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개인전을 꿈꾸기 마련이다. 전시 기회를 찾아 많은 도전을 했던 2010년, 홍수정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그래도 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난 그림을 그린다고
그녀는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이태원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신진 작가에게 첫 개인전을 열어 주는 <나의 첫 전시회> 공모전에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첫 전시회> 기획자로서 홍수정 씨를 처음 알게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보자 그녀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업실에 방문하여 작품들을 보았을 때는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수정 작가의 <혼자 놀기 시리즈B>를 보고 있으면 보송보송한 서늘함, 기분 좋은 가벼움 같은 게 느껴진다. 하늘색 나무들이라니! 깊고 고요한 그 숲은 시간이 가지 않는 초현실의 공간 같다. 한껏 몸을 뒤로 젖혀 스트레칭을 하는 소녀에게서는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그런데 뭉쳐지거나 널려있는 실타래 같은 것의 정체는 뭘까? 약간 징그러운 느낌마저 드는 그것은 그녀의 모든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흐른다. 은은한 밑바탕에 입체감과 긴장감을 주고 꿈틀대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라는걸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라.
<Lost girl>에서는 그 실타래 같은 것이 아예 얼굴의 대부분을 뒤덮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예쁘거나 기분 좋은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파스텔 톤의 말갛고 심플한 밑바탕과 달리 아주 세밀하고 확실하게 그려진 그 깨알 같은 것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비가 내리는 4월의 오후, 홍수정 씨를 다시 만났다.
신진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개인전을 꿈꾸기 마련이다. 전시 기회를 찾아 많은 도전을 했던 2010년, 홍수정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그래도 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난 그림을 그린다고
그녀는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이태원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신진 작가에게 첫 개인전을 열어 주는 <나의 첫 전시회> 공모전에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첫 전시회> 기획자로서 홍수정 씨를 처음 알게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보자 그녀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업실에 방문하여 작품들을 보았을 때는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수정 작가의 <혼자 놀기 시리즈B>를 보고 있으면 보송보송한 서늘함, 기분 좋은 가벼움 같은 게 느껴진다. 하늘색 나무들이라니! 깊고 고요한 그 숲은 시간이 가지 않는 초현실의 공간 같다. 한껏 몸을 뒤로 젖혀 스트레칭을 하는 소녀에게서는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그런데 뭉쳐지거나 널려있는 실타래 같은 것의 정체는 뭘까? 약간 징그러운 느낌마저 드는 그것은 그녀의 모든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흐른다. 은은한 밑바탕에 입체감과 긴장감을 주고 꿈틀대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라는걸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라.
<Lost girl>에서는 그 실타래 같은 것이 아예 얼굴의 대부분을 뒤덮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예쁘거나 기분 좋은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파스텔 톤의 말갛고 심플한 밑바탕과 달리 아주 세밀하고 확실하게 그려진 그 깨알 같은 것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비가 내리는 4월의 오후, 홍수정 씨를 다시 만났다.
1. 날리는 꽃잎처럼
퍼슨웹(이하 ‘퍼’): 작가님 작품마다 그려진 저 실타래 같은 것은 뭔가요?
홍수정(이하 ‘홍’): 꽃을 그린 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무수히 많은 꽃잎들이요. 제 작품에서 꽃잎은 아주 중요해요.
퍼: 사람들이 꽃잎이라고 생각 못 하겠어요.
홍: 무슨 촉수나 깨알 같다는 분들도 있어요.
퍼: 꽃잎처럼 보이도록 그릴수도 있었을 텐데 일부러 그렇게 안 그리신 거에요?
홍: 이중적인 걸 담고 싶었어요. 사람 인생에도 모순적인 게 많잖아요. 꽃잎도 외면으로는 화려하지만 시들면 지저분하고 예쁘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꽃잎으로 보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꽃잎이라고 굳이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보는 사람마다 자신의 느낌 대로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형상이 가진 상징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아요
미술도 상징성을 가진 일종의 언어체계라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꾸 ‘이게 뭘 뜻하냐’라고 물어보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그림은 분명 글과는 전혀 다른 언어체계가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게 색과 형의 본성이죠
그게 시각예술이 언어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시각 예술을 너무 언어처럼 읽도록 교육받아 왔어요.
거기서 좀 벗어나 순수하게 관객들이 자신의 눈을 믿고 눈으로 보게 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예술가씨!> p93.
홍수정 씨의 블로그에 인용되어 있는 글
퍼: 작품에서 꽃잎이 아주 중요하다 하셨는데, 꽃잎을 그리게 된 이유가 있으세요?
홍: 2008년에 3개월 동안 혼자 유럽을 여행했어요. 어느 날 벤치에 앉아서 강가를 바라보는데 바람이 불고 꽃잎들이 마구 날리면서 떨어지는 거에요. 갑자기 아름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세상 사는 게 이런 건가 싶은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퍼: 중요한 순간이었네요? 그때 그림을 그리셨어요?
홍: 네, 바로 노트를 펴고 몇 시간이나 드로잉을 했어요. 거기서 제 꽃잎 드로잉이 시작됐어요. 어떤 사건보다 잊지 못할 순간이죠.
퍼: 그 드로잉 가지고 계세요? 보고 싶어요.
홍: (드로잉 노트를 찾아와서) 여기 있어요. 스웨덴의 ‘우메오’라는 시골 동네였는데 친구가 유학 중인 곳이라 얹혀 있으면서 좀 오래 머물렀어요.
퍼: 드로잉 노트 굉장한데요. 이것 자체로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홍: 항상 드로잉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여행갈 때마다 한 권씩 채워서 오는 것 같아요. 유럽 여행이 그 시작이었고요. 여기 적혀 있네요. 2008년 3.27일 파리부터 6.22까지 런던까지. 그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으면서도 계속 끄적끄적 드로잉을 하고 있는 거에요.
퍼: 유럽 여행을 안 다녀왔으면 지금의 작업과 다른 작업을 하고 있겠네요?
홍: 그랬겠죠. 대학원 졸업할 땐 지금과 다른 작업이었어요. ‘수퍼홍’이라고 수퍼맨의 몸에 다른 얼굴을 대입하는 작업이었는데 비슷한 작업을 하는 분이 있어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유럽 여행은 몸도 마음도 좀 힘든 상태로 떠났지만 내 꿈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의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에요.
퍼: 지금의 꽃잎 작업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홍: 지금 하고 있는 꽃잎의 연쇄된 드로잉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아요. 작가의 작업에는 사상과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살 두 살 더 나이가 먹어가면서 경험이 더욱 쌓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또 달라질 테고 제 작품 속에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되겠죠.
퍼: 드로잉 노트가 소스가 되니까 앞으로 작업할 내용은 무궁무진 하겠어요.
홍: 네, 평소 드로잉 해놓은 것들 중에서 골라서 캔버스에 옮겨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면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드로잉 자체가 저에겐 즐겁게 노는 거에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작업 하기 싫을 때는 혼자 까페에 가서 드로잉을 하기도 해요. 다이어리도 쓰고요.
