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질주 자유인 – 다카하시 아유무

한국에서는 「LOVE & FREE」의 작가로 유명한 다카하시 아유무. 23살에 출판사를 설립해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하였으며, 26살 결혼 직후부터 아내 사야카와 1년 8개월간 세계 일주를 하였다. 출판 팩토리, 아일랜드 프로젝트, NPO 사업 등 그가 벌이고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인생 그리고 여행을!(Life is a journey with Love & Free)"라는 모토 아래 아내 사야카, 아들 우미, 딸 소라와 함께 마음 가는 대로 세계를 방랑 중이다.

작가, 자유인.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를 한국에 처음 알린 <LOVE & FREE>는 아내 사야카와 결혼 직후 떠났던 세계 일주를 바탕으로 만든 포토 에세이다.

 

” 석양에 감동하는 여유로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자.”
” 미래를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즐기며 사는 것.”
”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

 

인생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단번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연애로 치자면 한눈에 반한 것.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싶어 번역기를 돌려가며 일본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그의 홈페이지(http://www.ayumu.ch/index.html)에서 업데이트를 확인하는 재미는 가뭄의 단비처럼 어찌나 쏠쏠하던지.

 

다카하시 아유무,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하다. 20 살, 영화의 한 장면에 영감을 받아 아메리칸 바를 개점한 그는 점포를 네 곳으로 확장한 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 백수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그리고 23살, 자서전을 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SANCTUARY>라는 출판사를 직접 설립하고 자서전 외에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이드북, 여행기 등 많은 책을 출판하여 베스트셀러로 만든다. 26살이 되자 또 모든 직함을 버리고 결혼과 함께 약 2년간의 세계 일주를 감행한다.  28살, 오키나와로 돌아와 동료들과 카페 바이자 해변의 여관인 <BEACH ROCK VILLAGE>를 열었다. 그 이후에는 인도, 자메이카 등에 학교를 세워 NP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네 가족은 함께 세계 일주 중이다..

 

최근 아유무 상의 새 책 <어드벤처 라이프(Adventure Life)>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를 인터뷰 해 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 받았다. 왠지 ‘진짜’ 다카하시 아유무 상을 만나고 나면 ‘나의’ 다카하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근거렸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결국 <LOVE & FREE>에 밑줄 그어 놓았던 “내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대로 정직하게”의 가르침대로 승낙해 버렸다. “그래 일단 부딪쳐 보는 거야!”

  

10월의 어느 눈부신 아침. ‘안.녀.엉.하세요’
더듬더듬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하늘색 반다나의 다카하시 아유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내 사야카 상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깔린 맥북 프로를 들고. 거기에서는 사진과 어울리는 나긋나긋한 제3세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 . 여행이라면 이렇게

 

   

Weekly Life

각지의 ‘싸구려 임대아파트’에 일주일씩 머물며 여행을 한다.

지구상의 다양한 장소에서 ‘일주일 동안의 삶’을 맛본다.

마치 일주일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는 기분.

온통 가득한 바다, 낡은 주차장, 이웃한 빌딩의 벽, 고층 빌딩가의 야경, 초록이 넘치는 공원……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경치가 일주일마다 바뀐다는 건 진짜 끝내준다!

어떤 거리에 가건 내 발길은
면세점, 관광안내소, 공항 같은 곳보다
슈퍼마켓, 그 동네 술집, 버스정류장 같은 데로 향한다.

돈은 좀 부족하지만, 시간만은 무한히 가진 여행.

고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새롭게 마주칠 낯선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가슴속에서 출렁인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 담배와 술, 그리고 아주 조금의 행운만 따라준다면 당분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듯.

<LOVE & FREE>(다카하시 아유무)

 

 

지금 세계 일주 중이시죠?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가족들과 세계 일주를 하는 중이에요. 2008년 11월에 시작했고, 지금 2년 째 진행 중이죠. 이번이 두 번째 세계 일주고요.

 

첫 번째 세계 일주는 1998년에 하셨죠.
 

