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같이 동행했던 대학생 모험과 비슷했던 나이에 나는 서형원 간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지금은 사라진 인문사회과학서점의 아르바이트 학생이었고, 나는 그 서점을 자주 드나들던 손님이었다. 그 때가 1991년 여름이었다. 누군가의 회고에 의하면, 80년대 학생운동이 마지막으로 개화했다 무너져가던 시절, 학생 운동의 맨 끄트머리 어디에선가 무언가를 했던 나는 무척 실망하고 상처입은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는 ‘진보 정당’이라는 낯선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혁명’이라는 멋진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었지만,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은 그의 이야기였다. 세상은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못 바꾸는 것도 아니라는 희망을 ‘혁명’이 아닌 ‘진보’라는 말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진보 정당’이라는 것조차 쉬운 것은 아니어서 민중당의 실패 이후 그는 군대에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90년대 중반 어느 무렵엔가 그가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인가 지나치듯 만났던 기억 외에는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어느 신문에선가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기대주 100인 중 정치 분야에 민주노동당 노회찬씨 다음으로, 그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나는 녹색정치준비모임(현 초록정치연대) 사이트에서 ‘아토피가 정치다’라는 슬로건을 보고는 그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만남은 6월 녹색정치준비모임이 ‘준비’자를 떼버리고 초록정치연대로 창립된 후 어느 주말에 이루어졌다.
여덟 개의 초록정치연대
퍼슨웹(이하 ‘퍼’)> 6월 10일 창립대회1)를 하셨는데, 창립 과정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세요.
서형원(이하 ‘서’)> 과정을 이야기를 하면 우리나라에 시민사회운동이 과거의 민중운동이나 노동운동하고 분리되어 전개된 지가 십 몇 년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 참여 움직임이 있었죠. 2002년 지방선거에서 환경운동연합과 여성민우회에서 독자후보를 내서 모두 합해서 16명의 지방의원이 당선이 됐어요. 과거와는 좀 다르게 여성운동, 환경운동에서 핵심 활동가나 내부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을 내보내서 당선이 되었는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풀뿌리에서부터 대안적인 정당에 대한 논의가 시작이 되었고, 그래서 그때 지방의원 당선된 분들하고 환경운동, 여성운동 하는 몇 분이 2002년 하반기부터 녹색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모임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죠. 2003년 초에 녹색정치준비모임을 제안하고 이 사무실이 4월 24일에 개소식을 하면서 녹색정치준비모임을 만들었어요. 생협운동이나 지역운동, 여성운동하는 분들, 전문가들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초기 회원들을 모아서 준비모임을 만들었죠.
흔히 녹색정치 그러면 환경중심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나라도 대안적인 가치나 정책을 내놓는 여러 시민운동의 부문이 연대해서 만드는 게 일종의 녹색정치라고 할 수 있죠. 그 과정에서 이제 여러 부문의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참여한 토론모임을 50여 차례 가졌고, 정책위원회나 회원들 토론을 통해가지고 과연 녹색정치가 우리나라에서 지원해야 할 가치가 뭐냐 뭐 이런 토론도 진행을 하고 웹진 녹색정치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으면서 이메일 뉴스레터로 2000통 정도 보냈죠. 아직 제도적으로 등록된 정당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준정당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겨 작년 말부터 모임의 변화 방향에 대한 토론을 집중적으로 해 280여 명의 창립 발기인이 조직되어 초록정치연대라는 이름으로 창립하게 되었어요.
퍼> 이름이 ‘녹색’이 아니라, ‘초록’이네요.
서> 이름은 회원 투표를 통해서 하게 되었는데, ‘녹색’이라는 말이 식상해지기도 했고 너무 외국의 녹색당을 따라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런 선입관을 깨고 싶었고 또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초록이 제안되었어요. 그래서 초록정치연대라고 바꿨고, 모임을 한마디로 규정을 하자면 풀뿌리 시민운동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초록정당을 만들어가는 모임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퍼> 앞으로 선거에 참여할 계획인거죠?
서> 단기적으로는 2006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각 지역의 다양한 단체나 주민운동에서 지방자치 후보를 내려고 해요. 지금까지처럼 분산적으로 실험을 해서, 되는 데는 되고 안 되는 데는 안 되는 식으로 역량을 낭비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내년 중반까지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당화 준비를 마치고 2006년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정당으로 참여를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지요.
퍼>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운동 단체는 조직적인 참여예요? 개인적인 참여예요?
서> 개인적인 참여예요.
퍼>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에는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지지를 하잖아요.
서> 그렇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환경단체나 여성단체나 어떤 단체들이 이런 움직임을 지지할 수도 있지만 시민운동 단체들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공식적으로 지지한다던지 그러지는 않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 여성이면 여성의 가치랄까, 풀뿌리 민주주의면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여기 참여를 해서 개인적으로 참여를 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 되는 거죠.
퍼> 풀뿌리운동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감이 안 잡히는데. 설명 좀…
서> 예를 들면 대안교육도 풀뿌리운동이라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지역에서, 지역이라고 해도 경기도 이런 게 아니라 생활공간 말하자면 이제 행정단위 기초단위 이하에서 혹은 더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다양한 운동을 말하는데 대안교육운동이 대표적인 것이고, 학교폭력 추방을 위한 학부모들의 운동이나 또 저소득층 방과 후 활동을 만드는 운동이나, 학교급식운동 같은 걸 만드는 운동 등 다양하죠. 지역마다 어떤 전업활동가들이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운동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직접 해결하는 운동을 풀뿌리 운동이라고 정확하게 말하고 제가 풀뿌리를 이야기 하는걸 광역이나 중앙 이런 것보다는 지역단위로 지역에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들이 중심이 된 운동을 말해요.
퍼> 그러면 그런 단체들이 몇 개 단체들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합니까?
서> 단체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굳이 따지자면 글쎄 몇 십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겠죠. 단체의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론 환경이나 여성이나 평화운동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부문의 운동이 참여를 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퍼> 근데 그런 부문운동이 발전을 하면 정치라는 비전으로 묶는 그런 필요성을 다 느끼나요?
