 찍어오다가 ‘당신의 소년기’는 2006년에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에도 콘텐츠들은 많이 있었어요. ‘무신사’(2003년 시작된 국내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트 사이트)같은 데서도 많이 찍어왔고. 근데 그 사진들의 취향이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너무 힙합 스타일이거나 그냥 브랜드로만 치장하는 사람들 위주의 사진들이 많았고. 

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랬던 것 같아요.

홍: 지금도 그렇긴 한데 지금은 좀 더 세분화가 되었으니까.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들을 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퍼: 외국 사람들에게?

홍: 제가 외국 문화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외국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친구들이 서울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퍼: 단순히 스트리트 패션 사진만을 찍고자 했던 건 아니구나.

홍: 네. ‘당신의 소년기’ 같은 경우는 서울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을 기반으로 해서 사람들의 스트리트 패션 스냅도 올리지만 제가 좋아하는 문이나 햇살 사진도 올려요. 서울에 대한 기록이랄까요.

퍼: 그래서 매체를 블로그 스팟(blog spot. 구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서비스)으로 정했군요.

홍: 네. 원래 사이트를 2005년에 만들려다가 못 만들고 2006년에 사토리얼리스트*, 페이스 헌터 같은 블로그 스팟 사이트를 보고 ‘아 나도 이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만들었어요.

*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 뉴욕의 일상적인 길거리 패션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퍼: 사진 찍고 그들이 입은 옷에 대해서도 꼼꼼히 기록해 두던데요.

홍: 제가 원래 기록하는 거 좋아해요. 그들이 입은 브랜드랑 장소랑 영어로 써놨죠.

퍼: 블로그 스팟은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블로그인데 피드백이 있던가요?

홍: 생각보다 되게 빨리 왔어요. 싱가폴, 이탈리아 엘르 같은 데서도 사진 싣고 싶다고 연락이오고 해외 교포들한테 특히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이 왔어요.

퍼: 해외 교포들은 뭐라던가요?

홍: ‘서울에 갔을 때 이런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여기는 어디냐’, ‘이 파티는 뭐냐’, ‘나는 이런 작업을 하는데 봐 달라…’. 정말 가지각색이었어요.

퍼: 오, 좋았겠다.

홍: 네. 좋았어요. 영역의 확장에도 도움을 많이 줬죠. 그런 걸 노리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문화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답답했던 것 중 하나는 서울 하면 남산이니 창덕궁 이런 거만 말하는데, 내가 본 서울을 이야기 하고 싶었죠.

퍼: 스무 살 때부터 거리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때하고 지금은 관점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사람들을 담으려고 하나요?

홍: 여전히 멋쟁이들을 담으려고 하지만 너무 꾸민 느낌은 싫어요. 비싼 아이템들만을 공식처럼 입는 것보다는 적당히 자기 색이 깃든, 너무 유행에 치우치지 않은 것들을 입은 사람들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보여요.

퍼: 그래도 거의 십 년 정도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어왔으니 서울의 패션에 어떤 흐름 같은 것도 보이나요?

홍: 몇 개의 유행들이 있었죠. 1980년대, 스키니(Skinny, 몸에 딱 붙게 디자인된 스타일), 배기핏(baggy fit, 자루처럼 넉넉하고 폭이 넓은 바지 형태), 클래식 무드 같은 것들. 어떤 것들은 외국과 비슷하고, 어떤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것도 있구요.

퍼: SPA 브랜드(기획에서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다. 유니클로, 자라 등)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전부 비슷하게 옷을 입게 되는 것 같아요.

홍: 그쵸. 근데 우리나라는 특히 모두들 똑같이 입는 경향이 있죠. 그리고 클래식 무드의 영향인지, 나이가 많은 남자 중에 멋쟁이들이 많아졌어요.

퍼: 저는 개인적으로 당신의 소년기의 ‘grandfather/grandmother’라는 카테고리 사진들 좋아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진. 스타일 좋으신 할아버지들 사진 보면 즐거워져요.

홍: 젊은 사람들 찍은 거보다 그 카테고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퍼: 그렇구나. 옛날에는 ‘어떻게 안 어울리게 저 색과 저 색을 같은 입을 수 있지?’ 같은 생각을 했다면 요즘은 오히려 그런 부분이 자극이 되는 거 같아요.

홍: 할아버지 할머니는 확실히 뭔가를 초월한 것 같은 부분이 있죠. (웃음)

퍼: 돌아다니다보면 이스트팩이나 한때 유행했던 학생 가방을 맨 할머니들이 눈에 많이 띄어요. 손자들이 싫증나서 버리면 아까워서 매고 다니시는 거 같은데 입고 있는 옷하고는 안 어울리잖아요. 처음에는 ‘어떻게 저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면 요즘은 그런 것들 사진으로 찍어서 모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 할머니들 세대가 사라지면 이제 더 이상 그런 패션은 못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홍: 그런 부분이 있죠. 한번 직접 찍어서 기록해 보세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패션 블로그니, 스트릿 스냅이니 하는 목적을 가지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지만, 정말 몇 년 동안 안 나왔거든요.

퍼: 그렇구나.

홍: 내가 찍는 게 정답도 아니고, 세상에는 사람들 숫자만큼 다른 시각이 있는데 각자의 시각으로 보고,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근데 그 동안 몇몇 생겼었다가는 금방 금방 없어지고 하니까.

퍼: 어느 때건 흥미로운 것들 기록하는 게 생활의 습관이 됐겠어요.

홍: 네 이젠 카메라 없으면 밖에 안 나가죠. 

퍼: 최근 블로그에 올린 근황 보니까 당신의 소년기에 올라간 사진들이 미국 엘르 웹사이트에 실리게 됐다죠?

홍: 미국 *엘르 닷컴이 사이트를 재정비하면서 글로벌 스타일 섹션이 생겼는데, 뉴욕, 시카고,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등 총 열 개 도시 사람들 사진이 실려요. 서울 사진은 제가 찍게 됐어요.   

*ELLE.com_Global Street Style_’서울 SEOUL’ 둘러보기

 

1. 당신의 소년기

 

퍼슨웹(이하 퍼): 홍석우 씨의 블로그 ‘당신의 소년기(your boyhood)’에 올라오는 사진들 잘 보고 있어요.

홍석우(이하 홍): 아, 고맙습니다.

퍼: 스트리트 패션 사진 블로그로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시작이 궁금해요.

홍: 전부터 계속 스트리트패션 사진을 찍어오다가 ‘당신의 소년기’는 2006년에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에도 콘텐츠들은 많이 있었어요. ‘무신사’(2003년 시작된 국내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트 사이트)같은 데서도 많이 찍어왔고. 근데 그 사진들의 취향이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너무 힙합 스타일이거나 그냥 브랜드로만 치장하는 사람들 위주의 사진들이 많았고. 

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랬던 것 같아요.

홍: 지금도 그렇긴 한데 지금은 좀 더 세분화가 되었으니까.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들을 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퍼: 외국 사람들에게?

홍: 제가 외국 문화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외국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친구들이 서울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퍼: 단순히 스트리트 패션 사진만을 찍고자 했던 건 아니구나.

홍: 네. ‘당신의 소년기’ 같은 경우는 서울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을 기반으로 해서 사람들의 스트리트 패션 스냅도 올리지만 제가 좋아하는 문이나 햇살 사진도 올려요. 서울에 대한 기록이랄까요.

퍼: 그래서 매체를 블로그 스팟(blog spot. 구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서비스)으로 정했군요.

홍: 네. 원래 사이트를 2005년에 만들려다가 못 만들고 2006년에 사토리얼리스트*, 페이스 헌터 같은 블로그 스팟 사이트를 보고 ‘아 나도 이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만들었어요.

*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 뉴욕의 일상적인 길거리 패션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퍼: 사진 찍고 그들이 입은 옷에 대해서도 꼼꼼히 기록해 두던데요.