1. 날리는 꽃잎처럼
퍼슨웹(이하 ‘퍼’): 작가님 작품마다 그려진 저 실타래 같은 것은 뭔가요?
홍수정(이하 ‘홍’): 꽃을 그린 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무수히 많은 꽃잎들이요. 제 작품에서 꽃잎은 아주 중요해요.
퍼: 사람들이 꽃잎이라고 생각 못 하겠어요.
홍: 무슨 촉수나 깨알 같다는 분들도 있어요.
퍼: 꽃잎처럼 보이도록 그릴수도 있었을 텐데 일부러 그렇게 안 그리신 거에요?
홍: 이중적인 걸 담고 싶었어요. 사람 인생에도 모순적인 게 많잖아요. 꽃잎도 외면으로는 화려하지만 시들면 지저분하고 예쁘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꽃잎으로 보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꽃잎이라고 굳이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보는 사람마다 자신의 느낌 대로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형상이 가진 상징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아요
미술도 상징성을 가진 일종의 언어체계라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꾸 ‘이게 뭘 뜻하냐’라고 물어보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그림은 분명 글과는 전혀 다른 언어체계가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게 색과 형의 본성이죠
그게 시각예술이 언어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시각 예술을 너무 언어처럼 읽도록 교육받아 왔어요.
거기서 좀 벗어나 순수하게 관객들이 자신의 눈을 믿고 눈으로 보게 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예술가씨!> p93.
홍수정 씨의 블로그에 인용되어 있는 글
퍼: 작품에서 꽃잎이 아주 중요하다 하셨는데, 꽃잎을 그리게 된 이유가 있으세요?
홍: 2008년에 3개월 동안 혼자 유럽을 여행했어요. 어느 날 벤치에 앉아서 강가를 바라보는데 바람이 불고 꽃잎들이 마구 날리면서 떨어지는 거에요. 갑자기 아름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세상 사는 게 이런 건가 싶은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퍼: 중요한 순간이었네요? 그때 그림을 그리셨어요?
홍: 네, 바로 노트를 펴고 몇 시간이나 드로잉을 했어요. 거기서 제 꽃잎 드로잉이 시작됐어요. 어떤 사건보다 잊지 못할 순간이죠.
퍼: 그 드로잉 가지고 계세요? 보고 싶어요.
홍: (드로잉 노트를 찾아와서) 여기 있어요. 스웨덴의 ‘우메오’라는 시골 동네였는데 친구가 유학 중인 곳이라 얹혀 있으면서 좀 오래 머물렀어요.
퍼: 드로잉 노트 굉장한데요. 이것 자체로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홍: 항상 드로잉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여행갈 때마다 한 권씩 채워서 오는 것 같아요. 유럽 여행이 그 시작이었고요. 여기 적혀 있네요. 2008년 3.27일 파리부터 6.22까지 런던까지. 그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으면서도 계속 끄적끄적 드로잉을 하고 있는 거에요.
퍼: 유럽 여행을 안 다녀왔으면 지금의 작업과 다른 작업을 하고 있겠네요?
홍: 그랬겠죠. 대학원 졸업할 땐 지금과 다른 작업이었어요. ‘수퍼홍’이라고 수퍼맨의 몸에 다른 얼굴을 대입하는 작업이었는데 비슷한 작업을 하는 분이 있어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유럽 여행은 몸도 마음도 좀 힘든 상태로 떠났지만 내 꿈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의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에요.
퍼: 지금의 꽃잎 작업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홍: 지금 하고 있는 꽃잎의 연쇄된 드로잉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아요. 작가의 작업에는 사상과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살 두 살 더 나이가 먹어가면서 경험이 더욱 쌓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또 달라질 테고 제 작품 속에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되겠죠.
퍼: 드로잉 노트가 소스가 되니까 앞으로 작업할 내용은 무궁무진 하겠어요.
홍: 네, 평소 드로잉 해놓은 것들 중에서 골라서 캔버스에 옮겨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면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드로잉 자체가 저에겐 즐겁게 노는 거에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작업 하기 싫을 때는 혼자 까페에 가서 드로잉을 하기도 해요. 다이어리도 쓰고요.
2. 유통기한 연장의 꿈
퍼: 작가님 작품에 여자아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의미가 있나요?
홍: 사람들 마음에 다 소녀가 있는 것 같아요. 엄마도 할머니도 그렇고요. 마음 속 소녀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에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한테도 소녀의 모습이 있어요. 누구나 다 늙고 싶지 않아 하죠.
퍼 : 맞아요.
홍 : 그녀들의 몇 십 년 전, 소녀시절의 아련한 사진 속 모습을 파스텔 계열로 표현해요. 그 소녀에게서 하나 하나의 꽃잎들이 나와 세상으로 퍼져나가면서 꿈이 펼쳐지는 거에요.
퍼: 그래서 첫 개인전의 주제가 ‘유통기한 연장의 꿈’이군요?
홍: 네. 유통기한을 연장하고 싶은 그 꿈들을 연쇄되는 꽃잎으로 그려 넣어요.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선을 그려나가지만 나중엔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려나가기도 해요.
퍼 : 무의식적으로요?
홍: 작업을 하는 순간 저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것 같아요. 세필로 그려지는 꽃잎의 연쇄 드로잉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자라나고 증식해 나가기도 해요.
퍼: 두부와 콩, 브로콜리를 그린 작품도 있던데요?
홍: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제가 유럽 다녀 온 후에 두부랑 콩을 굉장히 많이 먹었어요. 몸에도 좋고 맛있어서 좋아하는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자주 보다 보니까 ‘얘네들은 무슨 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브로콜리랑 파프리카도 그리게 됐고요.
퍼: 재밌네요.
홍: 한 평론가가 제 작업실에 오셨는데 제 작업이 여성적이래요. 두부나 브로콜리 같은 것들도 식물성의 것들이고, 여성이나 소녀와도 통하는 느낌이잖아요. 저도 모르게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퍼: 작가님 작품은 누가 봐도 여성 작가라고 생각할 것 같긴해요.
홍: 남자들은 아무래도 동물성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대요. 소녀를 그려도 에로틱한 면이 보이고요. 그런데 제가 그린 소녀들은 오히려 어린아이에 가깝죠.
퍼: <오필리어> 라는 작품을 아끼신다고 들었어요.
홍: 제 작품들마다 다 애착이 가지만 <오필리어>는 스스로 재미있게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머리카락이 많아서 강해 보이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요. 우리가 아는 햄릿의 오필리어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하다가 죽잖아요. 그런데 겉으로는 여리고 사랑스럽지만 속으로는 강한 게 현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표현해 본 거에요.
퍼: <심장아 피어나라> 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꽃잎들만 가득해요. 제목도 특이하고요.
홍: 이 작품은 조금 특별한 게, 제가 좋아하는 분이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아프셨을 때라 빨리 완성해서 선물해 드려야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직접 심장을 그리진 않았지만 심장에서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붉은 톤으로 작업했어요.
퍼: 지금은 완쾌되셨나요?
