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인터넷으로 상상하기
인터넷으로 인해 생긴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면 그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 변화의 방향과 범위 또한 예측할 수 없으며, 그 결과조차도 긍정/부정이라는 두 단어 이외에는 끌어들일 수 있는 단어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설명하길 욕망했던 수많은 담론들도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대상 앞에서는 수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인터넷을 욕망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인터넷이 우리를 욕망하기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누군가는 이 길들여짐이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우리의 욕망을 얼마만큼 충족시키는가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은 필요조건을 넘어선 거대한 사회현상 혹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 되어 있다.
사실 인터넷의 정체가 무엇인지 완벽히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체로서의 욕망의 결과이든 객체로서의 소외의 결과이든 인터넷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의 욕망을 끊임없이 산출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변화의 증상은 사회적 소통구조의 민주화와 개방화일 것이다. 수많은 인터넷 논객들이 탄생했고, 사회·정치적 사건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하며 이제는 거대권력이 되어버린 ‘네티즌’이라는 집단도 형성되었다. 이것을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노무현의 당선은 상징적인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을 정의의 이름으로나 개혁의 이름으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증상에 따른 징후는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준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터넷사이트 ‘서프라이즈’는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인터뷰의 대상은 전 서프라이즈 대표논객이자 현 브레이크뉴스 기획국장인 변희재씨(이하 변희재 기획국장)이다.
변희재 기획국장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항간에는 그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떠돌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 말들 중에는 눈으로 드러나는 담론들이 있는가 하면, 감정적 말들도 있었다. 즉,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 중에는 변희재 기획국장의 사회적, 정치적 발언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이거나 확인할 수 없는 풍문에 기대어 변희재 기획국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었다는 말이다.
주위에 ‘적’이 많은 사람은, 내 생각에 두 가지로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한 부류는 자신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많은 것을 참지 못해하는 ‘투사’형이고, 다른 한 부류는 자신의 개인적 욕심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 말이다. 물론 이 두 부류는 동전의 양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적’이 많다는 것은 결국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인터뷰는 변희재 기획국장이 (주변 사람들의 판단 속에서) 왜 불리한 위치에 서 있게 되었는가를 모든 부분에서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서프라이즈’에서 글을 쓰던 시절 노무현을 지지했던 것에 반해, 이제는 서프라이즈를 비판하며 동시에 노무현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왜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는지, 혹은 현재의 정체성, 현재의 당파성을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인지, 그것만은 알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목적은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락거리면서 드는 생각은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흥미로운 것은 그 커뮤니티의 회원이 쓴 글을 보고 그 사람의 생김새와 성격과 말투를 상상하는 것이다. 물론 글을 쓴 사람의 사진을 간혹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외모뿐이니, 실로 인터넷 상의 글은 그 사람을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추측일 뿐이다. 왜냐면 내가 글을 보며 상상했던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이미지들은 오프라인 상에서의 만남 후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자주 판명이 났기 때문이다. 특히 글에 많은 개성이 묻어나는 사람일수록 내 추측은 더욱 어긋나 있었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바로 ‘포지션’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자신의 글로 특정한 색깔을 드러낸 사람은 이후에도 그 색깔에 맞추어 글을 계속 쓰게 된다. 인터넷 상의 포지션이 생기는 것이다. 문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이것은 일종의 ‘튀어보이기’ 전략일 수도 있다. 많은 글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글이 조회수가 올라가려면 그리고 그 글이 이슈가 되려면 색깔 있는 글쓰기(빨간색, 파란색 등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띠는 제목, 개성 있는 문체는 필수조건인 것이다. 어느 소설가는 ‘문체는 몸의 일이다’라고 했지만, 인터넷에서 그것은 기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전략적으로 시작된 글쓰기는 점점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조회수가 올라가고 네티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면 글의 내용 보다는 글쓴이의 이미지와 그 글쓴이가 자리하고 있는 포지션이 더욱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처음 변희재 기획국장을 인터뷰하기로 했을 때 내 머릿속에 상상된 인터뷰는 다음과 같았다. 그가 달변가의 ‘입’으로 변해 인터뷰어가 별로 요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수많은 말을 해 주고 있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말하는 인터뷰어를 입으로 물어뜯으며 집요하게 그것에 대한 방어를 하고 모습.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또 다시 추측은 어긋났다. 각설하고. 사실 이렇게 긴–글의 첫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또 읽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절주절 읊어야 하는 이유를 당신들은 모를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보시라.
1. 창업기획가, 나는 사업을 한다
퍼) 글을 쓰기 시작하신지가 오래 되셨는데요, 그게 언제입니까?
변) 고 1때, 하이텔 피씨 통신 처음 나왔을 때 처음 글을 썼고, 첫 글을 쓴 거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쓴 것은 대학교 들어와서.
퍼) 그 첫 글이 스타에 관련된 글이었나요?
변) 그건 복학해서 쓴 거예요. 그땐 영화나 드라마와 관련된 글을 동호회에 썼죠.
퍼) 실례지만 몇 학번이세요?
변) 94학번요. 정치 글을 처음 쓴 것은 강준만 교수 ‘김대중 죽이기’가 95년도에 나왔는데요, 그거보고 처음 썼을 거예요. 그 당시 하이텔에 큰 마을 광장이라고 정치적 토론하는 광장이 있었어요.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준비가 부족했던 것일까. 나는 그가 몇 학번인지 모르고 있었다. 대충 90학번 정도이지 않을까 했는데, 그는 생각보다 젊었다.
퍼) 대자보[-대자보는 지금 변희재 국장이 일하고 있는 브레이크뉴스의 전신 중의 하나로 일종의 웹진이었다]는 언제 참여하신거예요?
변) 대자보는 98년도 겨울에 창간되었어요. 제가 한달 뒤에 갔는데 거의 창간멤버죠.
퍼) 다 아시는 분들이었어요?
변) 아니요. 다 통신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는데, 당시 누군가가 다 연락을 했어요. 글 쓰는 사람들을 한번 모아서 해보자. 그런 거죠. 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펴) 대자보에 글 쓰기 시작하셨을 때부터 인물과 사상과 연계가 있었나요?
변) 아니요. 완전히 따로였어요, 인물과 사상과 연계가 된 계기는 진중권씨가 강준만 교수를 비판을 하고, 제가 진중권씨를 비판하면서, 그 대자보에 올린 글을 인물과 사상에 실으면서 연계가 된 거죠. 99년도 5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거죠.
퍼) 그때부터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으로 하겠다는 마음을 결정을 하셨던 것인가요?