네. 1998년 11월에 사야카와 결혼하자마자 떠났었죠. 1년8개월 정도 북극에서 남극까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수십 개국을 돌았어요. 여행 코스나 주기를 정하지 않고 돈 떨어지면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여러 나라를 랜덤하게 돌아다녔었죠.

 

이번에 한국에 오신 것도 세계 일주의 일부인가요?
 

아니요. 가끔씩 이렇게 일하러 돌아왔다가 다시 떠나곤 해요.

 

한국에서 이번에 새로운 책 <어드벤처 라이프>를 내셨습니다.
 

네.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제 책을 읽어주면 좋겠어요. 그게 퍼지는 것만 해도 기쁜 일일 것 같아요.

 

다카하시 씨에게 일과 여행은 하나이군요. 수많은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어디인가요?
 

뭐, 인상 깊었던 장소는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최근의 일을 이야기하자면 가족들과 캠핑카를 타고 알래스카로 간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알래스카!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요?
 

다: 알래스카에는 세스나라고 불리는 에어택시가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물에서 출발해서 다시 물에 착륙하는 비행기예요.  4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크기인데 이걸 타면 캠핑카로는 갈 수 없는 대자연으로 갈 수 있어요.

 

우와 대자연이라니… 제 로망이에요.(웃음) 멋지네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세스나를 타고 다니다가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강이라든지 호수가 발견되면 내리는 거예요. 알래스카에는 이런 장소가 엄청 많거든요. 내려서 보트로 갈아 타고 이것저것 구경을 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없는 풍광들을 보시겠군요.
 

네. 보트를 타고 다니면 굉장한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져요. 엄청난 연어 떼들이 알을 낳으려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라든지 엄마 곰이 아기 곰들에게 생선 잡는 법을 알려주는 풍경이라든지… 오로라도 보고요.

  

아이맥스 영화 같아요.
 

모험가들만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자연에서 가족들이랑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요.

  

그런 여행이라면 경비가 많이 들 듯한데요.
  

그렇게 비싸지는 않아요. 하루 빌리는데 1인당 3000엔 정도였나? 알래스카에서 보통 하루 경비 정도예요.

 

오, 생각보다 저렴한데요. (웃음) 알래스카를 다시 가고 싶으시겠어요.
  

알래스카가 정말 광활해요. 사야카와 결혼 직후에도 갔었지만 이제 겨우 입구에만 들어 선 정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은 친구들도 꽤 생겼으니 앞으로도 자주 놀러 가고 싶어요.

 

다음에 가서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은?
 

비행기 면허를 따서 알래스카 곳곳을 직접 운전하며 다녀볼까 해요. 원주민들이 사슴 사냥하는데 끼어서 같이 사냥도 하고요. 아, 알래스카는 고래도 엄청 많아요.

 

다카하시 상이 직접 운전하는 에어택시를 타고 오로라를 구경하는 가족들의 모습들을 상상하니 부럽습니다.
 

광활한 자연 앞에 서보세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알 수 있죠. 더불어 인간의 존재가 작은 만큼 가능성은 엄청나게 크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라요.

 

2. 아빠라면 이렇게

 

 

“세계를 여행할 때도, 오키나와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멋진 것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게 되면 심플하게 ‘지구라는 것, 정말 굉장하다! 살아 있다는 것, 정말 멋지다!’라는 마음이 온몸에 넘쳐서 왠지 아무 뜻도 없이 해피한 기분이 들어. 내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이것만은 반드시 남겨줘야겠다고 몸 한복판에서 생각하게 돼.”
<Adventure Life>(다카하시 아유무)

 

 

첫째 아이가 우미(‘바다’라는 뜻), 둘째 아이는 소라(‘하늘’이라는 뜻) 맞죠?
 

네. 우미는 아들이고 소라가 딸이에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두 아이를 기르면서 거꾸로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어떤 걸 받았는지 생각해보며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드셨겠구나’하고 존경하게 된 거죠.