서> 나는 절박하다고 생각해요. 부문운동이 계속 성장하는 게 아니거든요. 성장할 때 괜찮은데 성장이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계속 커질 때에는 별로 타협할 필요가 없어요. 근데 이게 정점에 도달하고 나면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너무나 부문적인 이해관계를 추구한다던지. 우리나라 시민운동이 그래도 굉장히 건강한 게 자기분야를 넘어서는 일에 약간의 희생이 있더라도 참여를 해요. 어떤 사람은 왜 정치적인 일에 끼냐고 하지만. 어쨌든 그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고민하기 때문에 그런 연대가 활발하고 자기 부문을 넘어서는 어떤 공동의 가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인데 이게 언제까지 그럴 거냐. 그게 선진국형의 일부가 어떤 상황이냐면 환경단체는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00만명의 대중한테 어필하고 뭐 평화군축하는 단체는 평화운동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00만명한테 어필을 하고 그래서 둘이 경쟁하고, 그리고 또 환경단체 안에서는 또 그 100만명 중에 또 누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느냐가지고 경쟁하고 그렇게 하고 나면 그 사회에 대한 공공으로 추구할 수 있는 대안들이 굉장히 흐려져 버리죠. 예를 들어 핵발전소는 어찌되든 철새만 잘 살면 된다든지, 그런 식으로 가면 그게 운동은 확실하게 생존하거든요. 근데 소위 선진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라고요. 산업화된 나라의 운동, 운동이라기 보단 거기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그게 시민운동의 가치가 되어버리는 거죠. 취향은 물론 존중해야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취향이 전부가 되면 이제 문제가 있죠. 그러면 대안 같은 건 안 나오는 거지. 그래서 지금쯤에는 이게 이제 정치적 비전으로 네트워킹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죠.
퍼> 그래서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가입하는 거군요.
서> 단체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것은 되게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단체마다 정치참여에 있어서 까다로운 규칙이 있고, 우리나라는 아직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성 논리가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단체에서 사무처장이나 실장이나 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게 사실은 어느 정도의 결심이 필요한 일이에요. 근데 그런 분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건 흐름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퍼> 그러면 초록정치연대가 만든 8대 가치지향은 모인 사람들이 하나씩 내 놓은걸 집합한거예요?
서> 결과적으로는 그런 형태를 지향한 거죠. 우리가 정치이념이라 그러면 하나의 핵심적인 것을 중심으로 피라미드형으로 강령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 형태보다 다양한 가치지향의 연대라는 성격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키워드를 나열하는 방식을 채택한 거죠. 결과적으로는 이런 대안 초록정치에 참여하는 다양 흐름들의 지향을 하나씩 표현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고 그것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생명, 평화는 새만금 반대하시는 분은 이야기하고, 부안 같은 경우엔 풀뿌리 민주주의와 환경 생명 이런 것이 결합되어 있기도 하고, 이미 이런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들이 많이 교류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따로따로 있던 것이 나열되기는 힘들죠. 그리고 그런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운동 같은 게 공동의 힘으로 만들어 질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대충 이야기하면 인터뷰 정리하는 사람들은 멋있게 잘하더라고요. (웃음)
퍼> 여긴 말한 그대로 실어요. (웃음) 그 여덟 지향이 생명, 평화, 풀뿌리, 지구, 미래, 나눔, 성평등, 다양성인데, 이걸 딱 듣는 순간 생명 나눔이면 종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당히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것도 같은데요.
서> 그게 현실 사회경제원리에서 그런 것이 지금까지 너무 반영이 안 되어 있고 이상적인 걸로만 여겨졌기 때문에 종교교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실제로는 종교적이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지금 이 사회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극복하려고 하면 짚어야 될 문제들의 핵심을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생명이 생명을 주신 주님 뭐 이렇게 들리겠지만 어쨌든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생명을 수단화 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사람도 인적자원. 교육도.
퍼> 네. 교육인적자원부.
서> 모든 것이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에서 생명의 가치를 제기한다고 하는 것은 핵심을 잘 찌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키워드들도 마찬가지예요.
나눔을 이야기했는데 나눔을 우리가 이야기한 이유는 그게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의미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나눔이라는 원리가 아니고서는 지금 생태적 한계가 명확해진 세계에서 불평등의 문제나 평화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지금의 경쟁의 논리에서 경쟁에서 싸워 이기는 놈이 장땡이고 못사는 놈도 너도 열심히 노력해서 ?i아오면 된다 이런 식인데. 가난한 나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미국처럼 살면 된다.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사람들이 미국처럼 살려고 하면 지구가 7개쯤 필요하다는 사실이죠. 경쟁과 따라잡기 식으로는 우리가 고전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적인 통찰 속에서 나눔이라는 게 나오는 거지 나눔이라는 것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도덕적으로 바른 가치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지금의 어떤 객관적인 사회 상황이 그것을 원리로 채택하진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들다고 보는 거죠.
퍼> 분배랑 나눔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서> 음… 분배는 그것은 말은 쓰기 나름인데 분배라는 말은 통상 ‘성장의 과실을 나눈다’로 쓰이죠. 급속히 성장을 하는 와중에 불평등이 생기니깐 좀 나누고, 다시 또 성장하고 이렇게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고 성장이 빚는 불평등의 문제를 시정하기위한 보완적인 정책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눔이라는 것은 행복, 복리, 복지를 달성하기 위해 성장과 분배를 오가는 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원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죠. 나눔이라는 것은 사회 원리로는 비어져있는 거죠. 딱 정해져 있는 과학적인 원리는 아니죠. 최근의 나눔 운동이라고 하면 혼자가 개발을 통해서 부를 쌓는 방식과는 다른 살아가는데 필요한 복리를, 사실 그 개념에는 다른 종에 대한 나눔이나 다른 생태계에 대한 나눔이라던지 성별간의 권력을 나눔이라던지 그런 문제들이 다 포함되어있죠. 분배라고 하는 개념보다는 훨씬 가치가 다른 거죠.
퍼> 마지막으로 미래는 어떤 의미예요?