변) 인터넷 논객으로라는 음… 그건 인터넷의 활동영역이 올라가면서 단어가 나왔죠. 사이버 논객이라는 단어가. 저는 원래 인터넷 사업을 하려고 했어요. 인터넷 논객이라는 개념은 글을 쓴다는 이름이었고, 원래 대학교 때부터 인터넷 사업에 관심이 있어 가지고, 인터넷 사업을 하려는 생각을 했었어요.
퍼) 어떤 사업요?
변) 대자보나 브레이크 뉴스도 사업이잖아요. 언론도 있을 수 있고, 예전에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랑 같이 ‘놀다’라는 인터넷 기반으로 하는 컨텐츠 사업을 해 본적도 있고. 그리고 서울대학교에서 문화네크워크 ‘두아’라는 집단도 해봤었고, 다 합해서 일곱 번을 했어요. 브레이크 뉴스가 일곱 번째인데. 늘 인터넷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퍼) 하다가 그만 두신 건 수익구조의 문제였나요?
변) 음..그렇죠. 사업을 진행시키려면 수익을 내고 해야되는데, 계속해서 실패하는 이유가 아직까지 경험도 부족하고, 준비도 부족하고 해서, 대학생 때 창업을 하면 대개 한 대 여섯 번은 실패에요.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대자보가 만들어지고, 한참 벤처붐이 떠가지고 우리한테까지 자금이 흘러 들어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첫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4개월만에 바로 떨어져 나갔고.(웃음) 그때는 사업이라는 것도 모르고 했는데, 한 번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배워서 하나하나 나가는 거죠.
퍼) 구체적인 인터넷 사업 운영까지 생각하신 거군요?
변) 제가 원래 대학 때 인생진로를 정한 게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대학원 상황을 보면 너무 안 좋아요. 대학원 상황들이 완전히 교수들한테 막혀있는 거 같고, 취업을 하려고 했더니 취업을 할 만한 회사가 없어요. 도저히 내가 가서 일할 만한 회사가 없다, 창업을 해야겠다고 대학교 때 결정을 했죠. 그게 어떤 거든 인터넷이든 뭐든 창업을 해야겠다, 그 중에 인터넷이 가장 익숙했으니까 인터넷쪽 사업을 시작한거고, 출판사를 한 적도 있어요. 그건 ‘놀다’의 프로젝트 일부였는데, 그것도 진행을 시켜봤고, 다 해봤죠. 뭘 하겠다는 생각은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퍼) 다른 것은 하실 생각은 없었어요?
변) 아니요. 식당을 할 생각도 하고. 원래 제가 복학을 하기 전에 부동산을 공부했어요. 부동산 컨설팅 사업을 할 생각도 있었어요. 공인중개사 시험에 떨어졌어요. 2번 연속.(웃음) 그래서 못하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특정분야를 생각하지는 않았고, 어쨌거나 어떤 분야든지 창업을 하려고 했는데, 가장 돈이 적게 들고, 저한테 익숙한 게 인터넷이니까 주로 인터넷 관련 창업을 하게 된 거죠.
변희재 기획국장이 전형적인 글쟁이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의 이야기에 약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글쓰기가 천직인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쟁이들은 가난한다. 그러나 글쟁이가 부자인 세상은 뭔가 잘못된 세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이 잘못되어 있지만 않다면, 그 사람은 글로써 사기를 치고 있을 것이다.(좀 심한가?) 공인중계사와 식당주인과 현재의 변희재 기획국장의 위치는 그것이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빼고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였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오늘 인터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 아닐까하는 조바심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면 인터뷰 기획과정에 ‘사업’은 없었기 때문이다.
퍼) 다른 일 계획하고 있는 것 있으세요?
변) 지금도 하고 있는데, 브레이크뉴스 말고 두 개 더 있어요. 여러 가지들이 있는데,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하기 긴 것들인데, 짧게 말하면 음… KBS 예능프로 중에 발해뗏목탐사대라는 걸 기획하고 있거든요. 저하고 기획사 두 개가 묶어서 진행시키고, 그리고 티비연합회랑 드라마 진흥센터 만들어서 드라마 포탈 사이트를 만드는 그 일도 하고 있어요. 계속 해서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거죠.
퍼) 근데 너무 많이 하시는 거 아니에요?(웃음)
변) 그러니까 그게 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만약에 예를 들어서 드라마 진흥센터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것을 내가 센터장을 해서 먹겠다 그러면은 힘들거든요. 만들어서 누굴 주겠다고 그러면 괜찮아요. 아이디어 가지고 기획만 진행시켜서 적당한 사람들한테 다 줘버리면 되잖아요. 그것을 내가 다 가지려고 하면 지키기 위해서 힘든데, 그 생각이 아니니까. 필요하다 생각해서 만들어 놓고 그냥 다 넘겨주고, 거기서 내가 역할에 대해서만 보상을 가져가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창업을 해 가지고 그것을 유지한다는 생각은 거의 없고, 만들어서, 그 기획 자체를 좋아하니까. 거기에 중점을 두면 여러 가지 하는데 큰 문제는 없죠.
퍼) 누굴 준다는 건 아예 손을 뗀다는 건가요?
변) 아니죠. 예를 들면 제가 시대소리와 대자보를 묶는 작업은 제가 주도를 했거든요. 묶어서 하나의 통합 법인이 되었죠. 대표는 딴 사람이 합니다. 그리고 제가 기획국장으로 일을 하고. 그러니까 제 역할을 낮추어서 가면 되죠. 대표를 하게 되면 이쪽을 일은 완전히 책임져야 되잖아요. 그럼 딴 걸 하면 안 되는데. 기획에 관련된 것만 맡아버리니까 딴 것도 할 수 있는 거죠.
퍼) 여러 가지를 하기 위한 자기 스스로의 포지션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변) 창업기획가. 제 직업이 뭔지 물어보면 창업기획가라고 해요. 대학원을 창업 경영학과로 들어갈까 생각 중에 있어요.
퍼) 지금 맡고 있는 직책이 몇 개나 되시죠?
변) 한겨레 비평위원으로 이번 달에 끝나고, KBS시청자 위원하고, 음… 추진하는 일들이 많다는 거죠.
퍼) 전체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권력지향적이라든지 권력추구적인 게 아닌가하는?
변) 많이 듣죠.
그러니까 저는 브레이크 뉴스가 하나의 시작이고, 제가 지금까지 한 다른 것들을 다 묶어서, 하나의 한국최고의 미디어그룹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오마이뉴스나 조선일보라든지 이것을 잡을 수 있을 만한 것, 한 5년만에. 이게 제 꿈이에요. 이거 권력지향적이죠. 권력지향적인데,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브레이크 뉴스를 이대로 그냥 놔두지는 않겠지요. 누구나 자기 매체를 최고 매체로 키우고 싶어하는데 그 측면에서 보면 권력지향적이죠.
