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인터뷰] 첸구이바오

인신매매범 첸구이바오. 이 인터뷰는 중국 장강문예출판사(長江文藝出版社)와 정식 계약을 통해 퍼슨웹이 번역출판 준비 중인<중국저층방담록 (中國底層放談錄)>의 일부인 <인신매매범 첸구이바오>를 완역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20여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비약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현란한 모습은 중국의 성공을 상징적으로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결과로 비춰진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경제성장의 그늘에는 숱한 모순이 잠재해있다. 라오웨이(老威)의 거침없는 인터뷰에 드러난 한 인신매매범의 족적은 그 모순을 적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의욕적인 서부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팔할을 차지하는 농촌의 삶이란 여전히 고단하기 짝이 없으며, 농민에게 개혁개방의 혜택은 딴 나라의 이야기이다. 그 농촌 벽지의 인민들이 겪는 인신매매의 모습은 사실 낯선 것은 아닌데, 성장의 공평하지 않은 재분배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우리 또한 겪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중국의 광대한 농촌지역은 특히나 이 인터뷰의 주무대인 쓰촨성(四川省) 서북부는 해발고도 3,4000미터를 넘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유명한 곳이며, 최근에는 주자이거우(九寨溝) 등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외지인의 발길이 1년 내내 이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농촌지역에서 여성들을 ‘모집’하여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인신매매범 첸구이바오와의 인터뷰는 국가권력이 침투하기 어려운 농촌 인민의 기층정서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개혁개방 이전에는 사회주의의 이념적 기초인 도시의 노동자계급에 우선적으로 주어진 제도적 사회경제적 혜택에 의해 찬밥이 되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연해 도시 우선 발전전략에 따라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위해 도시에 값싼 노동력과 서비스 그리고 농산물을 공급하는 거대한 산업예비군의 저수지로 전락해 버린 농촌. 첸구이바오는 49년 이후 숱한 운동과 동원으로 추진되었던 사회주의적 이상사회 건설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농촌에 온존되어 있다가 개혁개방과 함께 다시 부활한 전근대적 질서의 대변자이다.

“돈이 최고”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 뻔뻔스런 확신범 첸구이바오의 인터뷰는, 이제 더 이상 앞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向前看), 돈을 보고 가는(向錢看) 것이 최상의 미덕이 되어버린 현대 중국사회의 그늘을 보여준다.

 

 

1. 사람 장사 아무나 하나

 

 

당신, 얼굴만 보면 아주 착실해 보이는데. 인신매매범 같지가 않아.

 

_나 정말 인신매매범 아니라니까. [힘들게] 장사하고 있는데.

 

사람 파는 장사하는 거지?

 

_이봐, 동지. 당신 그렇게 얘기하는 거 아냐. 기생집에서나 사람 파는 거지, 난 기생집 하는 게 아니잖아.

 

당신이 선량한 부녀자 꼬셔가지고 창녀 만드는 짓거리를 안 했다단 말인가?

 

_양가집 부녀자는 말이야, 아무리 꼬시고 해도 창녀가 안 돼. 우리 마누라 같은 여자는 아직 가난한 산골짜기에 살고 있지만, 내가 이 꼴이 돼도 재혼을 한다든가 서방질 하는 법 없어. 그리고, 세상 거의 모든 여자는 남자처럼 삐까번쩍한 바깥세상을 좋아하지. 돈 되는 걸 좋아하는 거지.

 

신문에 보면 아무개가 어찌어찌해서 잘 나가게 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내가 보기엔 그건 별 힘 안들이고 얼렁뚱땅 챙기게 된 거지 딴 게 아냐. 가수들 봐. 걔들 입 벌리고 노래 좀 부르고 놀면 자기 주머니로 돈이 콸콸 들어오잖아. 그러니까, 모두들 가수나 모델을 부러워하지.

 

걔들 주둥이 몇 번 놀리면서 아랫도리만 좀 흔들어 대면 왕창 버니까 말야. 난 농사짓는데, 농민 챙겨주는 사람이 왜 아무도 없는 건 줄 알아? 맨날 하늘 보고 땅만 파 대니, 죽어라 일해도 돈이 안 되니까 그런 거야. 농민은 땀 흘리며 농사를 짓는데,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그 농사지은 밥을 먹으면서도 땀 냄새는 싫어하지.