홍: 제가 원래 기록하는 거 좋아해요. 그들이 입은 브랜드랑 장소랑 영어로 써놨죠.

퍼: 블로그 스팟은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블로그인데 피드백이 있던가요?

홍: 생각보다 되게 빨리 왔어요. 싱가폴, 이탈리아 엘르 같은 데서도 사진 싣고 싶다고 연락이오고 해외 교포들한테 특히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이 왔어요.

퍼: 해외 교포들은 뭐라던가요?

홍: ‘서울에 갔을 때 이런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여기는 어디냐’, ‘이 파티는 뭐냐’, ‘나는 이런 작업을 하는데 봐 달라…’. 정말 가지각색이었어요.

퍼: 오, 좋았겠다.

홍: 네. 좋았어요. 영역의 확장에도 도움을 많이 줬죠. 그런 걸 노리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문화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답답했던 것 중 하나는 서울 하면 남산이니 창덕궁 이런 거만 말하는데, 내가 본 서울을 이야기 하고 싶었죠.

퍼: 스무 살 때부터 거리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때하고 지금은 관점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사람들을 담으려고 하나요?

홍: 여전히 멋쟁이들을 담으려고 하지만 너무 꾸민 느낌은 싫어요. 비싼 아이템들만을 공식처럼 입는 것보다는 적당히 자기 색이 깃든, 너무 유행에 치우치지 않은 것들을 입은 사람들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보여요.

퍼: 그래도 거의 십 년 정도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어왔으니 서울의 패션에 어떤 흐름 같은 것도 보이나요?

홍: 몇 개의 유행들이 있었죠. 1980년대, 스키니(Skinny, 몸에 딱 붙게 디자인된 스타일), 배기핏(baggy fit, 자루처럼 넉넉하고 폭이 넓은 바지 형태), 클래식 무드 같은 것들. 어떤 것들은 외국과 비슷하고, 어떤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것도 있구요.

퍼: SPA 브랜드(기획에서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다. 유니클로, 자라 등)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전부 비슷하게 옷을 입게 되는 것 같아요.

홍: 그쵸. 근데 우리나라는 특히 모두들 똑같이 입는 경향이 있죠. 그리고 클래식 무드의 영향인지, 나이가 많은 남자 중에 멋쟁이들이 많아졌어요.

퍼: 저는 개인적으로 당신의 소년기의 ‘grandfather/grandmother’라는 카테고리 사진들 좋아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진. 스타일 좋으신 할아버지들 사진 보면 즐거워져요.

홍: 젊은 사람들 찍은 거보다 그 카테고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퍼: 그렇구나. 옛날에는 ‘어떻게 안 어울리게 저 색과 저 색을 같은 입을 수 있지?’ 같은 생각을 했다면 요즘은 오히려 그런 부분이 자극이 되는 거 같아요.

홍: 할아버지 할머니는 확실히 뭔가를 초월한 것 같은 부분이 있죠. (웃음)

퍼: 돌아다니다보면 이스트팩이나 한때 유행했던 학생 가방을 맨 할머니들이 눈에 많이 띄어요. 손자들이 싫증나서 버리면 아까워서 매고 다니시는 거 같은데 입고 있는 옷하고는 안 어울리잖아요. 처음에는 ‘어떻게 저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면 요즘은 그런 것들 사진으로 찍어서 모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 할머니들 세대가 사라지면 이제 더 이상 그런 패션은 못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홍: 그런 부분이 있죠. 한번 직접 찍어서 기록해 보세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패션 블로그니, 스트릿 스냅이니 하는 목적을 가지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지만, 정말 몇 년 동안 안 나왔거든요.

퍼: 그렇구나.

홍: 내가 찍는 게 정답도 아니고, 세상에는 사람들 숫자만큼 다른 시각이 있는데 각자의 시각으로 보고,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근데 그 동안 몇몇 생겼었다가는 금방 금방 없어지고 하니까.

퍼: 어느 때건 흥미로운 것들 기록하는 게 생활의 습관이 됐겠어요.

홍: 네 이젠 카메라 없으면 밖에 안 나가죠. 

퍼: 최근 블로그에 올린 근황 보니까 당신의 소년기에 올라간 사진들이 미국 엘르 웹사이트에 실리게 됐다죠?

홍: 미국 *엘르 닷컴이 사이트를 재정비하면서 글로벌 스타일 섹션이 생겼는데, 뉴욕, 시카고,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등 총 열 개 도시 사람들 사진이 실려요. 서울 사진은 제가 찍게 됐어요.   

*ELLE.com_Global Street Style_’서울 SEOUL’ 둘러보기

 

2. 패션을 수집하다

 

퍼: 제가 석우 씨를 알게 되고 네이버 블로그 웨스트우드맨(Westwoodman)*를 기웃거리게 된 지도 시간이 꽤 됐어요. 거기도 이제는 파워블로그 급인데, 이건 당신의 소년기보다 훨씬 전에 만들었죠?

* 블로그 웨스트우드맨 둘러보기

홍: 네. 2002년쯤엔가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한 1년 찍다 보니까 아는 사람이 몇 백 명이 됐어요. 그 사람들이 ‘너도 한번 커뮤니티 만들어서 니가 좋아하는 거 올리고 그러면 재밌겠다.’ 그랬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컴퓨터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귀찮았거든요.

퍼: 근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홍: 그때 저는 한 창 마르탱 마르지엘라* 같은 하이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자료들을 찾고 글 읽어보고 그런 걸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웹을 많이 뒤졌는데 뭔가를 검색하면 네이버로 들어가더라구요. 근데 그때는 제가 마르탱 마르지엘라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나왔었어요.

* 마르탱 마르지엘라(http://www.martinmargiela.com/): 1957년 벨기에 루뱅(Louvain) 출생의 디자이너. 1988년에는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라는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고 1980년대의 해체주의적 패션 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작업들을 해왔다. (자료 출처 : 디자인 플럭스)  

퍼: 지금은 검색하면 엄청 많은 것들이 나오는데.

홍: 네. 2004년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안 나오니까 내가 나오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고 잡지, 외국 웹을 뒤지고 해서 찾은 자료들 올리고 했죠. 그런 자료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예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퍼: ‘웨스트우드맨’이라는 이름도 그때 지은 건가요?

홍: 네. 당시에 비비안 웨스트우드* 남성복을 되게 좋아하고 있어서. 앞에 비비안 빼고 웨스트우드맨이라고 한거죠. 너무 브랜드 이름이어서.

* 비비안 웨스트우드: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패션 브랜드. 전위적인 펑크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퍼: 이제는 ‘웨우맨’ 이라고 줄임말로 불리면서 디씨 패갤(디씨 인사이드 패션 갤러리)과 더불어 꽤 알려진 패션 블로그가 됐잖아요? 하루 방문객은 얼마나 되나요?

홍: 하루 500명에서 1200명 정도요. 업데이트 종류에 따라 편차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기장 겸, 제가 좋아하는 것들 올리고 하는 사적인 공간처럼 시작했거든요. 사람들이 패션 블로그라고 하는 게 솔직히 좀 불편하긴 해요. 여전히 좀 일기장 같은 거여서.
 
퍼: 그래도 웨스트우드맨 같은 경우는 이제는 패션에 관한 어떤 장이 된 건 맞죠. 신경 많이 쓰죠?

홍: 그렇게 됐다고 해도 카페든 블로그든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거, 생각하는 거 쓰고 올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커요. 달라진 게 있다면 보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에 너무 시시콜콜한 건 안 올리죠. 그리고 이 공간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의도한 부분도 생겼어요.

퍼: 어떤 부분?

홍: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 자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카페에는 자기가 한 작업을 올리는 카테고리를 만들었어요. 젊은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작품 많이 올려요.

퍼: 잘 되고 있나요?

