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지방 선거가 5월 31일로 다가왔다. 아무리 지방 자치라지만, 중앙 권력에 대한 관련이나 평가 없이 지방 권력이 구성되지는 않을 터이다. 지방 선거 중에서도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이른바 ‘서울 공화국'이란 표현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분히 중앙적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스포츠처럼 말한다면 내기를 걸만한 재미있는 한 판이다. 출마 전부터 이미 하이라이트를 잔뜩 받아온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변호사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 간판을 달고 출마를 확정했다. 강금실의 대항마로 클린 이미지의 젊은 피 오세훈 변호사가 한나라당에 급히 ‘수혈'되어 맹형규, 홍준표를 이기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다. 이 와중에, 서울시민 대다수는 여전히 잘 모르고 있겠지만, 진짜 젊은 피는 민주노동당에서 나왔다.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김종철, 그를 만났다.

김종철 약력(출처: http://blog.naver.com/jcjinbo )

1970년 생
1999년 민주노동당 언론부장
2000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2001년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 준비위원장 (~2003년)
2002년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공동본부장?
16대 대통령선거 권영길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2004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민주노동당 대변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2005년)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 (~2005년)

 

 

웬 사회주의?

 

 

먼저 김종철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우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의미부터 확인해 보고 싶었다. [기찻길 옆 막내아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김탁환 작가가 쓴 선거대책본부 차원의 자체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내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첫째, 정치 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 영역에서도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운영원리를 공고히 하는 것. 노동자들이 주인이 되는 것이죠. 둘째, 이윤 추구의 수단이 아닌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와 시설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죠. 의료, 교육, 교통, 주택, 에너지 등의 분야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셋째, 위 둘은 자본주의로는 이룰 수 없으니 탈자본주의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퍼슨웹: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계신데요. 이미 다른 인터뷰에서도 질문들을 받고 답변하셨습니다만, 이 민주적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서유럽의 사회민주당이 하던 사회민주주의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김종철(“김”):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 내에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투쟁을 한 결과물이죠. 사회민주주의란 게 이념으로 존재한 적은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아닌 것을 확보한 사람들은 사회주의자들입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사회주의적 내용을 가진 사람들인 거죠. 이 사람들이 쟁취한 성과에 의해서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최소한의 진일보가 가능했습니다. 래디컬한 요구를 한 사회주의자들이 있었기에 소위 사회민주주의란 게 가능했던 거죠. 체제타협적이고 중도적인 사람들은 별로 한 게 없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하면 수정주의나 개량주의를 추구한 것처럼 생각하죠.

 

퍼슨웹: 그러니 아예 추구하는 게 사회주의라고 밝혀야 한다는 거군요.

김: 그렇죠. 지금 제가 주장하고 우리 민주노동당(“민노당”)이 추구하는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은 명백히 사회주의적인 것입니다. 사회주의적인 걸 사회주의라고 불러야지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대체로 사회주의 하면 혁명, 획일적 통제, 국유화, 일당 독재 이렇게 생각하죠. 1917년의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떠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 유럽의 사회주의는 사회민주주의라고 불러 버리는 거죠.

 

 

퍼슨웹: 민주적이라는 말은요?

김: 보통 우리는 민주주의 하면 정치원리라고만 생각하는데,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명실상부하게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거죠.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사회주의, 그래서 ‘민주적 사회주의’입니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이미 검증된 개념입니다. 유럽에서 활발히 시도되었죠. 우리 민노당 강령에도 명기되어 있고요. 급조된 용어가 아닙니다.

 

 

퍼슨웹: 스웨덴 같은 서유럽의 복지국가들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김: 오늘날 유럽의 교육이나 의료는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관철된다고 봅니다. 무상의료, 공공의료 등. 완전히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지는 못 했지만 그러한 공공의 영역에서는 사회주의적 가치가 더 지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업종별로 최저임금인상률을 정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채택한 연대임금이나, 노동조합이 소유한 임노동자기금이라는 금융기관에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주식으로 축적시켜 임노동자기금이 스웨덴 주요 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임노동자기금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회주의적 노력을 해 왔죠.

 

 

퍼슨웹: 그런데 말씀하신 스웨덴의 그런 제도도 지금에 와서는 많이 퇴색하지 않았나요? 뿐만 아니라 서유럽은 한 때 제국주의로서 식민지 수탈로 인해 토대가 조성되었죠. 지금의 우리나라와는 다른 조건이잖아요.

김: 경기침체, 세계화 등으로 인해 경쟁 논리가 강조되면서 스웨덴의 연대임금이나 임노동자기금 같은 제도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를 만들어 유지할 수 있었던 기본 정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노동계의 투쟁의 의의를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에야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식민지적 직접 수탈로 인해 존립했지만 오늘날은 변화했지 않습니까. 서구의 사민주의나 복지국가가 식민지적 착취나 수탈에 의해 가능하다는 가정이 100% 옳은 게 아니죠. 그럼 과거에 식민지였던 아시아나 중남미에서는 복지가 성립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의료나 주거 같은 것들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게 생산력 발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건 오류죠.