이건 봐줘야 될 게, 제가 예전에 책 쓸 때도 그랬어요. 책 쓸 때부터 책을 많이 팔아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사람은 위험하지 않지 않다. 근데 하나의 책을 내서 그 책을 딴 데 들고 다니면서 이 책을 들고 그 쪽과 붙어서 한번 해보겠다, 이거 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해요.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 하나의 권력을 만드는 건 괜찮은데, 글 쓰는 사람이 어느 권력에 붙어서 한번 해보자, 그것만 아니면 전 괜찮다고 생각을 해요.
최근 저에게 권력지향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제가 파병가지고 서프라이즈 비판을 하니까 민주당 비례대표제 나오는지 빨리 밝히라고 하는 건데….
퍼) 비례대표제 제안 없었나요?(웃음)
변) 없어요, 없어요. 정치 쪽에 나갈 생각 없어요. 얼마나 싫어하는데. 저는 콘텐츠 창업기획가라고 했잖아요. 이쪽에서 한국 최고가 되는 게 꿈이에요.
변희재 국장은 자신의 직업을 창업기획가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고, 그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전문성의 결여에 대한 비판도 내심 고민을 했던 것 같아 보였다. 사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상대방을 걱정하거나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의 무능에 대한 질책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이것저것 시험하고 시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젊은 그에게는 당연해 보였다. 여섯 번의 실패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퍼) 그렇다면 글쓰기 영역은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확장될 수 있겠네요?
변) 직접 글을 쓰든지 아니면 글 쓰는 사람 모아서 하든지, 하여튼 콘텐츠를 만들어야죠. 제가 정치 관련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 정치에 관한 콘텐츠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가, 그런 정도의 포지션이에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퍼) 의외로 책은 잘 안 내지 않나요?
변) 출판 할 수 있는 책은 한 네 권정도 쓴 게 있는데, 출판사에서 안 내줘요. 어떻게 보면 스폰서나 마찬가지인데, 나이가 좀 더 든 다음에 내자고 해서요. 써 놓은 것은 많아요. 지금까지 쓴 것을 묶은 게 아니라. 책을 위해서 따로 쓴 게 한 세 권 있어요.
퍼) 무슨 내용인데요?
변) 아담 스미스와 존 스튜어트 밀에 관련 된 거 두 권짜리가 있고, 고전연애소설들 다 잡아와서 현대사회 사랑의 법칙을 연결시키는 에세이가 있는데, 그걸 한 2년 전에 썼는데 안 내주니까… 젊었을 때 책 많이 내고, 뭐 티비 나가는 것도 무지하게 싫어하고. 하여튼 호흡을 길게 가라, 그래가지고, 티비 한번 나가면 전화해서 나가지 말라고 그러고. 피곤해요(웃음)
퍼) 그래서 말인데 KBS 100인[-토론회 변희재 기획국장은 ‘국참0415의 당선운동‘에 대한 KBS 100인 토론회에 패널이 아닌 방청인으로 참석을 했었다]는 스스로 나가신 건가요?
변) 아. 그렇죠. 그게 문제가 많이 되었는데. 케이비에스에서 문제가 많이 되었죠.
퍼) 근데 지금 KBS시청자 위원회에 계신 것 아닌가요?
변) 그래서 문제가 있었죠.(웃음) 목요일날 회의가 있어서 가야 되는데, 시청자 운영위원회를 담당하는 부장 피디가 백인토론회에 전화를 걸어서 다시는 변희재 출연시키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저는 그 말을 사과 안 하면 그만 두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제 정체성은 제가 하는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로서는 논객이죠. 이게 제 정체성인데, 시청자 위원이라는 이상한 껍데기를 하나 씌우더니 말을 못 하게한다? 던져야죠!
그건 제가 어떤 측면이었냐 하면은, 백인토론회가 지난번에 ‘국민의 힘’을 두 번을 띄웠는데, ‘금뱃지 바로알기 운동’ 띄웠잖아요? 저 다 똑 같이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요. 한 매체가 한 조직을 띄웠으면 끝까지 검증을 해야 돼요. 죽을 때까지 검증을 해주는 것이 원칙인데, 띄운 다음에 아무런 검증도 없어요. 지금 금뱃지 바로알기 운동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몰라요. 국민의 힘 당사자들도 몰라요. 뭘 하고 있는지, 뭘 어떻게 했는지.
근데 그런 상황에서 그 단체 대표가 그걸 이용해서 정치권 나가고, 그 단체가 또 일을 하고 있는데, 먼저 앞 선에 했던 걸 검증도 안한 상태에서 또 띄운다? 이건 도덕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해가지고, 이걸 CP를 찾아서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CP는, 어차피 검증하면 되지 않냐 그러는데, 그렇지만 정치인들과 그 어쨌거나 시민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붙었을 때 검증이 안 돼요, 어떤 경우에도. 시청자들은 정치인 말 안 믿으니까.
제가 그렇게 말하니까 저보고 직접 나오래요. 한나라당과 민주당 옆에서 토론하라는 거죠. 그러나 저는, 이건 안 된다, 내가 그 사람들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옆에서 이야기해야 되냐…. 이야기를 하다가 절충이 된 게, 방청객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되 많은 발언권을 주겠다 그래서 나간 거죠.
그때 당시 다 나가지 말라고 그랬고, 지금 생각하니까 한나라당 옆에 앉아서 제대로 하든지, 아님 아예 나가지 말고 글로 비판하든지, 그렇게 했어야 했었죠. 그런데 방청객 자리에 있었던 것이…. ‘국참0415’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으면 직접 나갔어야 했는데, 그게 별로 모양새가 좋지 않았죠. 특히, 시청자 위원회 쪽에서는 시청자 위원이 방청객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div id=”article-content” class=”text-content”>
2. 개싸움판의 싸움닭, 그리고 인터넷 논객
퍼) 근데 사업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글을 계속 쓰실 생각이셨던 건 아니네요?
변) 아니요. 글 쓰는 건 완전히, 저에게 완전히 체화가 되었죠. 글은 쓴다는 개념은 글을 써야지 해서 쓰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 개념과 똑 같은 거 에요.
퍼) 그렇다 보니까 글쓰기 영역이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죠?
변) 주로 미디어/문화 분야하고, 총선이나 대선 때 정치 분야를 쓰고, 사실 거의 미디어하고 문화죠.
퍼) 예전에 공희준씨랑 같이 영화웹진도 하셨죠?