 

아내 사야카 상과의 관계도 달라졌나요?
 

그렇죠. 사야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진 거 같아요. 예전에는 ‘나만 따라와’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성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더라고요.

 

아빠로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요?
 

아빠 작업…이라고 해야 하나?

 

아빠 작업이요?
 

저는 단순해서 ‘아빠 최고!’, ‘아빠가 제일 멋있어’라는 말을 제일 듣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나무타기에 관심이 생기면 곧바로 나무타기 연습을 해서 능숙하게 해내야 해요. 자전거가 고장 나면 완벽히 고쳐줘야 하고요. 사실 이런 것들을 전혀 못 해서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 (웃음)

 

하하. 왠지 다카하시 상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걸 잘하셨을 것 같은데 의외로 노력파시네요. 아이들은 몇 살인가요?
 

우미는 8살, 소라는 6살.

 

학교에 갈 나이가 아닌가요?
 

지금 캠핑카로 세계 일주 중이기 때문에 학교에 못 가요.

 

와, 여행 때문에 학교를 못 간다고요?
 

여행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 학교에 갈래 여행을 할래?’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음… 역시나 여행! ‘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함께 한 거죠. 여행이 학교인 셈이에요.

 

평생 여행만 할 수는 없을 텐데요.
 

지금 세계 일주를 반 정도했고 앞으로 2년 정도 더 할 예정이에요.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사회 생활을 하게 될 때,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한 적은 없으세요?
 

이번 세계 일주가 끝나면 그때는 하와이에서 살려고 해요. 그 시점에 아이들에게 또 한번 물어보는 거죠.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하면 다니게 하면 되고,, 가기 싫어하면 안 가도 되고. 뭐 아이들 자신의 인생이니 스스로 선택해서 해야죠.

 

매 시점마다 아이들의 판단에 맡기시는 거군요. 부모로서 대단한 결단력인 것 같아요. 우미와 소라의 삶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음…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자신들의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제일 좋겠지요. 단지 엄마, 아빠를 보면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즐겁구나, 어른이 되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면 해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긴장하고 잘 보여야겠네요. (웃음)
 

아이들한테는 거짓말을 못 하잖아요. 같이 사니까 당연히 다 들켜버리게 되고.(웃음) 지금 있는 그대로의 엄마 아빠를 지켜보면서 아이들 스스로 판단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자신들이 원하는 삶인지.

 

3. 일이라면 이렇게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걸로 금세 밥을 먹고 살 수 이을까, 돈벌이가 될까,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언제나 처음에는 ‘ 좋으니까 한다. 이상 끝!’일 뿐이야. 내가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몰두하면서 그걸로 먹고 살 수 있게 될 때까지 아르바이트든 뭐든 해서 그저 밥만 굶지 않으면 되거든. ‘당장 돈벌이가 되는 일’의 범위에서만 일을 선택했다가는 범위가 너무 좁아져.”
<Adventure Life>(다카하시 아유무)

 

 

<Adventure Life>에는 30살까지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 후 지금 7-8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하며 보냈는지 듣고 싶어요.
 

그 책에는 오키나와 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적혀 있어요. 그 이후에도 동료들이랑 이것저것 했는데 먼저 오키나와의 <BEACH ROCK VILLAGE> 를 완성 시켰지요.

 

<BEACH ROCK VILLAGE>가 무엇인가요?
 

크게는 유목민 텐트, 자연 오두막과 같은 숙박 시설, 야영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갖가지 어드벤처 프로그램,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파티, 콘서트도 종종 열고 있어요. 일종의 대자연 속 놀이공간이에요. 100% 천연 에너지로 관리되고요.

 

그 외에도 다카하시 상은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죠. <A-WORKS>, <PLAY EARTH>, <ONE PEACE BOOKS> 등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A- WORKS> 가 일본 국내 출판을 담당한다면 <ONE PEACE BOOKS>는 해외에서 출판을 담당하는 회사예요. <PLAY EARTH> 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괜찮은 장소들에 가게나 바와 같은 아지트를 만드는 것이에요. 우리는 이곳을 ‘비밀 기지’라고 불러요.  <ON THE ROAD> 라는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 민간 단체) 사업도 같이 하고 있어요.