홍: 계속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2. 패션을 수집하다

 

퍼: 제가 석우 씨를 알게 되고 네이버 블로그 웨스트우드맨(Westwoodman)*를 기웃거리게 된 지도 시간이 꽤 됐어요. 거기도 이제는 파워블로그 급인데, 이건 당신의 소년기보다 훨씬 전에 만들었죠?

* 블로그 웨스트우드맨 둘러보기

홍: 네. 2002년쯤엔가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한 1년 찍다 보니까 아는 사람이 몇 백 명이 됐어요. 그 사람들이 ‘너도 한번 커뮤니티 만들어서 니가 좋아하는 거 올리고 그러면 재밌겠다.’ 그랬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컴퓨터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귀찮았거든요.

퍼: 근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홍: 그때 저는 한 창 마르탱 마르지엘라* 같은 하이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자료들을 찾고 글 읽어보고 그런 걸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웹을 많이 뒤졌는데 뭔가를 검색하면 네이버로 들어가더라구요. 근데 그때는 제가 마르탱 마르지엘라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나왔었어요.

* 마르탱 마르지엘라(http://www.martinmargiela.com/): 1957년 벨기에 루뱅(Louvain) 출생의 디자이너. 1988년에는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라는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고 1980년대의 해체주의적 패션 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작업들을 해왔다. (자료 출처 : 디자인 플럭스)  

퍼: 지금은 검색하면 엄청 많은 것들이 나오는데.

홍: 네. 2004년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안 나오니까 내가 나오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고 잡지, 외국 웹을 뒤지고 해서 찾은 자료들 올리고 했죠. 그런 자료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예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퍼: ‘웨스트우드맨’이라는 이름도 그때 지은 건가요?

홍: 네. 당시에 비비안 웨스트우드* 남성복을 되게 좋아하고 있어서. 앞에 비비안 빼고 웨스트우드맨이라고 한거죠. 너무 브랜드 이름이어서.

* 비비안 웨스트우드: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패션 브랜드. 전위적인 펑크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퍼: 이제는 ‘웨우맨’ 이라고 줄임말로 불리면서 디씨 패갤(디씨 인사이드 패션 갤러리)과 더불어 꽤 알려진 패션 블로그가 됐잖아요? 하루 방문객은 얼마나 되나요?

홍: 하루 500명에서 1200명 정도요. 업데이트 종류에 따라 편차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기장 겸, 제가 좋아하는 것들 올리고 하는 사적인 공간처럼 시작했거든요. 사람들이 패션 블로그라고 하는 게 솔직히 좀 불편하긴 해요. 여전히 좀 일기장 같은 거여서.
 
퍼: 그래도 웨스트우드맨 같은 경우는 이제는 패션에 관한 어떤 장이 된 건 맞죠. 신경 많이 쓰죠?

홍: 그렇게 됐다고 해도 카페든 블로그든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거, 생각하는 거 쓰고 올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커요. 달라진 게 있다면 보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에 너무 시시콜콜한 건 안 올리죠. 그리고 이 공간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의도한 부분도 생겼어요.

퍼: 어떤 부분?

홍: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 자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카페에는 자기가 한 작업을 올리는 카테고리를 만들었어요. 젊은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작품 많이 올려요.

퍼: 잘 되고 있나요?

홍: 계속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3. 패션을 쓰다

 

퍼: 스스로 ‘매거진 키드’라고 부를 만큼 잡지 좋아하죠? 저도 잡지는 가리지 않고 살펴보는 편인데 석우 씨 블로그 덕분에 좋은 잡지들 많이 알게 돼서 좋았어요. 잡지, 어떤 매력인 거 같아요?

홍: 단행본이랑 다르게 잡지는 시대의 흐름이랄까 그런 걸 지속적으로 담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동시대적인)라는 단어 좋아하는데, 잡지가 딱 그런 거 같아요. 동시대적인 어떤 흐름들을 편집자의 시각을 통해서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매력적인 거 같아요.

퍼: 그렇죠. 잡지에서 시의성이 빠지면 안 되지만 같은 주제에 대해 매번 새롭게 말한다는 지점도 매력이에요. 발간되는 정기별로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 종류가 좋아요? 

홍: 월간지는 월간지의 룰이 있긴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잘 안 보게 되고 일 년에 두 번이나 세 달에 한번 나오는 그런 잡지들이 저한테 잘 맞는 거 같아요.

퍼: 얼마 전에 인케이스(Incase. 노트북, 휴대폰 케이스 전문 브랜드)와 공동작업 해서 <스펙트럼>이라는 잡지 기획하고 만들었던데, 작업은 재밌었나요?

홍: 재밌었어요. 계속해서 들어오는 원고만 쓰다가 공동 작업이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의 책이 나온다는 건 다른 느낌이었어요. 편집장으로 잡지 앞에 들어가는 글도 쓰고 하니까 좋았어요.

퍼: 얼마 만에 한 번씩 나와요?

홍: 계간이에요. 3, 6, 9, 12월에 네 번 나와요. 원래는 일 년에 두 번이었어요. 근데 한 권 만들어보니까 계간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퍼: 사이즈가 문고판만 하네. 작고 가벼워서 좋아요. 국내 패션지들과 일을 많이 하는데, 즐겨보는 게 있나요?

홍: 기성 패션 잡지들은 다 각각의 색깔을 갖고 있죠. <보그(VOGUE Korea)>나 <바자(Harper’s Bazaar Korea)> 같은 경우는 굉장히 뚜렷한 하이패션을 다루면서도 <바자>가 좀 더 인디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보그>는 메이저한 관점 위주로 다루고 있구요. <아레나(Arena Homme+ Korea)>는 상업적이지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들이 있고. 그런 요소요소들이 있는 거 같아요.

퍼: 패션지 말고 좋아하는 잡지가 있다면?

홍: <모노클>*(Monocle. 영국의 전문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디자인계의 정보를 깊이 있게 전달함)같은 영국 잡지가 재밌어요.

* <모노클(Monocle)>(자료출처: 디자인플럭스)

퍼: <모노클>, 멋진 잡지죠.

홍: 남성패션만 포커스를 맞춰서 확실한 관점을 갖고 있는 <판타스틱맨>*(Fantastic Man, 네덜란드 남성패션 전문지)같은 잡지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면 한국엔 이런 잡지는 없죠.

* <판타스틱맨(Fantastic Man)>  

퍼: 그동안 패션에 관한 글도 계속해서 써왔어요. 글을 쓸 때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들이 있나요?

홍: 아무래도 패션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어로 된 전문용어도 많고. 그래서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편이고 그러면서도 글이 촌스럽지 않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해요.

퍼: 한겨레 주말판 매거진ESC에 정식으로 이름이 들어간 칼럼도 쓰게 됐는데, 패션지 하고는 아무래도 다른 방식으로 신경을 써야 하겠죠?

홍: 네. 한겨레에 글을 쓸 때는 아이들부터 할아버지까지 볼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 싶고 그래서 쓰면서 기본적으로 우리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해요.

퍼: 패션 매거진의 피처 기사들을 읽다보면 영어로 된 용어들이 많아서 그런지 좀 느물거리는 느낌도 들고 스타일들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석우 씨도 패션에 관해 얘기하지만 글이 참 담백해요.

홍: 지금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지만 예전에 옷을 쎄게 입고 다닐 때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 내가 옷은 이렇게 입고 다니지만 글은 간결하게 쓰는 거 같다’는. 그렇게 써야겠다는 아니고 쓰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꽤 여러 번 고쳐 쓰기를 해요.

퍼: 그렇구나.