 

 

퍼슨웹: 남미에서 파퓰리즘 정권들이 파탄을 맞은 사례들이 실제 존재하잖아요. 

김: 그건 생산력 문제만은 아니죠. 정치적 민주화의 문제죠. 자본의 힘이 세서 그런 거죠. 실패의 원인을 생산력에만 둘 게 아니죠.

 

 

퍼슨웹: 생산력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계급투쟁의 문제라는 거군요.

김: 그럼요.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짤 것인가의 문제죠. 발달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만 사회주의가 가능할 거라는 건 대단히 소박한 생각이라는 거죠. 외국 사회주의의 경험에 대해서는 정책팀에서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퍼슨웹: 사회주의 정책을 채택할 경우 경제 전체의 성장이 지연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김: 분배냐 성장이냐를 단순히 도식적으로 대립시켜서는 안 됩니다. 사회주의적 정책을 택한다고 해서 성장 자체를 도외시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좌파의 딜레마가 존재하긴 합니다. 이런저런 요소들을 다 고려해 봐야 하니까요. 자본주의적 성장과는 다르겠지만, 분배와의 조화를 꾀한 성장을 분명 도모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위한 사회적 합의죠.  

 

퍼슨웹: 김 후보님의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의견을 주변에서 청취해 봤는데요. 운동 경험이 있는 30대들은 굳이 사회주의라는 말을 해야 하냐,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느냐, 이런 의견들이었고요. 보다 젊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 말로는, 자기 주변의 젊은 애들은 신나 한다는 거예요. 게다가 인터넷 곳곳에 숨어 있는 젊은 네티즌들도 사회주의란 말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김: 그 친구의 말이 객관적인가요? 굉장히 중요한데요.

 

 

퍼슨웹: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있다 해도 여전히 한 줌의 소수일 테고, 표심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좀 회의적이긴 해요. 말은 사회주의지만 다분히 아나키적 경향인 것 같고.

김: 아니 표도 표지만, 그러한 현상 자체가 독특한 거죠. 저도 제 주위를 보면 운동 오래 하신 당 간부들이 더 뜬금없어 했어요. 웬 사회주의냐고, 왜 사회주의를 고집하느냐고, 저도 예전에는 그랬죠. 예전의 저라도 누가 사회주의 들고 나가자고 하면 왜 저러나 했을 겁니다.

 

퍼슨웹: 그런데 어쩌다가 사회주의를 들고 나오셨습니까?

김: 사실은 사회주의보다는 자본주의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사회주의 자체를 깊이 고민하거나 열광하지 못 했죠. 뭔가 계속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체제에 서운하고 눈물과 한숨이 나고, 도대체 이게 뭘까? 이걸 고민하다 보면 자본주의가 가장 큰 건데 그걸 분석하면서 사회주의적 대안의 의미를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야 이런 식이었죠. 자본주의는 맑스가 규명했으니 나는 사회주의를 외치기만 하면 된다, 방법? 후다닥 엎으면 된다, 혁명이면 된다, 그 후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여전히 우리에게 사회주의, 하면 이런 도식만 떠오르는 거죠. 아마 저에게 지금 냉소적인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럼 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거냐? 대안이 있냐? 저는 그 대안을 사회주의라고 보고 있는 거죠.

 

 

퍼슨웹: 허나 여전히 사회주의, 하면 이제는 몰락한 구 사회주의로부터 오는 기시감이 있는데요, 다른 한편에는 엄연히 레드 콤플렉스가 있고요. 지금 주장하시는 반자본주의적 공약을 그대로 주장하시더라도 굳이 사회주의라고 명명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오히려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고집하시는 게 과거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걸로 보일 수 있는데요.

김: 저는, 어떤 인식의 동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시는 대로, 사회주의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공약만 내세울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총체적인 인식의 동일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무리 고민해도, 인식의 동일성을 담아내려면 사회주의 외에 달리 이름 붙일 수가 없습니다.

 

 

퍼슨웹: 사회주의라는 이름 때문에 표를 잃더라도요?

김: 단지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표를 잃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죠.

 

 

* 김종철의 공약 – 아래는 김종철 선본 측에서 강조해 달라고 직접 보내 온 것이다.

①공공주택
스크린쿼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임대 20% 쿼터(할당)제!

②공공교육_로빈후드 정책을 아십니까?
강남북 격차, 逆 교육보조금!

③공공의료_한 밤 중에 아이가 아프면?
동네병원 공공주치의 제도 도입!

④공공서울_월급 80만원이 소원입니다
임금고용협정, 위반업체 입찰제한!

⑤공공자치_내 세금, 내가 감시한다
주민이 결정하는 참여예산제!

 

강금실과의 차이?

 

퍼슨웹: 4월 24일 자 경향신문 미디어 칸에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니까, 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자체 조사한 거라고 하던데, 서울시장 선거 지지율이 한나라당 37.7%, 열린우리당 18.7%, 민노당 9.7%로 나왔습니다. 근데 김종철 후보 개인 지지율은 7.6%로 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왔고요. 인지도 25.4%더군요.