 

<ON THE ROAD> 라면?
 

2년 전에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가족들과 세계 일주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일이에요. 인도와 자메이카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거든요.  여기까지가 아마 책에 아직 안 나온 새로운 일 정도겠네요.

 

학교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솔직히 예전에는 학교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폼 좀 잡지 말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인도의 바라나시를 여행하다가 마더 테레사 같은 사람을 만난 거예요. 제가 마더 테레사를 존경하거든요. (웃음)

 

인도에서 만난 그 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녀는 집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들 3명을 돌보고 있었어요. 자기 일을 하면서 돈을 조금씩 모아 가지고 학교를 만들어보겠다는 여자 친구였죠.

 

와, 훌륭하네요.
 

이 친구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럼 우리 같이 학교를 만들자!”라는 말을 해버렸어요. 그리고 바로 ‘아 씨… 말해버렸네’ 했지요.(웃음) 그 후 일본에서 놀고 있거나, 나쁜 일 하는 친구들이 좀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 죄 좀 갚으라고 하면서 꼬셨어요. 한 명당 10만 엔씩 내라고 해서 총 300만 엔을 모아서 시작한 거죠.

 

나쁜 일 하는 친구들이라고요?
 

(웃음)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하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친구들은 아니에요. 간단히 말하면 폼 잡으면서 ‘내가 말야!’ 이러면서 이것 저것 하며 놀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물론 나도 포함해서. (웃음)

 

학교 이름은 뭐죠?
 

마더 베이비 스쿨이에요.

 

학교 만드는 사람들을 따로 모집했나요?
 

다들 자원활동으로 여기 온 거예요. ‘우리랑 같이 바라나시에 학교 만들러 갈 사람!’ 하고 인터넷에서 모집을 했는데 4시간 만에 마감되었어요. 이걸 보니 ‘다들 한가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한 80명 정도 모이더라고요. 현지에서 합류한 사람들도 있었고요.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한 달에서 두 달 반 정도 작업한 것 같아요. 바라나시에는 ‘기계’라는 게 없어서 다 수동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책상이라든지 창문, 대문, 손으로 직접 다 만들었죠. 현지에서 유럽인 등 여행하던 사람들이 도와주기도 했어요.

 

와, 모두 대단하세요.
 

개관식 때에는 수동으로 불꽃을 만들어서 불꽃 놀이에, 맥주 파티를 했죠. 그런데 인도에서는 맥주가 고급 술이에요. 그래서 조금 밖에 못 마셨어요.(웃음)

 

하하, 학교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학교 만든 사람들과 처음 학교 이야기를 꺼낸 인도 여자가 선생님이고요. 주 5회 정도 수업을 해요. 20-30명 정도 학생들이 있어요. 2년 전에 시작했는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고요.

 

이번에는 자메이카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자메이카 학교도 이런 방식인가요?
 

일본에서 인도의 학교 프로젝트를 본 사람이 ‘자메이카에서도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을 했어요. 제가 밥 말리를 동경하거든요. 그래서 ‘ 아, 자메이카… 아. 밥말리….. 할 수 밖에 없겠군.’ 했어요. (웃음)

 

그때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세요.
 

솔직히 처음 갔을 때에는 뭐랄까 별로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두 번째 방문 때 자메이카 수상 아들을 소개 받고 이야기하면서 이 사람과 친해지게 된 거예요. 이 친구가 소개 시켜준 곳이 있는데 노예 해방 운동을 했던 마커스 가비*라는 사람이 아지트처럼 사용했던 곳이라는 거예요. 이 빌딩에 학교를 만들어 주겠냐는 제안을 받은 거죠.