그래서 난 이 업종을 택했어. 시대 분위기에 따라서 거기에 맞춰주는 거지. 5년 동안 20여명을 팔아 넘겼는데, 다 자기가 원해서 날 따라 나선 거고, 억지로 걔들 꼬신 적은 없어. 강도질 한 적도 없고, 끌고 가서 돈만 받았을 뿐이야.

 

당신, 사기로 꼬셔서 사람 일생을 망쳐놨구만.

 

_사기쳐서 꼬신 건 인정하지. 근데 요즘 세상에 사기 안 치고 꼬시는 놈 있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겨나 처먹는 돼지가 제일 착실하고, 쌀 먹는 것들은 모두 나쁜 놈들이 되는 거지. 내가 시골의 어리숙한 농민이오, 하면 아무도 날 따라 나서는 애들이 없지. 그러니까, 옷 좀 말쑥하게 차려입고, 광둥(廣東) 무슨 회사 사장이라고 하는 거야. 겉모습은 좀 아니다 싶어도, 걔들이야 알 도리가 있나. 그때 친근하게 다가가는 거지. 많은 여자애들이 얼굴을 아는 애들이니까 미리 수를 쓸 필요도 없어. 걔들도 좋아하지. 자기가 시골출신이라는 게 알려지면 자기만 쪽 팔리거든.

내가 사람 끄는 게 좀 있나 봐. 처음엔 자신이 없더니, 익숙해지니까 다 되더라고. 말이 술술 나오는 게 선녀라도 다 넘어가지. 본래 믿고 안 믿고는 다 자기한테 달린 거야.

 

 

당신은 어쩌다가 그 길로 빠진 거야?

 

_이런 일 신문에 많이 나잖아. 별로 드문 일도 아니지. 난 핑우현(平武縣)의 샤오허거우(小河溝) 출신이지. 핑우현은 당신 아마 알 거야. 그 팬더 사는 동네. 옛날엔 그 동네가 숲도 우거지고 전죽(箭竹)도 많아서, 주로 그걸로 먹고 살았지. 벌목소에서 쓰다 남은 나무를 주워서 팔기만 해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고, 산에도 이것저것 먹을 게 많았어. 근데 나중에 숲도 거의 베어 버리고 벌목소도 사라졌지. 비탈에 농사를 지었는데, 우리 동네 당신은 아마 안 가봐서 모를 텐데 농사만 지어서는 살기 힘들어. 난 서른도 되기 전에 계집애를 셋이나 싸질러가지고 애들은 걸칠 바지 하나도 없었지. 시골 사람들은 다 그래. 짚으로 엮은 바지를 입고 들에 나가서 일하고, 천으로 된 바지는 아끼다가 친척을 만나러 가거나 다른 사람 만나러 갈 때나 꺼내 입지. 겨울엔 처녀나 아줌마나 모두 제대로 걸치지도 못하고, 방안 따뜻한 데서 모여서 일감을 가져다가 그걸로 먹고 살았지.

그렇게 92년도까지 근근이 버텨오다가 동네 청년 몇몇이 머릴 맞대고 얘기했지. 그래서, 오래 꼽쳐 두었던 가죽을 가지고 현성(縣城)에 가서 차표 살 돈으로 바꿔 함께 외지로 가서 일을 하기로 했어.

처음에는 현에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음에는 청부업자를 따라 청두(成都) 간수(甘肅) 등지로 다녔지. 나중에 물정을 좀 알게 되니까 힘든 노동 안 해도 살 수 있겠더라고. 란저우(蘭州) 회민(回民)은 사람들이 의리가 있어. 난 걔들하고 섞여서 같이 이리저리 시골로 돌아다녔지. 북방은 땅 덩어리가 너무 커. 그러니 사막도 너무 많고 해서 털도 잘 안 나더라고. 물 먹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근데, 사내녀석들 하나는 참 쓸만하지. 마누라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사는 애들이야. 여자가 너무 적어니까, 사내가 모으고 모아 10년을 모은 피땀 어린 돈을 마누라 얻는데 한 번에 써버리는 거야.