홍: 네, 지금은 괜찮으세요. 다른 작품은 대부분 캔버스에 했는데 이 작품은 나무 판에 블랙을 먼저 칠하고 중간에 사포질 하면서 밝은 색을 계속 올린 거에요. 그러면서 사람이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늙고 병들게 된다는 생각, 다시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퍼: 몇 작품을 제외하면 파스텔 계열의 색을 쓰시는 데 이유가 있어요?
홍: 대학원 때는 강한 색도 썼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요즘의 파스텔 계열이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색 만들고 칠하는 쾌감이 커요. 그리고 바탕이 너무 강하면 꽃잎 드로잉이 잘 안보이니까 그렇기도 하고요.
퍼: 등장인물의 머리카락 부분이 흰색인 작품이 많아요.
홍: 네, 평면적인 색감을 깔아줘야 그 위에서 꽃잎 들이 자유롭게 꿈을 꾸고 번져갈 것 같아서 그렇게 해봤어요.
퍼: 눈, 코, 입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홍: 그렇죠. 입에서 꽃잎이 나와서 말을 하거나, 머릿속으로 뭔가를 상상한다거나 하는 걸 표현하고 싶은데 눈, 코, 입을 그리면 시선이 그쪽으로 가니까요
퍼: 지금 막 작업중인 작품들에서는 색이 조금 진해지는 것 같아요.
홍: 파스텔 계열의 색을 한참 쓰다 보니까 약간 새로운 시도들도 하게 되요. 그리고 봄이 되면서 마음도 밝고 화사해져서 그런가 봐요.
퍼: 더 자신감이 생기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홍: 하하.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의 꽃잎 작업들로 전시할 기회가 생기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요.
2. 유통기한 연장의 꿈
퍼: 작가님 작품에 여자아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의미가 있나요?
홍: 사람들 마음에 다 소녀가 있는 것 같아요. 엄마도 할머니도 그렇고요. 마음 속 소녀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에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한테도 소녀의 모습이 있어요. 누구나 다 늙고 싶지 않아 하죠.
퍼 : 맞아요.
홍 : 그녀들의 몇 십 년 전, 소녀시절의 아련한 사진 속 모습을 파스텔 계열로 표현해요. 그 소녀에게서 하나 하나의 꽃잎들이 나와 세상으로 퍼져나가면서 꿈이 펼쳐지는 거에요.
퍼: 그래서 첫 개인전의 주제가 ‘유통기한 연장의 꿈’이군요?
홍: 네. 유통기한을 연장하고 싶은 그 꿈들을 연쇄되는 꽃잎으로 그려 넣어요.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선을 그려나가지만 나중엔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려나가기도 해요.
퍼 : 무의식적으로요?
홍: 작업을 하는 순간 저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것 같아요. 세필로 그려지는 꽃잎의 연쇄 드로잉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자라나고 증식해 나가기도 해요.
퍼: 두부와 콩, 브로콜리를 그린 작품도 있던데요?
홍: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제가 유럽 다녀 온 후에 두부랑 콩을 굉장히 많이 먹었어요. 몸에도 좋고 맛있어서 좋아하는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자주 보다 보니까 ‘얘네들은 무슨 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브로콜리랑 파프리카도 그리게 됐고요.
퍼: 재밌네요.
홍: 한 평론가가 제 작업실에 오셨는데 제 작업이 여성적이래요. 두부나 브로콜리 같은 것들도 식물성의 것들이고, 여성이나 소녀와도 통하는 느낌이잖아요. 저도 모르게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퍼: 작가님 작품은 누가 봐도 여성 작가라고 생각할 것 같긴해요.
홍: 남자들은 아무래도 동물성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대요. 소녀를 그려도 에로틱한 면이 보이고요. 그런데 제가 그린 소녀들은 오히려 어린아이에 가깝죠.
퍼: <오필리어> 라는 작품을 아끼신다고 들었어요.
홍: 제 작품들마다 다 애착이 가지만 <오필리어>는 스스로 재미있게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머리카락이 많아서 강해 보이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요. 우리가 아는 햄릿의 오필리어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하다가 죽잖아요. 그런데 겉으로는 여리고 사랑스럽지만 속으로는 강한 게 현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표현해 본 거에요.
퍼: <심장아 피어나라> 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꽃잎들만 가득해요. 제목도 특이하고요.
홍: 이 작품은 조금 특별한 게, 제가 좋아하는 분이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아프셨을 때라 빨리 완성해서 선물해 드려야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직접 심장을 그리진 않았지만 심장에서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붉은 톤으로 작업했어요.
퍼: 지금은 완쾌되셨나요?
홍: 네, 지금은 괜찮으세요. 다른 작품은 대부분 캔버스에 했는데 이 작품은 나무 판에 블랙을 먼저 칠하고 중간에 사포질 하면서 밝은 색을 계속 올린 거에요. 그러면서 사람이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늙고 병들게 된다는 생각, 다시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퍼: 몇 작품을 제외하면 파스텔 계열의 색을 쓰시는 데 이유가 있어요?
홍: 대학원 때는 강한 색도 썼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요즘의 파스텔 계열이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색 만들고 칠하는 쾌감이 커요. 그리고 바탕이 너무 강하면 꽃잎 드로잉이 잘 안보이니까 그렇기도 하고요.
퍼: 등장인물의 머리카락 부분이 흰색인 작품이 많아요.
홍: 네, 평면적인 색감을 깔아줘야 그 위에서 꽃잎 들이 자유롭게 꿈을 꾸고 번져갈 것 같아서 그렇게 해봤어요.
퍼: 눈, 코, 입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홍: 그렇죠. 입에서 꽃잎이 나와서 말을 하거나, 머릿속으로 뭔가를 상상한다거나 하는 걸 표현하고 싶은데 눈, 코, 입을 그리면 시선이 그쪽으로 가니까요
퍼: 지금 막 작업중인 작품들에서는 색이 조금 진해지는 것 같아요.
홍: 파스텔 계열의 색을 한참 쓰다 보니까 약간 새로운 시도들도 하게 되요. 그리고 봄이 되면서 마음도 밝고 화사해져서 그런가 봐요.
퍼: 더 자신감이 생기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홍: 하하.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의 꽃잎 작업들로 전시할 기회가 생기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요.
3. 작가로 살아가기
퍼: 작가님은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미대 갈 때 고민은 없으셨나요?
홍: 입시준비 하면서 그림이 잘 나오지 않을 때면 이 길이 나의 길인지 고민을 했었어요. 그런데 고민은 아주 잠깐이었고 또 다시 어떤 근성인지 모르게 그림을 그렸어요. 작가에 대한 꿈은 어릴 적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너의 꿈이 뭐니?’라는 물음을 던질 때면 항상 ‘평생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퍼: 그럼 대학생활이 즐거우셨겠네요?
홍: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집중해서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친구들이랑 모여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즐거웠고요. 힘들어도 보람되었던 대학 생활을 보냈던 것 같아요.
퍼: 작업하는 게 여전히 즐거우세요?
홍: 혼자 작업실에서 비오면 빗소리 듣고, 음악도 듣고, 향초 피워놓고 ‘이건 나를 위한 시간이야’ 그러면서 마구 작업을 할 때 너무 좋아요.