김: 그게 3월 말에 조사한 건데, 아마 지금은 지지율이 더 낮을 거예요.

 

 

실제 5월 1일에 발표된 중앙일보-SBS 공동 여론조사를 보니 김 후보 본인의 말대로 지지율이 훨씬 더 떨어져 있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51.3%,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31.6%,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 2.3%, 민주당 박주선 후보 1.8% 순이었다. 강금실 후보가 열린우리당 경선에서 승리하여 출마를 확정한 직후인 5월 2일 저녁에 했다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47%, 강금실 29%, 김종철 2%, 박주선 2%였고,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는 응답이 16%였다. TV토론을 시작한 후인 5월 12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노당은 8%대, 김 후보는 3%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퍼슨웹: 또한 민노당 지지자 내부에서도 지지율이 50% 밖에 안 되어서, 이탈현상이 심각하다고 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실제 주위에도 보면 민노당원 또는 지지자인데도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대통령 선거 때도 늘 반복되어 왔던 소위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대결에서 사표를 방지해야 한다는 심리에 더하여, 강금실 후보 특유의 신선함이 어필하는 게 있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새로운 여성 지도자상이기 때문에 강 후보에게 기대를 걸게 되고 새로운 역할 모델로 삼게 되는 면이 있죠. 김 후보로서는 강금실 후보에게 이탈하는 지지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텐데요. 당의 이념과 정책만으로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솔직히 저는 큰 신경 안 써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 하는 수밖에 없죠.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강금실 후보에게 왜 끌리는지 이해가 되기는 해요. 강금실 개인에게 기존 정치인에게 볼 수 없었던 어떤 참신함이 있는 것도 인정하죠. 그런데 저는 선거가 개인의 철학을 다른 사람에게 설파하는 건가 그 점이 의아해요. 강 후보는 진정성, 소통, 이런 거 강조하시는데 뭐 좋은 말씀이죠. 근데 그런 건 기본 아닌가요? 그게 새로운 패러다임인가요? 진정성과 소통의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시는데, 글쎄요, 그런 게 없어서 사람들이 고통 받는 건가요? 마치 그런 거만 있으면 세상이 행복해진다고 강요하는 것 같아요. 부드러운 강요죠. 당신들은, 우리들은, 진정성이 없어, 이런 식으로. 진정성이 없다, 소통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는 거죠. 진정성이 소통되지 못 하게 하는 구조가 있다면 그 구조를 바꿔야죠. 저는 계몽주의적 선거는 안 하고 싶어요.

 

 

퍼슨웹: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강금실 후보는 열린우리당스럽지 않은 행동을 해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후보가 된다면 열리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 후보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비판을 하신 적 있죠.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새 얼굴들을 영입해서 당의 문제점을 가리려 한다고.

김: 그렇죠. 저는 강금실 후보에게 이탈할지도 모르는 지지층의 표보다는, 오히려 과거에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가 열린우리당 정권에게 실망해서 한나라당에게 쏠리거나 아예 정치무관심층이 되어 버린 서민들에게 더 관심이 많아요. 그런 분들의 표를 가져와야죠.

 

 

퍼슨웹: 강금실 후보 말 나온 김에, 여성의 지지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들어 보죠.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하신 답은, “강금실 전 장관은 서울시장에 출마한 유일한 여성후보 될 가능성 높고 여성코드를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기초의원 42%가 여성인데 기반이 여성이어야 여성정당이지 대표적 정치인이 여성이라는 것과는 다르다. 여성단체들이 강금실, 한명숙 두 사람 때문에 현 정권에 우호적인 것은 유감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가장 차별 받는 이들이 여성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인데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 받는 입장이다. 강금실 후보가 여성 후보라고 하지만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정책을 갖고 있는 당의 후보인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근데 이 답변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은 일반적이죠. 그런데 여성이라서 차별받는다가 아니라, 여성이라서 어떠어떠하게 차별받는지 사안 별로 구체적으로 접근해야죠. 단지 강금실 후보가 여성이라서 김종철보다 더 해 줄 수 있는 게 있나요? 우리 민노당은 여성노동자 차별 기업을 입찰에서 배제하겠다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강금실이 이런 정책을 가질 수 있을까요?

 

 

퍼슨웹: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중요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겠죠. 여성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이면 불평등이 경합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성 노동자 아닌 여성들도 배제하지 마시란 겁니다. 남성들이 권력 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현실에서, 어떤 여성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역량을 펴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구요. 즉 여성이 고위직에 있는가 여부가 그리 사소한 문제는 아니란 거죠.

김: 그럼 박근혜는요? 그렇게 따지면 박근혜가 대표로 있는 한나라당이 친여성적 정당이란 말입니까?

 

 

퍼슨웹: 아시겠지만 박근혜 때문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성계 내에서 논란이 많았죠. 박근혜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고.