 

*마커스 가비(Marcus Garvey, 1887-1940). 1920년 뉴욕에서 대아프리카 공화국 독립 선언을 채택하고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구호로 흑인들의 지지를 얻었던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지도자. 노예 무역으로 인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흑인 디아스포라를 묶는 범아프리카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제가 아까 밥 말리를 동경한다고 했잖아요. 저도 밥 말리 노래에 나와서 알고 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거점으로 썼던 빌딩이라니 ‘아, 또 할 수 밖에 없겠군.’ 한 거죠. (웃음)

 

그곳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자메이카에서는 어떤 학교를 하면 좋을지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봤어요. 그런데 글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음악 학교를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음악 학교를 만들었어요.

 

와, 음악 학교.
 

일본에서 쓰지 않는 악기를 자메이카로 옮겨와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어요. 주 2회 수업에 20명 정도 참가하고 있고 방과 후 학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프로젝트로 아이들이 어떤 변화를 경험한다고 생각하세요?
 

인도나 자메이카를 다니다 보니 돈이 없어서 그냥 멍하게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딱히 학교라기보다 모여서 뭔가 배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런 곳에서 글자라도 배우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잖아요. 인터넷도 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도구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할까요.

 

물질적으로 직접 도와 주는 것보다 뭔가 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주는 것, 정말 좋은 일인 거 같아요.
 

저는 뭐, 말로 다 하는 거죠.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저야 돌아다니면서 영상들 보여주며  ‘학교 만들고 이런 이런 일들을 해요.’ 하면 사람들에게 ‘ 좋은 일 하시네요’ 라는 소리 듣고,  같이  ‘피스’ 이러면서 기념사진 찍는 거죠.(웃음)

 

하하. 학교 만드는 프로젝트는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인가요?
 

더 확장 할 생각은 있는데 방금 이야기했듯이 현장은 엄청 힘들잖아요. 들어보면 죽을 만큼 힘든 거 같아요.(웃음) 그래서 ‘아유무 씨 제발 일 벌리지 마세요’ 하더라고. 뭐 그래도 천천히 천천히 다 해봐야지. 다 할 거예요. (웃음)

 

4. 인생이라면 이렇게

 

 

On the Road

길가에 서서, 힘껏 달리는 러너(Runner)들을 바라보며
환성을 올리고 이러니저러니 평을 하는 짓거리도 이제 질렸지?
스타트라인에서 한없이 뭉그적거리며
정말 끝까지 달려낼 수 있을지 걱정만 하는 짓거리도
이제는 피곤할 뿐이야.

이제 슬슬 길 위로 나가서 달려보는 거야.
좀 느려도 괜찮아. 피곤하면 걸어도 좋아. 꼴찌라도 괜찮아.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풍경이 자꾸자꾸 변할걸
제자리 걸음에도 신발 바닥은 닳는다고.

<LOVE & FREE>(다카하시 아유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도전하는 타입이잖아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불안해하거나 걱정도 할 것 같은데.
 

어떤 프로젝트건 항상 처음부터 무일푼에 경험 없이 시작해요. 그래서 뭔가 시작하려 하면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죠. 세상은 만만치 않다든지, 경험이 있어야 한다든지.

 

하지만 결국 보란 듯이 성공해내시고요.(웃음)
 

성공할 기미가 보이면 그런 이야기 했던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그럴 줄 알았다며. 하하.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는 전혀 신경 안 써요. 그때그때 달라지니까요.

 

그렇다면 혹시라도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경우는 없나요?
 

실패한 일이라… 실패한 일은 없어요. (웃음)

 

하하하, 정말인가요?
 

사실 대부분 처음에는 계속 실패해요.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해도 해내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해나가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결국 ‘성공!’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과정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마지막에 결국 잘 풀리는 거예요.

 

다카하시 상은 마음 가는 일,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는 삶을 추구하시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인생을 살아오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한번도 안 해봤다고는 할 수 없을 텐데요.
 

음… 그런 건 없네요.(웃음) 예를 들어 “이 메일 답장하기 귀찮아” 뭐 이런 정도는 있어요. 그래도 대부분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니까 기본적으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어요.

