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사당에 난입할 서민, 노동자들

 

0. + 핵심 체크

2002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만났던 <퍼슨웹>은 지난 3 27일 민주노동당 중앙 당사에서 다시 노총장을 만났다.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으로서의 자격이었다. 인터뷰는 원래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후보 순위 결정 선거가 있기 전, 두 달 전쯤에 계획되었으나 노총장 어머님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연기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노회찬 총장은 퍼슨웹 독자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정국 전망과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노총장의 ‘전망’은 사회과학적 식견에 기반해 있으면서 늘 ‘전략적’ 입장을 전제한 것이기에 들을 만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열린우리당이 ‘주운 지갑’은 존재 시효를 다한 극우보수세력이 새로운 보수세력으로 교체되는 역사적 흐름을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여 정국이 안정되고 기존 수구보수세력은 분해되어 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게 될 한나라당과 새로 의석을 얻을 민주노동당이 각각 두 개의 전선에서 위치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야당으로서 경쟁할 것인데, 그 경쟁의 전략적 목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갈등이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힘이 되지 못하게 하고 점차 민주노동당이 유럽 사민주의 정당이나 노동당처럼 수권 정당으로 커지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세운 ‘진보야당’ 컨셉은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앞날에 대한 중간 정리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정책의 내용적 차별성과 입안 절차의 새로움을 통해 기존의 정치 관행과 인식을 바꿔나갈 것이다. 그것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 2008, 12년 진정한 대안 세력으로 커가겠다…..

 

노회찬 총장은 시종일관 유머와 날카로움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번에도 노회찬 총장의 인간적 풍모를 느낄 수 있는 사석의 환담을 인터뷰 뒷쪽에 실었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스타 정치인의 반열에 오른 노총장의 ‘인물됨’에 관심있는 분들은 1장과 4장을, 민주노동당 마니아들은 3장도 필독해야겠다

 

1. 민주노동당, TV를 접수하다.

 

4 3일과 4,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KBS <심야토론> <100인 토론>에 다시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그 토론회를 본 소감을 쓴 글의 제목을 로 달았다. 과연 그러했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3 20 KBS <심야토론> 3 26 SBS <이것이 여론이다>를 통해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 전국적인 인물이란 ‘스타’를 말하는 것인데, 노회찬은 오늘날의 대중문화가 스타를 만들어내는 그 방식 그대로 스타가 되었다.

먼저 TV를 통해 ‘떠서’ 인터넷망을 타고 급격히 이름과 ‘언행’이 알려지고 팬 카페가 생긴다. 다시 대중문화의 망()이 그를 불러낸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면 그 고유명사는 우리 시대의 일반 명사의 하나로 된다. 아무나 이런 공정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지고 또는 태어나는 스타는 엄정하고도 처절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왜냐하면 다중으로서의 네티즌은 철저히 냉정하고 욕설에 능하며, 자기 스스로도 뜨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이들이라 질투심이 강하며, 한없이 감정적이고 공정하기까지 하다. 그들의 정서와 지식은 우리 사회의 여론과 풍향을 거의 정확히 반영한다.

그렇게 새 ‘노빠’가 나타났다. 4 5일 현재, 인터넷 카페 <노회찬 국회 보내기 운동본부 http://cafe.daum.net/realnosamo>의 회원수는 2,000에 육박한다. 정치인으로 이런 경우가 몇이나 될까? 그들은 TV 토론에 오늘도 내일도 노회찬이 등장하기를 기다린다. 그의 날카롭고도 화려한 말을 듣기를 원한다. 기실 노회찬의 말이 사람들의 귀에 쏙쏙 들어가 박히는 것은 ‘진실함’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의 말에서는 진실을 들을 수 없다. 그들의 말이 만들어질 공간인 기성 정치판은 이미 거짓으로 오염되어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청중의 시선 또한 이미 ‘회의’나 냉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와 서민이 바라는 것, 그러나 속내에 품고만 있었던 것은 이제까지와 다른 수사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그 수사는 다른 주체로부터 비롯되기에 촌철살인할 수 있다. 말들은 적어도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먹히고 되뇌여질 것이다.

 

50년 묵은 정치 이제는 갈아 엎어야합니다.

고기도 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 구우면 시커매집니다.

“열린우리당은 지갑 주웠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돼요.

“이번 선거 끝나면 없어질 정당 중에 하나가 자민련 아닙니까.

 

 

인기는 거품이죠

 

다음에만 팬카페가 3개예요.

 어제(3 26) 보니까 ‘리얼 노사모’ 회원은 200여명이나 되던데요.

노총장 = 아녜요. 이제 회원이 400여명이예요.(웃음)

 

기분이 어떠세요?

노총장 = , 실감 안 나죠. 그제는 방송인터뷰만 열 번했어요. 같은 방송사에서 이 프로, 저 프로 몇 번씩 오고요. 거기서 물어보는 것도 비슷한데 ‘실감나느냐.’ 갑자기 노래 히트 친 가수한테 묻는 것과 똑같죠.(웃음) 그래서 나도 그런 데서 들은 풍월로 ‘인기는 거품이다’고 답변했죠.(웃음)

 

민주노동당은 투쟁적이거나 ‘과격한’ 혹은 엄숙하고 계몽적인 이미지밖에 없었잖아요. 어떤 조직에나 늘 대중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스타나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는 필요하죠. 작년 대선 이후 권영길 대표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를 유행어로 만들기는 했지만, 대중적 인물은 민주노동당이 아직까지 갖지 못한 것 중 하나였는데요. 이렇게 ‘뜬’ 인물은 민주노동당으로서도 처음 아닙니까?