퍼: 힘든 점은 없으세요?
홍: 항상 즐겁게 하려고 해요. 기분에 따라서 다른 작업이 나와요. 작업할 때 색감이나 사람들을 가볍고 행복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일이라는 생각으로 팍팍하게 하지 않고, 편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
퍼: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에 만족하시나요?
홍: 사람들이 물어보면 이 직업이 참 좋은 직업이라고 얘기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요.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다 힘들어 해요. 주된 화제가 돈이고요. 물론 저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돈도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어요. 하지만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퍼: 요즘 작가들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홍: 다들 고흐보다는 앤디 워홀이 되고 싶어하죠. 그래도 작가는 우선 작업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많이 응모하고 많이 떨어진 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욕심나는 곳만 몇 군데 내보고 ‘어, 나를 떨어뜨렸네? 이제 안 해야겠다.’ 그런 사람도 있죠. 옆에서 보기 안타깝죠.
퍼 : 그럴 때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인가요?
홍 :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친구라도 그 부분은 말해주기 어려워요. 사실 작업 이야기는 민감하니까요. 친구가 어떤 얘길 해주면 ‘어, 고마워’ 하면서도 내심 계속 머리에 남아요. 그냥 미술과 상관없는 사람이 얘기해주면 괜찮은데 미술하는 친구들끼리는 오히려 말을 더 못하겠어요.
퍼: 동생이나 후배나, 미래의 자녀라든지 누군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홍: 대화를 해본 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작가의 생활은 즐겁지만 때로는 힘든 것들을 감당해야 할 어려운 순간도 오는데,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퍼: 작업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홍: 정말 좋은 작업, 스스로가 감동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렇게 되기 위해 평소에 작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항상 하는 드로잉에서부터, 캔버스에 그려 넣는 스케치의 구도, 느낌에 맞는 색을 올리는 작업까지 하나도 소홀함을 두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 써요.
퍼: 요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욕심은 없으세요?
홍: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는 벽면을 이용한 작업이나 설치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변화가 될지는 저도 의문이지만요.
퍼: 점점 큰 사이즈의 작업을 시도하시는 것 같아요.
홍: 학부나 대학원 때는 학교에서 당연히 전시를 하고 작업을 하니까, 졸업해도 그게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겁 없이 큰 작업을 오히려 더 많이 했어요.
퍼: 그런가요?
홍: 그런데 졸업하고 나서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작업도 전시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졸업 이후에 다시 100호를 하게 되었을 때는 좀 두려웠어요. 내가 드로잉 했던 것을 저기다 옮기면 어떻게 변할까 두근거리기도 하고요.
퍼: 졸업하고 다시 100호를 하게 된 게 언제였는데요?
홍: 작업실을 큰 곳(지금의 작업실)으로 옮기고 난 후에요. 예전 작업실에서는 30호 이하만 작업했어요. 그런데 작업실을 옮기고는, 그냥 전화해서 주문했어요. 100호 몇 개 보내달라고. 그리고 ‘100호 열 개 할 때까지 여행가지 말아야지’ 라는 충동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퍼: 작년에 전시를 꽤 많이 하셨죠? 까페 전시도 해보셨어요?
홍: 네, 2010년에는 이런저런 기회가 많아서 신났었어요. 시작이 홍대 앞 까페 ‘미스 홍’의 전시 였어요. 거기서 전시를 하고부터 지원하는 공모전마다 다 잘 되어서 까페 전시에 대해 좋은 느낌이에요. 친구들이 제가 홍씨라서 ‘미스 홍’이 행운을 불러다 준거 같다고 농담도 해요. 누군가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퍼: 온라인 전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 인터넷 사이트에 제가 소개 되는 것이 신기하고 좋아요. 우선 나를 많이 알려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 사람들이 이미지를 퍼가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하거나 하진 않아요. 보통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퍼가겠죠, 싫어하는데 퍼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 제 작품을 스크랩 해가면 오히려 영광이죠.
3. 작가로 살아가기
퍼: 작가님은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미대 갈 때 고민은 없으셨나요?
홍: 입시준비 하면서 그림이 잘 나오지 않을 때면 이 길이 나의 길인지 고민을 했었어요. 그런데 고민은 아주 잠깐이었고 또 다시 어떤 근성인지 모르게 그림을 그렸어요. 작가에 대한 꿈은 어릴 적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너의 꿈이 뭐니?’라는 물음을 던질 때면 항상 ‘평생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퍼: 그럼 대학생활이 즐거우셨겠네요?
홍: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집중해서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친구들이랑 모여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즐거웠고요. 힘들어도 보람되었던 대학 생활을 보냈던 것 같아요.
퍼: 작업하는 게 여전히 즐거우세요?
홍: 혼자 작업실에서 비오면 빗소리 듣고, 음악도 듣고, 향초 피워놓고 ‘이건 나를 위한 시간이야’ 그러면서 마구 작업을 할 때 너무 좋아요.
퍼: 힘든 점은 없으세요?
홍: 항상 즐겁게 하려고 해요. 기분에 따라서 다른 작업이 나와요. 작업할 때 색감이나 사람들을 가볍고 행복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일이라는 생각으로 팍팍하게 하지 않고, 편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
퍼: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에 만족하시나요?
홍: 사람들이 물어보면 이 직업이 참 좋은 직업이라고 얘기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요.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다 힘들어 해요. 주된 화제가 돈이고요. 물론 저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돈도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어요. 하지만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퍼: 요즘 작가들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홍: 다들 고흐보다는 앤디 워홀이 되고 싶어하죠. 그래도 작가는 우선 작업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많이 응모하고 많이 떨어진 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욕심나는 곳만 몇 군데 내보고 ‘어, 나를 떨어뜨렸네? 이제 안 해야겠다.’ 그런 사람도 있죠. 옆에서 보기 안타깝죠.
퍼 : 그럴 때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인가요?
홍 :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친구라도 그 부분은 말해주기 어려워요. 사실 작업 이야기는 민감하니까요. 친구가 어떤 얘길 해주면 ‘어, 고마워’ 하면서도 내심 계속 머리에 남아요. 그냥 미술과 상관없는 사람이 얘기해주면 괜찮은데 미술하는 친구들끼리는 오히려 말을 더 못하겠어요.
퍼: 동생이나 후배나, 미래의 자녀라든지 누군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홍: 대화를 해본 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작가의 생활은 즐겁지만 때로는 힘든 것들을 감당해야 할 어려운 순간도 오는데,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퍼: 작업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홍: 정말 좋은 작업, 스스로가 감동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렇게 되기 위해 평소에 작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항상 하는 드로잉에서부터, 캔버스에 그려 넣는 스케치의 구도, 느낌에 맞는 색을 올리는 작업까지 하나도 소홀함을 두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 써요.
퍼: 요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욕심은 없으세요?
홍: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는 벽면을 이용한 작업이나 설치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변화가 될지는 저도 의문이지만요.
퍼: 점점 큰 사이즈의 작업을 시도하시는 것 같아요.