변) 그것도 했다 망했죠. 헤이무비 닷컴이라고.(웃음)
퍼) 그때마다 중요한 게 사람 끌어 모으는 건데 직접 하시는 거죠?
변) 사람 다 끌어 모았다가 다 떨어져나가고 하는데(웃음) 사업을 여러 번 망해도 제일 중요한 게 인간관계 틀어지면 안 되죠. 어떠한 경우라도. 그 부분은 신경을 많이 쓰죠.
퍼) 근데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대부분의 논객들이 하나의 ‘적’을 상정하고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적으로 삼은 그 사람들하고는 개인적으로 원한이 없어도 서로 상처 주는 글을 많이 쓰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변희재 기획국장님은 싸움닭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그것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변) 음. 그게 만만치 않은 게. 진짜 글만 쓰겠다고 하면 그러면은, ‘누군 못 때려?’ 막 갖다 때려부수면 되잖아요. 근데 기획을 해서 일을 추진하려면 사실 문제가 많죠. 이 사람을 써야되는데 정적들이 중간에 껴있단 말이에요.(웃음) 요걸 어떻게 조율하는냐가…
사실 지난 1년 동안 서프라이즈 그만두고 이 일을 시작하면서, 시대소리를 운영하는 6개월 동안 제가 거의 남을 비판을 안했어요. 그야말로 이쪽에서 남들에게 다 좋은 애기 듣는 글만 썼지, 밋밋한 글. 이제 그러다보니까 관계는 좋은데, 삶이 재미가 없고, 그리고 자기가 내 자신이 봤을 때 떨어진다는 느낌. 분명히 글 자체는 계속해서 막 진리를 찾아야 되고, 그러다보면 자기하고 안 맞는 진리를 가진 사람을 쳐야 되거든요. 그걸 안 하니까 머리가 점점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브레이크 뉴스로 합친 다음에 다시 전투모드로 변했거든요, 요즘에. 그러면 또 역시 기획 쪽을 일할 때 문제가 되는데, 그건 제가 아직까지 답을 못 내리겠어요. 어떤 걸 해야 되는 건지. 참 맞물리기는 힘들어요.
아이디어 내는 데서는 글을 막 치고 가고 그런 게 도움이 되는데 막상 추진 할 때는 상당히 장애가 되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부담이 되고, 또 누구하고 싸울지 모르니까. 궁극적으로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근데 아직까지는 그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진리가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은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그게 정답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 말이 언제나 유효하지만은 않다. 자신이 가진 신념과 가치관을 고수하는 것은 상대주의와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더군다나 정치판처럼 진리가 안 통하는 곳에서는 자신과 안 맞는 사람은 ‘막 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물론 이것은 위험한 생각인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변화시켜야 할 게 있다면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삶의 의/재미를 준다면 변희재 기획국장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전투모드’라는 말에서처럼 일단 자신의 포지션을 정한 다음에는 ‘막 치고 달리는’ 것이 변희재 기획국장의 스타일인 것 같았다.
퍼) ‘전투적인 글쓰기’적인 면에서 보면 강준만 선생의 영향을 스스로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변) 그러니까 강준만 선생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원래 통신상 글쓰기가 다 그래요. 통신글쓰기가 다 개싸움 아니에요? 사람 찍어놓고. 강준만 교수나 진중권씨 글쓰기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거죠. 글쓰기 방식 자체가.
퍼) 초기에는 진중권씨와 완전히 생각이 틀린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많이 멀어졌죠?
변) 초기부터 전 원래 그 사람 그렇게 봤어요. 단지 글을 썼냐 안 썼냐 그 자체이지. 진중권씨가 최근 비판을 많이 받은 게 미선이 효순이 사건하고, 이문옥 선거운동하면서 강준만 끌어들여 욕을 먹었는데, 저는 그때 네티즌들이 진중권한테 실망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어요. 원래 그 사람 그랬는데.(웃음) 진중권씨는 자기가 이것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려요. 이문옥을 위해서 뛰겠다 그러면 막 때려 넣고 난리를 치거든요.
그런 식의 방법들이 좀 진정성에서 그게 괜찮은 건가. 글쓰기 하나하나 봐도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실 조작을 많이 하거든요.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많이 해요, 마치 사실인 것처럼. 거기에 대해서는 진중권씨 글쓰기 등급을 많이 낮게 평가하거든요. 글쓰기 벡터가 자꾸 안 맞으니까.
그런데 이 번에 파병가지고 치고 하는 거 보니까, 또 나름대로 장점이 있더라구. 그러니까 자기 지위를 위해서 야합을 한다거나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냥 신념 가지고만 밀고 나가는, 그런 장점은 있더라구요.
진중권씨와 논쟁하는 것을 몇 번 본 나는 은근슬쩍 진중권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중권씨에 대한 비판이 술술 나왔다. 누군가를 비판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비판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진중권씨와 변희재 기획국장은 공통점이 거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남을 비판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는 다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았다.
퍼) 인터넷에 한번 쓴 글은 나중에 끊임없이 환기가 되면서 말을 바꾸기 힘들 단점이 있죠?
변) 말을 바꾸면 안 되죠. 그건 기본이에요. 말을 바꾸게 되면 왜 바꿨는지 반드시 해명하고 가야 되는 게 아주 기초인데, 그 기초가 요즘 잘 안 지켜지는 것 같아요.
퍼) 스스로요?
변) 아니 전 그런 적 없어요.(웃음) 말을 바꾸면 반드시 왜 바꾸었는지 말을 해야죠. 요 부분에 대해서 쳐주는 사람이 진중권, 강준만 정도인 것 같아요. 일류 논객이라는 게 하여튼 말을 바꾸었으면 왜 바꿨는지 말이 나온다고 어떤 경우든지. 그게 기초인데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그 지키는 게 힘들어지죠. 그러니까 거기서 일류논객과 삼류논객의 차이가 벌어지는 거거든요. 말을 많이 해도 일관성을 찾아낼 수 있는, 자기 글에서. 지금 논객들 특히 대선이후에는 거의 잘 안 지켜지죠.
퍼) 인터넷 상에서 논객이라는 위치가 그런 일관성을 지킨다는 게 흔들리기 쉬운 위치 아닌가요?
변) 인터넷 논객이라는 것보다는 음…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냐의 차이거든요.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어제 글을 썼는데 오늘 쓴 글이 도저히 논리적으로 안 맞아 들어간다 그러면 그 모순 때문에 잠을 못 자야 정상이죠. 자기애가 있다면 말이죠. 그게 없는 거예요. 특히나 노무현 정권 잡은 다음부터는 모든 판단을 노무현에 맞춰서 하니까, 막 나가다가 노무현이 이리로 가면 같이 턴을 하고, 또 저리로 가면 저리로 턴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은 글 쓰는 사람의 자기애가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권력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게 지켜지지 않는 거죠. 이건 인터넷 논객이라는 위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오프라인 논객들도, 보수논객들도 얼마나 마음대로 바꾸어 대요? 그러니까 자기애가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예요.
