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김구라

사실, 욕으로 시작해서 구라로 이름 알린지는 좀 되었다. 인터넷 성인방송을 필두로 딴지일보 인터넷 방송의 간판자리를 꿰차더니, 케이블 티비까지 나가게 되었고, 최근에는 폭소클럽이라는 공중파 방송까지 짧으나마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 두 시간씩 휴일없이 고정 자리를 꿰찼다.

  

김구라, 욕 잘 해서 떴다고 하면 좀 미안한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그를 막나가나는 연예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 방송 초창기, 김구라와 황봉알(그는 지금은 ‘황봉’으로 예명이 바뀌었다.)이 출연했던 초창기 연예가 ‘구라’들은 그 자체가 불법 동영상인 것처럼 취급받았었다. 동료 연예인들을 실명으로 거명하면서, “저건 창녀야, 걸레야”, “야이 개새끼야” 이런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내뱉어 댔다. 나도 그즈음 해서 김구라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참 먹고 살기 힘들구나’ 였다. 사정 뻔한 인터넷 방송국에나마 저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우물만 파면된다고 했던가, 그 욕쟁이, 구라쟁이 김구라가, 진짜로 떴다. kbs 공중파 라디오를 맡게 된 것이다. 그것도 정오12시부터 2시까지 황금시간대에 ‘김구라의 가요광장’을 맡았으니 말이다.

 

사실, 욕으로 시작해서 구라로 이름 알린지는 좀 되었다. 인터넷 성인방송을 필두로 딴지일보 인터넷 방송의 간판자리를 꿰차더니, 케이블 티비까지 나가게 되었고, 최근에는 폭소클럽이라는 공중파 방송까지 짧으나마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 두 시간씩 휴일없이 고정 자리를 꿰찼다. 김구라가 말했던가? 10라 1티, 10번 라디오 출연보다 티비 한 번 출연이 낫다고 하지만, 어설프게 티비에 잠깐 몇 개월 나오는 것보다 라디오, 그냥 1년 정도 꾸준히 가는 게, 이 바닥의 바닥에서 오래 버텼던 그로서는 더 잘 된 일이다. 아니, 10라1티로 10대1의 비율로 쳐도 고정 라디오에서 더 건진다.

 

 

 

[퍼]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은 없나요?

 

[구]  아직까지는 크게 많지는 않아요. 왜냐면, 이게 한달 정도 지나서 길에서 확연하게 알아보고 이런 건 아니고 주변사람로부터 대접이 달라졌죠.

  

[퍼]  구봉숙 트리오라고, 김구라, 황봉알, 노숙자 이렇게 세트로 묶여서 평가 받는데, 그 중에서도 b급이다, 너무 막나간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구]  아니 근데 뭐. 사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 대해, b 급이라는 게 일반적인 범주라면 불만은 없구요. 다만, ‘일부러 인기 끌려고 막나간다’ 이런 건 아닌 것 같고. 인기 끌려고 했다면, 여기서 도를 벗어났을 거겠죠. 편하게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좋아해 준거지. 막 나가면 좋아하겠다 그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에요. 그럴 정도로 빠른 건 아니죠. 인터넷이고 처음하는 방송이니까. 편하고 프리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한거지. 계산 한건 아니에요. 원체 우리 스타일이 그래서 그런 거지 인기를 위해서 b급이다. 막나간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신경 안 써요.

 

[퍼]  데뷔하고 고생했다고 스스로 많이 말씀 하던데,

 

[구]  93년 sbs공채 개그맨으로 방송 데뷔했으니까. 벌써 햇수로 12년이죠. 97년까지 방송국에서 소모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하고, 뜨지도 못하고, 말 그대로 무명생활을 했죠. 98년부터 sbs가 구조조정하면서 코메디프로가 다 없어졌죠. 브라이어티쇼만 남아있고 99, 2000년 그 사이에는 연극제작도 하다가 망하고, 사무실도 차려봤죠. 그렇게 고생하다가 2000년부터 인터넷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라디오 게스트도 많이 하고 좀 좋아졌죠.

 

  

그가 김구라라는 이름은, 지금은 없어진 인터넷티비 프랑켄슈타인에서 그 무지막지한 입담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이 포맷이 딴지일보의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로 이어졌다. 이 여세를 몰아 그는 케이블 티비 etn에서는 구봉숙 트리오의 이름으로 ‘썬데이서울’ 메인 mc로 활약하고 있으며, 얼마전 kbs 코메디 프로 폭소클럽에도 몇 달간 출연했다.