쓰촨(四川)은 좀 가난하지만, 그렇다고 총각이 많은 건 아니잖아. 근데 여기는 사내들이 여자만 보면 멍해져 가지고, 바로 아랫도리 내놓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쓰촨 여자애들 부지런하고 예쁘고 수발도 잘 들잖아. 외지 사람들은 쓰촨 여자라면 대환영이지. 머릴 한번 굴려보니, 아, 이거 돈 되겠다 싶더라고.

 

당신 처음 사람 팔아넘길 때 무슨 생각이었어?

 

_처음엔 팔아넘긴 건 아니고, 딸애들 둘이 시집보낸 거야. 돈만 내리 쳐들어가던 애들이 그야말로 돈이 된 거지. 사돈집이 그 마을에서는 괜찮은 편이야. 마을이 기차길에서 10리 정도 밖에 안 떨어져 있으니 별로 궁벽한 곳은 아니지. 딸애들 둘을 같은 마을에 시집보냈는데, 현금 600위앤(元)하고 양 8마리를 받았지. 양은 한 마리에 50위앤씩 해서 기차역에 팔았어. 이렇게 해서 결국 1000위앤이 손에 들어온 거야. 큰 돈 벌었지. 얼마나 즐거운지 거의 미칠 뻔 했어. 근데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딸애가 하는 말이 그 동네에 쓰촨 여자들이 꽤 되는데 전부 인신매매범이 데려온 거라나. 한 명당 최소 2000위앤이라는데, 따지고 보니 난 사돈집이랑 밑지는 장사를 한 게 되더라고.

 

딸을 멀리 낯선 사람한테 시집보냈는데, 서로 뭐가 마음이 맞겠어? 당신이 돈을 챙겼으니, 당신 딸은 빠져나올 길이 없는 거잖아.

 

_농사짓는 놈 딸년들이 무슨 금지옥엽이야? 걔들끼리 마음이 맞고 안 맞고 가 어디 있어? 사내가 좆이 없거나 여자가 구멍이 없지 않는 한 아무 문제없는 거야. 여자는 하면 하면 할수록 예뻐지는 거고, 애새끼 한둘 낳으면 쳐다 볼 것도 없는 게 당연하지 않아. “새끼 낳기 전엔 금(金)젖, 새끼 낳고 나면 개젖”이란 말도 있잖아?

 

사업은 어떻게 확장한 거지?

 

_무엇보다도 먼저 우선 성실해야 하고, 고향 사람들하고도 끈을 잘 만들어 놔야지. 하지만, 일 자체가 너무 어렵고 큰일이라 신경 쓰다가 입술까지 터졌어. 성공률도 낮고. 산골 여자애들은 평생 현(縣)밖으로 나와 본 적도 없는데, 걔들을 고향에서 떼어 내서 수천 리씩이나 떨어진 동네에 시집을 보낸다? 죽었다 깨도 안 돼지. 속이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북방에 요리집을 하나 열었는데, 서빙할 사람이 필요하다, 먹고 자는 건 물론이고 월급도 준다고 할 구라치는 수밖에. 이게 안 먹혀들면 아예 공인(公印)을 새기고 증서를 만들어서, 가죽가방회사를 유령으로 차려서 일할 애를 모집하는 거지. 북방에는 소하고 양이 많아서 털이 싸서 방직공장 차리기가 좋다, 스웨터 카페트를 만든다, 하며 있는 대로 구라를 치는 거야.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점점 속임수도 대담해지고, 결국 란저우 꺽다리 순(孫大個子)가, 인촨(銀川) 게껍데기 류가, 허난(河南) 신샹(新鄕) 둘째놈 샤오(勺二娃) 하고 거래관계도 맺었지. 난 데려온 “물건”을 약속한 장소로 가지고 가서 걔들 “회사”에 주면 끝이지.

 

완전히 성(省) 들 사이에 걸쳐서 만든 인신매매범 집단이군. 이봐, 당신이 그렇게 힘껏 고향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데, 보복 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거 이상한 거 아냐?