홍: 신문이나 잡지에 쓸 때는 당연하지만 블로그에 한 문장 올릴 때도 저는 맞춤법 검사를 하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다시 보고 쓸데없이 들어간 단어나 이런 걸 계속 쳐내요. 간결하게 가려고 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퍼: 국내에도 패션잡지가 많고, 에디터들도 많지만 제 생각에 본격적인 패션 비평 같은 건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홍: 잡지들이 그런 것들을 하고 있어요. 근데 월간지라는 매체의 성격상 게다가 그것이 패션에 대한 월간지라면 결국에는 판매나 트랜드 같은 경향성에 대해 더 많이 얘기 더 많이 할 수 밖에 구조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퍼: 패션도 음악이나 문학 같은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에디터들이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쓰는 글 말고 문학평론이나 영화평론처럼 본격적으로 어떤 작품이나 디자이너에 대해 담론화하는 글들은 많지 않잖아요. 외국에는 있을 거 같은데.

홍: 네 외국에는 있죠. 근데 제가 자세히 모르는 걸 수는 있어도 확실히 영화나 음악보다는 패션 쪽에 글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제가 굳이 ‘패션저널리스트’라는 이름을 쓰고 싶은 이유는 저도 그런 작업을 더 하고 싶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요.

퍼: 그래서 외부 청탁 다 수락하면서 단련하고 있구나. (웃음)

홍: 근데 그런 시각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관찰해야 하고 패션 분야에 있는 사람들 간에 작업에 대한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하죠.

퍼: 패션 쪽에 글 쓰는 에디터 중 좋아하는 분이 있나요?

홍: <보그>의 패션 뉴스디렉터 신광호 차장님*을 좋아해요. 그분은 패션 피처를 좋아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하셨고, <보그> 글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분이세요. 호불호가 있겠지만, 이미지가 아니라 글로 보여주는 패션에 대해서 열정이 있으시고 실행을 꾸준히 해 오신 분이에요. 글에 대한 취향이라기보다는 그분이 보여 온 꾸준한 열정 자체를 좋아해요. 잠깐 치열하게 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것에 대해 잘 쓸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보그> 신광호 칼럼 <21세기판 80년대> 

 

3. 패션을 쓰다

 

퍼: 스스로 ‘매거진 키드’라고 부를 만큼 잡지 좋아하죠? 저도 잡지는 가리지 않고 살펴보는 편인데 석우 씨 블로그 덕분에 좋은 잡지들 많이 알게 돼서 좋았어요. 잡지, 어떤 매력인 거 같아요?

홍: 단행본이랑 다르게 잡지는 시대의 흐름이랄까 그런 걸 지속적으로 담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동시대적인)라는 단어 좋아하는데, 잡지가 딱 그런 거 같아요. 동시대적인 어떤 흐름들을 편집자의 시각을 통해서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매력적인 거 같아요.

퍼: 그렇죠. 잡지에서 시의성이 빠지면 안 되지만 같은 주제에 대해 매번 새롭게 말한다는 지점도 매력이에요. 발간되는 정기별로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 종류가 좋아요? 

홍: 월간지는 월간지의 룰이 있긴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잘 안 보게 되고 일 년에 두 번이나 세 달에 한번 나오는 그런 잡지들이 저한테 잘 맞는 거 같아요.

퍼: 얼마 전에 인케이스(Incase. 노트북, 휴대폰 케이스 전문 브랜드)와 공동작업 해서 <스펙트럼>이라는 잡지 기획하고 만들었던데, 작업은 재밌었나요?

홍: 재밌었어요. 계속해서 들어오는 원고만 쓰다가 공동 작업이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의 책이 나온다는 건 다른 느낌이었어요. 편집장으로 잡지 앞에 들어가는 글도 쓰고 하니까 좋았어요.

퍼: 얼마 만에 한 번씩 나와요?

홍: 계간이에요. 3, 6, 9, 12월에 네 번 나와요. 원래는 일 년에 두 번이었어요. 근데 한 권 만들어보니까 계간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퍼: 사이즈가 문고판만 하네. 작고 가벼워서 좋아요. 국내 패션지들과 일을 많이 하는데, 즐겨보는 게 있나요?

홍: 기성 패션 잡지들은 다 각각의 색깔을 갖고 있죠. <보그(VOGUE Korea)>나 <바자(Harper’s Bazaar Korea)> 같은 경우는 굉장히 뚜렷한 하이패션을 다루면서도 <바자>가 좀 더 인디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보그>는 메이저한 관점 위주로 다루고 있구요. <아레나(Arena Homme+ Korea)>는 상업적이지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들이 있고. 그런 요소요소들이 있는 거 같아요.

퍼: 패션지 말고 좋아하는 잡지가 있다면?

홍: <모노클>*(Monocle. 영국의 전문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디자인계의 정보를 깊이 있게 전달함)같은 영국 잡지가 재밌어요.

* <모노클(Monocle)>(자료출처: 디자인플럭스)

퍼: <모노클>, 멋진 잡지죠.

홍: 남성패션만 포커스를 맞춰서 확실한 관점을 갖고 있는 <판타스틱맨>*(Fantastic Man, 네덜란드 남성패션 전문지)같은 잡지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면 한국엔 이런 잡지는 없죠.

* <판타스틱맨(Fantastic Man)>  

퍼: 그동안 패션에 관한 글도 계속해서 써왔어요. 글을 쓸 때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들이 있나요?

홍: 아무래도 패션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어로 된 전문용어도 많고. 그래서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편이고 그러면서도 글이 촌스럽지 않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해요.

퍼: 한겨레 주말판 매거진ESC에 정식으로 이름이 들어간 칼럼도 쓰게 됐는데, 패션지 하고는 아무래도 다른 방식으로 신경을 써야 하겠죠?

홍: 네. 한겨레에 글을 쓸 때는 아이들부터 할아버지까지 볼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 싶고 그래서 쓰면서 기본적으로 우리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해요.

퍼: 패션 매거진의 피처 기사들을 읽다보면 영어로 된 용어들이 많아서 그런지 좀 느물거리는 느낌도 들고 스타일들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석우 씨도 패션에 관해 얘기하지만 글이 참 담백해요.

홍: 지금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지만 예전에 옷을 쎄게 입고 다닐 때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 내가 옷은 이렇게 입고 다니지만 글은 간결하게 쓰는 거 같다’는. 그렇게 써야겠다는 아니고 쓰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꽤 여러 번 고쳐 쓰기를 해요.

퍼: 그렇구나.

홍: 신문이나 잡지에 쓸 때는 당연하지만 블로그에 한 문장 올릴 때도 저는 맞춤법 검사를 하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다시 보고 쓸데없이 들어간 단어나 이런 걸 계속 쳐내요. 간결하게 가려고 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퍼: 국내에도 패션잡지가 많고, 에디터들도 많지만 제 생각에 본격적인 패션 비평 같은 건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홍: 잡지들이 그런 것들을 하고 있어요. 근데 월간지라는 매체의 성격상 게다가 그것이 패션에 대한 월간지라면 결국에는 판매나 트랜드 같은 경향성에 대해 더 많이 얘기 더 많이 할 수 밖에 구조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퍼: 패션도 음악이나 문학 같은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에디터들이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쓰는 글 말고 문학평론이나 영화평론처럼 본격적으로 어떤 작품이나 디자이너에 대해 담론화하는 글들은 많지 않잖아요. 외국에는 있을 거 같은데.

홍: 네 외국에는 있죠. 근데 제가 자세히 모르는 걸 수는 있어도 확실히 영화나 음악보다는 패션 쪽에 글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제가 굳이 ‘패션저널리스트’라는 이름을 쓰고 싶은 이유는 저도 그런 작업을 더 하고 싶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요.

퍼: 그래서 외부 청탁 다 수락하면서 단련하고 있구나. (웃음)

홍: 근데 그런 시각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관찰해야 하고 패션 분야에 있는 사람들 간에 작업에 대한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하죠.

퍼: 패션 쪽에 글 쓰는 에디터 중 좋아하는 분이 있나요?