그가 이번 개편에 라디오 자리를 꿰찼다는 소식을 접한지는 오래. 인터뷰를 생각하면서, 밀린 숙제처럼 방송국 다시듣기로 그의 방송을 주욱 들었다. 사실 그의 방송을 나도 꽤 들었던 사람이다. 어디선가 퍼다 놓은 엽기동영상으로 분류되었던 성인방송시절부터 최근의 티비출연까지, 웃기고 자빠지는 거라면 놓치기 싫어하는 탓에 그의 구라들은 대체로 다 훑어낸 것 같다. 그런 팬이라는 사람이 왜 그의 공중파 라디오는 챙겨듣지 않았을까? 한 때 이박사 뜬다고 쫓아다닐 때 이박사 cf 방송시간에 맞춰 채널을 돌리던 정열이 사라졌던 것일까? 혹시 그의 뜸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계속 b급으로 남아주길 바라면서?

  

어쨌거나 그의 방송은 나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특유의 많고 빠른 말, 간간히 비유를 섞어 놓는 구라. ‘역시 그렇지!’ 라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아쉬움도 아니고 호기심도 아니었다. 세종로에 이순신 서 있는줄은, 가 봐도 알고 안 가 봐도 아는 것처럼, 내가 알던 익숙한 김구라를 공중파에서 다시 확인하게 되는 친숙감. 그런 느낌이었다.

혹자가 말한다. 김구라씨 공중파 한다고 약해졌어. 하지만 들어보면 쌍욕 내지르던 김구라나, 라디오 하는 김구라는 같은 김구라란 걸 알 수 있다. 욕 한 두 마디 덜 나오는 것뿐 나머지는 대개는 그대로다. 가오가 서네, 작두 타네 같은 비속어가 남발되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의 캐릭터는 그대로였다.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구]  아니, 다들 많이 약해지셨다는데, 글쎄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게 약해진다는 게, 주로 초창기 매니아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긴 해요. 그렇지만 초창기 매니아 만족시키려면 방송을 할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욕 존나게 하고, 씨바, 막 자지 찾고 개새끼, 씨발, 그러면서 연예인들 씨발년, 개새끼 그러면서 까대면서 하는 건, 예전에는 스스럼없이 그런 방송했죠.

그때도 애들 만족시키려고 한 게 아니고 우리끼리 재밌어서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방송을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잘못된 거 같애. 아무 근거 없이 까대는 건 잘못된 것 같고 사안에 대해서는 들이댈 건 들이대죠. 미친새끼, 또라이 이런 욕을 너무 많이 했으니까 지금 보면 약해진 거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 기준이 좀 애매하죠. 그럴 것 같으면 저는 맨날 욕만 해대야 하는데 그런 건 아니죠.

 

옛날만큼 왜 욕 안 해?’ 이런 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알고는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내용이 약해졌단 말은 좀 생각하고 있어요. 방송 한 두 개 할 때는 열심히 하지만 여러 개 하게 되면 아무래도 좀 힘이 빠질 수도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약해지다니? 무슨 소리야?

 

 

김구라는 말 때문에 이른바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몇 번 있다. 그 구설수라는게 대부분 스포츠 신문상에 오른 것이지만, 그 덕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는 되었고, 한 편으로는 방송 스타일의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동료 연예인을 창녀라고 막말 파문”, “이효리 가슴 성형설에 발끈” 아마 그런 제목이었던 것 같다. 앞의 것은 그냥 하던 대로 하느라 욕 먹었던 것 중의 하나였고, 눈에 띄는 것은 이효리 사건인데, 이효리가 성형했다고 인터넷 방송에서 말 한 것 때문에 이효리 측에서 상당히 크게 반발했던 모양이다. 다음 방송에서 사과말씀까지 해야 했다. 물론 김구라는, 이게 다 이효리 측에서 주목받으려고 벌인 일이 아닐까라고 투덜대긴 했지만, 말 함부로 하기 어렵다는 것과 자신의 파급력을 동시에 느끼지 않았을까. 그 각성이 이번 라디오 방송에서는 어느 정도 배어 나는 것 같다.