김: 그럼 곤란하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나 자유롭다고 가정되잖아요. 여자건 남자건 그 누구건 추상적으로는 다 똑같고 평등하죠. 하지만, 자본과 임노동으로 짝 갈리면서 시장이 생기고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를 봐야죠.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하고 짝짜꿍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처리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핍박받게 되는데, 단지 박근혜나 강금실이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들을 위해 뭘 더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까? 노동자에도 대기업 노동자이 있고 비정규직, 장애인 노동자, 실업자가 다 다르듯이 여성들도 다 다른 건데, 여성 일반이라고 동일하게 묶을 수 있는 겁니까? 영국의 대처 수상이 여성을 위해서 뭘 얼마나 했습니까?

 

 

퍼슨웹: 민노당이 서민 즉 기층 민중을 대변하는 정당이니까 여성 노동자를 중심에 놓고 여성 문제를 파악하시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생각해 보면, 모든 여성들이 공히 피해자가 될 수 있잖아요. 최근에 잇달아 강력성폭행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여성들은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립니다. 여성으로 사는 두려움이 있는 거죠. 이런 걸 민노당이 경시하면 안 되죠. 보수정당의 여성정책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민노당의 여성정책을 세워서, 더 많은 여성들이 민노당을 지지하게 하시란 겁니다. 

김: 그렇다면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걸 말씀드리죠. 성별영향평가제 같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진보진영과 여성계 간에 이미 교감이 이루어졌고요. 여성정책을 자체적으로도 많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가령 야간에 여성들이 편리하차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있어요. 여성야간편리하차제도라고 부를 수 있을텐데요. 심야에 여성들은 정해져 있는 버스 정류장 말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데 세워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퍼슨웹: 마치 버스를 택시처럼 탈 수 있게요?

김: 뭐 그런 거죠. 그 외에도 정책팀에서 계속 개발하고 있어요. 이 제도는 아마 강금실 후보도 주장했을 겁니다.

 

 

퍼슨웹: 우연의 일치인가요?

김: 글쎄요, 정책 아이디어도 흘러 다니나 봐요. 저는 사회복지와 보육노동에 관련된 여성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하는데요. 육아나 환자를 돌보는 것 같은 일들이 여전히 여성에게 주로 맡겨져 있잖아요.

 

 

퍼슨웹: 돌봄노동 말이죠.

김: 예, 사회가 여성의 돌봄노동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죠. 최근에 지역보육센터에 갔더니 여성 직원들이 월급 60만원 받으면서 40명의 아이들을 돌보더군요. 만약 남성들이 같은 일을 한다면 그런 식의 처우를 받지는 않을 것 같아요. 돌봄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상향시키고 돌봄노동을 공공 부문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저는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이 웃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 키우는 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잖아요. 남성들이 제대로 사회화가 안 되고 돌보는 일을 잘 못 배워서 잘 못하긴 하죠. 그런 점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위를 봐도 여성들이 헌신성과 책임감이 무척 강하죠.

 

 

퍼슨웹: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명칭이 변할 때 논란이 많았죠.

김: 서울시에 여성가족기획관 제도가 있더라구요. 서울시 여성예산의 80%가 보육예산이예요. 여성가족기획관의 업무 대부분이 이 보육예산의 집행입니다. 국가가 여성의 역할을 보육으로 한정하고 있는 거죠. 제 개인적인 소신으로, 현재 선본에서 검토 중인데, 여성 부시장제도를 도입하고 싶습니다. 특화된 여성 사업을 위해 여성부시장을 두자는 게 아니라 서울시 업무 전체에 있어서 양성평등적 관점으로 업무를 총괄하고 모니터링하는 특별한 권한을 주자는 거죠. 여성이 시장이 되더라도 여성 부시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퍼슨웹: 시장 자리를 여성이 차지했다고 해서 시장이 된 여성 개인에게 양성평등 업무를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거라고 개인적인 기대를 할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양성평등 업무를 처리할 여성 부시장을 두자는 거군요.

김: 그렇습니다.

 

 

퍼슨웹: 김종철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 중에 여성은 얼마나 있습니까?

김: 많습니다. 정책연구팀이나 홍보팀 등 포진하고 있습니다. 남녀가 골고루 섞여 있죠.

 

 

퍼슨웹: 주목하거나 존경하는 여성이 있나요? 정치인이건 누구건 상관없습니다.

김: 주목하거나 존경하는 특정한 개인은 없구요. 원래 저는 개인보다는 그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우선, 여성 국회의원들을 주목하고요. 기본적으로 활동가들을 주목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지역에서 보육 일 하시는 분 같은 지역 활동하시는 분들이나 현장에서 일하시는 당 활동가 같은 분들. 대단히 헌신적인 분들이 많으시죠. 