홍: <보그>의 패션 뉴스디렉터 신광호 차장님*을 좋아해요. 그분은 패션 피처를 좋아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하셨고, <보그> 글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분이세요. 호불호가 있겠지만, 이미지가 아니라 글로 보여주는 패션에 대해서 열정이 있으시고 실행을 꾸준히 해 오신 분이에요. 글에 대한 취향이라기보다는 그분이 보여 온 꾸준한 열정 자체를 좋아해요. 잠깐 치열하게 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것에 대해 잘 쓸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보그> 신광호 칼럼 <21세기판 80년대> 

 

4. 다양성과 지역성

 

퍼: 요즘 하는 일들이 많아서 꽤 바쁘죠?

홍: 네. 얼마 전에 여성복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광고 만드는 일 끝냈고,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작업들도 많이 했죠. 뉴발란스 같은 경우는 작년 가을/겨울 시즌 아웃도어 의류 케이블 티비나 지면 광고에 나가는 이미지 스타일링 작업했구요, 리복에서 2011년 봄/여름 시즌으로 나온 스니커즈 라인 스타일링 작업이 있었어요.

퍼: 광고나 사진 촬영할 때 등장하는 모델들의 의상을 컨셉에 맞게 입히는 작업들이었겠군요. 이런 상업적 작업들은 어떤가요?

홍: 광고주 쪽에서 컨셉을 주면 거기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풀어내는 작업들이고 재밌긴 한데 상업적 작업들은 단시간에 끝내야 하니까 힘이 좀 들죠.

퍼: 보수는 괜찮은 편인가요?

홍: 들이는 시간 대비 많이 받는 편이죠.

퍼: 하는 일이 비해서는 많이 준다는 말?

홍: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짧은 시간 일을 하기는 하지만 육체적으로 고생 많이 하거든요. 여기저기 엄청 뛰어다녀야 하고.

퍼: 그렇겠죠. 모델 입힐 옷이나 신발 등을 한 군데서 다 협찬 받거나 살 수는 없을 테니.

홍: 네. 게다가 한정된 예산으로 일을 해야 하니까요. 만약에 주어진 예산으로 모델 일곱 명을 다 입히기 힘들겠다 싶으면 그동안 맺었던 관계들을 총동원해서 무료로 협찬을 받는다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스타일리스트의 능력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퍼: 보통 일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홍: 2주 전에 만나 의뢰를 받는 경우도 많고, 짧으면 일주일 안에 끝내야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게다가 요구사항이 꽤나 까다로운 광고주들과 일하려면 더 힘들죠.

퍼: 작년에는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 했어요.

홍: 그 일이 비주얼 작업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됐죠. 패션 바이어 일하고 글을 쓰는 작업만 계속 하다가 작년에 그 작업을 하면서 그들 무대 의상과 방송 의상 스타일링 외에도 광고주들과도 일했거든요. 그때 맺은 관계들 때문인지 이쪽으로 길이 생겼고 일도 들어오는데 신기해요.

퍼: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요즘 강의도 다시 시작했죠. 사이는 분야를 넘나드는 기획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강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홍: 저는 계획 세우고 사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쪽에서 먼저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가 왔어요.

퍼: ‘사이’에서는 석우 씨를 어떻게 알고?

홍: 제가 예전에 ‘인디펜던트 나우’라는 독립출판물들 전시 기획을 했는데 그쪽에서 그걸 재밌게 봤었나 봐요. 뭐 할 때마다 오라고 했었는데 바빠서 못 갔는데 느닷없이 강의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온 거죠. 처음에는 거절을 할 생각이었어요. 제가 무슨 석, 박사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퍼: 근데 어떤 계기로 수락을?

홍: 그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까 이론적인 강의가 아니라 제가 그동안 이 분야에서 해 왔던 것들을 얘기하는 식의 강의를 원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할 수 있었죠.

퍼: 2009년에는 <한국 패션의 지금: 서브컬쳐에서 하이패션까지>라는 제목으로 강의했었어요. 올해는 <한국 패션의 지금, 2011>이라는 제목이네요. 올해도 게스트들 초빙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식인가요?

홍: 네. 패션 에디터, 디자이너, 마케터, 바이어, 패션TV 프로듀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 게스트를 모셔서 이 분야에서 패션’을 ‘문화’로 만드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어요.

퍼: 패션에 관련해서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작업들을 묶는 키워드 같은 게 있다면요?

홍: 20대에 제가 하는 작업 중 하나는 다양성이고 하나는 지역성이라고 생각해요. 제 화두에요. 여러 가지 다양한 흐름들이 있고 나도 그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뭔가를 하는 거, 그리고 제가 살아온 곳, 제가 지금 있는 곳을 꾸준히 관찰하고 매력을 찾아나가는 거요.

 

4. 다양성과 지역성

 

퍼: 요즘 하는 일들이 많아서 꽤 바쁘죠?

홍: 네. 얼마 전에 여성복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광고 만드는 일 끝냈고,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작업들도 많이 했죠. 뉴발란스 같은 경우는 작년 가을/겨울 시즌 아웃도어 의류 케이블 티비나 지면 광고에 나가는 이미지 스타일링 작업했구요, 리복에서 2011년 봄/여름 시즌으로 나온 스니커즈 라인 스타일링 작업이 있었어요.

퍼: 광고나 사진 촬영할 때 등장하는 모델들의 의상을 컨셉에 맞게 입히는 작업들이었겠군요. 이런 상업적 작업들은 어떤가요?

홍: 광고주 쪽에서 컨셉을 주면 거기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풀어내는 작업들이고 재밌긴 한데 상업적 작업들은 단시간에 끝내야 하니까 힘이 좀 들죠.

퍼: 보수는 괜찮은 편인가요?

홍: 들이는 시간 대비 많이 받는 편이죠.

퍼: 하는 일이 비해서는 많이 준다는 말?

홍: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짧은 시간 일을 하기는 하지만 육체적으로 고생 많이 하거든요. 여기저기 엄청 뛰어다녀야 하고.

퍼: 그렇겠죠. 모델 입힐 옷이나 신발 등을 한 군데서 다 협찬 받거나 살 수는 없을 테니.

홍: 네. 게다가 한정된 예산으로 일을 해야 하니까요. 만약에 주어진 예산으로 모델 일곱 명을 다 입히기 힘들겠다 싶으면 그동안 맺었던 관계들을 총동원해서 무료로 협찬을 받는다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까지 스타일리스트의 능력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퍼: 보통 일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홍: 2주 전에 만나 의뢰를 받는 경우도 많고, 짧으면 일주일 안에 끝내야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게다가 요구사항이 꽤나 까다로운 광고주들과 일하려면 더 힘들죠.

퍼: 작년에는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 했어요.

홍: 그 일이 비주얼 작업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됐죠. 패션 바이어 일하고 글을 쓰는 작업만 계속 하다가 작년에 그 작업을 하면서 그들 무대 의상과 방송 의상 스타일링 외에도 광고주들과도 일했거든요. 그때 맺은 관계들 때문인지 이쪽으로 길이 생겼고 일도 들어오는데 신기해요.

퍼: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요즘 강의도 다시 시작했죠. 사이는 분야를 넘나드는 기획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강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홍: 저는 계획 세우고 사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쪽에서 먼저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가 왔어요.

퍼: ‘사이’에서는 석우 씨를 어떻게 알고?

홍: 제가 예전에 ‘인디펜던트 나우’라는 독립출판물들 전시 기획을 했는데 그쪽에서 그걸 재밌게 봤었나 봐요. 뭐 할 때마다 오라고 했었는데 바빠서 못 갔는데 느닷없이 강의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온 거죠. 처음에는 거절을 할 생각이었어요. 제가 무슨 석, 박사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퍼: 근데 어떤 계기로 수락을?

홍: 그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까 이론적인 강의가 아니라 제가 그동안 이 분야에서 해 왔던 것들을 얘기하는 식의 강의를 원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할 수 있었죠.

퍼: 2009년에는 <한국 패션의 지금: 서브컬쳐에서 하이패션까지>라는 제목으로 강의했었어요. 올해는 <한국 패션의 지금, 2011>이라는 제목이네요. 올해도 게스트들 초빙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식인가요?