 

_보복?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그게 바로 봉건적 수법이야. 물론, 우린 시골 무지렁이라 중매하는 방식이 별로 교양 있진 않지. 사전에 여자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거 말야. 하지만, 시골 옛 풍습도 결혼하기 전에 남녀간에 만나지도 못하고, 신방에 들어서 벗기고 나서야, 비로소 상대방이 무당인지 선녀인지 알 수 있는 거 아냐. 우리 부모 때도 그랬어.

2. 당신이 시골을 알아?

 

 

신방은 무슨 신방? 내가 알기로는, 완전히 형장에 끌려가는 거랑 똑 같더만. 돈 내고 물건 받는 거지. 당신 참 솔직하네. 돈 챙기고 사람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버리고 당신은 손떼고. 숱한 여자애들이 손발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신랑” 한테 강간을 당하고, 게다가 묶이고 두들겨 맞아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말이지, 응? 당신 첫날밤에도 마누라를 강간한 거 아냐?

 

_마누라를 강간해? 당신 사고방식 참 이상하네. 하기야, 그런 생각도 당연하지, 당신은 도시 사람이니까. 나이트클럽 무도장 심지어 역 부두 어디든지 여자애들을 볼 수 있으니까. 만약, 숫기가 좀 없고 잘 난 게 없는 놈이라도 나라에서 하는 결혼소개소에 갈 수도 있고, 신문에 결혼광고 낼 수도 있고, 이번이 안 되면 다음 번 기회도 있지? 시골은 달라도 한참 달라. 숱한 사람들이 평생 산골에 처 박혀 있는데, 결혼해서 새끼가 생기면 더 가난해지고 더 힘들 텐데 앞날이 있겠어?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했지만, 현에서 수 백 킬로 떨어진 산골 동네 누가 가서 투자를 하나? 아마 본전도 못 건질 걸. 트랙터 다닐 길도 없는 건 기본이고, 구불구불한 좁은 길로 가면 한나절이나 걸리지. 중국엔 아직도 이런 데가 엄청 많잖아. 재신(財神)이 들어오지 않으니, 자기가 직접 나가서 개혁개방을 맞을 수밖에. 산골엔 환경이 좋아서 여자애들이 화장을 안 해도 얼마나 예쁜데. 근데 북방에서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이 촉촉한 것들이야. 거기 총각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서로 천리나 떨어진 인연을 이어줘서 양쪽 모두에게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거지.
비록 처음엔 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도망간다, 죽겠다, 아빠 엄마 찾고, 야단을 해도 말야, 일단 어느 단계만 지나면 지아비를 따르는 법이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 좋아 못 살내지. 끈으로 묶어 두니 몽둥이로 줘 패니 하는 건 말야, 농촌은 원래 그래. 사내가 마누라를 안 때리면 멋진 사내가 아니지. 늙지만 안으면, 쫓겨나지도 않아. 한번은 마누라랑 옥수수를 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번 하고 싶더라고. 근데 마누라가 좀 거시기 하대. 그래서 정말 하고 싶었지만, 밤이 되길 기다렸지. 그러다, 참지 못하고 낮에 해야겠다고 하니까, 피곤하다면서 죽어도 바지를 못 벗기게 하는 거야. 화가 나서, 문 받치는 몽둥이를 슬슬 만지면서 옷을 벗기려고 했지, 그랬더니 다리를 배고 도망가는 거야. 쫓아갔지. 근데 이 여자가 왁 하더니 죽방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려는 거야.
이봐, 그 다음 어떻게 됐게? 빠지기는커녕, 연못 가운데 앉아서 엉엉 울고 있더라고. 원래 거기 물이 배까지 밖에 안 오거든. 북방에 데려간 여자애 하나도 우리 마누라보다 목숨이 질겨. 늘 이런 말을 하더라고,

“끈으로 묶지 않으면 부부가 안 되잖아요.”

난 국가의 어려운 문제를 도와서 해결해 주고 있는 거라고. 어떤 동네든지 총각도 많고 날씨도 안 좋으면 반드시 무슨 사단이 일어나는 법이지. 여자애들을 데리고 가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해주는 거야. 도시의 결혼소개서는 소개비도 잘 받잖아? 나도 같은 업종이니까 당연히 돈을 받아야지. 사실 교통비 식비 수발드는 비용 제하고 나면 나도 몇 푼 남는 것도 없어. 어떤 때는 그 쪽 “회사”하고 좋은 가격에 합의를 봤는데, 막상 사람을 데려가니 남자 측에서 사정이 바뀌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못 내겠다고 하면, 그냥 조금만 받고 말아. 사람들 있는 동네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거든.