퍼) 그럼 궁극적으로 인터넷 논객들의 거취라던가,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떤 지점에 서 있어야 될 것이라고 보세요?
변) 일단은 독립을 해야죠. 독립성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보면 독립성이 없으니까. 그게 제일 문제예요.
퍼) 그게 당파성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건가요?
변) 이건 조만간에 제가 언어의 개념을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종속성이거든요. 뭐 사안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가 발표를 해줘야만 글을 쓸 수 있어요. 청와대 발표가 없으면 글을 쓰지를 못해요. 썼다가 청와대가 달라지면 어떻게 할 거야. 그렇다고 청와대 비판도 못하고. 지금 이 사태가 너무 진행되고 있으니까. 아…이건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어요, 진짜. 이것이 극복이 돼야지 인터넷의 여론 기능이 제도 언론을 넘어설 수 있을 텐데, 이게 너무 크게 걸려 있어서…
‘정체성과 당파성’을 말하는 부분에서 변희재 기획국장과 인터뷰어는 그 말의 의미에 대해서 약간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논객이라는 위치에서 그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당파성에 맞추지 않는 논객. 변희재 기획국장이 말하는 논객의 모습은 그것에 가깝게 붙어 있는 것 같았다.
퍼) 그런 식의 포지션을 보자면 진중권씨 만한 독립성을 갖춘 논객은 없는 것 같아요.
변) 그러니까 진중권을 제가 굉장히 삼류로 봤는데 지금 보니까 이류는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일단 논객이라고 하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써야 되는데, 이걸 눈치를 봐서 못쓰고, 사회적으로 관계가 맺어져 있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못 하잖아요. 정치인이든 관료든 심지어 대학교수들도 하고 싶은 말을 못하거든요, 얽혀있어 가지고. 그걸 극복해주는 게 논객들인데, 논객들 자체가 청와대하고 뭉치려고 애쓰고 있으면 올바른 것을 올바르다고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죠 지금. 틀린 것을 틀렸다고 얘기할 사람도 없고.
퍼) 제일 큰 문제가 서프라이즈 자체가 그냥 봐도 한쪽으로 올인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곳을 견줄 만한 다른 인터넷 대안세력 그러니까 브레이크 뉴스 같은 곳이 좀 커야 되지 않을까요?
변) 그것도, 정치권력과 똑같아요. 서프라이즈하고 남프라이즈하고 영향력 차이가 왜 나겠어요? 남프라이즈는 힘없는 민주당을 지지하니까 그런 거고, 서프라이즈는 청와대를 지지하니까 뜨는 거 아니에요? 이게 실력으로 판가름 난 게 아니라, 권력이 어디가 있느냐의 문제거든요. 이거 사실은 노대통령이 정신 차려야 되는 건데, 인터넷을 가지고 자기가 지지를 끌어오겠다고 거기에 권력을 실어주면 안돼요. 인터넷과 자기는 독립이 되어야 해요. 근데 계속해서 와 가지고 대통령이 아첨하고 설쳐 대니까 이걸 극복을 못 하는 거죠. 워낙에 거대권력이 들어와 버리니까. 그러니까 제가 가망성이 없다는 거예요. 잘 안보여.
근데 좀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전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영역을 줄여버리는 거예요, 인터넷 상에서. 너무 정치 과잉이거든요. 실제로 인터넷 각종 대안언론들이 이제 문화 쪽으로 넓혀줘야 돼요. 정치적인 영역을 줄여야지 다른 부분도 이슈가 되고 잡히지, 이렇게 정치가 과잉이 되면, 청와대와의 권력관계가 그 사이트의 영향력을 결정하게 돼요. 그게 이제 종속이죠. 그거 못 벗어나죠.
변희재 기획국장의 ‘정치 과잉’이라는 말에 나는 상당히 공감을 했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나조차도 웬만한 정치논객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고, 즐겨찾는 사이트에 정치 관련 커뮤니티를 등록해 놓을 정도였으니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것보다도 정치과잉으로 인해 사회가 개싸움판이 되어 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또한 그가 ‘자기애가 없는 논객’들을 말하며 겨냥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현재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하는 논객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변희재 기획국장은 대선 직후까지 ‘서프라이즈’ 필진으로 활동을 했었다. 그러나 어떤 사정으로 인해 ‘서프라이즈’를 떠나야 했었다. 그러나 변희재 기획국장이 자기애가 없는 논객으로 서프라이즈의 논객들을 지목한 것은(물론 그들만 아니라 다른 오프라인 논객들도 지적했지만)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서프라이즈 논객들의 정체성이 당파성에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평소 당파성과는 별 상관없는 퍼슨웹이 이 문제로 시끄러워 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음 질문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퍼) 서프라이즈를 그만두실 때 이야기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변) 이제 해도 될 것 같은데, 어차피 뭐… 원래 운영자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번호를 다 같이 공유를 했었어요. 공유를 했는데 서영석씨가 들어오면서 그 비밀번호를 바꾸어버렸어요. 바꾸면서 저와 장신기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그 문제죠.
퍼) 의도적으로 안 알려준 건가요?
변) 아, 그게 5.18날 비밀번호가 바뀌어서 5.18사태라고 이야기하는데… 오전에 (서영석씨가) 불러서 만났어요. 만나서, 이제 자기가 운영할 테니 빠져라, 그래서 납득할만하게 설명을 해달라, 왜 빠져야 되는지. 자기가 하는 거면 하는 거다. 그럼 하라고, 마음대로. 그러니까 그 뒤 한 시간 만에 비밀번호가 바뀌었으니, 당연하거죠.
퍼) 그런데 왜 그렇게 쉽게 나오신 거죠? 그렇게 네티즌들이 많이 들어오는 사이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잖아요?
변) 또 그것가지고 마타도어가 막 들어오데요. 쉽게 내주는 걸 보니 큰 약점이 있구나 하는 식의 그런 얘기를 무지하게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지금까지 이야기를 안 했는데, 쉽게 내준 게 아니라, 비밀번호를 바꾸었는데, 제가 서프라이즈라고 하는 개인사업자의 대표란 말이에요. 법적인 대표죠. 그럼, 제가 그것을 경찰에 고발을 하면 돼요, 업무방해죄로. 법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대표가 관리 못하게끔 비밀번호를 바꾸어 놓은 거거든요? 서영석씨는 도메인을 가지고 있었고. 그럼 이게 어디까지 가느냐 하면 법정까지 쭉 가야돼요. 법정으로 가서 도메인 소유주가 진짜인지 사업등록자가 진짜인지. 근데 제가 알아본 결과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사업에 관한 것은 사업자등록자가 우선으로 해요. 그렇기 때문에 도메인은 서영석씨는 가지고 있지만, 서버나 모든 것은 내 것이기 때문에 서버에 관련된 비밀번호를 바꾸었으면 이건 업무방해죄거든요.