홍: 네. 패션 에디터, 디자이너, 마케터, 바이어, 패션TV 프로듀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 게스트를 모셔서 이 분야에서 패션’을 ‘문화’로 만드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어요.

퍼: 패션에 관련해서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작업들을 묶는 키워드 같은 게 있다면요?

홍: 20대에 제가 하는 작업 중 하나는 다양성이고 하나는 지역성이라고 생각해요. 제 화두에요. 여러 가지 다양한 흐름들이 있고 나도 그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뭔가를 하는 거, 그리고 제가 살아온 곳, 제가 지금 있는 곳을 꾸준히 관찰하고 매력을 찾아나가는 거요.

 

5. 그의 소년기

 

퍼: 어릴 때부터 옷이나 패션 전반에 관심이 있었나요?

홍: 중학교 때 콜렉션 북 같은 거 본 기억도 나긴 하는데 고3 될 때까지도 패션은 그냥 또래 문화 정도로만 생각했었죠. 초중고를 다 압구정에서 다녔는데 그때 한창 폴로, 닥터 마틴, 지오다노, 나이키 이런 브랜드들이 유행할 때에요.

퍼: 그럼 저는 대학 신입생 무렵이네요. 학교 가면 같은 신입생이라도 서울 애들은 동네 색이 딱 드러났었어요. 강남이나 목동 애들은 폴로셔츠에 노티카 점퍼, 닥터 마틴 신발 이렇게 해서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게 기억나요. 그런 동네 안 사는 애들도 그렇게 입으려고 노력했었고.

홍: 압구정에도 많이들 그렇게 입고 돌아다녔죠. 고3 때였는데, 집에 있다가 산책을 나갔거든요. 근데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똑같이 입고 있더라구요.

퍼: 그 전에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었나요?

홍: 네. 별로 의식 안 했었어요. 십대는 또래에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친구들이 입는 거 입으니까. 항상 패턴은 안 벗어났고 그 안에서 뭔가를 변형하거나 바꿔 입거나 했죠. 근데 그날 갑자기 거리에서 쪽 팔리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퍼: 그 순간이 기억나나요?
 
홍: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아 쪽팔리다’는 생각으로 서둘러서 집에 왔거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는 집에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하던 때라 이것저것 뒤지다가 일본잡지들을 보게 됐어요.

퍼: 일본은 우리보다는 훨씬 다양한 경향들이 있었죠.

홍: 네. 잡지에서 보는 옷들이 되게 예쁘고 새롭고 내가 모르던 것들이 많았어요. 근데 그때 만해도 강남촌놈이었던 고등학생이 보기에 그런 옷들을 살 만한 데가 없는 거예요. 제가 모르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그런 옷 파는 데가 거의 없었죠.

퍼: ‘그런 옷’이라고 할 때 스타일로 말하자면 어떤 건가요?

홍: 요즘 빈티지, 구제라고 불리는 옷들이었어요. 동대문에 막 프레야 타운 생기기 시작할 땐데, 거기 5층인가 6층이 구제나 빈티지 마켓을 찾아냈어요.

퍼: 원하던 옷이 거기에 있던가요?

홍: 네. 완전 빠져들었죠. 그러고는 고3 여름 방학 때 생각을 했죠. ‘공부를 할까, 옷을 좀 파고들어볼까’ 하다가 결정을 했죠. ‘옷을 파고들자’

퍼: 그때부터 동대문에 뻔질나게 드나들었겠군요? (웃음)

홍: 네. 거기를 굉장히 파고들었어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던 형 누나들이 거기 있었고, 여름 방학 때부터는 거의 출근하다시피 했어요. 집에서는 만날 옷장 뒤져서 옛날 아빠 옷 엄마 옷 찾고. 전형적인 강남의 패션에 반대되는 것들, 다른 것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퍼: 찾으면 입고 돌아다니고?

홍: 네. 같이 다니던 친구도 머리 이렇게 세우고, 호피입고, 엄청 높은 클리퍼(Clipper. 밑창에 딱딱하고 가벼운 압축고무를 붙인 펑키 스타일의 신발) 신고 다녔거든요. 그렇게 둘이 같이 압구정 거리 돌아다니다 대놓고 ‘거지같다’는 얘기도 듣고 그랬어요.

퍼: 요즘 같으면 스트리트패션 매거진에 사진 엄청 나왔겠네.

홍: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인가 정말 사진이 찍혔어요. 명함을 받고 보니까 ‘애플코디’라는 스트리트패션 사이트였는데 당시 ‘힙합퍼’랑 둘이 쌍벽이었거든요. 근데 사이트 들어가서 보니까 리포터를 모집하고 있더라구요. ‘아, 이걸 해야겠다’ 싶었어요.

퍼: 스트리트패션 사진 찍는 리포터?

홍: 네. 애들은 당시에 면허 따거나 호프집에서 알바하거나 했는데 저는 그걸 해야겠다 싶어서 메일을 보냈더니 2주 만에 답장이 왔어요. 사무실로 오라고 그래서 동대문 프레야 타운 이십 몇 층에 갔더니 디지털 카메라 후진 거 하나 주더라구요.

퍼: 아, 그렇게 해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게 됐구나. 

홍: 네. 동대문, 홍대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퍼: 어떤 사진들을 찍었나요?

홍: 제가 보기에 옷 잘 입은 사람들인데, 지금이야 길거리에 잘 입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정말 없었어요. 특히 남자들은 더 없었고.

퍼: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홍: 네. 옷에 관심이 있고 고민도 하고 그러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요. 그때도 뭐 명품 차려 입는 ‘멋쟁이’들이야 있었겠지만.
 
퍼: 그 사진들 지금도 갖고 있어요?

홍: 하드를 두 번 날렸는데 2003년인가 2004년쯤에 한 번, 2007년쯤에 또 한 번 날려서 옛날 사진들이 하나도 없어요. 아쉬워요.

퍼: 아쉽네. 2000년대 초반 서울 젊은이들에 대한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홍: 네. 아쉬워요. 근데 그때 사진들 별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웃음)

퍼: 지금이야 석우 씨가 스트리트패션 사진 블로거로 알려졌지만 오래 전에 사진 찍던 어느 친구가 ‘너는 사진에 소질이 없으니 글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죠? (웃음)

홍: 사진에 소질 없다는 얘기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들었어요. 제가 사진반이었거든요. 선생님이 카메라 좋아하는 30대 정도의 생물인가, 과학 쪽 선생님이었는데 제 사진을 보더니 ‘너는 진짜 사진에 소질 없다’ 그러더라구요. 그때 진짜 충격 받았죠.

퍼: 그래도 어쨌든 지금까지 계속 찍어 왔네. (웃음)

홍: 네. 뭐 어쨌든 찍고 있죠. 지금도 뭐 저는 재밌어요.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뷰를 찍는 거고, 사진으로 돈 벌 거 아니니까.

 

5. 그의 소년기

 

퍼: 어릴 때부터 옷이나 패션 전반에 관심이 있었나요?

홍: 중학교 때 콜렉션 북 같은 거 본 기억도 나긴 하는데 고3 될 때까지도 패션은 그냥 또래 문화 정도로만 생각했었죠. 초중고를 다 압구정에서 다녔는데 그때 한창 폴로, 닥터 마틴, 지오다노, 나이키 이런 브랜드들이 유행할 때에요.

퍼: 그럼 저는 대학 신입생 무렵이네요. 학교 가면 같은 신입생이라도 서울 애들은 동네 색이 딱 드러났었어요. 강남이나 목동 애들은 폴로셔츠에 노티카 점퍼, 닥터 마틴 신발 이렇게 해서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게 기억나요. 그런 동네 안 사는 애들도 그렇게 입으려고 노력했었고.

홍: 압구정에도 많이들 그렇게 입고 돌아다녔죠. 고3 때였는데, 집에 있다가 산책을 나갔거든요. 근데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똑같이 입고 있더라구요.