 

30살 되던 해,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을 때 말이에요. 한동안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음… 사고가 났을 때에는 절망적이라고 해야 할까. 일주일간 의식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책에도 나와있듯이 마침 그 시기가 아이가 태어난 시기랑 겹친 거예요. 거기에 빛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의식불명 상태였지만 빨리 완쾌해서 집으로 가서 아이를 만나야지 했어요.

 

다카하시 상은 마음이 이끄는 것에 대해 전력질주한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혹시 ‘아껴둔다, 천천히 간다’라는 의미를 아시나요? 재미있는 일들을 다 해버리면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나 불안함 같은 거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간혹 그렇게 세계 여행하고 다니면 이제는 다닐 곳도 없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다닐 곳이 더 늘어나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저런 경험들을 하다 보면 그 사람들이랑 또 다른 무언가가 하고 싶어지거든요. 그러면 하고 싶은 리스트가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그러면 한 가지를 너무 열심히 해서 무기력해진 적은 없나요?
 

아웃풋만 하면 인풋이 없어진다는 느낌?

 

한가지의 관심사에 대해 너무 집중하다가 질려 버릴까 두려워지는 거요. 달성하고 나면 끝나버리니까 그 지점까지 천천히 가는 거죠. 달리는 속도를 조절한다고 할까?
 

저는 한 가지를 파고들면 질린다기보다는 파고 들면 들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쪽이에요.

 

그렇군요.
 

말씀하신 전제가 닫힌 모양이라면 저는 반대로 열린 모양인 거죠. 어떤 게 좋고 나쁘냐는 아니예요. 그냥 서로 다른 거죠. 예를 들어 여기 맛있는 초코 케이크가 있어요. 당신이라면 이것을 천천히 먹으면 되는 것이고 나는 빨리 하나 먹어 치우고 바로 ‘한 개 더, 한 개 더’ 하는 스타일인 거죠. 그리고 점점 더 그 욕구가 커지죠.(웃음)

 

다카하시 상의 40년 후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인생은 80살까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40년 후면…. 2년 후에 죽을라나. (웃음)

 

하하.  앞으로 40년 간은 어떻게 살고 싶나요?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인생 설계라는 것은 없어요. 설계하면 그때그때 받을 수 있는 영감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요. 한 가지 목표가 생기면 거기에 몰입하고 그 속에서 또 다음 목표가 생기면 거기에 몰입하고 이런 식이예요. 친구들이랑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며 살고 싶어요. 사야카와 계속 사이 좋게 지내고 싶고요.

 

한국에서 뭔가 시도하고 싶은 게 없나요?
 

지금 일본과 미국에서 출판사와 레스토랑(http://www.a-works.gr.jp/freefactory/)을 해요. 어떤 책을 내면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줘요. 저도 가게에서 책 읽은 사람들을 만나면 기쁘고요. 그렇게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내는 식이지요. 언젠가는 서울에도 일본과 미국처럼 레스토랑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퍼슨웹과 만남이 한국의 마지막 일정이었기에 인터뷰에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삶은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태도를 자신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다카하시 상을 보며 독자가 아닌 인터뷰어로 그를 만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를 충분히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굴을 마주 하고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종이 위 활자로 이해하고 모니터 속 업데이트로 관찰하던 그보다 마음 속 싶은 곳에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이제 이 힘을 영양제 삼아, 그리고 여전히 그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재미를 자극제로 삼아 앞으로 전진 또 전진할 수 있겠다. “그래, 인생은 즐거운 게 맞다. 모든 건 내가 선택하는 것.”

 

 

자, 인생의 본 무대는 지금부터다.

유한한 인생, 한정된 시간.
세상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
그러니 더더욱 심플하게, 해보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수 밖에.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고의 인생을 보낼 수 있는가.
내 근원에 자리한 테마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 서로,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길을 걸으며,
어딘가에서 서로의 인생이
크로스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정말 재미있겠다 !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인생 그리고 여행을!

<Adventure Life>(다카하시 아유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