 

 

[퍼]  그렇지만 그런 오바스런 말빨이 빠지면 김구라만의 색깔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자신만의 ‘구라’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구]  글쎄요. 욕을 한다는 건 뭐 그렇고. 이른바 구라 좀 한다는 사람, 신해철이나 이런 사람들은 원체 배운 게 많고 든 게 많은 거고, 저의 구라의 특징이라면 얄팍하면서도 적재적소에 비유를 잘 하는 게 아닐까요? 주변사람들이 그러죠. 얇지만 많이 안다. 음악도 좀 알고, 우리시대 깊숙한 얘기는 아니라도 조금씩 많이 알고 그걸 비유를 통해 잘 애기 하는 것 같다고들 하죠. 그게 특징인 것 같아요.

 

[퍼]  가요광장을 들어보니까 힘이 너무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오바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리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구]  피디한테 그런 지적 많이 받았어요. 우려 속에서 다들 기대하니까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었어요. 내부적으로도 긴장했다, 말이 빠르다 그러더라구요. 제가 들어봐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오늘만 해도 좀 나아졌어요. 그런 무리하는 게 많이 없어졌어요. 그렇지만 아직까지 많이 긴장하고 있어요. 

 

[퍼]  김구라씨가 말하는 구라라는 걸 설명하자면 뭘까요?

 

[구]  말을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잘 하는 거겠죠. 구라라는 게 요즘 들어서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기 공갈 같은 건데, 제가 그걸 만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하면 참 좋겠는데, 구라는 주위에서 그 사람과 있으면 재미도 있고. 유머도 있고 왁자지껄 하고 자기 얘기도 하면서 있는 그런 걸 지칭하는 말이죠.

 

[퍼]  지금까지는 대개 구봉숙 트리오 속에서 많이 활동하셨는데, 혼자 방송하면 색깔 내기가 어렵지는 않은가요?

 

[구]  계속 같이 하다가 혼자 하니까 힘들죠. 함께 할때는 제 역할이, 황봉알이 떠들면 내가 정리하고 마무리 해주는 건데, 지금은 김구라 역할도 하고 노숙자, 황봉알 역할도 제가 해야 하니까 시행착오도 겪고. 힘들긴 힘들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혼자 해야 하니까 혼자 해야죠?

 

 

[퍼]  이번 공중파 방송 하시면서 기존의 색깔도 바뀔 것 같은 예감이 들던데…

 

[구]  그것 보다는, 피디가 하는 말이, 라디오라는 매체는 흘려 듣는 방송이라는 거죠. 시사대담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거니까. 어느 한 사안이 있으면, 다다다다… 그렇게 갈 수 있지만 이건 매일 방송이라 그렇게 집중하면 안 되죠. 다른 라디오 게스트를 많이 해서 아는데, 일주일 한 번 나올 때는 그 자리에 나가서 강하게 짧은 시간 내질러 주면 제 역할을 다하는 거거든요. 전투적으로 임했고, 게스트는 전투적인 게 맞아.

그러나 제가 호스트일 때는 편하고 자연스럽게 가야죠. 시간도 12시에서 2시니까요. 한때 유열의 방송을 들으면서 왜 그렇게밖에 못 할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시간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걸 알겠더라구요. 저 자체가 파격이니까. 또라이짓 하면 아주 채널 돌릴 것 같아요.

 

앞으로는 편안하게 하면 쏴줄 수 있는 쪽으로 포인트를 맞추려고 해요. 지난주 까지는 긴장했는데. 이젠 풀렸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다른 방송에서는 누가 나오면 어떡하든지 벗겨먹으려고 했는데 여기선 어렵죠. 가수 비가 나오는데, 내가 ‘야이 개새끼야’ 그러면서 들이대서 되겠어요? 김구라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나는 김구라니까 그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더라구요. 시사대담에 나온다면 들이대죠. 나중에 해보니까. 그건 잘못된 것 같아요. 여기서는 우리 팬들로만 장사하는 게 아니니까.

 

 

 

예전의 김구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그는 몸소 경험한 듯 보였다. 초기에 게스트로 권민중이 나왔었는데, 김구라는 예전 가락으로 들이댄 적이 있었다. 예컨대, 그의 구라란 게, “성현아씨와 비슷한 게 많은데 친한가? 미스코리아 출신에 연기하고 노래하고, 사진집도 내고… 혹시….” 여기서 ‘혹시’란 건 성현아의 약물파동이었는데, 공중파 라디오에는 안 어울리는 어색한 개그로 그날 분위기는 누가 봐도 꽝이었다. 김구라다웠지만 이건 아니올시다였다.