 

 

한겨레신문의 5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 있어, 민노당의 여성 후보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지역구 후보 622명 가운데 145명(23%)이 여성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합치면 34%에 이른다”고 하고, 민노당을 뺀 나머지 당들은 여성 후보 비율이 6%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김종철의 뇌구조

 

 

퍼슨웹: 이거 보셨어요? 강금실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뇌구조. 인터넷에 돌아다니던데요. 조금 시간이 흘러서 그 사이 좀 변했을 수도 있겠네요.

김: 아, 봤죠.

 

퍼슨웹: 지금 후보님의 뇌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김: 저요?

 

김 후보가 말한 자신의 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민노당 정책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
– 언젠가 민중들이 민노당의 편이 될 거라는 믿음
– 얼굴 크기에 대한 부담감
– 연령주의에 대한 우려
– 자신의 색깔을 정해야 한다는 고민
– 민노당 지역구 후보들에게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
–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지 않는 데에 대한 서운함
–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 자식의 장래에 관한 만감의 교차
– 자신의 뇌구조가 몰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 한나라당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확정된 데에 대한 안도감

 

퍼슨웹: 아무래도 당 정책에 대한 자부심이 가장 크겠죠?

김: 물론이죠.

 

 

퍼슨웹: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 굉장히 커요.

 

 

퍼슨웹: 초등학교 다니는 8살짜리 아들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아들의 장래에 관한 어떤 마음이신 건가요?

김: 아들이 저를 굉장히 좋아해요. 아들의 장래 희망이 뭐냐면, 민노당 입당해서 당 최고위원 되는 거예요.

 

 

퍼슨웹: 이야, 그래요? 혹시 세뇌를?

김: 아뇨, 저를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예요.

 

 

퍼슨웹: 비결이 뭔가요?

김: 제가 잘 놀아주거든요. (웃음)

 

 

퍼슨웹: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나 보군요. 그래서 걱정되세요? (웃음)

김: 걱정은 아니고, 만감의 교차죠.

 

 

퍼슨웹: 색깔은 주황색 있잖아요. 민노당 색깔.

김: 그게 참 우연히 그렇게 된 건데, 민주당 박주선 후보가 자기 색깔을 빨강이라고 해서 빨강색 같이 쓰기도 그렇고……

 

 

퍼슨웹: 연령주의의 위력이 크죠, 우리나라는?

김: 그렇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다 보니까 혹시라도 나이 드신 유권자들에게 젊은 사람이 나댄다는 소리 들을 수 있죠. 근데 한나라당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확정되고 나서 부담감이 좀 줄었어요.

 

 

퍼슨웹: 오세훈 후보가 나오는 게 김 후보께 유리할 거라고 판단하시는군요.

김: 맹형규 후보 같으면 경륜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나이와 경험을 내세울 텐데, 오세훈 후보하고는 정책토론하면서 각 세우기 좋거든요. 적어도 나이나 경륜 갖고 저를 찍어 누르긴 어려울 거예요. 제대로 싸울 수 있죠.

 

 

퍼슨웹: TV토론 기대되네요.

 

 

 

5월 3일에 방송된 최초의 서울시장 후보 TV토론 후, 김 후보에게 전화했더니 80점이라고 자평했다. 선대본의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89점이라고 했는데 왜 80점만 부르냐고 했더니, 겸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위에서도 김 후보가 아주 잘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날의 토론에서 김 후보는 시민패널 선정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개인’ 강금실을 주목한다는 자칭 날라리 민노당원인 인터뷰어 조희정 씨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마치 월드컵 한국팀의 경기를 보듯 ‘거리두기’가 안 된다. 특히 강, 김 두 후보가 발언할 때면. 어제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가장 잘 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하고 싶었던 말, 준비했던 말들을 촌스럽지 않게 비교적 잘 전달했다. 나는 특히 오세훈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던 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누구나 다 알지만 쉽게 자각하지 못 하는 사실, 인물 선거라는 말 속에 묻혀 있는 지점, “오세훈은 한나라당 후보!”라는 면이 김종철 후보의 질문에 의해 부각되었다.

강 후보가 발언할 때면 내심 조마조마했고, 또 한편으로는 믿음직했다. 강 후보가 어제 설정한 기조는 ‘강성’이었고 자신의 정책을 부각시키는 게 어제의 초점이다. 강 후보가 강하게 발언해도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등장할 것이고 기존의 보라색 이미지를 유지해도 여전히 부정적 평가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강 후보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하는 쪽이 낫다. 하여 난 강 후보가 선거판을 관통하며 (선거에 지든 이기든) 어떻게 살아남는가가 궁금하다.

4년 전 서울 시장 토론에서 깔끔한 태도로 말 잘 하던 김민석과 토론의 기본도 없던 이명박이 생각난다. 토론은 딱 그만큼이다. 어제 토론회를 보며 얻은 결론은 절대 ‘오세훈’은 서울 시장이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설령 그렇게 된다한들 어쩔 것인가. 이명박의 4년도 견뎌왔는데.
 