홍: 학부나 대학원 때는 학교에서 당연히 전시를 하고 작업을 하니까, 졸업해도 그게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겁 없이 큰 작업을 오히려 더 많이 했어요.
퍼: 그런가요?
홍: 그런데 졸업하고 나서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작업도 전시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졸업 이후에 다시 100호를 하게 되었을 때는 좀 두려웠어요. 내가 드로잉 했던 것을 저기다 옮기면 어떻게 변할까 두근거리기도 하고요.
퍼: 졸업하고 다시 100호를 하게 된 게 언제였는데요?
홍: 작업실을 큰 곳(지금의 작업실)으로 옮기고 난 후에요. 예전 작업실에서는 30호 이하만 작업했어요. 그런데 작업실을 옮기고는, 그냥 전화해서 주문했어요. 100호 몇 개 보내달라고. 그리고 ‘100호 열 개 할 때까지 여행가지 말아야지’ 라는 충동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퍼: 작년에 전시를 꽤 많이 하셨죠? 까페 전시도 해보셨어요?
홍: 네, 2010년에는 이런저런 기회가 많아서 신났었어요. 시작이 홍대 앞 까페 ‘미스 홍’의 전시 였어요. 거기서 전시를 하고부터 지원하는 공모전마다 다 잘 되어서 까페 전시에 대해 좋은 느낌이에요. 친구들이 제가 홍씨라서 ‘미스 홍’이 행운을 불러다 준거 같다고 농담도 해요. 누군가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퍼: 온라인 전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 인터넷 사이트에 제가 소개 되는 것이 신기하고 좋아요. 우선 나를 많이 알려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 사람들이 이미지를 퍼가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하거나 하진 않아요. 보통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퍼가겠죠, 싫어하는데 퍼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 제 작품을 스크랩 해가면 오히려 영광이죠.
4. 나의 첫 개인전
퍼: 첫 개인전을 준비중이시죠? 전시 준비는 다 되셨어요?
홍: 평소에 미리미리 하는 편이라 전시할 작품 수는 충분한데도 요즘 작업을 더 많이 해요. 작업실에 안 가면 불안해요.
퍼: 그동안 계속 작업을 하셨는데 서른을 넘길 때까지 개인전을 안 하신 이유가 있나요?
홍: 모든 건 적당한 때가 있다고 생각하며 기다렸어요. 대학원 졸업하고 나서 처음에는 당연히 작업도 하고 전시를 하겠지 했는데, 막상 졸업하니까 기회는 자기가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또 경제적인 문제들이 있어서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까 잠시 소홀해진 적도 있었고요.
퍼: <나의 첫 전시회> 공모에 당선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어떠셨어요?
홍 : 이번에는 특히 스물 여덟 명이나 되는 심사위원이 심사를 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좋은 평가를 해준 거잖아요.
퍼 : 맞아요. 이번에 심사위원 28명이나 됐지요.
홍: 사실 다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뻔 했는데,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날 연락이 왔어요. 너무 기뻤죠. 그동안 무조건 도전했어요.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공모전에 되어서 단체전도 여러 번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갤러리를 많이 겪어보고 울기도 했어요.
퍼: 할 뻔 했다가 안 하게 된 개인전은 왜 그렇게 된 거에요?
홍: 1주일 보다 더 짧은 기간 동안 전시를 하면서 작품 하나를 기증해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안 하기로 했어요. 대관료 없이 전시를 하면 갤러리에 작품을 하나 줘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마다 고민이 되죠.
퍼: 그러셨군요. 기다리던 첫 개인전을 앞두고 계신데, 요즘 기분이 어떠세요?
홍: 완전히 불안해요. 준비도 많이 했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홍수정이란 이름이 단독으로 들어가는 게 처음이니까 책임감, 긴장감이 커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괜찮아, 그냥 지나가는 거야’ 하는데 전 불안하고 긴장돼서 요즘 초콜릿을 많이 먹어요.
퍼: 이번 전시에는 몇 작품 출품하세요?
홍: 20개 정도 준비했어요. 밥 먹을 때 빼고는 다 작업을 했어요. 아침에 운동 갔다 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하루 종일 색 바르고, 집에 갈 때쯤에는 눈이 시뻘겋고 온몸이 아픈데 참 뿌듯해요. ‘저 색 맘에 들게 됐구나’ 하고요. 밤에 잠에 잘 때는 일찍 일어나서 내일 또 빨리 작업실 가야지, 어서 마저 다 끝내야지 싶어요. 어제도 밤 12시에 집에 갔어요.
퍼: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작품 판매가 되지 않으면 서운하시겠어요?
홍: 첫 개인전에서 판매는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팔리면 좋지만 그걸 위해 작업을 하진 않으니까, 판매가 안 된다고 실망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이름 있는 작가가 되면 예전에 안 팔렸던 것들도 다 팔리게 되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한 명이라도 좋아서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흥분되는 일일 것 같아요.
퍼: 그럼 첫 개인전에 어떤 것을 기대하고 계세요?
홍: 제 주변 친구들 개인전 할 때마다 문자가 부러웠어요. 친구들이 개인전 한다고 문자 보낼 때, 마음에 드는 것을 저장해 놓았어요. ‘나도 개인전 할 때 이렇게 문자를 보내야지.’ 하고요.
퍼 : 저장해 두셨군요. 하하
홍 : 지인들이나 친한 사람들한테 개인전 한다고 전할 생각에 너무 좋고 설레어요. 전시 일주일 전이 좋을까, 5일 전이 좋을까 생각했는데 5일 전에 보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퍼: 어떤 문자일지 궁금해요. 그밖에 더 기대하는 게 있다면요?
홍: 전에 어떤 작가의 개인전에 갔는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도 고마웠어요. 개인전을 하는 그 작가가 너무 부러운 상황이었는데, 저한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준 게 참 좋았아요. 저도 꼭 그렇게 제 개인전에 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왔냐고 인사하고 싶어요.
퍼: 소박하고 따뜻하네요. 가족들도 축하해 주러 오세요?
홍: 가족이나 친척들은 오프닝 파티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작가로서 챙겨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가족에게는 신경 못 쓸 것 같아요. 다른 날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퍼: 관람객들이 작업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홍: 글쎄요. 작업에 대해서는 다 생각들이 있을 거에요. 사실 작가나 이 쪽 사람들은 쓱 보면 금방 느낌이 오죠. 누군가는 제 작품이 별로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면 작가로 살기 힘들 것 같아요.
퍼: 작업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홍: 안 좋은 얘기를 제 앞에서 하진 않을지라도 어떻게든 저에게 들려오는 것 같아요. 저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갤러리에서도 가끔 어떤 걸 바꾸면 팔리겠다고 조언할 때가 있지만, 기분 나쁘기보다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해요. 물론 이해는 하되 저는 그냥 제 생각대로 하는 거구요.
퍼: 지금까지 작품을 판매해 본 경험이 얼마나 되시는지 물어도 될까요?