노총장 = 앞으로는 민주노동당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정치인이 많이 나올 거예요. 그동안 노출기회가 없어서 그랬죠. 이번 경우엔 방송토론이지만 기회는 앞으로 많을 겁니다. 총선 시즌이 되니까 아무래도 국민들의 정치토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 민주노동당이 참여해서 토론의 구도가 바뀌니까 더욱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총장님 토론 방식은 확연히 색깔이 다른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은 이야기를 절제하고 돌려서 듣기 좋게만 말하는데 총장님은 ‘그냥’ ‘대놓고’ 얘기하니까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말씀을 들으면서 상당히 즐거워하는데요. 토론할 때 특별히 전략을 갖고 나오십니까?

노총장 = 전략이 있죠. 그런데 주제가 뭐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죠. 정말 결정적인 건 상대예요. 주제는 오히려 부차적이고요. 상대마다 ‘선수’냐 아니냐, 또 상대편 토론 스타일들도 생각해야죠. 더욱 결정적인 건 역학관계죠. 예를 들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서로 막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우리가 들어가면 우린 제3의 목소리거든요. 그럼 양쪽 다 쳐야 하잖아요. 거기다 발언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때로 양쪽 다 치면 참 뻘쭘해진다고요. 그러다보니 기계적으로 양비론을 택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양비론은 사실 시청자들에게 공감도 못 받고 ‘쟤는 뭐 지 혼자 잘났나’ 뭐 이런 식으로만 비춰질 수 있죠. 어떤 면에서 사실 우린 ‘당사자’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탄핵한 당도 아니고 당한 쪽도 아니고, 대선비자금도 그렇고 특검제도 그렇죠. 그래서 뭐 이런 걸 가지고 토론할 때는 “그래, 너도 구경만 하지 말고 한 마디 해 봐” 이런 식이 될 수 있죠. 그러다보니 양비론을 말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도 있는 거예요. 앞으로 우리가 원내에 들어가면 지형이 훨씬 달라집니다. 지금 하는 것과 원내에 들어가서 하는 건 스타일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죠.

 

홍준표 의원을 찌른 이유

 

역학 관계 상의 어려움을 말씀하셨지만, 총장님은 토론 자체를 잘 하시는 것 같은데요.

노총장 = 이런 것은 생각하죠.(웃음) 내가 상대방 말을 받아서 제법 날카로운 얘기를 했단 말예요. 그러면 당연히 저쪽에서는 반론을 하고 싶겠죠. 하지만 사회자 입장에서는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되요. 그러면 저는 그냥 넘어가는 거죠. 그런데 만약 제가 반론도 못하고 넘어가야 될 경우를 당할 것 같으면 미리 얘기를 가로채서 뭔가 탁 던져놓죠. 그럼 그거 갖고 다들 막 흥분해서….(웃음). 그럼 마지막에 발언기회가 한 번 더 생기거든요.

 

– <난중일기>에 보니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 대한 평가가 있던데요. 노총장님은 그렇게 일부러 상대방을 ‘찌르는’ 발언을 하시나요? 아니면 홍의원을 그렇게 ‘공부를 안 한 거 같다’고 찌르신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2002 11 <100분 토론> 때 민주노동당의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북한의 통일전선전략 운운하며 비방하다가 냉전세력이란 말을 들은 이후로 TV토론에서 만나면 가급적 나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전형적인 인파이터다. 생방송 시작 전까지 친근하게 농담하다가도 카메라 사인이 나오면 30년만에 처음 만난 불구대천지 원수 대하듯 표변하여 공격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귀재이다.

 

토론하다보면 그의 입가는 항상 젖어 있다. 토론 말미에서 비례대표가 임명직 국회의원이라 폄하하기에 공부 안한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성을 잃고 윽박지르더니 토론이 끝나자마자 분장실에 들리지도 않고 가버린다. 그의 급소는 열등감이다. 본의 아니게 또 급소를 건드린 셈이 됐다.

 

노총장 = (웃음) 홍준표 의원하고 토론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2002년에만 세 번했나. 그땐 정책토론이었지. 정책토론과 정치토론은 완전히 다르다고요. 정치토론은 ‘프리토킹’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진검’으로 하는 거고, 정책토론회는 굉장히 점잖게 하는 거죠. 자기 정책을 정확하고 조리있게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게끔 인상적으로 얘길 잘하면 되는 거고 남하고 싸을 일은 별로 없죠. 근데 정치토론은 그게 아니잖아요? 막 수류탄도 던지고 칼로도 찌르고 주먹도 쓰고 온갖 기술을 다 부려야 되니까.

홍준표 의원과 정책토론회에서 몇 번 봤어요. 두 번 같이 토론하고 나니까 이 사람이 날 칭찬을 하더라고. “당신 같은 선수 처음 봤다” 이러면서. 근데 바로 그 얘기한 날, 그게 MBC <100분 토론>한 날인데, 토론회 시작하기 전에 저를 칭찬했어요. 그런데 그날 토론에서 홍의원이 “북한의 대남 전략에 말려드는 민주노동당” 이런 식의 발언을 했어요. 그래서 내가 아주 강하게 반발했죠. 그리고 마지막 발언을 할 때 “선택해라, 한나라당은. 소수 수구 냉전세력 편에 설 것인지, 다수 국민 뜻에 설 것인지!” 삿대질까지 곁들이면서 이랬더니, 이 사람이 막 부르르 떨며 뭔가 얘길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손석희 씨가 거기서 “끝” 이러는 거야. 다들 일어서고 마이크 떼고 하는데 홍의원은 못 일어나고 있었어요. (웃음) 그때 내가 ‘아, 이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정상적이지 않게 되는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지난번에는 “홍의원은 공부를 안 했다”고 했더니 녹화 중간에 막 일어섰어요.(웃음) 그게 물론 기분 나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면 괜찮은데. 이 사람은 일어서서니 자기가 더 공부 많이 했다는 둥, 학교도 그렇고 고시도 붙고 뭐 이런 얘길 막하는 거야.