김종철, 그는 누구인가

 

 

퍼슨웹: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김: 가난하게 컸죠. 그게 제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제가 삼형제 중 막내인데 저보다 형들이 더 고생했죠. 저보다 큰형은 일곱 살, 작은형은 다섯 살 많은데, 형들은 어릴 때 도시락을 매일 싸갈 수가 없어서 하루씩 번갈아 싸갔대요. 작은형이 못 싸간 날, 큰형 교실에 가서 형 먹는 걸 물끄러미 창문에서 보고 있었대요. 마침 큰형 친구들이 보고 동생 왔다고 큰형에게 알려 주고, 작은형이 창피해서 내려와 울고 있으니까 큰형이 자기 도시락을 주고 갔다고 해요.

두 번째로 기억나는 건, 중학교 들어가서 어느 날 형 입던 옷을 입고 갔는데 친구 하나가 보더니 막 웃는 거예요. 중학교에는 잘 사는 동부이촌동 애들이 많았어요. 나이키, 아식스 이런 거 신는 애들. 제 옷에 영문글자가 ‘아디다스’가 아니라 ‘아디다그’였나, 짝퉁이었던 거죠. 부끄러웠죠. 지금은 절친한 친구예요.

제가 큰형을 많이 좋아했어요. 큰형이 대학 가서 학생운동을 하는 거예요.  아버지는 완고해서 데모하는 놈 다 쏴 죽여 한다고 하시던 분이고, 저도 어린 마음에 형이 왜 저럴까 싶었죠. 나중에 형이 수배까지 되는 걸 보고 형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궁금해서 형이 읽던 책들을 다 읽었죠.

 

 

퍼슨웹: 큰형께서는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김: 시골 가서 농민운동 하다가 빚을 많이 지셨죠.

 

 

퍼슨웹: 학생운동을 하시긴 했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학교 졸업 후에는 생활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계기가 있었죠. IMF 직후 대다수의 서민들이 고통을 받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을) 안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제 자신에게 비겁하고 싶지 않았어요.

 

 

퍼슨웹: 아버님은 철도노동자셨다고 들었는데요. 부모님은 다 건강하신지요?

김: 예, 아버지는 올해 일흔이신데 지금은 건물 경비 일 하세요. 어머니는 집에서 손주를 봐 주시죠.

 

 

퍼슨웹: 부모님 모시고 사세요?

김: 예, 제가 돌봄을 받는 거죠. (웃음)

 

 

퍼슨웹: 부인과의 사이에 8살 된 아들이 있고요.

김: 예, 결혼한 지 8년 되었습니다. 저보다 두 살 위고요. 예전에 다니던 병역특례회사에서 만났어요. 결혼하자마자 애를 가졌죠.

 

 

퍼슨웹: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시나요?

김: 보험 판매를 합니다. 잘 하는 편인지 생각보다는 잘 벌어요. 아버지랑 아내가 집에서 돈 버는 사람들이죠. 아버지는 며느리 보기 미안하신가 봐요.

 

 

퍼슨웹: 대학 마치고 잠깐 병역특례회사 다니신 거 외에는 당 활동 하시느라 아무래도 제대로 수입을 갖기는 어려우셨겠죠.

김: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후원을 받아요. 친구들이 아주 잘 벌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도와줘요.

 

 

퍼슨웹: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세요?

김: 고등학교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요.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초등학교 동창들도 만났죠.

 

 

퍼슨웹: 교우관계가 좋으신가 봐요.

김: 제가 인기가 있죠. (웃음)

 

 

퍼슨웹: 혼자 사색하는 편이세요, 아니면 토론을 선호하세요?

김: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죠.

 

 

퍼슨웹: 좋아하는 연예인은?

김: 영화배우 최민식 씨 좋아하고요. 영화배우 오지혜 씨가 제가 중앙연수원장할 때 남원 연수원에 오신 적 있어요. 거기가 폐교라서 추워요. 나중에 슬리퍼 100켤레를 보내주셨어요. 뭐가 필요한지 유심히 봤다가 나중에 챙겨 주신 거죠. 훌륭한 분이세요.

 

 

퍼슨웹: 책은 많이 보세요?

김: 적게 읽는 편은 아니죠. 지금은 선거 때문에 너무 바빠서 잘 못 보지만, 최근에 읽던 책은 [세계화의 두 얼굴]이라고 세계화시대의 양극화를 넘어서는 길을 고민하는 내용이었어요.무협지 빼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은 [세계를 움직이는 127대 파워]라고 프레시안 창간하신 분이 세계언론네트워크에서 발표한 세계를 움직이는 127대 파워를 나름대로 정리한 책이예요.

 

 

퍼슨웹: 세계 질서에 영향을 주는 최신 트렌드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김: 예, 주로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읽죠. 스토리 있는 건 영화로 해결하죠. 혼자 영화 보러 가는 거 좋아해요. [타임 마스터]라는 영화 아세요? 만화영화인데 프랑스에서 유명한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거예요. 우주의 미래를 다룬 어드벤쳐물이죠.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열린 영화를 좋아해요.

  
퍼슨웹: 인터넷에서 주로 다니는 곳은?