홍: 많지는 않고, 전시를 하면 갤러리 쪽에서 구입하실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갤러리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가지고 있으려고 하겠죠. 그러다 보니 어떤걸 좋아하는지 약간 느낌은 오는데, 막상 작업을 할 때 거기까지 신경을 쓰게 되진 못하는 것 같아요..
퍼: 요즘 갤러리들이 어떤 상황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홍: 전 사실 저렴하게 사고 비싸게 판다는 게 어떤건지 잘 몰랐어요. 갤러리가 그림을 사고 훨씬 비싸게 팔아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상업 갤러리는 이윤을 남겨야 하니까 대안공간이랑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바램이 있다면 신진 작가들이라도 좀 더 조심스럽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퍼: 작가님 작품을 구입하신 분과 직접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어요?
홍: 네. 컬렉터가 사가신 적도 있어요. 긍정적인 부분이든 부정적인 부분이든 제 작품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얘기를 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이 크죠. 그렇지만 그들이 원하는 부분으로 100% 그려나간다면 저의 작품이 아닌 누구나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되겠죠. 제 작품이 좋은 분께 판매가 되어 그 분들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뭔가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퍼: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이 그림을 살까요?
홍: 있는 분들? 그냥 그림이 좋아서 사시는 분들은 극히 드문 것 같아요. 미술에 관심이 없지만 사야 할 분위기가 되어서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런 걸 보면 하여튼 누군가 그림을 사는 사람이 계속 있을 것 같긴 해요.
4. 나의 첫 개인전
퍼: 첫 개인전을 준비중이시죠? 전시 준비는 다 되셨어요?
홍: 평소에 미리미리 하는 편이라 전시할 작품 수는 충분한데도 요즘 작업을 더 많이 해요. 작업실에 안 가면 불안해요.
퍼: 그동안 계속 작업을 하셨는데 서른을 넘길 때까지 개인전을 안 하신 이유가 있나요?
홍: 모든 건 적당한 때가 있다고 생각하며 기다렸어요. 대학원 졸업하고 나서 처음에는 당연히 작업도 하고 전시를 하겠지 했는데, 막상 졸업하니까 기회는 자기가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또 경제적인 문제들이 있어서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까 잠시 소홀해진 적도 있었고요.
퍼: <나의 첫 전시회> 공모에 당선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어떠셨어요?
홍 : 이번에는 특히 스물 여덟 명이나 되는 심사위원이 심사를 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좋은 평가를 해준 거잖아요.
퍼 : 맞아요. 이번에 심사위원 28명이나 됐지요.
홍: 사실 다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뻔 했는데,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날 연락이 왔어요. 너무 기뻤죠. 그동안 무조건 도전했어요.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공모전에 되어서 단체전도 여러 번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갤러리를 많이 겪어보고 울기도 했어요.
퍼: 할 뻔 했다가 안 하게 된 개인전은 왜 그렇게 된 거에요?
홍: 1주일 보다 더 짧은 기간 동안 전시를 하면서 작품 하나를 기증해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안 하기로 했어요. 대관료 없이 전시를 하면 갤러리에 작품을 하나 줘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마다 고민이 되죠.
퍼: 그러셨군요. 기다리던 첫 개인전을 앞두고 계신데, 요즘 기분이 어떠세요?
홍: 완전히 불안해요. 준비도 많이 했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홍수정이란 이름이 단독으로 들어가는 게 처음이니까 책임감, 긴장감이 커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괜찮아, 그냥 지나가는 거야’ 하는데 전 불안하고 긴장돼서 요즘 초콜릿을 많이 먹어요.
퍼: 이번 전시에는 몇 작품 출품하세요?
홍: 20개 정도 준비했어요. 밥 먹을 때 빼고는 다 작업을 했어요. 아침에 운동 갔다 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하루 종일 색 바르고, 집에 갈 때쯤에는 눈이 시뻘겋고 온몸이 아픈데 참 뿌듯해요. ‘저 색 맘에 들게 됐구나’ 하고요. 밤에 잠에 잘 때는 일찍 일어나서 내일 또 빨리 작업실 가야지, 어서 마저 다 끝내야지 싶어요. 어제도 밤 12시에 집에 갔어요.
퍼: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작품 판매가 되지 않으면 서운하시겠어요?
홍: 첫 개인전에서 판매는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팔리면 좋지만 그걸 위해 작업을 하진 않으니까, 판매가 안 된다고 실망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이름 있는 작가가 되면 예전에 안 팔렸던 것들도 다 팔리게 되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한 명이라도 좋아서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흥분되는 일일 것 같아요.
퍼: 그럼 첫 개인전에 어떤 것을 기대하고 계세요?
홍: 제 주변 친구들 개인전 할 때마다 문자가 부러웠어요. 친구들이 개인전 한다고 문자 보낼 때, 마음에 드는 것을 저장해 놓았어요. ‘나도 개인전 할 때 이렇게 문자를 보내야지.’ 하고요.
퍼 : 저장해 두셨군요. 하하
홍 : 지인들이나 친한 사람들한테 개인전 한다고 전할 생각에 너무 좋고 설레어요. 전시 일주일 전이 좋을까, 5일 전이 좋을까 생각했는데 5일 전에 보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퍼: 어떤 문자일지 궁금해요. 그밖에 더 기대하는 게 있다면요?
홍: 전에 어떤 작가의 개인전에 갔는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도 고마웠어요. 개인전을 하는 그 작가가 너무 부러운 상황이었는데, 저한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준 게 참 좋았아요. 저도 꼭 그렇게 제 개인전에 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왔냐고 인사하고 싶어요.
퍼: 소박하고 따뜻하네요. 가족들도 축하해 주러 오세요?
홍: 가족이나 친척들은 오프닝 파티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작가로서 챙겨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가족에게는 신경 못 쓸 것 같아요. 다른 날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퍼: 관람객들이 작업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홍: 글쎄요. 작업에 대해서는 다 생각들이 있을 거에요. 사실 작가나 이 쪽 사람들은 쓱 보면 금방 느낌이 오죠. 누군가는 제 작품이 별로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면 작가로 살기 힘들 것 같아요.
퍼: 작업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홍: 안 좋은 얘기를 제 앞에서 하진 않을지라도 어떻게든 저에게 들려오는 것 같아요. 저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갤러리에서도 가끔 어떤 걸 바꾸면 팔리겠다고 조언할 때가 있지만, 기분 나쁘기보다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해요. 물론 이해는 하되 저는 그냥 제 생각대로 하는 거구요.
퍼: 지금까지 작품을 판매해 본 경험이 얼마나 되시는지 물어도 될까요?
홍: 많지는 않고, 전시를 하면 갤러리 쪽에서 구입하실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갤러리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가지고 있으려고 하겠죠. 그러다 보니 어떤걸 좋아하는지 약간 느낌은 오는데, 막상 작업을 할 때 거기까지 신경을 쓰게 되진 못하는 것 같아요..
퍼: 요즘 갤러리들이 어떤 상황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홍: 전 사실 저렴하게 사고 비싸게 판다는 게 어떤건지 잘 몰랐어요. 갤러리가 그림을 사고 훨씬 비싸게 팔아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상업 갤러리는 이윤을 남겨야 하니까 대안공간이랑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바램이 있다면 신진 작가들이라도 좀 더 조심스럽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퍼: 작가님 작품을 구입하신 분과 직접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어요?