그렇게 갈 생각했죠. 갈려고 했는데, 아 이게 진짜,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을게 뭘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까지 법정에 가서, 서영석씨는 이제 나이가 50이 다 되었고, 노정권 안에서 승부를 봐야 되는 사람이거든요. 그럼 목숨 걸고 할 텐데, 저는 그 당시 29살이었고, 할 것도 얼마나 많이 있었는데, 서영석이라는 어차피 조만간에 무너질 사람하고 싸워가지고 한 1-2년 법정가고… 그러니까 주위에서 다 말린 거예요. 이창은 편집국장부터(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 해서, 어차피 딴 거 하면 되는데 뭐 하러 법정싸움까지 하냐, 집착을 하지 말아라. 그래서 집착을 안 하고 ‘에이 됐다, 다 가져라’ 그런 거죠.
돈을 받았다고 어쩌고 그러는데 돈 일 원도 안 받았고, 그냥 다 가져라 그러고 나왔어요. 그리고 또 제가 서프라이즈라는 사이트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어요. 무슨 애기냐 하면, 서프라이즈라는 사이트를 제가 완전히 치밀하게 기획을 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공희준하고 그 당시 할 거 없다 이래가지고…. 제가 당시 서프라이즈 만들기 전에 서울대학교에서 문화네트워크 사업을 크게 벌이다가 망했거든요. 망하고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돌아와서 할 것도 없는데 집에서 뭐라고 하니까, 에이 그러면 노무현이나 또 해주자 그래서 글 썼는데 이게 갑자기 뜬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게 전혀 제가 노력을 해서 키운 사이트가 아니라 시류에 어떻게 맞아가지고 뜬 거니까 제가 애정이 없었죠. 정말 내가 노력을 해서 만들었으면 그렇게 쉽게 놓지 않았을 텐데, 나도 마찬가지고 서영석씨도 마찬가지인데 그건 하나의 공짜이거든요. 공짜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는 변희재 기획국장의 말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될 법도 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 스스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는 입장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희재 기획국장의 말로 끝을 맺어야 했다.
3. 브레이크뉴스를 말하다
브레이크뉴스는 대자보와 시대소리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인터넷 언론이다. 대자보는 변희재 기획국장이 초기창단멤버로 활동했던 웹사이트이었고, 시대소리는 그가 서프라이즈에서 나온 후 만든 또 다른 웹사이트였다. 이 두 웹사이트가 ‘한국언론의 세대교체’라는 취지 하에 브레이크뉴스로 합쳐진 것이다.
퍼) 인터넷 논객들의 글을 보면 어떤 느낌이 좀 드냐면, 자신의 글을 세계관에 맞춰서 써나가기보다는 그때그때의 논리에 따라 자기 정체성과는 별 상관없는 글쓰기를 하는 것도 같은데요. 제가 최근에 어떤 것을 생각했나면, 최근 브레이크뉴스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임종석 의원, 상당히 피곤하게 되었잖아요?
변) 계속 도망가요. 기자보고 인터뷰 좀 따라 그러면 계속 도망가요.
퍼) 사실 그 전체적인 파병 문제만 봐도, 파병을 반대한다는, 설사 ‘쇼’를 했었어도, 임종석 의원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반대를 안 한 의원들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브레이크뉴스에서 주장하는 임종석 의원에 관한 것은, 뭐랄까 공격적 글쓰기가 가진 단점이 아닌가요?
변) 장·단점이라는 것에 있어서… 음, 이라크 파병의 문제가 사실은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거든요. 구조적인 한국의 외교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해야 되는 문제예요. 이라크 파병은 미국에 편향된 외교를 다자외교로 변환시켜야 되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이죠. 그래서 만약 제가 글쓰기를 다자외교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한다, 그러면 이슈가 하나도 안 되죠. 지금 파병 반대 여론 자체가 다 죽었는데, 파병 결정한 이후에. 그거 살려내야 되거든요. 근데 그 상태에서 다자외교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면 전혀 안 읽히고 이슈가 안 돼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사람 하나 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사람하나 쳤을 때의 효과는 이슈의 환기, 이게 분명 이슈가 돼야 되는데 이슈가 안 되고 있다, 그럼 이 이슈를 막은 주범들을 찾아보면 딱 나오거든요. 임종석 의원이 그 당시 이슈를 막은 거고, 서영석씨의 그 비전투병 애기, 두 명이 나와요. 누굴 쳐야될지. 그렇게 치면 이슈가 돼요. 요게 장점이에요. 이슈를 정확히 환기 시켜줄 수가 있는 거예요. 근데 단점은 이라크 파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따져볼 수가 없다는 거예요. 개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그걸 따지 기회를 상실하는 거예요.
퍼) 음… 지금 하고 일하고 계신 브레이크뉴스의 정체성은 중립이라는 것이죠?
변) 중립이라기보다는, 그게 좀 어려운 개념인데, 당파성 문제까지 걸려가지고. 저는 가치가 중립이라는 건 의미가 없고, 가치지향적인 것은 매체가 다 가져야죠. 근데 가치지향적으로 나가는 방향에 있어서 정치집단들이 끼어 있잖아요. 이것과의 관계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정치집단과 가치의 대결에서 가치를 위에 두면서 정치집단이 가치에 따라 올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방식, 저는 이것이 진정한 당파성이라고 보거든요. 요게 중립은 아니죠. 중립이라는 개념은 어차피 없다고 보니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는 그 말을 이용해서 가치를 보고 정치집단을 따라오게 하는 게 아니라 정치집단을 보고 가치를 바꾸는 이게 문제가 되는 거죠.
퍼) 브레이크뉴스의 상황은 민주당을 대변하는 사이트처럼 인식이 되고 있는데..
변) 그러니까 그건 의도적인 오해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 콘텐츠 중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컨텐츠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요. 기자가 만들었든 외부편집위원이 했든. 근데 노무현 정권을 대한 비판을 많이 하니까 그쪽으로 가는 거죠. 의도적으로 그쪽으로 보는 거지, 실제로 컨텐츠 봤을 때 민주당을 지지하는 컨텐츠가 없었거든요.