 

정말 콤플렉스가 있나 본데요. 또 인상에 남는 토론 상대자는요?

노총장 = 많죠. 김영선, 김경재 의원. 김영선 씨랑도 몇 번 했죠. 김영선 씨는 글쎄. 미스테리죠. 그 분을 보면, 사석에서나 할 애기지만, 정말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 한국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도저히 감당불능이니까. (웃음)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네티즌들한테서도 욕 참 많이 먹던데 그런 것을 보면 한나라당토론의 ‘선수’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총장 = 아닙니다! (웃음) 김영선 의원이 바로 한나라당 대표선수예요. 그날(노회찬 총장이 ‘어록’을 남기게 된 바로 그날. 김영선 의원은 특유의 토론이라고도 할 수 없는 막무가내식 발언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수 없는 욕을 먹었다.) 그 사람 발언한 거 본 뒤, 한나라당 사이트에 가봤거든요. 그런데 ‘김영선 정말 잘 한다’는 글이 많더라고요.(웃음) ‘야, 이거 김영선이 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는 걸 깨달았죠. (웃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나마 같이 이야기하기가 낫지 않나요?

노총장 = 사람에 따라 좀 다르죠. 당마다 토론 잘 하는 사람, 대화 잘하는 사람 많지만 꼭 사람만이 나오는 게 아니죠. 직책도 관계가 있고요. 예를 들면 왜 홍준표 의원이 많이 나오느냐 하면요. <100분 토론> PD하는 분도 그런 글을 게시판에 올렸던데, 방송관계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이거든. 홍준표 말이 옳으냐 그르냐는 나중 문제고, 당 노선을 잘 대변했느냐 이런 것도 한나라당이 알아서 할 문제죠. 일단은 징그러울 정도로 상대방을 잘 공격하거나 얼굴 뻔뻔하게 깔아뭉개거나 하는 사람을 방송관계자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경재, 홍준표징그럽게 얘기하는 사람들이죠. 점잖게 얘기하는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해요.

 

김문수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 같은 분은 노동운동 경력 때문에 사적으로는 친하시죠?

노총장 = 공과 사가 분명해야 하니까 토론회 때는 뭐 봐줄 수가 없죠.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문제로 토론할 때도 토론 직전까지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이재오 의원을 반갑게 대했어요. 그랬더니 민주당과 국민통합21 쪽에서 ‘후보단일화 반대세력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같은 편 아니냐’ 뭐 이런 농담 나오고 그랬죠. 그래서 이재오 씨는 전혀 민주노동당과 갈등이 있으리라는 예상을 못한 거지. 그때 걱정이 되더라고요. 단일화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으로 애길 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한나라당 같은 논지가 될 수 있고 또 ‘한나라당 2중대’니 하는 비난도 들을 수 있고요. 그래서 “단일화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바로 “단일화에 대해 정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 당은 민주노동당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어떤 당이냐”로 말을 꺼내서 그냥 한나라당부터 내리쳤죠. 이재오 씨가 굉장히 당황하던데요.(웃음) 근데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2. 정국 전망과 진보 야당의 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양자의 경쟁 또는 협력의 방식이 한국 정치 전반을 규정짓는 새로운 구조적 틀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틀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바람직한 진정한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새 판이 짜여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증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공천 결과는 문성근 씨 스스로 비판한 것처럼 ‘잡탕’ 그 자체였고, 열린우리당은 ‘주운 지갑’을 잘 못 지키며 자충수를 두고 있다. ‘노인 폄하 발언’은 ‘박근혜 효과’를 더욱 부추켜 급격히 우익과 지역주의 세력을 재결집하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앞날을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사안의 하나가 권영길 대표가 출마한 창원을 공천문제였다. 이부영, 김근태 의원은 공천에 끝까지 반대했다지만, ‘영입된’ 인사들이 강력히 민주노동당과의 ‘거리’를 주장했다.

 

 

노총장 = 공천결정이 나자마자 이부영 의원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미안하다. 방금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어려웠다”는 거예요. 그날 아침 중앙일보와 YTN 주요 뉴스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정책공조 할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더군요. 언론에서 그렇게 나오니까 열린우리당 내에서 기류가 변했다는 거야. 지금 자기네들은 몸조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거 잘못하면 민주노동당이랑 사이좋은 거처럼 비쳐지는 거 아니냐”, 뭐 간단히 말해 ‘좌익’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거지. “우리가 급진 진보로 몰리니까 오히려 떼내야 한다”면서 창원을에도 공천을 하게 된 겁니다. 이걸 두고 이부영의원이 “미안하게 됐다”는 건데요.

듣다보니까, 기분이 안 좋대요. 내가 어떤 사람한테 돈 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위해 막 돈을 꾸러 다니다가 돈을 못 꾸고는 나한테 전화 걸어서 미안하다, 그런 말 하는 느낌이었어요.

 

 

 

열린우리당이 주운 지갑

 

요즘 분위기로는 한나라당이 살아나는 분위긴데요. 17대 국회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끼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지요. 열린우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되면 민주노동당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서 고민 갈등하고, 심지어 열린우리당한테 손을 벌려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창원을 일은 일종의 ‘잡탕’인 열린우리당 자기들 처지에서도 양자 공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건 아닌지요?

노총장 = (잠시 생각을 하고) 그래서 이 대목이 제일 중요해요. 아마 4.15 총선 이후엔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우리 당의 활로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가와 관련해서 말이죠.

‘진보야당’이라는 명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생각의 중간 결과물이죠. 최근 열린우리당의 높은 지지율은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저도 그래서 “길 가다가 지갑주운 거 아니냐”고 했지만, 사실 이건 정치적으로 꼬집기 위한 거지 본질을 설명하는 말은 아닙니다. 우연한 계기에서 촉발되었지만 그냥 일시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그것만이 아니고, 여기에는 새로운 역사의 장면이 열려가는 하나의 흐름이 깔려있다고 봐요.