서> 그런 이야기하잖아요. 옛날에 인디언들이 무슨 결정을 하려면 이 결정이 앞으로 6대 후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하는데 지금의 정책원리는 자유주의 경제원리에서 오는 건데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진행되고 있죠. 예를 들어, 30년 후에 손해가 되지만 지금 당장 1000원의 이익이 있다면 그 이윤을 추구하는 게 현재 경제의 논리라면, 지금 당장은 100원의 이익 밖에 못 내지만 30년 후를 생각해서 그것만 얻는 게 미래라고 할 수 있죠. 30년 후에 1000원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이익을 포기하는 게 미래의 가치 지향이죠.
퍼> 생명, 나눔, 미래 같은 게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막연한 것 같은데…
모험(이하 ‘모’)> 근데 그건 막연하거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묻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이번 학기에 <인권과 평화>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그 인권이라는 것 평화라는 것이 누군가의 이론이나 역사적인 사건들로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 일상 속에서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뭐 학교에서 무슨 행사 있을 때마다 나무에 걸어 놓는 화학천으로 만든 플랜카드라던가, 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죽이는 것, 혹은 길을 지나갈 때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는 것 등등. 이것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그런 평화 나눔 그런 것의 실체를 의심하게 되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이유가 너무 일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묻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1) 인터뷰어가 하도 딴지 거는 질문만 해대자 인터뷰이가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음. 인터뷰어가 스스로를 규정한 자기 정체성.
아토피가 정치다
퍼> 저는 사실 가치 지향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아토피가 정치다’라는 슬로건만 눈에 팍 들어오더라고요. 우리 애가 둘 다 아토피거든. 물론 현재는 많이 괜찮아지긴 했지만 늘 불안해. 낫는 병이 아니잖우. 우리 집도 큰 애 아토피땜시 생협 회원이 되고 삶의 방식에 약간의 변화가 왔죠. 근데 서유럽의 녹색정당들도 ‘알러지가 정치다’라는 슬로건으로 한다면서요?
서> 스웨덴인가에서 제가 한번 봤어요. 그래서 그것을 쓴 거예요.
아토피 문제가 정치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상당히 불가사의 한 것인데, 지금 젊은 주부들과 아이들 뿐 만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아토피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해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아토피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그게 민감한 정치쟁점이 되지 않는 게 굉장히 이상한 거거든요. 한번도 정치에선 그런 일이 다뤄지지 않잖아. 그게 안 다뤄진다는 것 정말 이상한거예요.
모> 저도 아토핀데요. 제가 아토피를 걸린 게 왜 그런지 몰랐어요. 그래서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는 ‘넌 너무 기름진 걸 많이 먹어서 그래’였는데, 아토피 이것도 한편으로는 연결될수 있군요.
서> 우리 동네에서 한 아이가 아토피가 있는데, 시에서 하도 농약을 뿌려서, 돈이 많으니깐, 하여튼 농약도 많이 뿌려요. (웃음) 그 집이 아파트 1층에 살았는데 견디지 못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어요. 만약 시의회에 아토피 아이를 가진 젊은 주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그런 것을 못 막겠느냐 그거예요. 아토피 문제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고 왜냐면 아토피 문제는 팔이 부러지면 팔을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 먹거리와 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조건을 사실 호흡하는 공기까지 포함해서 그것을 바꿔야 하는데, 틀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손을 쓸 수 없는 문제이죠.
두 번째로는 그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정치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사람들이니깐 그런거 아니에요? 여성과 아이들. 그러니깐 그것은 여성과 아이들이 중요하다는 이야길 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 의제에서 어떤 게 배제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실제로 다양한 생활인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이 정치라면 그런 생활인이 가능한 직접 참여해서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면 제대로 된 정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고.
‘아토피가 정치다’라는 명제는 정치에서 거들먹거리는 국방이니 외교니 경제성장이니 뭐 다 중요하지만 먹고 살고 건강하게 사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의제들이 배제되었다는 걸 드러내면서 동시에 이런 문제로 인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생활인들이 배제되어있다는 걸 드러내는 슬로건 같은 거죠.
모> 신기했던 게 제가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다니는 동안에는 전혀 없었어요. 다시 한국에 오니깐 또 시작인거예요.
서> 아토피를 치료하는 방법은 이민가는 거예요. (웃음)
퍼> 캐나다 가면 낫는데. (웃음) 미국은 모르겠고 캐나다는 확실히 낫는데.
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욕구 중에 하나가 탈출욕구잖아요. 이민이던 아니던 이 지긋지긋한 경쟁 이런 거랑 다른 삶이 있다면, 지금 삶의 방식에서 탈출하고 싶고 반면에 한편으론 싸워 이기고 여기서 정말 잘 살고 싶어하죠.
퍼> 그렇죠.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은 욕구도 있죠.
서>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있고.
퍼> 그런 건 강박관념이지.
서> 다른 것만 있다면 탈출하고 싶다는 게 이 사람들의 욕군데, 다른 삶의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 근데 그런 욕구에 대응하는 정치는 없잖아요. 우리가 그런 걸 하고 싶어요. 대안공간을 만드는 정치라고 하는 게 다른 삶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그렇게 살지 않아도 살 수 있게 하는, 이민가지 않고도 여기서 그렇게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런 의미에서 초록정치가 이미 잠재적 대중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퍼> 아~ 저 딱 그 질문 하고 싶었는데. 초록정치가 본질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지기반은 어떤 대상들입니까.
모> 아토피 환자들 (웃음) 아토피 환자들만 해도 몇 십만명인데.
서> (웃음) 지지기반이라고 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그냥 주체라고 생각을 하면 여성이 중요할 것 같고 왜냐면 지역에서 풀뿌리 정치를 한다고 하면 남자들은 대부분 반 주민이고 여성들이 대부분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지역의 문제에 참여하고 아이를 키우니, 지역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같게 되고,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이런 분들이 일단 주체가 되고. 제가 원래 쓰기는 여성, 지역 그러니깐 중앙으로 모든 권력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이제 고유성이나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자발적인 자치능력 경제능력 등을 잃어버린 지역을 고민하는 사람들 또는 지역.
퍼> 그 지역이라는 의미는 서울에 반대되는 지역이에요? 뭐 어떤?