퍼) 그게 맞는 것 같은데요. 근데 처음엔 저도 느끼기를, 저도 예전에 ‘서프라이즈’를 봤는데요, 그때 서프라이즈에서 나오신 것이 표면적으로는 이라크 파병문제 때문이었잖아요? 근데 밖에서 보기에는 민주당이 분리되면서 ‘서프라이즈’에서 갈라진 것 같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변) 그게 예전에 없던 현상인데, 예전에 없던 현상이 벌어진 것인데,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인터넷에 권력이 들어오면서 각 정당에 논객들이나 인터넷 매체들이 종속되는 현상들이 벌어지면서 나오는 건데, 저는 그것을 깨는 것은 ‘우리는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개혁적인 가치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주면 맞을 것 같아요. 우리가 한 달 내내 이라크 파병문제만 떠들었는데 앞으로 그런 개혁적인 이슈들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제가 교육부를 비리가지고 계속 들어가는 것도 있고. 그런 교육부 비리나 청년실업 문제는 당파성하고 관계가 없거든요. 그런 것을 내세우면 해결이 될 거 같아요.
퍼) 실제로 브레이크 뉴스는 서프라이즈 보다는 당파성 문제에서는 덜 비판을 받아도 될 만한 글이 계속 나오는 것 같은데요?
변) 근데 서프라이즈 하고 비교를 하면 안 되고, 오마이뉴스하고 비교를 해야 되는데, 오마이뉴스는 일반적으로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이트로 되어 있잖아요. 저는 조만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 오마이뉴스를 비판을 할 거예요. 저는 그것은 제가 말한 가치에 입각한 당파성 차원을 넘어섰다고 봐요. 사실 그렇게 해서 오마이뉴스와 브레이크 뉴스를 비교를 해야 되는 거죠. 우리 구성원을 봐도, 저는 지금까지 대선 빼놓고는 민주당에 투표를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고, 편집장은 민주노동당 당원이거든요. 내부적으로 중요한 사람 중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상대적으로 자꾸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노정권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강해서 그런거죠.
현재 열린우리당이 최강세잖아요? 매체에서 당파성, 가치 말고 또 가져야 될 게, 강자와 약자를 좀 봐줘야해요. 민주당 (지지율)이 한 6%까지 떨어졌고, 열린우리당이 한 30%까지 갔죠? 그럼 상대적으로 약자인 민주당의 이벤트들을 보도해 줄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다른 매체는 절대 안 해주거든요. 이제 가장 밑바닥으로 갔다고 해서. 아마 저는 총선 때까지는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기획들이 많이 갈 거예요, 약자라고 생각을 하니까.
퍼) 그건 단지 약자라서 그런 건가요?
변) 기존 매체들은 컨텐츠 양이 정확하게 힘센 순위로 가거든요. 힘을 누가 많이 가지고 있냐하는 순서대로 가고 있어요. 항상 조중동도 마찬가지고. 그럼 우리 같은 대안 매체들은 힘말고 다른 판단을 줘서 이 사람들이 하는 게 의미가 있다면 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띄워줘야 해요.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개혁당이든. 이번 토요일날(2004.2.16) 개혁당 전당대회를 하는데, 이번 주 특집으로 다 때려 버릴 거예요. 토, 일, 월을. 개혁당이라는 굉장히 가치 있는 정당이 지금 엉망이 되어 있거든요? 그것을 다루어야 해요. 근데 아무도 개혁당 안 다루잖아요? 근데 이게 뻔한데, 개혁당을 띄우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에게서 또 욕을 먹게 되어있죠. 그럼 우리가 욕을 먹는 게 무서워서 개혁당을 못 다루면, 그건 안 되죠. 편집국장 생각은 모르겠는데 저는 약자라면 많이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두 사이트를 비교하여 우위를 정하거나, 둘 사이를 이간질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두 사이트의 성격은 많이 틀리다. 다만 변희재 기획국장이 예전에 몸 담았던 곳과 현재 몸 담고 있는 곳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질문의 방향이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갔던 것 같다. 질문의 수준이 낮더라도 인터뷰어가 부족한 탓이니 너그러이 봐주시길.
변희재 기획국장의 말속에는 ‘때린다’(혹은 ‘친다’)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다.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대안매체로서의 이미지와 ‘때린다’는 표현이 그렇게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때리지 않고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지금껏 너무 많았기 때문일까, 그리고 때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까 그의 ‘때린다’는 표현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기사를 올린다? 상대편에 대한 공격을 가한다? 이슈화한다? 때린 적이 있으면 맞게 될 것이고 또 맞으면 다시 때려야 할 것이고, 그런 상황의 반복일 진데, 변희재 기획국장의 성격과 일반적인 ‘논쟁’의 성격은 ‘때린다’는 표현 안에서 일정부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퍼) 스포츠 기사 같은 것도 일등만 다루지 말자 그런 글도 쓰셨죠? 그러니까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걸 다루어야 한다는 거죠?
변) 그러니까 이게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인데, 단지 힘이 없기 때문에 묻히는 일이 워낙 많죠. 그런 걸 찾아서 다 해줘야 된다는 거죠. 개혁당이 몇 명 남아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이게 굉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람을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에요. 근데 힘이 없다는 이유로 진보매체인 한겨레나 오마이뉴스도 안 다뤄주고 있거든요. 그게 굉장히 불공정한 보도형태죠. 개혁당 초기에 노무현 지지한다고 했을 때는 그렇게 띄워주다가 이제 힘없다고 다 무시하는 거죠. 대안매체가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찾아가서 끝까지 해줘야 되는 거죠.
이미 우리도 개혁당을 띄웠고, 대자보 시절이나 서프라이즈 시절에도 개혁당을 띄웠다면 지금 이 상태까지 마무리까지 해 주어야죠. 그런 매체에 대한 책임감, 약자에 대한 생각들. 저는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근데 편집국장은 자체가 민주노동당 당원이기 때문에 소외정당이라는 자체를 원래 밀려는 사람이에요.
퍼) 근데 이슈가 된다거나, 치명타를 주기 위해서는 조선일보식이 가장 효과를 큰 발휘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조선일보 식의 글쓰기도 크게 마다하지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웃음)
이 질문에 변희재 기획국장은 그런 글쓰기는 조선일보식 방법이 아니라 진중권식 방법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나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랐다. 진중권씨의 글쓰기 방법과 조선일보의 글쓰기 방법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일까? 아님 조선일보보다는 진중권씨의 글쓰기가 더 방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일까? 어쨌든 이 질문과 관련된 것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퍼) 한겨례에 대한 미디어 비평 식의 글을 많이 쓰셨죠?