몇 석이든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는 건 분명한듯한데요. 이게 갖는 의미가 굉장히 커요. 1961 5.16쿠데타 이후부터 DJ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영남패권이 정권을 잡았잖아요. 그런데 연거푸 두 번 대선에서 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는 최초로 영남에 기반 한 당이 아닌 쪽이 제1당이 되는 겁니다. 영남에 기반한 당이 과반수당이 안 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제1당 자리는 한번도 놓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대권도 놓치고 의회에서 1당도 놓치는 거죠.

이걸 어떻게 볼 거냐? 아직도 지역주의가 남아 있어서 한나라당도 만만치 않은 의석을 가질 겁니다. 그러나 과연 2007년에 한나라당이 집권 가능성이 있는가? 저는 없다고 봅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죠. 사실 지난 토론에서 얘기하려 했는데, 이번 총선 후 없어질 정당은 두 개죠. 자민련과 민주당이거든. 왜냐면 이들은 10석 얻기 힘들 거고 그중 당선될 대부분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으로 갈 겁니다.

민주노동당은 1, 또는 1석도 없이도 있으면 견디는 당이지만, 이들은 그렇게 되면 못 견디는 당입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의 150석이란 목표는 원래 당선 의석 외에도 플러스 알파가 있는 거죠. 열린우리당은 자동적으로 과반수 정당이 되게끔 돼있어요.

 

영남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군부독재와 그와 손잡은 대단히 수구적이고 극우적인 세력들이 한국 보수세력을 대표해왔고 이들에 저항하는 또다른 보수세력인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분파(주로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두고 있었죠.) 사이의 전선이 계속 한국 정치 지형을 주도해왔죠. ‘민주대 반민주’란 전선도 사실 이 전선이고요. 다만 민주대 반민주란 전선은 다만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분파에 보수진영 바깥에 있는 민중, 즉 진보진영이 제휴한 구도였죠. 지난 15년 동안의 정치 구도가 다 이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민중진영 내부에서도 이 구도에서 독립하느냐, 더 도와주느냐였고 그거로 밤낮 싸워왔잖아요.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된다는 건 한국보수세력의 주도세력의 변화가 완성된다는 겁니다. 변화의 조짐은 사실 DJ, 노무현 집권을 통해서 강하게,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대세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거지만.

 

그러면 열린우리당이 대표하는 것은 어떤 보수인 겁니까?

노총장 = 보수진영 내에서 온건하고 개혁적인 부분입니다. ‘개혁적’이란 말은 개혁세력 자체라 인정하기에는 유보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것은 한국자본주의의 문제이기도 한 거예요. 취약한 한국자본주의가 과거에는 군부(軍府)를 택한 거죠. 군부만이 취약한 한국자본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러다 90년대에 와서는 민간정부를 택하고 지금에 와서는 개혁을 택하는 거죠. ‘수구반동은 이제 한국자본주의를 못 끌고 나간다’고 보는 거죠. 예를 들면 현대니 삼성이 다 DJ한테 매달렸던 이유가 남북관계 개선이나 DJ 방식이 한국자본주의의 활로를 열어준다고 본 거거든. 그래서 한국 자본주의 발전도 온건개혁적 보수진영이 대변하는 식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우경화되고 정치는 안정될 것

 

열린우리당의 진로도 그 틀에서 결정되겠네요?

노총장 = 그렇죠. 총선에서 승리해서 한국자본주의 전체의 지배분파가 되는 순간, 열린우리당은 좀더 우경화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전체를 다 관리해야 되니까 우경화됩니다. 4.15 이후의 열린우리당은 작년 9월에 창당하던 당과는 상당히 다를 겁니다.

15년만에 집권 다수당이 등장합니다. 그동안 집권당하고 다수당이 계속 달랐거든. 근데 이번에는 집권당이 다수당이 되는 거예요. 이거는 노태우정부 때 민정당보다 더 힘이 세고, 김영삼정부 때 신한국당이나 김대중정부 때 새정치국민회의보다 더 힘이 센 당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정치는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안정화될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낡은 세력들이 빠른 속도로 도태된다는 거예요. 영남 지역당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정치구조상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거 말고는 다 이제 분해 해체될 겁니다. 중고차 분해되듯 엔진은 여기저기에 팔고 하는 식으로.

영남 잔당이 남는다는 것은 수구 대 보수(민주 대 반민주로 현상한) 구도가 계속 없어지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이야깁니다. 한나라당이 재기하기 위해선 한나라당은 계속 그 방향에서 싸움을 걸고 갈등을 유발시키고 해야될 겁니다.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전선은 여전히 살아있는 강한 전선이죠.

그 속에서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독자성을 유지하며 커 나갈지를 묻는 질문입니다만.(웃음)

노총장 = 대중들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자극적인 말 중 하나가 ‘집권전망이 없다’는 거예요. 정당이란 건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존립하는 집단인데 대권을 쟁취할 의지나 능력이 없으면 이건 정당이 아닌 거거든. 대중은 그걸 평가합니다.

그래서 과연 한나라당의 철학과 정책, 기반이 변화한 시대에서 대권 잡을 수 있겠느냐, 전 절대 아니라 봅니다. 국회의원은 당선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권할 수 있는 그릇은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 구도 속에 다른 한편에 민주노동당이 들어서잖아요. 이것도 없던 구도입니다. 두 개의 야당이 있는 거죠. 온건보수진영이 주도하는 속에서 좌에도 야당이 있고 우에도 야당이 있는 거예요.