 

 

쓰촨 경찰이 유괴여성 구출 작전을 몇 차례나 하니까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칭찬하더군. 그거 당신도 아마 틀림없이 TV에서 봤을 걸?

 

_당연히 봤지. 당신네 같은 도시사람들은 박수치며 칭찬할지 모르지만, 산골 사람들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몰라. 여자애들은 이 동네서 다른 동네로 간지 1년이나 반년쯤 되면, 모든 게 익숙해지지. 결국 집이랑 소식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실종”이라고 하는 건 그냥 하는 소리일 뿐이야. 남자 집에서 도망쳐 나오는 애들은 몇 명 안 되고, 대부분의 애들은 남편이랑 안 헤어지려고 하지.

 

 

남편은 무슨 남편? 법률수속도 안 거치고, 불법동거지.

 

_민간에선 말야, 뻥 좀 치고, 사람들 불러서 술 한 잔 사면 바로 부부가 되는 법이야.

 

 

당신 법에 무지한 거야, 아님 멍청한 척 하는 거야?

 

_시골 사람들은 수천년 동안 언제나 이렇게 살았어. 무법이지. 법이 있다 해도 필요 없어.

 

 

아니, 이번엔 필요해. 당신은 사람은 인신매매 했으니까, 아마 사형판결일 걸?

 

_내가 먼저 나서서 모든 걸 털어 놓으니, 무기로 주던데?

 

 

감옥에서 법도 공부하나 보네?

 

_그럼. 근데,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지. 난 정말 노가다나 좀 더 했으면 좋겠는데 말야. 우리 조상들은 노동인민 아냐. 그러니 아는 건 대대로 내려 온 조상의 법도뿐이지. 국법(國法), 총노선, 대약진, 인민공사 삼면홍기(三面紅旗), 그리고 나중에 나온 호별 영농제(包産到戶), 개혁개방, 경제건설도 이젠 좀 알아. 그러니까 말야, 천자(天子)도 하나 법도 하나라는 걸, 나 같은 시골 무지렁이는 이해 못 할 것 같아.
노동개조를 몇 년 하면, 매일 신문도 읽고 공부해야 하니까 지식은 꽤 늘었고 내 잘못도 인정하고 법도 지키겠어. 근데, 나더러 무슨 “사회의 공해”라고 하는 것만은 인정 못하겠어. 그래, 내가 골치 아픈 일을 저질렀으니까, 정부가 경찰을 엄청 동원해서 궁벽한 시골에 가서 사람을 찾아서는 또 시간을 엄청 들여서 여자들을 남편 집에서 데려 온다 치자 이거야. 근데 조금만 생각 있는 여자라면 바로 숨어 버려. 경찰이 도저히 찾지 못하지. 왜냐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쉽지 않거든.
시골은 도시와 달라. 여자들도 애들도 아니고. 고향에 가서 가족들 만나면 바로 서로 껴안고 엉엉 울지.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으니까. 근데, 여자들이 그 산골로 돌아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왜냐면, 팔려 갔던 여자라는 걸 모두 아니까, 아무리 쉰내가 나는 노총각이라도 그런 헌 구멍은 거들떠보지도 않지.

 