서> 중앙이 아닌 지역이예요. 예를 들면 서울에서도 도봉 이런 데도 지역일 수 있어요. 지금처럼 살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가능성이 있으면 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
퍼> 근데 잠재층은 늘 있어요.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골치인 문제지.
서> 사람들이랑 초록정치 이야길 하면 어려운 가치지향을 중심으로 설명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열망에 초점을 두고 있느냐,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하느냐 했을 때 그 욕망은 정말 거의 터질 지경 아니냐 (웃음) 처음 만들 때 직장 다니는 선배들한테 그래도 직장에서 월급도 받고 이런 거 보다는 조금 덜 벌어도 여유 있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 또 그런 것을 실현하겠다고 한다면 지지할 사람은 몇 십만 명은 있지 않겠어요?라고 하니깐 몇 십만 명이 무슨 소리냐고, 몇 백만 명이 넘는다.
지금 직장인들 머리 속 한쪽에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들이 어딨냐고. 그러니깐 그런 것도 이제 중요한 삶의 문제인데 지금 이제 정치세력들이 이제 누가 더 경쟁력있는 사람과 사회를 만들어 주느냐 이제 그걸 가지고 경쟁을 하니깐 심지어는 민주노동당도 그런 자리에서는 분배를 해야 성장도 할 수 있다고 이런 식으로 종종 가고 그런 면에서는 진짜 터질 지경인 그런 욕구들을 제대로 터뜨려 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정치의 필요성이 이른 게 아니죠.
모> 한편으로는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운동을 하고자 했을 때 무엇인가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러니깐 한편으로는 지식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면에서 전 노동운동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한 학기 수업을 들었는데도. 노동조합이 하나 만들어 지기까지의 과정도 정말 많은 과정이 있잖아요. 이 사회를 읽어 나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상가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요. 근데 그 사람들은 단지 우러러 볼 뿐이지, 실제로 와 닿는 건 별로 없으니깐. 근데 바로 옆의 생활인이 말하는 이런 방식은 지식이 권력이 되어 그게 운동으로 만들어 지는 것에 대한 대안적인 그런 식의 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퍼> 저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공감하죠. 공감하는데 역시 회의주의자의 성격 드러냅니다. 이상과 실제 관행 사회를 조직하고 있는 논리 사이의 갭이 크잖아요. 그 갭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명망가의 정치. 이런 거에 대해서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있잖아요.
서> 지금까지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어요. 지금 우리가 또 명망가 중심으로 하고 기존의 관행이랑 적당히 타협해서 했으면 사람들이 저런 놈들이 또 그런 놈들이라고 할 텐데 지금 비록 우리가 명망가 수는 적지만 몇 명 있긴 있는데 평의원으로.
퍼> 뭐 한겨레 인터넷 게시판에 최열씨가 여기 참여한 것에 대한 반응이 썰렁하더구먼.(웃음)
서> (웃음) 그래도 그 분도 평의원이니깐 어쨌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1/n의 그 발언권 이상을 부여하지 않으니깐. 그런 게 어떻게 보면 당장 막 폭발적으로 크게 하지 못하더라도 잔잔하게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서 내 목소리도 이야기 할 수 있구나라고 하면서 참여하게 되는 거죠. 초기부터 끊임없이 우리 중요한 결정에 생활인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해서 자기 이야길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미 사람들은 되게 똑똑해요. 지금까지 해 온 걸 생각해 보면 생활인들이 무엇을 결정하는 게 제일 맞아.
저는 또 농담반 진담반으로 수다정치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사람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정치면 그것은 되는 정치다. 저도 상당히 수다스러운데, 지금 느끼겠지만. (웃음) 그게 아니고 자꾸 계몽하려고 하면 되지도 않죠. 초록정치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의사소통능력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퍼> 의사소통능력 굉장히 중요한 건데 정치랑은 별 상관없지 않나?
서> 지금은 논리적으로 뭐가 옳으냐라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죠. 항상 중요한 거지만 저 사람이랑 소통이 되느냐 그 소통이 된다고 하는 거는 자기를 하나의 주체로 인정해준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을 키우는데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죠.
퍼> 의사소통능력이라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 생활인 중심의 정치를 실제로 한다고 한다면 의사소통이 중요하죠. 실제 생활인들의 문제를 알아야 하고 그 사람들이 그런 소통과정에 들어옴으로써 자기 목소리로 이야길 할 수 있게 하고 그리고 그 사람들이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내가 잘 아니깐 내가 잘 해줄께가 아니고 그 소통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래서 그게 정치운동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죠.
퍼> 아주 고단수의 정치운동이겠군요.
모> 소통방식 역시 한편으로는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서> 네, 그래서 ‘수다’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 수다떨다가 된 일이 많아요. 이번에 파병반대 평화놀이터 할 때도 평화운동 하는 사람들이랑 수다떨다가 해야 되겠다. 하룻밤 수다 끝에 이제 약간 구체화 된 건데, 그러니깐 이게 그렇게 수다를 떨고 나면 이제 이 사람들과 일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기죠.
퍼> 신뢰성?
서> 네, 수다를 통해 얻는 신뢰가 가죠.
모> 평소에 여기저기 흩어졌던 소통방식을 딱 묶어 주는 단어 같아요. 의사소통방법으로써의 ‘수다’ 우와- 감동만 받고 가겠는데.
퍼> 난 별로 감동 안받아. 옛날에 감동받아서 한 번 걸려들어서 (웃음)
중앙은 필요 없다
퍼> 민주노동당이랑 뭐가 달라요?