우리는 이 두 전선에서 우리가 싸울 왼쪽의 전선을 더 격화시키고 키워나가야 하죠. 이걸 주된 전선으로 만들어서 손님이 많이 오게 하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수구 대 보수의 전선을 우리 힘으로 다 못 없애더라도 우리 전선을 더 주되게 만드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거죠. 그 일이 과거에는 말로만 가능했거나 의사당 바깥 일이었다면 이제 의석이 생기면 이 전선이 하나의 실체화된 전선으로서 등장을 한다는 거지.

 

진보정당, 대중정당, 이념정당, 계급정당 같은 말은 많이 들었고 민주노동당이 그 중 하나일 것(웃음)이라는 생각은 해왔지만요, ‘진보야당’이라는 말은 낯선데요.

진보야당. 낡은 수구야당과 경쟁하며 새로운 주도세력이 되기 위해 경쟁해 갈 겁니다.

노총장 = 진보야당이란 건 사실 ‘조어(造語)’지. 국어사전엔 안나오는 용어잖아요. 하지만 개념이지 레토릭은 아니죠.

그런데도 굳이 그 개념을 던진 이유는 말한 대로 보수진영내의 전선 이외에 또 다른 전선이 생기고 또 하나의 야당이 지금의 낡은 수구야당과 경쟁하며 새로운 주도세력이 되기 위해 경쟁해 갈 거라는 전략적 구도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야당교체론, 1야당론, 진보야당론 이런 게 다 그런 바탕 위에서 위치 잡힌 거죠.

 

쉽게 말하면 민주노동당은 유럽처럼 노동당(진보당)과 보수당이 서로 경쟁하며 정권을 주고 받는 구도로 재편하는 것을 추구하는 거라고 봐야죠?

노총장 = 그렇죠. 우리가 집권하기 전까진 그런 구도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죠. 우리가 이제 국회에 들어가면 사사건건 묘한 위치 때문에 현기증이 날 수도 있어요. 이래야 될지 저래야 될지 헷갈릴 수 있죠. 그래서 전략구도에 대한 당 내의 합의가 굉장히 중요할 거란 점이죠.

안 그러면 어떻게 저런 놈과 대화했느냐는 등부터 시작해서, 왜 또 밤낮 뺀찌만 놓느냐 뭐 이런 온갖 얘기를 다 들을 겁니다. 그리고 또 민주노동당이 의석 몇 개 가지고 캐스팅 보트 역할에만 만족하는 것도 집권까지 바라보는 당으로서는 옳은 행보가 아니겠죠.

3. 목표 혹은 전망, 민주노동당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5-6명이라도 진보정당 의원단이 생긴다는 건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 민중세력의 합법적 정치세력화. 늘 구호와 다른 나라의 사례로 들었지만 먼 나라의 일이거나 당위적인 구호라 생각했다. 우리 사회 구조도 별로 많이 변하지 않았다. 분단구조도 그대로 남아있고 남한 자본주의는 아직 취약하지 않은가.

1970년대 이래의 민중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와 성과, 그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민주노동당이 받아안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약체이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결국 향후 1-2년간 민주노동당이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실험의 주역이 된다는 건데요. 큰 전략적인 비전을 말씀해주셨는데 민주노동당은 과연 제3당으로서 충분히 준비돼있습니까? 전략을 현실화시킬 구체적인 방침이 마련되어 있습니까?

노총장 = 뚜렷한 목표와 목적의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럼 과연 그 목표를 만들어가고 의미있게 진전시켜 갈 수단들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신데,.. 민주노동당 모토가 그거 아니에요? 없으면 만들어라.(웃음) 어쩔 수 없어요. 우린 걸어가면서 밥 먹고 밥 먹으면서 걸어가야 하니까. 난 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일단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게 해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정책이죠. 이 정책에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포함됩니다. 우리가 강조해온 내용적 차별성이 소프트웨어라면 정책을 만들고 관철시키는 물리적 과정이 하드웨어입니다.

정책을 만들고 관철시키는 과정을 국민들이 기존 정치판에서는 보지 못했던 과정으로 만들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학교급식조례’ 제정과정이 그랬는데 이 과정은 우리나라 정치 관행에서는 벗어난 것이었거든. 원내에선 안 되니까 길바닥에서 직접 국민들 서명 받아서 국회로 갖고 들어간 거잖아요. 그 압력으로 통과한 거고. 그러니까 기계적ㆍ산술적 의석수와 무관하게 대중여론을 조성해서 그걸 갖고 밀어부친 거란 말이죠. 여기에 언론이 큰 역할을 한 것도 아니에요. 언론보다는 진짜 생생한 여론을 갖고 했던 건데 이거는 주민조례청구권이 있으니까 가능했던 측면은 있죠. 현재 국회엔 청원권만 있고 청구권은 없지만 가능하다고 봐요.

굉장히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데요. 올해에는 어떤 법안과 정책을 쟁점화시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서 잘 선택하고 정교하게 밀고 나가야죠. 민주노총이 뭘 요구한다 해서 그걸로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수개월 전부터 목적의식적으로 해야하죠. 그러니까 이른바….. 이거 그람시(Gramsci)까지 동원해야 하나.(웃음)

 

, 요즘 젊은 세대 TV 드라마 때문에 그람시 잘 압니다.(웃음)

노총장 = 하여간 다양한 크고 작은 진지들을 활용해서 여론을 조성하고 만들고 꼼짝 못 하게 하는 거죠. 탄핵은 국회의원 2/3가 한 건데 광화문에 모인 몇 만명이 그걸 뒤엎어버렸잖아요. 그 몇 만이 실질적인 여론을 업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잖아요.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차별화된 정책만으론 안돼요. ‘우린 이렇게 달라요’라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관철시켜야 하는데, 밤낮 ‘우린 의석수가 적어서 관철시킬 수 없다, 그러니 다음엔 꼭 우릴 뽑아주세요’ 이렇게 되면 망한다 이거야. 역사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요. 의석수가 적어도 관철시킬 건 관철시켜 내야해요. 그래서 그걸 하기 위한 하드웨어 개발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 다음에는 국회의원의 탈특권, 반특권 문제입니다. 이건 열린우리당과 확 차별성을 가지는 건데요. 국회의원들이 무려 191개 정도 특권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걸 과감히 깨자는 거죠. 예를 들면 이번에 저희 당 국회의원이 노동자 평균임금 받겠다고 한 거 있잖아요. 그런 게 상징적인 건데, 제안하려 한 것 중 하나가 “우리만 노동자 평균임금 받는 게 아니라 딴 당 의원들도 노동자 평균임금 받아라” 하는 거였어요. 이거 뭐, 미리 전술이 다 새나가도 좋을지 모르겠는데…(웃음)