변) 한겨레 비평위원이라고 해서 방송사로 따지면 시청자위원이랑 똑 같은 개념이에요. 한겨레에 대해서 고언을 해주는, 대게 그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건데, 1년정도 하는 거예요.
퍼) 어떻게 보면 한겨레는 브레이크뉴스가 넘어서야 할 매체 아닙니까?
변) 솔직히 말해서 한겨레는 경쟁상대가 안 돼요.(웃음) 도저히,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는 매체에요, 거긴. 일단 종이라는 것과 너무 오랫동안 개혁진영에서 선두매체로 운영되다 보니까. 1등은 원래 타락하게 되어 있거든요, 지금은 변화 가능성 자체가 상실되어 있어요. 특히 어떻게 하면 새로운 콘텐츠 개발할 수 있냐 하면… 그게 참 힘들어요.
퍼) 자체적으로 폐쇄되어 있다는 건가요?
변) 그렇죠. 사업적으로도 그렇고. 그래서 만약에 한겨레가 변화하려고 한다면, 진짜 잘게 잘게 잘라야 돼요. 한겨레 일간지의 비중을 줄이고 미디어그룹화로 가면 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간지를 한 서너 개씩 낸다거나, 예를 들어 성향에 따라서 좌파신문 하나 낸다거나, 엔터테인먼트 하나 내고, 우파신문 하나 내고… 근데 한겨레 일간지 하나에다가 대중문화도 이야기해야 되고, 좌파도 다루어야 하고, 노무현도 지지해야 되고, 또 전통적인 호남세력도 있잖아요. 그럼 이게 정체가 이상한 거예요. 다 잘라져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매체를 분화시켜 주는 게 좋죠. 지금 너무 일간지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변희재 기획국장이 한겨레 비평위원의 자격으로 썼던 글도 한겨레 내부에서 몇 차례의 논쟁이 오고갔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논쟁자체는 소모적이 될 수도 소모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논쟁의 결과는 대부분 흡족하지 않은 것 같다. 한겨레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논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논쟁 후에는 언제나 남는 것이 별로 없다.
퍼) 브레이크 뉴스에서는 논설위원들 계시는데 그분들 간에 서로 지향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세요?
변) 거의 비슷하게 가요. 지금 갖고 있는 브레이크논조에 대해서 동의를 하죠.
퍼) 이번 총선 어떻게 예상하세요?
변) 열린우리당이 참패할 거라고 생각해요. 열린우리당이 30% 나온 거 보고, 총선이 60일 남았는데, 저는 한 30석. 제가 하여튼 2000년 총선부터 아직까지 틀린 적이 없어요. 대선 때도. 한 번도 노무현 떨어진다고 생각 안 했어요.
퍼) 그럼 보수적인 당이 다수당이 되는 거 아닙니까?
변) 개혁세력이 역량이 한 50% 줄어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 통합을 하겠다는 자세가 개혁세력의 역량을 회복시킬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워낙에 약화 된 거죠. 어떤 방식으로든 회복이 되어야 되는데, 반드시 통합되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지금 한나라당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어요. 거의 뭐 대선 직전의 개혁의 최고 역량이 한 십분의 일로 줄어들고 있어요. 이라크 파병이 나왔을 그 당시에는 집회하고 난리 났어요. 지금 전투병, 특전사가 들어가는데도 안 나오잖아요. 그 만큼 떨어진 거예요. 이라크 파병 자체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러고 총선을 이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겨도 소용없구요.
퍼) 이겨도 소용없다는 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변) 지금 노무현 정책을 보세요. 조선일보하고 차이가 없어요. 수구세력과 다 똑같이 가고 있어요. 노무현 정권 이야기하는데 친미가 들어가 있고, 또 신자유주의가 들어가 있는데, 이건 조선일보하고 똑 같아요.
퍼) 그럼 노무현 대통령을 이전에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변) 이걸 잘 못 알고 있었다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이건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는, 그 러니까 노대통령을 잘못 봤다는 거라기보다 수구세력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사람이 무능해서 못하는 거예요.
퍼)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어느 정도 책임감이 있지 않나요?
변) 책임감 있죠. 다시는 한 정치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그런 미친 짓은 안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게 맞죠. 간단한 건데, 그런 말들을 해줘야 돼요. 그 당시 왜 지지했고, 왜 지지 못하는지 말을 해줘야 해요.
퍼) 근데 인터넷에 써서 진심이 많이 곡해되는 것 같은데요, 브레이크 뉴스에 쓰는 거 보다 다른 매체에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변) 근데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당파적 가치를 주장하는 논객은 그런 편견과 오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중앙일보, 문화일보에 썼다고 해서 달라지겠어요.
퍼) 감수를 다 하시겠다는 건가요?
변) 그건 지금까지 항상 감수해왔으니까. 욕 먹는 것 같은 것은 한 10년을 욕을 먹다보니까.(웃음) 제가 지난 6개월 간 한 번도 욕을 안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이상하더라고(웃음). 뭔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바로 브레이크 뉴스 합치자마자 전투모드로 나갔는데, 이게 맞는 것 같더라고…
‘전투모드’가 몸에 맞다는 변희재 기획국장의 말은 변희재 기획국장이 쓴 논객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글을 떠올리게 했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약속을 걸며, 자신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방식”(2003.12.16 [노대통령은 명예를 지킬 권리가 없다]에서 발췌). ‘전투모드’라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발목을 잡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것. 비단 변희재 기획국장만이 아니라 그런 글쓰기는 대부분의 인터넷 논객들에게 더 이상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 만큼 치열하고 격정적인 글쓰기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아시겠지만 다른 표현도 있다. 개싸움판.
한 사람과 대화를 하고 그 사람에 대한 작으나마 결론을 내는 데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 인터뷰에서 변희재 기획국장은 이런 전투적인 모습 말고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이 좌파보다 ‘계급적’ 관념이 명확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 해 주었고, 별명이 투덜이 스머프(항상 투덜거린다고 친구들이 붙여 주었다고 했다)라는 것, 그리고 현재 권투체육관을 다니고 있다는 말도 해주었다. 지금의 그의 모습에 겹쳐지는 상들이었다.
이런 변희재 기획국장 인터뷰를 나는 그의 논객스러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끝맺고 싶다. 그는 논객이다. 그리고 논객은 세상을 향해 벌려져 있는 입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입은 특정 집단이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이 아니라 흔히 말하듯 ‘심판‘으로서의 입일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심판도 편견이 있을 수 있고, 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심판은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공정할 수 있는 치열함까지 갖춘 사람일 것이다. 변희재 기획국장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또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가 공정한 심판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을 주시할 것임을 (잘 아시겠지만) 변희재 기획국장이 항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