서> 물질적 성장이 문제의 해결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철학적인 차이 같은 게 있지요. 또 민주노동당 일각에서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주의 논리같은 것도 차이가 나죠. 사실 자주란 건 잘못되기 쉬어요. 자주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될 수 있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것보다는 동북아시아를 보더라도 어떻게 화해와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미 우리나라가 군사적으로는 세계 6위정도의 군사력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에너지소비수준은 독일 일본이랑 1인당 에너지 소비 수준이 비슷하지요. 이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더 자주적인 나라가 된다라는 게 일면 맞을 수도 있지만 책임과 화해 협력에 근거한 평화를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면에서 차이가 좀 있다고 생각하죠. 사실은 생활인들에게 차이가 되는 건 뭐냐면 자치 . 분권.다중심의 원리라고 근사하게 표현을 한 것. (웃음)
퍼> 그 말, 본인이 만들어 낸 거예요? (웃음)
서> 그때 그 말이 생각나서 쓴 거지만. 사실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토론을 하지만 결정된 것은 모두가 따라야 된다. 그런 논리가 현재 사람들의 욕구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을까, 소위 민주집중제 같은 원리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한 거죠. 그것보다 지금은 서로 큰 틀에서 같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서로가 하는 일의 중요함을 인정해주고 다소 분산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게 맞는 시대죠. 기본적으로 이게 기존 운동이 갖고 있는 집중의 논리가 아닌 시민사회운동이나 풀뿌리 운동이 가지고 있는 분산과 그 네트워킹의 논리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조직원리나 행동원리에 굉장히 큰 차이가 있죠. 우리 모임도 그런 식으로 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평화운동을 한다고 하면 우리가 평화위원회를 만들어서 꾸려나가고 하는 게 아니라 평화운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랑 연계망을 만들어서 어떤 프로그램을 같이 추진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우리 회원들이 있으면 그 회원모임이 자연스럽게 최근에 ‘무지개평화모임’같은 게 형성이 되고 그런 네트워크 속에 섞여가지고 일을 해나가면서 마치 진짜 풀뿌리를 뽑아가면서 그물을 짜가면서 운동한다고 할까? 저는 그것이 철학적으로 옳다고 하는 면도 있지만 이미 사람들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어떤 호응 같은 걸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민주노동당 역시 위계적 조직 질서를 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위계를 아무리 민주적으로 만들어도, 철저하게 투표하고 토론해서 상층부를 뽑고 지도부를 뽑고 이런 방식으로 하더라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가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으면 지금 민주노동당이 5만의 당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더 대중적인 정당이 되긴 힘들다고 봐요. 현대인들이 그렇게 무디지 않기 때문에 힘들 거라 봐요.
모>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있어요. 민주노동당에 대해 전 잘 모르지만 노동운동이 중심이 되어서 거기에 바탕으로 다른 운동들이 가는 거예요. 여성운동도 한 일부인거고. 그런 식에 상당히 동감을 못했었거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운동의 상하를 나누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았어요.
서> 중심과 주변.
모> 맞아요. 그것이 상당히 위협적이었고, 학교 안에서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서 운동하는 선배들이 하는 말이 너도 예비노동자이기 때문에 그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설득을 하지만, 나한테는 내가 예비노동자라고 그 운동을 해야 한다는 그 설득보다는, 너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인권운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게 훨씬 설득력 있었죠. 왜냐면 나는 여성이기 때문이 이미 받아왔던 차별 등의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서> 그런 거예요. 평등 같은 걸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여성운동이 여성운동을 바라볼 때도 저것이 중산층 여성운동인가 아닌가에 관심을 가지고 쳐다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이 다원적이고 복잡하다는 걸 인정하면 그 운동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그 운동이 나름대로 스스로 내적인 논리를 만들어서 하층계급의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진행이 되어야 하는 건데 그걸 바깥에서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깐 이 문제를 중심으로 하고를 하라고 접근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대안교육운동도 마찬가지인데 저것도 중산층들이 돈이 많으니깐 자기 얘들을 교육시키는 운동 아니냐 하는데 사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학교라고 하는 게 굉장히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절실한 문제예요. 열심히 공교육에서 운동하는 분들에겐 미안하긴 한데.
퍼, 모> 학교 문제 많은 거 사실이죠.
서> 그게 자구적인 운동인거예요. 그런 운동을 바깥에서 평가하고 비판하고 이렇게 재단할 것이 아니라 그런 운동의 성과가 그 지역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도 미칠 수 있게 서로 같이 만들어 나가면 되거든요. 제가 과천에서 주민들이랑 같이 하고 있는 게 그런 식을 지향하고 있죠. 과천에 대안교육하는 데 많아요. 그분들이 저소득층 방과 후 학교 만드는 데 최근에 같이 나서게 되었어요. 근데 굉장히 폭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거예요. 왜냐면 이미 그분들도 자기가 대안교육운동을 하면서 이것을 지역사회에 되돌려야 할 텐데 그런 부채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 계기가 마련돼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거죠. 그렇게 어떤 각각의 문제에 대응하는 운동들이 서로 관심의 폭을 넓히면서 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죠.
모> 근데 내부에서 보고 평가하는 건 또 다를 것 같아요. 제가 하자센터를 다녔었는데, 하자센터를 조한혜정이 만들었잖아요. 근데 조한이 중산층 페미니즘 운동을 하기 때문에 하자센터에 있는 애들도 다 중산층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많은 오해를 받았었어요. 그렇지만 그곳에 있는 애들, 중산층 아닌 애들 많은 데 왜 저는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서> 문화적인 충돌 아닌가. 그런 문화를 이해를 못하니깐 그걸 설명하려다 보니깐 중산층 뭐 그런 걸로 밖에 못하는 게 아닌가?
퍼> 지금 운동의 우열을 둔 위계적인 조직행동에 반대하는 다중심적인 그런 조직운영원리를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초록정치연대는 어떤 식으로 실현될지 궁금하네요?