북방은 남방보다 험해. TV를 보면 다 알지. 며칠 전 저녁에 쓰촨 TV에 유괴관련 프로가 재방송되는데, 풀 한 포기도 잘 안 자라는 엄청 가난한 동네가 나오더라고. 경찰차가 마을로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차를 둘러싸는 거야. 그 북방 동네 옥수수 나부랭이들이 마치 어디선가 땅 속에서 마구 솟아난 것처럼 엄청 많이 몰려 든 거야. 여자들을 지키고 못 데려가게 막는 거지. 그러니까, 현(縣) 공산당위원회 서기, 공안국장 등등 모두 달려 나와 가지고, 총 한 방 빵 쏘고 나서야 겨우 경찰차를 움직일 수 있었어. 어떤 놈이 돈도 사람도 모두 다 빼앗기려고 하겠어? 그 여자들이 바로 피 같은 돈으로 사온 자기들 며느리 아냐. 그걸 보고 있자니, 눈물이 주룩 흘러 내리더만. 얼마나 마음이 참담한지 아예 사람 파는 장사 따윈 안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챙긴 돈은 결국 양심을 판 대가인거야. 아까 그 얘기로 돌아가면, 내가 하는 이 일이 하루 이틀의 일이야? 사람들이 피똥 싸 가며 왜 내 물건을 받아가려고 하는 지 모두 다 알지. 그렇게 숱한 시골동네 사람들이 법이 어떤지 설마 모를까? 게다가, 난 외국에다가 내다 파는 것도 아닌데.
내 장담하지. 경찰이 구해가지고 고향으로 데려간 시골 여자들, 태반이 남편 집으로 다시 돌아갈걸. 하룻밤이라도 부부지정이잖아. 물론 깡패 같은 놈도 있고, 남편하고 관계가 안 좋을 때도 있지. 하여튼 북방은 이런 거 풍습이 아주 안 좋아. 아주 거칠지. 쓰촨처럼, 별로 때리지도 않고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그런 게 별로 없어.
 

당신 자기가 하는 일을 완전히 부처님 같이 자비로운 걸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웃기지마. 당신 일은 고금을 통틀어 항상 타도대상이었어. 근데 보니, 당신 마음 속 얘기를 털어 내는 거 보니, 그래도 좀 좋아졌군. 당신네 인신매매집단들 꽤 되지?

 

_십여 명 되는데, 여기 감옥에 7, 8명 있고, 북방 친구들은 그 동네 감옥에 있지. 두목급들 두 명은 이미 뒈졌어. 그러니까, 난 말로 일을 한 거고, 그 친구들은 주먹으로 일을 한 거지. 그래서, 4번째 피고가 된 거지.
 

 

3. 이 짓도 이제 관둘래

 

당신들 아직도 유괴한 여자들 강간하나?

 

_난 안 해. 껌둥이 저우(周黑娃) 한테도 북방애들은 좀 보수적이라고 일러 뒀지. A급 물건 데리고 오다가 상했는지 아닌지 척 보면 단번에 아는 애들이라 한 군데라도 다치면 값이 형편없이 떨어지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근데, 칼침 맞은 자국 있는 애들 두 놈이 있는데 얘들이 새파랗고 혈기왕성한 놈들이라, 씨펄, 앉으나 서나 그 짓 생각뿐이야. 껌둥이 저우는 생긴 게 멋있어서 촌년들 한 다스는 사기 쳤을 걸. 그래도 말야, 그 자식 여자애들 보고 꼴려도 그냥 눈 딱 감고 바로 양떼 끌고 가듯이 여자애들 줄줄이 데리고 약속장소에 가서 물건을 넘기고 말아.

 

당신들 농촌에서만 작업하는 거 아니지?

 

_요즘 농촌은 땅은 좁고 사람은 많잖아? 게다가 농사지어도 돈도 안돼. 그래서 외지로 일하는 가는 애들이 엄청 많지. 언제더라 한번은 설날 때, 청두 기차역 앞에서 장장 일주일 동안 헌팅을 했지 기차표도 안 끊고 말이야. 그 엄청나게 많은 인간들을 보니까 이게 바로 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남으로 북으로 외지로 일하러 가지만 확실한 것도 없고, 마음도 허한 걔들한테는 말야. 누가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주면 서로 앞다투어 이것저것 물어보지. 목표를 확실히 정한 후 사기 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사기 칠 수 있지. 구라를 치든 돈을 뜯든 다 믿지.

 

이런 나쁜 짓을.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을 속이다니!

 

_난 대학생하고 대학원생도 사기 쳐 봤는걸.

 

그 뻔뻔스런 얼굴로 사기 친 거지?