김: 요즈음은 매일 제 이름 넣고 검색하는 게 일이죠. (웃음) 주로 음악 찾아 들어요. 음, 사거제곱사의 [재진을 위해]란 노래 아세요? 그 노래 좋아요.

 

 

퍼슨웹: 존경하는 인물은?

김: 예전에는 레닌을 존경했고, 지금은 아버지요. 멀리서 굳이 찾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참 실천적인 분이세요. 큰형이 수배되고 나서 제가 변했듯이 아버지도 많이 변하셨죠. 정치경제학 원론 같은 책들도 읽고 새로운 걸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셨어요. 제 활동도 절대적으로 지지해 주시고. 

 

 

퍼슨웹: 어머니는요?   
김: 아버지만 존경하는 건 아니예요. 어머니도 존경하죠. 어머니가 들으시면 섭섭해 하시겠네. (웃음) 어머니와 관련되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네요. 어머니가 국수 가게를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참 깨끗하게 잘 하셨거든요. 근데 식품위생법 규정인가 위반했다고 어느 날 벌금을 많이 맞은 거예요. 그 때 속상해하시는 걸 옆에서 봤죠. 어린 마음에 참 이상했어요. 왜 엄마가 벌금을 내야 하는지.

 

“나는 겸손한 사회주의자”

 

 

 

 

퍼슨웹: 오세훈, 강금실 등 참신한 얼굴의 대결 구도인데요. 제일 젊은 후보는 김 후보님이잖아요. 본인의 젊은 마인드를 소개하자면?

김: 저는 제가 쿨하다고 생각해요. 리버럴하죠. 새로운 사회주의, 제가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경향을 포함한다고 봐요. 며칠 전에 후보자 매니페스토라고 각 당 후보들이 다 모여서 서약식을 하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라는 거예요. 웬 국기에 대한 경례? 다들 했지만 저는 안 했어요. 그냥 서 있기만 했어요. 저만 유일하게 안 했죠.

 

 

퍼슨웹: 모든 국민들이 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겪지만, 젊은이들도 신자유주의의 엄청난 피해자잖아요. 실업의 공포에 주눅 들어 있죠. 한편 투표도 잘 안 하고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경향도 보이고요.  젊은이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시나요?

김: 전화를 자주 해요. 주위의 젊은 애들과. 물어보죠. 요즘 어떠냐고. 선본 자체가 젊어요.  요즈음 젊은이들이 어쩌니저쩌니 하는데, 제가 보기엔 2개월 단위로 바뀌는 것 같아요. 공공선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기는 해요. 다 종합해서 들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거죠. 젊은 층을 뭐라고 규정하긴 어렵다고 봐요.

 

 

퍼슨웹: 강금실 후보는 강연회 이런 데서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던데요. 김 후보도 젊은 층을 잘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김: 근데 제가 느낀 건 종잡기 어렵다는 거죠. 종잡기 어려울 때 쓰는 방법은 내가 하는 대로 하는 거죠. 세계적 게임개발업체 닌텐도의 게임 출시 기준이 뭔지 아세요?

 

 

퍼슨웹: 개발자 자기가 해 보고 자기가 재미있으면 된다는 거죠?

김: 아시네요. 내가 재미있으면 남들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상당 부분 맞아요.

 

 

퍼슨웹: 절충하지 않고 자기 방식을 밀고 나가겠다는 말씀이시네요.

김: 주변에서 여러 가지 충고를 해 주긴 하죠.

 

 

퍼슨웹: 당내에서도 새로운 걸 바라니까 당선되셨겠죠.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슬로건이 당내조차 새로울 것 같은데요. 현재 선거운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김: 지지도가 너무 낮아서요. 결과가 대답이 되어 버리나? 우리가 갖고 있는 걸 홍보할 수단이 별로 없어요. 굉장히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죠. 사람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걸 잘 못하고 있어요. 노사모에 못 미쳐요. 언어도 어렵고 사실 민주적 사회주의도 어렵죠. (웃음)

 

 

퍼슨웹: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노선에 동의하고 민노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후보님을 찍을 수도 있지만, 후보님 개인의 매력이 계기가 되어 당과 노선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잖아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세요.

김: 나라는 사람을 찍어 달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계속 반문해 보고 있어요. 민노당 후보니까 찍어 달라고 하는 게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겠죠. 내게 깊은 삶의 철학이 있느냐, 내 인생의 어떤 게 나를 좌우하는 걸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린 시절을  쭉 떠올려봤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성장의 기억이 있겠지만 저에게도 어린 시절이 의미가 깊죠. 인간은 죽기 때문에 즉 유한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행복한 존재는 아닌 것 같아요. 그나마 살아가는 동안에 누려야 할 각자의 행복을 막는 사회적 구조를 깨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을 깊이 알게 되면 싸우게 되죠. 대화를 하다 보면 싸우죠. 백만 명이 모이면 백만 가지 생각이 있을 겁니다. 논쟁이야 할 수 있지만 논쟁의 결과로 자신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자유로이 논쟁을 할 수 있죠. 자기의 의견을 강조하는 방식이 비폭력이어야 합니다. 제 철학은 비폭력이죠. 제 신조 중의 하나가, 마지막 발언권을 상대에게 주라는 거죠. 그러면 풀려요. 어떤 논쟁이건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주면 논쟁이 잘 끝나요. 반론을 안 하고 잘 들어주면 관계가 깊어져요. 
 