퍼: 그 전에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었나요?

홍: 네. 별로 의식 안 했었어요. 십대는 또래에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친구들이 입는 거 입으니까. 항상 패턴은 안 벗어났고 그 안에서 뭔가를 변형하거나 바꿔 입거나 했죠. 근데 그날 갑자기 거리에서 쪽 팔리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퍼: 그 순간이 기억나나요?
 
홍: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아 쪽팔리다’는 생각으로 서둘러서 집에 왔거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는 집에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하던 때라 이것저것 뒤지다가 일본잡지들을 보게 됐어요.

퍼: 일본은 우리보다는 훨씬 다양한 경향들이 있었죠.

홍: 네. 잡지에서 보는 옷들이 되게 예쁘고 새롭고 내가 모르던 것들이 많았어요. 근데 그때 만해도 강남촌놈이었던 고등학생이 보기에 그런 옷들을 살 만한 데가 없는 거예요. 제가 모르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그런 옷 파는 데가 거의 없었죠.

퍼: ‘그런 옷’이라고 할 때 스타일로 말하자면 어떤 건가요?

홍: 요즘 빈티지, 구제라고 불리는 옷들이었어요. 동대문에 막 프레야 타운 생기기 시작할 땐데, 거기 5층인가 6층이 구제나 빈티지 마켓을 찾아냈어요.

퍼: 원하던 옷이 거기에 있던가요?

홍: 네. 완전 빠져들었죠. 그러고는 고3 여름 방학 때 생각을 했죠. ‘공부를 할까, 옷을 좀 파고들어볼까’ 하다가 결정을 했죠. ‘옷을 파고들자’

퍼: 그때부터 동대문에 뻔질나게 드나들었겠군요? (웃음)

홍: 네. 거기를 굉장히 파고들었어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던 형 누나들이 거기 있었고, 여름 방학 때부터는 거의 출근하다시피 했어요. 집에서는 만날 옷장 뒤져서 옛날 아빠 옷 엄마 옷 찾고. 전형적인 강남의 패션에 반대되는 것들, 다른 것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퍼: 찾으면 입고 돌아다니고?

홍: 네. 같이 다니던 친구도 머리 이렇게 세우고, 호피입고, 엄청 높은 클리퍼(Clipper. 밑창에 딱딱하고 가벼운 압축고무를 붙인 펑키 스타일의 신발) 신고 다녔거든요. 그렇게 둘이 같이 압구정 거리 돌아다니다 대놓고 ‘거지같다’는 얘기도 듣고 그랬어요.

퍼: 요즘 같으면 스트리트패션 매거진에 사진 엄청 나왔겠네.

홍: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인가 정말 사진이 찍혔어요. 명함을 받고 보니까 ‘애플코디’라는 스트리트패션 사이트였는데 당시 ‘힙합퍼’랑 둘이 쌍벽이었거든요. 근데 사이트 들어가서 보니까 리포터를 모집하고 있더라구요. ‘아, 이걸 해야겠다’ 싶었어요.

퍼: 스트리트패션 사진 찍는 리포터?

홍: 네. 애들은 당시에 면허 따거나 호프집에서 알바하거나 했는데 저는 그걸 해야겠다 싶어서 메일을 보냈더니 2주 만에 답장이 왔어요. 사무실로 오라고 그래서 동대문 프레야 타운 이십 몇 층에 갔더니 디지털 카메라 후진 거 하나 주더라구요.

퍼: 아, 그렇게 해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게 됐구나. 

홍: 네. 동대문, 홍대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퍼: 어떤 사진들을 찍었나요?

홍: 제가 보기에 옷 잘 입은 사람들인데, 지금이야 길거리에 잘 입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정말 없었어요. 특히 남자들은 더 없었고.

퍼: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홍: 네. 옷에 관심이 있고 고민도 하고 그러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요. 그때도 뭐 명품 차려 입는 ‘멋쟁이’들이야 있었겠지만.
 
퍼: 그 사진들 지금도 갖고 있어요?

홍: 하드를 두 번 날렸는데 2003년인가 2004년쯤에 한 번, 2007년쯤에 또 한 번 날려서 옛날 사진들이 하나도 없어요. 아쉬워요.

퍼: 아쉽네. 2000년대 초반 서울 젊은이들에 대한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홍: 네. 아쉬워요. 근데 그때 사진들 별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웃음)

퍼: 지금이야 석우 씨가 스트리트패션 사진 블로거로 알려졌지만 오래 전에 사진 찍던 어느 친구가 ‘너는 사진에 소질이 없으니 글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죠? (웃음)

홍: 사진에 소질 없다는 얘기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들었어요. 제가 사진반이었거든요. 선생님이 카메라 좋아하는 30대 정도의 생물인가, 과학 쪽 선생님이었는데 제 사진을 보더니 ‘너는 진짜 사진에 소질 없다’ 그러더라구요. 그때 진짜 충격 받았죠.

퍼: 그래도 어쨌든 지금까지 계속 찍어 왔네. (웃음)

홍: 네. 뭐 어쨌든 찍고 있죠. 지금도 뭐 저는 재밌어요.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뷰를 찍는 거고, 사진으로 돈 벌 거 아니니까.

 

6. 그의 취향들

 

퍼: 옷 그렇게 좋아하고 비주얼에도 관심 많았는데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홍: 어릴 때는 했죠. 20대 초반에는 패션 마케터나 에디터가 되고 싶었어요.

퍼: 대학 때 전공은 뭐였어요?

홍: 경영학이요. 의류학은 복수전공. 에디터 어시스턴트를 하다보니까 디자이너들에 대한 동경이 생겨서 만드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서 진짜로 만드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니까 ‘만드는 것은 내 영역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퍼: 어떤 부분에서?

홍: 사람들이 디자이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이너는 어떤 영감과 센스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제조업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만드는 일 하고, 만들어진 것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얘기하는 건 다른 분야인 것 같아요.

퍼: 그럼 본인은 후자 쪽에 더 가깝다는 판단을 한 건가?

홍: 네. 저는 의류학과 복수전공을 할 때도 재봉틀은 절대 싫었거든요. ‘아 나는 만드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했죠.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을 관찰하고, 글을 쓰고 평가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구요.

퍼: 끊임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기록하는 석우 씨는 제게 ‘취향의 종결자’처럼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주기도 하고. ‘취향’ 이란 건 뭐라고 생각해요?

홍: 음. 취향은 개인의 특징이겠죠. 개인이 살아오면서 해 온 선택들이 들어간 특징?

퍼: ‘좋은 취향’이란 건 있을까요?

홍: 있겠죠? 근데 좋은 취향, 나쁜 취향을 구분해야 하나요? 저는 호불호가 확실히 있어요. 근데 ‘이게 좋고 저건 나쁘다’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주장하고 저널이나 강의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계속 얘기하는 거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런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인 거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없는 사람은 없겠죠.

퍼: 그럼 좀 구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취향은 어떤가요? 어떤 사람과 만나면 재밌고 자극 받나요?

홍: 너무 숫자에 밝은 사람이랑은 잘 안 맞는 거 같고. 펑크 같은 사람? 펑크가 뭐 거리에 오줌 싸는 게 아니라 제도권 안에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사람. 피터팬 같은 사람. 나이를 먹었어도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해서 그건 그런 거야 하고 단정 짓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은 모티브를 주죠. 얘기해도 재밌고.

퍼: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어떤 것 같나요?

홍: 보수나 진보라고 갈라놓고 본다면 성향은 자유주의적인 경향에 가까운 거 같아요. 그 구분에 대해서는 불편한 게 많아요. 우리나라에는 멋있는 보수도 없는 것 같고.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틀 안에서 도취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거부감이 있어요.

퍼: 요즘 ‘88만원 세대’니 하는 20대론에 대해 말이 많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본인도 20대니까.