서> 그것을 우리 내부에 실현하기 위해서 실천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면 순번제 운영위원회 제도 같은 것이죠. 우리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많다고 생각을 해요. 좋은 사람을 뽑아서 임기동안 맡겨두고 이런 제도가 사실은 옛날부터 정치철학에서는 비민주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던 건데. 그래서 우리는 제비뽑기로 운영위원을 뽑아요. 남녀 각 5명씩을 뽑아요. 물론 사정이 안 되는 사람은 제외해주고 그래서 6개월 임기로 순환을 해요. 5명씩 3개월마다 순환을 해요. 연속성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거기에는 전문가도 들어갈 수도 있고 생활인도 들어갈 수도 있고 뽑힌 사람 중에는 대학생도 있고 주부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20대도 있고 50대도 있고 그 사람들이 실제로 정책연구를 해서 그것을 만들어 내는 건 어느 정도 전문성 있는 사람이 해야 하지만 그것이 실제 집행되기 전에 그것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것은 생활인들한테 맡긴다는 거죠. 그 사람들이 결정해서 사업이 집행되도록 하고 그런 원리를 도입해서 당 관료나 전문가 중심이 아니라 생활인 중심의 원리, 어떻게 말하면 직업화되지 않은 정치 같은걸 실현하려고 하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조직구성에서 우리가 정당을 지향한다는 이야길 하는데 그 정당도 중앙당이 있고 그 밑에 지구당이 있는 형식이 아니라 지역정치가 하나의 독립된 정당처럼 되고, 예를 들면 과천지구당이 아니라 과천 초록당이 되는 거죠. 당이라는 이름 안 쓴다고 하더라도. 그런 독립적인 실체들의 네크워크가 전국정당이 되는 거고 그것에 또 지구적인 네크워크가 ‘글로벌 그린스’라고 그러거든요. 지구녹색정치죠. 이미 있어요. 헌장도 있어요. 그런 방식을 추구하면서 거대한 중앙당 같은 게 필요 없고 따라서 비용도 물론 적게 들고 그런 방식의 어떤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실제 지금도 회원모임을 중심으로 어떤 실전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것, 거기에 관심 있는 회원들이 참여하면서 그런 평화든 환경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면에서, 그리고 그것을 조직해나가는 방식도 우리 내부로 자원을 자꾸 끌어들여서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그룹들을 연계하면서 연계망 속에 우리를 자리 잡게 하는 새로운 조직방식을 많이 실험을 하고 있고, 지금까진 성공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퍼>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녹색정당, 국가적 단위의 정치 조직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때 그러한 생활인의 정치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건지 그게 제일 의문이 들더라고요.
서> 첫째는 최대한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보고 두 번째는 저는 중앙정치가 하는 일을 가능한 줄이는 게 초록정치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자꾸 지역이나 풀뿌리 단위로 내려서, 과천에 사는 당원이 있다고 하면 내가 손에 닿는 범위 안에서 중요한 일정은 다 이루어지게 지역에서, 중앙 권력은 상당히 약화 시키고 권한을 풀뿌리로 이양해서 하는 방식이 되고 중앙정치는 상당히 축소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퍼> 그럼 중앙 정치는 국가단위에서 뭘 하는 겁니까?
서> 지원할까.
퍼> 민주노동당이나 기존의 진보정당운동이 굉장히 고전을 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지역적 기반을 잡기가 어려웠던 것도 물론…
서> 지역에서 승부를 못 보죠.
퍼> 문제가 되었겠지만, 원내 정당이 되지 못함으로 인해서 그쪽에 영향력이 없음으로 인해서 굉장히 고전을 했던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거든요.
서> 근데 그건 거꾸로 볼 수 있어요. 민주노동당은 중앙선거에서 더 강점이 있을 수 있어요. 특히 전국선거라고 할 수 있는 비례대표에서는 굉장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당 지지율이 높잖아요. 근데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가 몇 개 없잖아요. 지방선거에서도 별로 강점이 없어요. 지역에서. 생활공간에서 강점을 못 발휘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인 것 같은데. 근데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퍼>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부안 같은 경우엔 실제로 부안에서는 그런 반핵운동이 일종의 성공을 했잖아요. 그런데 또 다른 지역을 찝쩍거리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되는 걸 과연 지역에서 계속 막을 수 있느냐, 그런 걸 막는 기능을 중앙정치가 감당하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느냐.
서> 그렇죠. 물론 그렇기 때문에 나도 이 초록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중앙정치를 좋은 사람들이 그 권력을 잡아 두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중앙정치가 그런 일을 한 권한은 없다고 그러면 되지. 지역주민들을 그렇게 수탈하게 하는, 그건 완전 지역주민을 착취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들은 자기 삶의 계획이 있는데 갑자기 중앙에서 엉뚱한 계획을 들고 와서 ‘니네들은 이제 이거야’ 이런 짓을 못하게 하면 되죠. 그런 권한을 뺏어 버리면 되죠.
퍼> 그걸 뺏는 걸 누가 하느냐죠.
서> 우리가 만약에 중앙정치를 하게 된다면 우리가 중앙정치를 하는 이유는 중앙정치권력을 가능하면 그런 못된 기능을 없애서 지역에서 결정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중앙권력을 어떻게 보면 약화시키는 게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싶어요. 이거는 제 개인 견해예요. 나의 약간의 아나키적인 견해. (웃음) 실제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동네라고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정치 단위에요. 내가 살아야 하니깐. 그쵸? 기초단위라고 하는 것, 지구라고 하는 것도 지금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실체적인 단위야. 그러니깐 국가라고 하는 것은 애매해요. 이건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것 같아. 그렇지 않아요? 국가로 쪼개져 있을 이유가 뭐가 있나? 동네는 없을 수가 없잖아. 우리가 산책 다니고 학교도 다녀야하고 병원도 있어야 하고 그런 기본적인 것을 생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어야 하는 반면에 또 어쨌든 지금의 생산력이나 생태문제나 지구적인 문제들이 사실 지구차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구라고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정치 단위이고 국가라고 하는 것은 허상 같아. 지금은 제일 힘이 센 것 같지만. 왜 국가가 그렇게 힘이 세야하는지 과연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퍼> 근데 실제로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게 문제죠.
서> 그러니깐 그걸 깨자는 거지.
국가 없이도 살 수 있나?
퍼> 어떻게요?
서> 거대한 국가라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걸로 한다기 보단 지역마다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울산 같으면 산업시설을 어떻게 이제 생태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에너지 이용이라던가 이게 본 연구도 많이 되어있어요. 공장에서 열을 쓰고 열이 남으면 다음공장에서 쓰고 또 더 밀도가 낮아진 열을 이용한다던지 폐기물을 어떻게 순화시킨다던지 이렇게 지역마다 이렇게 특성에 맞게 순화시킨다던지. 그런 형태를 지역마다 시도하면서 해야죠. 한군데서 완결적으로 나오진 않겠죠. 어떤 지역 같은 경우엔 서울 같은 경우엔 꾸리치바 같이 친환경적이고 도시 서민들한테 편리한 교통 체계 같은 것들도 자가용을 버리자라고 이런 체계들을 실험을 해야 되는 거고.