국민들한테 물어봐야죠. 국회의원 특권이 191개나 된다는데 풀어서 좍 공개하고 이 중에 유지해도 좋은 특권이 뭐냐고 물어보겠어요. 그럼 뭐, 없을 거 아냐. (웃음). 없어야 될 특권이 뭐냐가 아니라 ‘유지해도 좋을 특권’이 뭐냐고 포지티브하게 물어보는 거죠.

만약 그런 법안이나 국회의원 서약을 국회 안에서 한다면 당연히 부결되겠죠. 하지만 앞의 방법대로 하면 된다는 거지. 그런 식으로 실질적인 여론으로 몰아치는 거죠.

 

국회의원 탈특권이 설득력은 있겠지만 정치 개혁에 본질적인 거는 아닐 거 같은데요?

노총장 = 그러죠. 질로 따지면 부차적인 거 맞아요. 그러나 그걸 통해 뭘 하려 하느냐면, 탈특권이 되면 정치적인 철학과 이데올로기의 기본이 달라진다는 거죠. 단순히 비행기 공짜로 안 타고 까만 큰 승용차 타고 안 타고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대개 국회의원들을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고 막 경멸해놓고는, 그 다음에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이유를 갖고 결국 또다른 경멸할 대상을 고르는 투표를 하잖아요. 이제는 경멸이 아니라, 굉장히 긍정적인 우리 편이 있다, 서민 국회의원이 있다는 거를 심어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의사당에 난입한 서민들, 평민들’, 이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예요. 국회의원이란 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요. 그래서 이걸 평민국회, 서민국회라 하는 거죠. 국회 밖에는 엄청난 서민들이 있잖아요.

과거에는 이 ‘서민’을 민주노총이나 전농 같은 조직으로 모았다면 이제는 훨씬 다른 차원에서, 곧 정당으로, 정치적으로 조직하자는 거죠. 그렇게 되면 드디어 우리가 책에서만 봤던 ‘계급의 형성, 계급의 등장’이 이뤄지는 거죠. 결국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정당이 원내진출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한국자본주의에서 드디어 계급이 등장하는 겁니다.

 

 

 

 

 

민주노동당의 수권 비전

 

이번 총선이 지나면 또 2006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노총장 = 지난 4년간의 농사를 이번에 수확하는 거라면 이제부터 하는 농사의 확실한 수확은 2008년에 할 겁니다. 물론 2006년과 2007년 대선은 2008년을 위한 과정이죠. 그런 의미에서 먼저 2006년엔 기초자치단체장이 핵심이라 생각해요. 기초자치단체장 중에서도 구청장 말고 나름대로 지방 행정에 완결성이 높은 중소 도시 시장 같은 데요. 그런 데서 ‘좌파시장’이 등장하게 한다는 겁니다.

입법하고 행정은 많이 다르거든요. 입법이야 뭐 창 던지고 공격만 해도 되는 건데, 행정은 요리도 해야하고 다 먹여 살려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훨씬 많은 책임감이 따르고 대신 잘 해내면 훨씬 성과가 잘 입증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아, 나라 맡겨도 되겠구나’는 인식을 얻겠죠. 그래서 그런 예를 반드시 몇 개 만들어서 진보정당이 맡으면 국민들이 감동하게끔 보여주자는 거죠. 의원 하나가 최우수 의원상 하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체장 한 사람이 그 지역 주민들을 감동시키는 건 차원이 다르다 봅니다.

 

브라질 노동자당(PT)이 실제로 그런 식으로 집권을 했죠.

노총장 = , 그렇죠. 옛날부터 거점 점거 전략이 있었죠. 그걸 이제 요즘 방식대로 하자는 겁니다. 그게 2006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거고. 그럼 2007년 대선에는 이제 그냥 목에 힘주면서 목에 힘 빡 주면 되는 거죠.(웃음) 최소 500만표 이상 득표하는 당으로 성장해야죠. 당장 당선은 안 되도 저 당 없이는 한국 정치를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위치를 확보하자는 거죠. 순서만 3위가 아니고 실질적인 영향력이 1, 2위와 차이 없는 그런 당. 그 힘으로 국민들에게 2008년에는 이제 제1야당 하게 해 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역의 경우 전국의 4-5곳을 제외하면 민주노동당은 대부분 상당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거의 변수가 못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고요. 비전은 훌륭하지만 지역 현실은 아직 많이 먼 거 아닙니까?

노총장 = 이번에 꼭 지역에서 당선돼야죠. 그리고 이번에 다른 지역구에서 고전하더라도 이 또한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2007, 8년을 통해서 정말 수권정당으로 자랄 텐데 지역 후보도 그때를 보고 커가야 되는 걸로 자기 위치를 잡고 가야되는 겁니다. 안 그러면 정당 투표율 올리기 위한 지역 홍보대 역할 밖에는 안 되는 거죠. 그걸 위해 지역구에서 출마한 거 아닙니다.