 

 

 

[구]  네 그랬죠. 그때 피디가 뭐라 그러더라구요. 그때는 ‘아니, 왜 이런 걸로 그러지? 나를 이해한다면서…’ 그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아니더라구요. 편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편안하게 하면서 김구라는 김구라니까 제 색깔이 드러날 거라 생각해요.

 

 

구라 형님

 

 

[퍼]  김구라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보면 대개 ‘구라형님’으로 불리더군요. 특별한 내력이 있습니까?

 

[구]  아무래도 황봉알, 노숙자와 있으면 제 역할이란 게, ‘야 이 자식아 그러면 돼?’ 라고 정리해주는 역할이니깐 그렇게 불리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팬들이 실제로 저보다 어려요.

 

 

 

[퍼]  팬들이 오히려 부담스럽지는 않은가요?

 

[구]  그렇진 않고. 제가 잘 알죠. 팬은 어디까지나 팬이죠. 기대는 아니죠. 지금 정도의 관심과 사랑이면 충분해요. 팬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팬들과 편하게 대하고. 굳이 팬들에게 오바 안하고..

 

 

 

[퍼]  구봉숙 트리오 중에서 혼자 떴는데, 다른 두 분에 대해서 평가하신다면..

 

[구]  아니 그게. 그건 그렇게 생각해요. 그 황봉알씨와 노숙자씨에게 얘기 한 적 있는데, 제가 올라선 게 라디오만 그렇지 티비는 아직 아니다, 그리고 저의 어렸을 적 꿈은 디제이였다, 그 꿈을 이룬 거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예전부터 저는 잡지에도 글 쓰고, 돈 안받고 게스트도 하고 그러면서 라디오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하고 그렇게 초지일관 꿈이었던 디제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황봉알씨는 연기자가 꿈이고, 노숙자는 연예인으로 돈 많이 벌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었던 거라 서로 가는 길이 달랐던 거죠. 황봉알씨나 노숙자씨도 연기를 더 꾸준히 하면 꿈을 이룰 거예요. 지금은 제가 조금 더 나아 보이는 거고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죠.

 

 

 

[퍼]  디제이가 꿈이었단 얘기는 자주 하시더데, 음악을 좋아하셨나보지요?

 

[구]  오래 들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으니까 30년 가까이 들었죠. 깊숙하게 한 분야에 파고 드는 것은 아니고, 얕고 넓게. 그래서 차트곡을 많이 듣죠, 꼭 알아야 하는 것 중심으로. 이런 것도 아네? 하시지만 깊게 아는 건 많지 않아요.

 

개그맨이 된 것도 팝음악 디제이가 되고 싶어서였어요. 그 땐, 디제이 콘테스트가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고 나니까 코메디언으로 유명해지다가 디제이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코메디언이 된 거죠. 지금은 좀 바뀌긴 했지만. 어렸을 적 꿈이 이루어진 것이죠. 디제이가 항상 꿈이었어요.

 

 

 

[퍼]  디제이는 어떤 점이 좋으세요?

 

[구]  음악이 그저 좋았던 거죠. 지금은 매력이 뭐랄까 제 방송 스타일이 디제이에 맞죠. 말이 많고 풀어내는 게 좋으니까. 최화정 선배가 그랬는데, 저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이 라디오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개그맨이 아니에요.

 

 

 

[퍼]  언제 짤릴지 불안하지는 않으세요?

 

[구]  다 그렇죠. 불안하죠. 다들 그런데. 저는 좀 더하죠. 불안해서 오바도 했는데. 그게 오래가는 원동력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그렇지만 내지를 때는 확실히 내지르겠습니다.

 

 

 

음악 좋아하고 말 하기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소박하다. 사실 욕 빼면 김구라는 소박한 내용의 방송을 한다. 뭐 어려운 말도 없고 잘난 척도 별로 없다. 있다면 황봉알, 노숙자 면박 줄 때 정도. 그 소박함에 육두문자 섞일 때는 엽기였지만, 그냥 이런 저런 구라만 풀고 있는 걸 듣고 있으면 그저 평범한 아저씨다. 스스로 얄팍해서 그것밖에 못한다고 하지만 그걸로 길게 가고 싶어 하는 김구라의 분투가 밉살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대개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김구라는 뜨건 말건 연예인답지 않고 그래서 편하다. 좋아하기도 편하고 욕하기도 편한 김구라가 길게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