 

퍼슨웹: 논쟁을 그렇게 해도 되나요? 그럼 만만해 보이지 않을까요? (웃음)

김: 만만해 보이면 어때요. 상대방에게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되는 건데.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게 좋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건데. 공인으로서의 가치를 저버리고 불의 앞에 침묵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굉장히 대중적인 사람 이예요. 대중의 마음을 잘 읽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 후보가 된 것일지도 몰라요.

 

 

퍼슨웹: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실천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들 열심히 살고 계시겠지만…….근사하고 거창한 대안을 만든 다음에만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퍼슨웹: 선거에 나온 후보에게 엄청난 걸 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각자 자기 삶에서 조금씩 사회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는 요청의 의미인가요?

김: 그렇죠. 제가 보기에 현실이 참 어렵거든요. 아까도 영등포 쪽방에 사시는 분들을 뵙고 왔는데, 거기서 어떻게 살고 계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도저히 표정을 풀 수가 없었어요. “열심히 해 보세요. 근데 뭐 저 같은 사람 인생이 쉽게 안 바뀐다는 건 잘 알고 있거든요.” 이러시는데, 옛날 학생 운동할 때 같으면 젊은 혈기에 희망을 버리지 마시라고 큰소리로 뭐라고 했을 것도 같지만, 서울 시장 나온 사람인데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해 볼 테니 봐 주십사, 이 정도로만 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조용하고 겸손하게. “저 사회주의자인데요, 저도 한 번 봐 주세요. 봐 주실 만하지 않으신가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퍼슨웹: 겸손한 사회주의자 김종철이군요.

 

 

 

인터뷰를 마치고 “알고 보면 저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못 한 것 같다”며 김 후보가 자리를 떠났다. 하필 그날 밤 귀가길에 웬 술취한 남정네 하나가 홀로 길 가던 나의 어깨와 팔을 꽉 잡으며 집적거렸다. 공포도 공포지만 짜증이 확 밀려왔다. 여전히, 재미있는 날보다 재미없는 날이 더 많다.

메이데이가 지났고, 평택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진압이 있었으며, 정리해고 대상이 된 KTX 여승무원들이 한명숙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면담을 거절당한 후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사무실로 가 점거 농성을 강행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시위와 폭력행위는 법질서에 따라 엄격히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편, 전교조는 한미FTA가 왜 문제인가에 대해 수업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볼리비아가 베네주엘라에 이어 천연가스와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사이 김 후보는 또 TV토론에 나섰고, 과거의 “민중후보” 백기완 선생과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만났다. 백 선생은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선거운동에 임하라”고, 최 교수는 “말은 분명하게 하되 표정과 표현은 부드럽게”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외치는 그가 이번 선거에서 과연 얼마나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낼까. 자신을 “대중적인 인물”이라고 자평한 그의 ‘전략전술’이 과연 대중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가 바라는 대중과 현실의 대중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지, 인생이 쉽게 안 바뀔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영등포 쪽방 아저씨의 독백,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실천해 보자는 김 후보의 당부가 겹쳐진다.

여전히 숨가쁜 한국의 5월, 5월의 마지막 날, 봄의 막바지, 유권자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하하하지만 아직 비관하긴 아직 너무 일러
나쁘게 생각하면 끝도 끝도 없는 거지
우리에겐 희망이라는 게 아직까지 남아 있잖아
없었다면 지금 우린 아무도 살지 않았을 거야
시작이 반이라고 지금부터 시작해봐
마음만 먹으면 안 될 일은 하나도 없어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알지 못 하고 있지
잘하는지 못하는지 잘난 척 못난 척
생각해 봐 이 세상은 살만하지 그렇지 않니
쉽게 쉽게 산다면은 재미없어 따분하지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진리를
너도 나도 모두 잘 알고들 있을 거야
그런 거야 바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
한번뿐인 인생 기분 나쁘게 살 필요는 없잖아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 줘
하하 그래 바로 그거야 일어나 앞을 봐 그리고 뒤를 봐
오른쪽도 왼쪽도 사방을 둘러 봐 아름다운 것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딘가에 있을지를 몰라 지니고만 있지
너도 나도 툭툭 마음 열어봐
내가 지금 하는 랩을 못 알아들어도 괜찮아
마음속에 느껴지는 그것 아 그것이 중요해
아 니가 아 내가 아 서로 도와나가
앞으로 앞으로 나가 힘차게 달려 나가자
이렇게 얘기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씀
강력한 그 무엇보다 호수위에 잔잔한 물결처럼
때로는 고요할 때도 있어야지 그렇지 하하!

사거제곱사 – 재진을 위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