홍: 저는 별로 공감 안 해요. 솔직히 제 주위에는 자기 꺼 열심히 하는 20대들이 훨씬 많거든요. 소위 말하는 회사가 좋아하는 ‘스펙’ 쌓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88만원 세대’ 같은 구호도 선동 같다는 느낌 들고.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연대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왠지 그런 집단에 신뢰가 가지는 않아요.

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홍: 그런 의도를 가진 집단일수록 사회의 변화를 위해 흐름을 만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스스로가 변화해야 할 때는 오히려 못 변하고 틀에 사로잡혀버리는 흐름을 계속 봐왔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선동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안 해요. 그게 너무 싫어요.  

퍼: 요즘 하고 있는 고민 있나요?

홍: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일을 쳐내지 못하고 다 하고 있어요. 몸은 하난데 너무 다양한 방향의 목표를 가진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것들을 좀 정리하면서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을 잘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일 때문에 처음으로 그를 직접 만나게 되던 날 나는 그가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 것인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을 조금 넘겨 나타난 그는 청둥오리처럼 보이는 새가 바지 전체에 세밀하게 수놓아진 진한 초록색 코듀로이 바지에 낙타색의 치렁한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 올려놓은 듯한 작은 모자가 압권이었다. 마치 미러볼처럼 반짝거리는 재질의 모자였던 것 같은데 ‘화려하다’는 느낌만이 남아있다.

오랜 시간 골랐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머릿속으로라도 공들여 기획했음이 틀림없는 그의 차림을 보며 나는 어떤 종류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다. 자칫 하면 그저 튀어 보이기 위한 선택으로만 느껴졌을 소품이 그의 일관성 있는 어떤 맥락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재치 있게 다가왔다. 재치와 촌티 사이에는 정말 ‘한 끗’ 차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의 어떤 긴장감이 존재한다. 그의 ‘한 끗’에서, 또 전체적인 선택들의 맥락에서 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시간의 노고가 보였던 것 같다. 기대를 했던 만큼 그것은 어떤 ‘체험’이었다. 그를 보면서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사람을 보라’는 말이 이제는 절반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연구하고 아카이빙을 쌓아가는 가운데 패션이라는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내어 놓는 여러 가지 일들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듯 그 문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이다. 게다가 패션이라고 하면 ‘강박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편집증적인 세계’라거나 ‘소비의 대상이자 금세 사라지는 유행 같은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과도 같은 인식들이 짚어내지 못한 새로운 지점을 포착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옷을 즐기며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의 차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의 매력을 발견하고 공유하려는 시도들도 앞으로 그의 더 큰 맥락 안에서 소중하게 기능하게 될 것이다. 꾸준히 그의 행보를 지켜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 그의 취향들

 

퍼: 옷 그렇게 좋아하고 비주얼에도 관심 많았는데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홍: 어릴 때는 했죠. 20대 초반에는 패션 마케터나 에디터가 되고 싶었어요.

퍼: 대학 때 전공은 뭐였어요?

홍: 경영학이요. 의류학은 복수전공. 에디터 어시스턴트를 하다보니까 디자이너들에 대한 동경이 생겨서 만드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서 진짜로 만드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니까 ‘만드는 것은 내 영역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퍼: 어떤 부분에서?

홍: 사람들이 디자이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이너는 어떤 영감과 센스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제조업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만드는 일 하고, 만들어진 것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얘기하는 건 다른 분야인 것 같아요.

퍼: 그럼 본인은 후자 쪽에 더 가깝다는 판단을 한 건가?

홍: 네. 저는 의류학과 복수전공을 할 때도 재봉틀은 절대 싫었거든요. ‘아 나는 만드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했죠.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을 관찰하고, 글을 쓰고 평가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구요.

퍼: 끊임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기록하는 석우 씨는 제게 ‘취향의 종결자’처럼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주기도 하고. ‘취향’ 이란 건 뭐라고 생각해요?

홍: 음. 취향은 개인의 특징이겠죠. 개인이 살아오면서 해 온 선택들이 들어간 특징?

퍼: ‘좋은 취향’이란 건 있을까요?

홍: 있겠죠? 근데 좋은 취향, 나쁜 취향을 구분해야 하나요? 저는 호불호가 확실히 있어요. 근데 ‘이게 좋고 저건 나쁘다’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주장하고 저널이나 강의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계속 얘기하는 거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런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인 거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없는 사람은 없겠죠.

퍼: 그럼 좀 구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취향은 어떤가요? 어떤 사람과 만나면 재밌고 자극 받나요?

홍: 너무 숫자에 밝은 사람이랑은 잘 안 맞는 거 같고. 펑크 같은 사람? 펑크가 뭐 거리에 오줌 싸는 게 아니라 제도권 안에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사람. 피터팬 같은 사람. 나이를 먹었어도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해서 그건 그런 거야 하고 단정 짓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은 모티브를 주죠. 얘기해도 재밌고.

퍼: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어떤 것 같나요?

홍: 보수나 진보라고 갈라놓고 본다면 성향은 자유주의적인 경향에 가까운 거 같아요. 그 구분에 대해서는 불편한 게 많아요. 우리나라에는 멋있는 보수도 없는 것 같고.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틀 안에서 도취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거부감이 있어요.

퍼: 요즘 ‘88만원 세대’니 하는 20대론에 대해 말이 많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본인도 20대니까.

홍: 저는 별로 공감 안 해요. 솔직히 제 주위에는 자기 꺼 열심히 하는 20대들이 훨씬 많거든요. 소위 말하는 회사가 좋아하는 ‘스펙’ 쌓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88만원 세대’ 같은 구호도 선동 같다는 느낌 들고.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연대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왠지 그런 집단에 신뢰가 가지는 않아요.

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홍: 그런 의도를 가진 집단일수록 사회의 변화를 위해 흐름을 만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스스로가 변화해야 할 때는 오히려 못 변하고 틀에 사로잡혀버리는 흐름을 계속 봐왔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선동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안 해요. 그게 너무 싫어요.  

퍼: 요즘 하고 있는 고민 있나요?

홍: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일을 쳐내지 못하고 다 하고 있어요. 몸은 하난데 너무 다양한 방향의 목표를 가진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것들을 좀 정리하면서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을 잘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일 때문에 처음으로 그를 직접 만나게 되던 날 나는 그가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 것인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을 조금 넘겨 나타난 그는 청둥오리처럼 보이는 새가 바지 전체에 세밀하게 수놓아진 진한 초록색 코듀로이 바지에 낙타색의 치렁한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 올려놓은 듯한 작은 모자가 압권이었다. 마치 미러볼처럼 반짝거리는 재질의 모자였던 것 같은데 ‘화려하다’는 느낌만이 남아있다.

오랜 시간 골랐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머릿속으로라도 공들여 기획했음이 틀림없는 그의 차림을 보며 나는 어떤 종류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다. 자칫 하면 그저 튀어 보이기 위한 선택으로만 느껴졌을 소품이 그의 일관성 있는 어떤 맥락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재치 있게 다가왔다. 재치와 촌티 사이에는 정말 ‘한 끗’ 차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의 어떤 긴장감이 존재한다. 그의 ‘한 끗’에서, 또 전체적인 선택들의 맥락에서 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시간의 노고가 보였던 것 같다. 기대를 했던 만큼 그것은 어떤 ‘체험’이었다. 그를 보면서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사람을 보라’는 말이 이제는 절반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연구하고 아카이빙을 쌓아가는 가운데 패션이라는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내어 놓는 여러 가지 일들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듯 그 문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이다. 게다가 패션이라고 하면 ‘강박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편집증적인 세계’라거나 ‘소비의 대상이자 금세 사라지는 유행 같은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과도 같은 인식들이 짚어내지 못한 새로운 지점을 포착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옷을 즐기며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의 차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의 매력을 발견하고 공유하려는 시도들도 앞으로 그의 더 큰 맥락 안에서 소중하게 기능하게 될 것이다. 꾸준히 그의 행보를 지켜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