홍: 네. 컬렉터가 사가신 적도 있어요. 긍정적인 부분이든 부정적인 부분이든 제 작품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얘기를 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이 크죠. 그렇지만 그들이 원하는 부분으로 100% 그려나간다면 저의 작품이 아닌 누구나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되겠죠. 제 작품이 좋은 분께 판매가 되어 그 분들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뭔가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퍼: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이 그림을 살까요?
홍: 있는 분들? 그냥 그림이 좋아서 사시는 분들은 극히 드문 것 같아요. 미술에 관심이 없지만 사야 할 분위기가 되어서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런 걸 보면 하여튼 누군가 그림을 사는 사람이 계속 있을 것 같긴 해요.
5. 생활인 홍수정
퍼: 이제 작가 홍수정이 아닌 생활인 홍수정에 대해 좀 여쭤볼게요. 경제적인 문제로 다른 일을 하셨었나요?
홍: 부모님이 항상 대학원을 졸업하면 네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하셔서, 2007년에 대학원 졸업하고 나서 1년 동안 학원 강사로 사회생활을 했었어요. 하고 싶은 걸 하는 대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퍼: 학원 강사의 수입은 괜찮은 편인가요?
홍: 이를 악물고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시기였어요. 학원 강사의 페이는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아요. 혼자서 살아갈 정도는 되는데, 솔직히 카드로 예쁜 옷도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잖아요.
퍼 : 그렇죠.
홍 : 저는 정말 꾹 참고 1년을 모아서 3개월 동안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학원 일 하면서도 목마름 같은 게 있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작업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졌어요.
퍼: 가족들은 평소에 응원을 해주시나요?
홍: 부모님은 대구에 계신데 항상 잘하라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수정이 잘 될 거라고 얘기해 주세요. 이번에 축하도 많이 받았고요. 특히 어머니가 의지가 많이 되요.
퍼: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어요?
홍: 네.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지금도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같아요. 외박도 허락이 안 되는 엄한 집안이었는데 캐나다와 유럽으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아버지를 설득해주신 어머니 덕분에 스스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퍼: 작업실에 보니깐 일본 친구들 사진이랑 편지가 있던데요?
홍: 대학생일 때 캐나다 어학 연수 가서 같은 집에 살았던 일본 친구들이에요. 친해져서 결혼식 때도 서로 왕래하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퍼: 오랫동안 잘 이어져오고 있네요.
홍: 처음에 일본 친구 세 명이랑 저랑 섬에서 놀러 갔는데 그 친구들이 서로 아주 친한 사이인데도 물 한 병 값을 정확히 n 분의 1로 나누는 거에요. 그때 놀라서 마음을 좀 닫았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그들의 문화라는 걸 알았어요. 사실은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었던 거죠.
퍼: 가족하고도 사이가 좋고 친구들도 많으신 것 같고, 사람을 좋아하세요?
홍: 사실 되게 소심해요. 관리실 아저씨한테 인사를 열심히 했는데, 제가 어려 보여서 그런지 반말하고 막 대해서 상처받은 적이 있어요. 나도 저 사람이 하는 만큼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홍: 주변에 피해주지 않는 사람,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 배려심 강한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스스로는 힘들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여 지는 부분에서 좋은 사람은 그런 것 같아요. 이것 또한 주관적이겠지만요. 그리고 제 주변에는 나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퍼: 학생들 가르치는 일도 하신다고 하셨는데 아이들과 지내는 건 어떠세요?
홍: 일주일에 4번, 디자인 고등학교에서 3시간씩 가서 수업을 해요. 학원 입시강사로 일했던 게 경력이 되어서, 그 때 학생들 대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지금 학교에 자리가 나도 친구들한테 소개하기 힘든 게 친구들은 고등학생 가르치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요. 그림을 가르치는 것 말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큰 부분인데 저는 이제 좀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퍼: 재미있어요?
홍: 그럼요. 저 앞머리 자를까 기를까 아이들한테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금이 좋다고 기르지 말라던데요. 하하. 중,고등학생들 보면 문자를 몇 백 통씩 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끼리 별 얘기를 다 하나봐요. 그런 걸 보면 나도 저랬나 싶고, 아이들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있어서 좋아요.
퍼: 작은 경험이나 인연도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느낌이에요.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홍: 제 좌우명이 ‘꿈을 가지고 즐기면서 살자’ 에요.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편이었는데, 20대 초. 중반에는 괜히 우울한 걸 즐긴 적도 있어요. 밤에 혼자 있는 걸 느끼면서 작업을 더 한다거나 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즐기는 거죠.
퍼: 그러셨나요?
홍 : 네, 그런데 이러다 큰일 날 것 같더라고요. 이제 좀 우울할 것 같으면 서점가서 책 보거나, 다이어리를 써요. 별 얘기를 다 써서 잃어버리면 큰일 나요. 하하.
퍼: 미술 이외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홍: 조용히 혼자서 하는 여행, 그리고 여러 가지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나 공연도 좋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은 93.1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항상 켜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퍼: 유럽 여행 이외에도 혼자 여행을 하셨어요?
홍: 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액티브한 활동도 좋아해서 스윙댄스도 가끔 추러 가고 보드를 타러 가기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활동들은 열심히 작업을 하고 뿌듯함을 느낀 후에 취해주면 더 배가 되는 것 같아요.
퍼: 10년 후 작가님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세요?
홍: 10년 후 저는 지금보다는 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18살 때 스스로에게 보낸 편지를 작년에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저희 반 학생들 모두에게 12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라고 하셨어요. 울컥한 감동의 편지를 받아 들고 더 놀라웠던 것은 그때 당시 제가 꿈꾸었던 생각들이 현재의 제 모습이었어요.
퍼: 놀라워요. 10년 전의 꿈대로 살고 있다니!
홍: 그만큼 전 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때면 스스로가 힘이 빠지고 우울해져서 다이어리에 저의 꿈을 구체화 시키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꿈을 꾸면서 다이어리를 쓸 것 같아요.
퍼: 편지 받고 어떻게 하셨어요?
홍: 학창시절을 보냈던 책상에 앉아서 10년 후 스스로에게 보낼 편지를 다시 써봤어요 어른이 되기 싫은 마음도, 매 10년마다 스스로에게 보낸 편지가 하나씩 쌓이면 마음이 달라지겠죠? 제 상황과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였죠.
홍수정 작가는 첫 개인전을 열게 될 갤러리 근처의 까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도 자신의 전시를 꼭 보러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9일의 전시 기간 동안, 한 사람이라도 더 자신의 작품을 봐주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이다.
홍수정 씨는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그만 둘 사람이 아닐 것 같다. 그녀가 매일 쓰는 다이어리와 틈틈이 채워가는 블로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신 없이 바쁘게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얼핏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단어들 -예술, 인생, 기다림, 행복, 긍정-에 대해 진지하게 소망하고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홍수정 씨는 작가로서의 삶을 끝까지 잘 꾸려갈 것 같다.