퍼> 꾸리치바가 어디예요?
서> 꾸리치바는 브라질에 있는 도시인데, 특히 교통 면에서 모델처럼 여겨지는 곳이에요.
퍼> 그런 모델들이 사실은 많죠. 그죠? 실제로 유럽 같은 경우에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석유를 대체할 계획을 2020년까지 잡고 있다더라구요.
서> 유럽에서가 시도가 제일 많고, 에너지 소비량도 실제로 줄어들고 있고 그렇긴 한데 그런 대안을 모색할 절박성을 따지자면 우리가 훨씬 절박하거든요.
퍼> 근데 너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뭐 유가 오르면 자동차 안타고 다니면 그만이다. 이런 방식을 그냥 차를 안타고 다니지 뭐 개인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지..뭐.. 뭐라고 해야 되나.. 굉장히 너무 답답한 것 같아요.
서> 유럽은 다른 나라로부터 이미 많이 수탈해왔고 자연으로부터 많이 빼앗아 이미 많은 물질적 부를 이루었고, 경제적 부 속에서 생긴 부산물 처리 수준의 그런 것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 예로 석유가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시스템 다운이잖아. 그리고 뭐 이미 축적해둔 부가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야. 물질적 소비수준은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 됐어요. 쌓아놓은 게 없어서 굉장히 불안정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 경쟁하고 노력하면 이런 수준으로 가느냐 아니냐인데, 이 경제리더들이 그런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아요. 내가 물어보면 ?i아가지 못한대. 그저 격차를 벌리지 않을 뿐인데 계속 국민들한테는 이게 경제 금융하고 이거 다 뻥이에요.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 할 수 없지만. 근데 그렇게 선전을 해야 자기들은 이 경제 시스템에 정점에 있으니깐 자기네들은 누릴 수 있거든.나머지 사람들은 이 논리 속에서 소모되는 거야. 그러니깐 이게 우리사회가 왜 이렇게 시끄럽고 역동적이냐하면 뭔가 갈 수 있다고 얘기는 하고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똑똑한 것 같은데 이게 계속 제자리 아니야. 그러니깐 이게 주류적인 방식으로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봉쇄되어있는데 길은 그거밖에 안보이니깐 시끄러운 거고. 그래서 대안을 모색해야 될 절박성 같은 게 훨씬 더한데 그런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정치비전으로 나와있지 않으니깐 어떤 역동성은 있되, 비전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거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이게 세계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거든요.
퍼> 광장문화요?
서> 이게 자기들이 다 해치우겠다 이거 아니야. 대의제 같은 게 무슨 필요가 있냐 이거 아니야, 지금. 선거 한 달 남겨놓고 투표로 심판하면 되는데 왜 자꾸 뛰어 나오냔 말이야. 그 굉장히 알 수 없는 굉장히 큰 에너지 같은 게 잠재되어있고 그게 인터넷이나 거리 이런 데서 분출되고 있어요. 어떤 고전적인 대의 민주제 이런 걸 넘어선 힘 같은 건데. 그게 잘못하면 패권적인 힘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동남아시아라도 착취해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부국강병 군사력도 더 키우고 이런 힘이 될 수도 있고 반면에 진지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는데.
퍼> 정말 어느 방향으로 갈까가 문제이죠.
서> 지금까진 수구개발 독재들이 이끌어 왔잖아요. 근데 이제 아닌 것 같잖아. 그래서 정말 조금은 합리적이고 우리를 이해해주는 것이 열린우리당이 아닐까 해서, 대중적인 정치참여 움직임이 열린우리당으로 확 쏠렸지만, 열린우리당이 무슨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퍼> 아무것도 없지.
서> 응 쥐똥만큼도 없잖아.
퍼> 그러니깐 민주노동당으로 쏠리더라고 요새는.
서>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게 민주노동당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퍼> 뭐가 부족해요?
서> 민주노동당으로 부족하다고 한 이유는 성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분배로 해결하려고 하는 게 사람이 너무 힘들지 않게 살게 하는 임시처방은 되지만 그게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주는 건 아니에요. 잘 분배해야 된다가 아니고 발전해야 되는데, 그것이 자유주의 시장질서가 얘기하는 발전이 아니고 어떤 그렇지 않은 인간발전의 경로 같은 것을 찾아야죠. 한 쪽에선 이걸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하는데 그거보단 훨씬 더 풍부해야죠. 문화적인 것, 경제적인 것 이런 걸 다 포함해서 다른 발전 전망 같은 게 나와야 되고. 그래서 세계자본주의 속에서 경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 이외에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것은 뭐냐.
말하자면 동북아시아에서는 지역패권을 추구할지도 모를 중국과 역사적으로 부채가 많아서 도덕적으로 자긍심을 갖기 힘든 일본 그 사이에 있는 나라로 그 나라들이랑 싸워서 못 이기거든. 그랬을 때 동북아의 평화를 추구하면서 평화의 조정자면서 어떤 평화의 조정자로써 어떤 군사적인 위협이나 지역갈등 같은걸 제거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게 뭐냐. 경제적으로도 그런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냐. 세계적으로도 그 모든 나라들이 선진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건데.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런 길 이외에 다른 길을 만들어 낸다고 했을 때 그런 길을 만들어 내는 나라의 리더쉽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김구선생이 말하는 물질적으로 군사적으로 강대한 나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아름다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그 어려운 시절에 그런 이야길 했는데 지금 그런 길을 잘 찾아야 되지 않겠어?