2008년이건 2012년이건 전망을 갖고 하지 못하면 성과도 못 챙기게 되죠. 사실 2000년 선거에서 지역에서 나간 후보 중에 탈당한 사람도 여럿 있어요. 그러니까 선거 한 번 나간 것으로서 운동을 접어버린 거죠. 그래서 좀 앞질러 걱정을 하게 돼요. 사람 하나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가볍게 폐기하지 않으려면 기본자세가 굉장히 중요하죠.

 

비례대표 후보도 마찬가진데 1, 2번이야 워낙(?) 유명하신 분들이지만 당장 3번만 되면 저희 같이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누군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냉정한(?) 관찰자들은 다소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두고 ‘절묘한 정파 분배’라 했다 들었습니다.

노총장 = 비례대표 선거야 뭐 우리 당의 현실을 반영한 거죠. 결국 질문은 우리 당을 어떻게 볼거냐 하는 문제와 연관된 건데요. 민주노동당이 굉장히 목적의식적인 정치집단이긴 하나, 냉정하게 보면 전략전술에 따라 철저히 움직이는 정예집단은 아니거든요.

민주노동당은 대중정당이라 대표 선수를 뽑은 거지만 뽑은 메커니즘은 히딩크가 대표선수 뽑은 거랑 다릅니다. 여론과 자발적 참여로 뽑은 거죠. 대중정당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현실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자꾸 경험하고 학습해서 나아지고 좋은 방향을 골라야죠.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아깝지만은 꼭 지불할 수밖에 없는 비용인 거고.

 

 

 

 

패배주의를 넘어

 

브라질 노동자당은 집권하기까지 한 20년 걸렸는데, 어쨌건 더 길게 호흡을 가질 것이라는 거죠.

노총장 = 그렇죠. 집권이 비현실적인 꿈이 아닙니다. 민주노동당 사람들 머릿속에도 달성해야 할 현실적인 목표, 이뤄야될 현실적 계획에 집권이 안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앞을 내다보고 어떤 걸 배치할 것인지 전략적 관점이 없는 거죠.

뭐 이런 말도 하는데, 90년대 이후에 전략이 어딨느냐.” 집권을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건 패배주의라고요. 그러니까 ‘짱돌이라도 더 세게 던져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데, 아닙니다.

2002년 대선 끝나고 <한국사회포럼>에 가서 <노동자의 힘(노힘)> 주요인사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노힘>은 민주노동당 창당에도 반대했고 또 여러 가지로 사안을 죽 반대해왔는데 지난 대선에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는 거예요.

대선 이후 반성적으로 자기들 노선을 되돌아 봤다는데, 내용인 즉, 일단 이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의 선전에 충격을 받았대요. 원래는 “민주노동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결국 자기들 예측이 틀렸다는 거고, 그래서 자기들 같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거예요. 맨날 비판하는 이유가 민주노동당이 개량주의 정당이라서라는데 그 개량주의 정당마저도 한국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죠.

 

비관주의가 만드는 혁명주의, 아니 일종의 근본주의네요.

노총장 = 아 그렇지. 그런 게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아요. 뭐 집권, 이런 얘기는 웃기는 얘기라는 거죠. 정반대편에도 있잖아요. “아니, 미국이 있는데…(웃음) 어떻게? 정반대 관점에서 동일한 결론을 내고 있는 거죠.

 

아까 한국 자본주의가 발전 단계에 따라 군사정권에서 온건개혁적 정권까지 선택해왔다 했는데요, 그러면 언젠가는 한국자본주의가 진보정당한테도 정권을 맡길만 하면 맡길 수 있다는 건가요?

노총장 = 아니, 그런 얘기는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자본이 그런 선택을 한 적은 없고. 하지만 힘에 밀릴 때, 자본이 양보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될 때는 자본이 타협전술로 나오는 경우는 많죠.

한국 자본이 원하는 건 내각제는 책임총리제든 권력의 분산이고, 분산된 권력 속에 자기네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주영이나 김우중이 시도를 해왔고요. 권력을 분산하면 오히려 자본의 힘이 더 커질 겁니다. 사실 삼성그룹 하나가 원내 교섭단체 하나 정도 만들 힘은 있는 거 아닙니까.

4. 여록, 다시 사석에서

 

 

5석이나 혹은 10석으로 시작될 획기적이고도 거대한 첫발은 1980년대 이후 ‘노동자ㆍ민중의 정치세력화’나 ‘진보정당 운동’에 헌신을 다해왔던 사람들과 역사 앞에 헌정되어야 할 승리이다. 노회찬 총장 자신이 대학 시절부터, 그리고 <인민노련> <국민승리21>을 거친 그런 긴 투쟁의 한 주역이었다.

 

 

노총장 = 이 정도는 뭐예상했죠. 여담이지만, 권영길 대표 설득해서 대선 치루고 진보정당 만들자고 설득할 때 제일 강조한 게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제 시대가 딱 됐다’는 거였어요. “내가 이거(진보정당 운동) 좀 계속 해봤는데, 이제는 된다 이거’(웃음)였어요. 사실 좀더 빨리 될 수도 있었어요.

2000년에 1석이 나왔으면 대중적 신뢰감과 사표심리를 줄일 수 있는 효과가 훨씬 컸을 거예요. 그걸 놓쳐서 지난 4년동안 엄청 고생한 거예요. 이젠 다 옛 이야기지만. 하여간 앞서 얘기했던 12년 계획이 빠른 건 아니에요.

 

– 4 15일날 많은 사람이 기뻐서 울 것 같네요.

노총장 = 2012년까지 우리는 많이 울어야 해요. 눈물 아껴둬야지.

 

민주노동당은 총선이 끝나면 당 중앙 조직이 개편되어야 하는 걸로 압니다. 그때 어떤 역할을 하실 건가요?

노총장 = 4.15만 생각할 뿐 더는 생각 안 하고 있습니다.

 

 

 

 

문학 올드팬의 한 마디, “요즘 문학이 있나요?  