그녀는 공간이든 사람에 대해서든 자신이 속한 주변을 잘 정돈하고 돌보며 시간에 비례하는 음을 줄 것 같은 사람이다. 10년쯤 지나면 아니 5년만 지나면 꽤 자리를 잡은 작가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그때 다시 그녀에게 인터뷰를 청하고 싶다. 분명 그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더 깊게 들려줄 것이다.
5. 생활인 홍수정
퍼: 이제 작가 홍수정이 아닌 생활인 홍수정에 대해 좀 여쭤볼게요. 경제적인 문제로 다른 일을 하셨었나요?
홍: 부모님이 항상 대학원을 졸업하면 네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하셔서, 2007년에 대학원 졸업하고 나서 1년 동안 학원 강사로 사회생활을 했었어요. 하고 싶은 걸 하는 대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퍼: 학원 강사의 수입은 괜찮은 편인가요?
홍: 이를 악물고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시기였어요. 학원 강사의 페이는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아요. 혼자서 살아갈 정도는 되는데, 솔직히 카드로 예쁜 옷도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잖아요.
퍼 : 그렇죠.
홍 : 저는 정말 꾹 참고 1년을 모아서 3개월 동안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학원 일 하면서도 목마름 같은 게 있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작업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졌어요.
퍼: 가족들은 평소에 응원을 해주시나요?
홍: 부모님은 대구에 계신데 항상 잘하라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수정이 잘 될 거라고 얘기해 주세요. 이번에 축하도 많이 받았고요. 특히 어머니가 의지가 많이 되요.
퍼: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어요?
홍: 네.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지금도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같아요. 외박도 허락이 안 되는 엄한 집안이었는데 캐나다와 유럽으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아버지를 설득해주신 어머니 덕분에 스스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퍼: 작업실에 보니깐 일본 친구들 사진이랑 편지가 있던데요?
홍: 대학생일 때 캐나다 어학 연수 가서 같은 집에 살았던 일본 친구들이에요. 친해져서 결혼식 때도 서로 왕래하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퍼: 오랫동안 잘 이어져오고 있네요.
홍: 처음에 일본 친구 세 명이랑 저랑 섬에서 놀러 갔는데 그 친구들이 서로 아주 친한 사이인데도 물 한 병 값을 정확히 n 분의 1로 나누는 거에요. 그때 놀라서 마음을 좀 닫았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그들의 문화라는 걸 알았어요. 사실은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었던 거죠.
퍼: 가족하고도 사이가 좋고 친구들도 많으신 것 같고, 사람을 좋아하세요?
홍: 사실 되게 소심해요. 관리실 아저씨한테 인사를 열심히 했는데, 제가 어려 보여서 그런지 반말하고 막 대해서 상처받은 적이 있어요. 나도 저 사람이 하는 만큼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홍: 주변에 피해주지 않는 사람,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 배려심 강한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스스로는 힘들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여 지는 부분에서 좋은 사람은 그런 것 같아요. 이것 또한 주관적이겠지만요. 그리고 제 주변에는 나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퍼: 학생들 가르치는 일도 하신다고 하셨는데 아이들과 지내는 건 어떠세요?
홍: 일주일에 4번, 디자인 고등학교에서 3시간씩 가서 수업을 해요. 학원 입시강사로 일했던 게 경력이 되어서, 그 때 학생들 대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지금 학교에 자리가 나도 친구들한테 소개하기 힘든 게 친구들은 고등학생 가르치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요. 그림을 가르치는 것 말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큰 부분인데 저는 이제 좀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퍼: 재미있어요?
홍: 그럼요. 저 앞머리 자를까 기를까 아이들한테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금이 좋다고 기르지 말라던데요. 하하. 중,고등학생들 보면 문자를 몇 백 통씩 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끼리 별 얘기를 다 하나봐요. 그런 걸 보면 나도 저랬나 싶고, 아이들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있어서 좋아요.
퍼: 작은 경험이나 인연도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느낌이에요.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홍: 제 좌우명이 ‘꿈을 가지고 즐기면서 살자’ 에요.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편이었는데, 20대 초. 중반에는 괜히 우울한 걸 즐긴 적도 있어요. 밤에 혼자 있는 걸 느끼면서 작업을 더 한다거나 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즐기는 거죠.
퍼: 그러셨나요?
홍 : 네, 그런데 이러다 큰일 날 것 같더라고요. 이제 좀 우울할 것 같으면 서점가서 책 보거나, 다이어리를 써요. 별 얘기를 다 써서 잃어버리면 큰일 나요. 하하.
퍼: 미술 이외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홍: 조용히 혼자서 하는 여행, 그리고 여러 가지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나 공연도 좋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은 93.1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항상 켜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퍼: 유럽 여행 이외에도 혼자 여행을 하셨어요?
홍: 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액티브한 활동도 좋아해서 스윙댄스도 가끔 추러 가고 보드를 타러 가기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활동들은 열심히 작업을 하고 뿌듯함을 느낀 후에 취해주면 더 배가 되는 것 같아요.
퍼: 10년 후 작가님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세요?
홍: 10년 후 저는 지금보다는 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18살 때 스스로에게 보낸 편지를 작년에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저희 반 학생들 모두에게 12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라고 하셨어요. 울컥한 감동의 편지를 받아 들고 더 놀라웠던 것은 그때 당시 제가 꿈꾸었던 생각들이 현재의 제 모습이었어요.
퍼: 놀라워요. 10년 전의 꿈대로 살고 있다니!
홍: 그만큼 전 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때면 스스로가 힘이 빠지고 우울해져서 다이어리에 저의 꿈을 구체화 시키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꿈을 꾸면서 다이어리를 쓸 것 같아요.
퍼: 편지 받고 어떻게 하셨어요?
홍: 학창시절을 보냈던 책상에 앉아서 10년 후 스스로에게 보낼 편지를 다시 써봤어요 어른이 되기 싫은 마음도, 매 10년마다 스스로에게 보낸 편지가 하나씩 쌓이면 마음이 달라지겠죠? 제 상황과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였죠.
홍수정 작가는 첫 개인전을 열게 될 갤러리 근처의 까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도 자신의 전시를 꼭 보러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9일의 전시 기간 동안, 한 사람이라도 더 자신의 작품을 봐주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이다.
홍수정 씨는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그만 둘 사람이 아닐 것 같다. 그녀가 매일 쓰는 다이어리와 틈틈이 채워가는 블로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신 없이 바쁘게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얼핏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단어들 -예술, 인생, 기다림, 행복, 긍정-에 대해 진지하게 소망하고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홍수정 씨는 작가로서의 삶을 끝까지 잘 꾸려갈 것 같다.
그녀는 공간이든 사람에 대해서든 자신이 속한 주변을 잘 정돈하고 돌보며 시간에 비례하는 음을 줄 것 같은 사람이다. 10년쯤 지나면 아니 5년만 지나면 꽤 자리를 잡은 작가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그때 다시 그녀에게 인터뷰를 청하고 싶다. 분명 그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더 깊게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