 

_그렇지. 내가 원래 노련하잖아. 그런 먹물 든 애들 만날 땐 절대 일할 사람 뽑는다든지 장사 한다든지 사장이라든지 그런 말 하지 않지. 그랬다간 몇 마디 만에 바로 들통 나지. 톡 까놓고 농민이라고 하는 거야. 우리 동네는 살기 좋다. 과일나무도 있고 원시림도 있어서 전혀 개발이 안 된 무릉도원 같은 곳이다, 라고 하는 거지. 농촌에 이런저런 좋은 것들이 많다고 구라치는 건 내 전문 아냐? 요 세치 혓바닥을 가지고 죽어라 책만 읽은 여자애 마음을 움직이는 거지. 그리고 나서, 마음을 비우고 걔들한테 우리 동네 같은 무릉도원에도 없는 게 딱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인재다, 라고 얘기하는 거지. 그 대학원생한테 톈수이(天水)역에서 같이 내려서 우리 동네 보러 가자고 한 다음에, 첫인상을 콱 심어준 다음에 돌아가거든 우리 동네에 인재들 좀 데려오라고 한 적도 있는 걸. 우리는 돈도 많이 주고 오고 가는 건 자유라고 하는 거지.
대학생이든 대학원생이든 박사든 나한테 안 넘어가는 년은 없지. 거 참, 그렇게 많이 배워도 꼬드긴 애들이 한 둘이 아니야. 하긴 어떤 여자애는 한 달 동안이나 땅굴에 가둬나도 고분고분 안 해지는 애들이 있긴 하더만.

 

내가 법관이라면, 당신 혀부터 바로 잘라 버릴 거야.

 

_그렇지, 잘라야 하고말고. 사람 사기 치는 게 거의 버릇이 돼 가지고, 정말 이 감옥에서 이놈의 나쁜 버릇 뜯어 고쳤으면 좋겠어.

 

당신네들 중에 여자도 있나?

 

_그거 몇 년 전 얘기지 지금은 안 통해. 여자들이 남자들 사이에 같이 있으면, 좀 지나서 도망 나오면 별 문제 안 되는데, 만일 도망 못 나오거나 들키면 바로 큰 문제가 생긴다고. 어쩌다간 살인을 하게 될 지도 몰라. 여자들은 하도 사람을 욕을 들어 먹어서 골치야. 일을 하려면 말야 제대로 해야지. 신망이 있어야 돈도 버는 거거든.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겨도 누가 보호해 주지.

 

누가 당신을 보호해 주는데?

 

_절대 말 못하지. 내가 죄 지은 거나 감옥에 있는 거 다른 사람하고 관계도 없는데.

 

 

원작
“人販子錢貴寶(인신매매범 첸구이바오)”,
<中國底層訪談錄(중국저층방담록)>(長江文藝出版社, 2001)

작자 겸 인터뷰어
라오웨이(老威): 본명 랴오이우(廖亦武)

70년대말부터 시를 짓기 시작하여 각종 문학상을 받음. 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맞아 시 <<大屠殺>>을 발표. 1990년 톈안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安魂>>제작에 참여하다 처음으로 체포되어 4년 형을 받음. 1994년 출옥 후 고향인 청두(成都)의 찻집과 술집을 전전하며 악기를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감. 1995년 공안에 의해 가택수색을 당하고 원고들을 압류당함. 동년 유명 지식인 12명과 함께 全國人民代表大會에 반부패 관련 건의를 함. 1998년 중국 70년대 지하 시를 편한 <<沈淪的聖典-中國20世紀70年代地下詩歌遺照>>내고 베이징에서 구류당함. 1999년 결혼식 직전에 “불법인터뷰” 혐의로 구속. 동년 인터뷰의 일부분을 익명으로 출판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후, 책은 판금당함. 2001년 1월 1990년~2001년 기간에 완성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60여명의 인물을 대상으로 한 <<中國底層訪談錄>>을 재출판하여 또다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킴. 2001년 중국 유명 일간지 <<南方週末>>에 <<中國底層訪談錄>>관련 대담이 실린 후 당국에 의해 동 신문사 주편집 부편집 편집주임 편집부주임 등이 정직처분을 당함. 2003년 여름 프랑스 bleu de chine 출판사에서 <<中國底層訪談錄>>을 선별 번역한 <>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출국하려다 사스예방을 이유로 공안당국에 의해 출국금지 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