근데 지금은 분배의 논리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경제의 논리가 강하니깐 그것에 대한 수세적 대응 같은 거예요. 대안이 아닌 거예요. 유럽 사민당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뭐 진보정당에도 별로 없지만, 이게 너무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지. 거기서 무슨 대안이 나오고 있거나 대안을 향해서 한발짝이라도 움직이고 있냐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지. 시장의 암흑 속에서 사람의 삶이 너무나 빨리 허물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창립선언문에도 나오지만 지금 필요한건 임시방편의 처방이 아니라 참된 대안이라고. (웃음)
퍼> 리더쉽 이야기가 나와, 아까 빠뜨린 질문 생각났습니다. 초록정치연대에서의 리더쉽 같은 건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되는 겁니까? 사실 그런 사람 필요하잖아요. 뭐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나 노회찬씨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
서>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퍼> 그런 게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시는 거죠? 아까 말씀하시는 거로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서> 가능한 한 필요 없이 갔으면 좋겠어요.
집행하는 쪽은 사실은 힘을 갖게 되어 있어요. 사무국이 실은 상당히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에요. 대변인 같은 것도 두어야 해요. 대변인도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순환하고 그런 사람들의 활동이 아까 말한 회원들의 순번제 운영위원회 이런 것이 적절하게 통제되는 시스템이 만들어 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사실은 그런 실험들을 대부분 현대에는 녹색당이 해왔었는데 깨진 것도 많아요. 예를 들면 비례대표 의원들은 임기가 4년이면 2년마다 갈았어요. 그리고 의원연임을 금지했었고, 당직과 의원직 선출직 그것을 금했었죠. 근데 이 세 번째 것 빼고는 다 깨졌어요. 현실적으로 정치세력이 생존이 안 되는 거예요. 민주노동당에서 민주적인 정당원리를 고민할 때 사민당을 보는 게 아니라 녹생당을 보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 일부는 뭐 깨지기도 하고 그것이 아마 원칙적으로 안 되는 면인지 아니면 그 당들도 소수정당으로서 대중적인 기반이 취약하고 그래서 되는 것인지 그것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유럽 사정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는 이제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을 잘 활용하면 개인 리더쉽보다는 대중적인 리더쉽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다른 나라보다는 더 강하다라고 생각하긴 해요. 왜냐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특수하게 대중적인 아이콘 같은 게 되긴 했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않거든. 길거리에 뛰쳐나와서 단지 자기들이 길거리에 뛰쳐나와서 놀 수 있다는 것이 (웃음) 이 사람들의 생각이 뭐냐면 내가 주권자로써 참여할 수도 있고 정치를 직접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도 있고 수단도 있고, 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집회가 있고 인터넷도 있고 많잖아요. 수단도 있고 그게 재미있기까지 한데, 이걸 저 놈의 대통령을 뽑아놓고 4년 동안 찍소리 안하고 지낼 수 있냐. 중앙정치에서는 그게 인터넷과 거리로 나타나고 지역에서는 어떤 그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주민자치운동으로 나타나는 건데. 실제로는 그렇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다양한 주민들의 조직들이 자발적인 조직들이 시행정을 좌지우지해가는 시스템 같은 걸 만들어야하고 관료의 이해관계나 수구세력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게 핵심이겠죠. 그래서 지역 동네 인터넷 거리 이런 데서부터 자치 같은 것을 이제 자치라고 하면 공간적인 지역적인 자치만이 아니라 그런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게 이제 새로운 정책 힘 아니겠냐. 한 두 사람 바라보고 선생님 이런 거보다는.
퍼> 한 10 몇 년은 더 걸리겠다.
서> 아니라니깐. 다음번 선거에서 우리 기초단체장 수도권 한 곳 하고 다른 곳 한 곳은 적어도 할 거고, 그래가지고 저놈들이 하면 뭐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나면 이제 얘기가 다르다니깐. 그리고 여기 참여하는 사람들은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일하고 지역선거를 하는데에는 상당히 강점이 있어요. 저도 이제 기초의원선거를 치러봤지만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과 지역운동 하는 사람들은 그런 데에 상당한 강점이 있어요. 저는 민주노동당보다 어떻게 보면 지역선거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데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민주노동당보다 낫다 뭐 이런 이야길 하려고 한건 아니고,
퍼> 그냥 쭉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느낌은 담당하는 분야들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서> 역할이 좀 다르면서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모>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우선 민주노동당이 됐다고 해서 그 안에 너무 많은 것을 퍼부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당을 통해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됐어요. 그 욕심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출발하는 것 마저 못하면 어쩌나 하면서 상당히 많이 걱정이 됐었어요.
서> 그렇죠.
모> 근데 이런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당이 존재하면서 그 당마다의 색깔이 있고, 그에 맞는 역할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 당에게 너무 많이 기대하거나 그런 것 보다는.
서> 그 어떤 생활인도 한 색깔의 정당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고 하지 않아요. 뭘 믿고 맡겨. 그러니깐 저놈은 저거 잘하고 요놈은 이거 잘하면 그걸 적당히 믹스해가지고 균형을 잡아주고 그래서 연정을 하게 하고 그런 게 사람들에게 바람직 한거죠. 그러니깐 정치교과서란 걸 다시 써야해. 왜냐면 권력은 나눠질 수 없고, 정당의 목적은 단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있다는 식의 사고는 바꿔야 돼요. 실제로 사람들이 이미 사는 게 그렇지가 않은데.
“너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짜 너를 만든단다.”
이 인터뷰를 한 지도 한 달 정도가 흘렀다. 그 짧은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파병 방침 불변에, 김선일씨는 죽었고, 7월 1일에 맞춰 화려하게 개편된 서울의 대중 교통은 죽을 쑤고 있다. 초록정치연대를 파병 철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서울’이라는 ‘지역’의 행정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나는 서형원 간사를 한 번 더 만났다. 김선일씨의 유해가 한국에 들어오는 날 광화문에서 있었던 촛불 시위에서였다. 그는 최병수씨의 판화를 한아름 든 채 있었다. 파병 철회를 위해 피스몹이라는 자기성찰적인 시위를 지속하고 있던 초록정치연대에 대한 질문을 더 하려다 말았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있었던 유엔 환경 회의에서 연설을 했던 12살짜리 캐나다 소녀 스즈키에게 그의 아빠가 해 주었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짜 너를 만든단다.”
지금처럼 그와 그의 친구들이 해 나갈 행동으로 초록정치는 그 실체를 드러내 줄 것이리라. 그리고 나 역시 그 초록 정치가 ‘미래의 진보 정당’ 중 하나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