 

노회찬의 화려한 수사와 적절한 유머는 전적으로 ‘내공’에서 나온 것이다. 그 오랜 갈고 닦음은 십수년에 걸친 노동운동의 경험이 앞장을 서고, 폭넓은 독서가 뒤를 받쳐준 것이다. 노회찬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의 한 사람이자 문학 애호가의 한 사람이다. 여담으로 나눈 노회찬 총장과의 단편적인 대화를 옮겨본다.

 

노총장 = 공부는 무슨공부 안 해요. 못하죠.(웃음) 소설도 요샌 잘 안 읽고. 그냥 문학애호가로서 얘길 하자면 요새 과연 문학이 있는가, 해요. 물론 요새 문학을 열심히 뒤지지 못하지만 시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80년대하고는 많이 다르더라고.

여러 요인이 있겠죠. 과거엔 이른바 ‘민중문학’ 계열까지는 안 가더라도 사회를 다루는 문학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 게 점점 없어지고 문학이 이제 실존 문제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매체들이 발달하다보니 문학 비중이 많이 약해졌고요.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이달의 소설, 시’해서 신문에 고정된 ‘월평’이 있었어요. 그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거 보고 내가 읽은 건지 아닌지 확인도 하고, 평론가가 평가해 놓은 작품을 찾아 읽기도 했죠.

또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정리된 목록을 보면서 ‘최소한 절반은 읽었나’ 하면서 체크하기도 했죠. 영화계에서 ‘대종상’이나 ‘아카데미상’이 있는 것처럼 문학에도 나름대로 대중적인 평가가 있었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올해의 문학’ 심사도 해보고 그런 재미가 있었어요.

그땐 평론가들도 노선이 있었죠. 난 ‘순수문학’ 운운하는 계열의 평은 안 봤지.(웃음) 그리고 평론 자체도 하나의 장르였어요. 신춘문예 평론작들 같은 것도 챙겨 봤는데, 그 중 잘 쓴 것들을 보면 논리가 상당히 견고해서 읽는 맛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종이 매체의 비중이 줄면서 종이 매체가 전달하는 것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못해진 것 같아요.

 

누구 작품을 많이 읽었어요?

노총장 = 좋아하는 사람이 여럿 있죠. 특히 이문구 선생을 참 좋아했죠. 그리고 사람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작품은 참 좋은 사람, 황석영. 북한의 벽초 홍명희 아들 홍기문(북한 사회과학원 원장을 지낸 국어학자) 1989년에 황석영이 밀입북 했을 때 황석영 씨를 평한 게 있던데 저랑 생각이 똑같은 거 같아요. 간단히 얘기하면, ‘저렇게 경박한 사람한테서 어떻게 저런 주옥같은 글이 나오느냐(웃음)

또 박경리. 아주 좋죠. 어릴 때 그런 거 많이 봤어요. 그때는 문학 책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거라 인식된 분위기가 있었죠.

 

고등학교 때야 문학소년일 수 있었겠지만 80년대에 한창 노동운동 하실 때 작품을 볼 여유가 있었나요?

노총장 = 그때는 외국에서 소개된 새로운 문학이 많았어요.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시작해서 러시아, 중국, 남미 등등 제3세계 문학이 그때 갑자기 봇물 터지듯 들어왔어요. 많이 봤죠. 그전에 본 건 주로 한국문학이었고.

요즘엔 거의 못 봤어요. 시도 가끔은 누구 것이 괜찮다 하면 사 보는데요. 전달할 내용을 몇 번 비틀어놔서, 답답하죠. 그걸 읽으려면 그만큼 역으로 다시 풀어야 하잖아. 그래서 그런 시는 인류의 활동 가운데 굉장히 비생산적인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 외에는 주로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는지?

노총장 = 잡동사니로 보는데저는 깐수의 책이 좋아요. 그런 게 참 좋더라고요.

 

 

여록

 

‘요즘 과연 문학이 있는가?’라니. 이제는 없어진 신문 문학 월평을 기억하고 그 기능을 말할 수 있는, 그리고 평론이 하나의 장르임을 이해하는 애호가란 이제 몇 안 될 것이다. 그는 진정한 올드 팬의 한 사람이다. 노회찬 총장은 젊은이들의 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인터넷 문화에도 아주 밝다. 퍼슨웹 인터뷰어 중 한 사람은 한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노회찬 총장은 그 귀걸이에 관심을 보였다.

 

교수님 앞에 가면 귀걸이 빼요. 교수님들이 싫어하시거든요.

노총장 = (정색을 하고) 한 쪽만 해서 싫어하시는 거 아닌가? 얼굴이 보기 싫게 생겼으면 마스크하고 가야겠네. 얼마 전에 크리스천 아카데미에 가서 교수들하고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교수들이 도저히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못해요. 그 사람들 결론이인터넷이 문제라는 거지.

최근에 인터넷에서 본 거 중에 제일 재미있는 거로는 디씨인사이드에서 본병렬 연결이에요.

 

, 디씨인사이드에 가신다니 최첨단이시네요.

노총장 = 진짜 재미있어요, 꼭 보세요.

 

그리고 홍대 앞에 있는 <퍼슨웹>의 음악 동호회 커뮤니티 활동을 소개했다.

 

노총장 =음악감상회? 어떤 음악을 들어요?

어떤 음악이건 다 듣죠, 팝도 듣고 락도 듣고

노총장 =락 음악을 그냥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있나요?

 

아직 저희가 댄스 플로어를 마련하지 못해서…^^;;;

노총장= 홍대 근처에 올드 락이라고 내가 잘 가는 데가 있는데 작년 연말에도 가서 춤추고 놀고 그랬죠.

 

한 시민의 증언에 의하면 이 클럽에 가끔 나타나는 노회찬 총장은 매우 오래된 ‘으샤 으샤 춤’으로 젊은 사람들 무대를 평정하곤 한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