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혹은 아날로그 청년단

 

 

 

직업상의 이유로 하루 평균 네 다섯 장의 신보를 들어야 하는 나는

그야말로 음악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허나 이렇게 많은 음악을 접하면서도

더욱더 음악에 갈증을 느끼는 것은

적확하게 얘기하자면 음악다운 음악에 대한 갈증일 것이다.

 

이러한 목마름을 해소시켜 준 건

어느 날 자료실 한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이하 RSO)의 데뷔앨범 ’Old School Corea’였다.

그들의 음악은 문화 상품이나 천재적인 뮤지션의 자기만족을 위한 창작품이라기보다는

같이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이들이 그들의 즐거움을 어떠한 형태로든 남기고 싶어 남겼을 뿐인 일종의 기록 같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앨범을 매개로 즐겁게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한 무리의 밴드와 조우할 수 있었고, 사랑을 시작하고 헤어지는 연인들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언제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들의 음악에 마음이 동하여 일부러 인터뷰와 앨범 리뷰를 찾아보았고, 이를 통해 ‘Old School Corea’아날로그원 테이크녹음 방식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갖 디지털 기술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그런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의문이 들었다. 요즘 부지불식간에 라이프스타일로든 음악으로든 아날로그적인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생겨났는데, 얼마 전 비트볼 레코드사에서 신중현과 김정미의 LP 복각본을 발매한 것도 내게는아날로그라는 접점에서 만나는 여러 선들 중 하나였다. 여하간, 많은 의문과 넘치는 호감을 가지고 RSO의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한강에서 요란하게 폭죽이 터지던 날, 내방역 근처에 자리한 RSO의 녹음실 벨포닉스(Belfonics)를 찾았다. 1년 넘게 멤버들이 손수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아 지었다는 벨포닉스는 온갖 악기와 녹음장비들로 가득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악기와 장비들에 눈이 휘둥그레진 사이, 주문한 자장면과 탕수육이 도착하였다. 중국음식으로 시장기를 달랜 RSO 멤버 중 C.Lim, Juhoon, Ray와 나는 녹음실 한 편에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특별한 보충설명 없이 두 시간 정도 계속되었던 유쾌하고 진지한 수다를 옮겨본다.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하나는 RSO의 음악을 들어본 후, 인터뷰를 읽을 것. – 당부할 것도 없이 당연한 절차(?)아닌가 싶지만, 노파심에 적어 본다. 다른 하나는, 인터뷰는 상호 관통되어 있되 상반된 경계를 지닌 가벼운 농담과 진지한 주장 사이의 간격이다. 그러므로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주장을 너무 가벼이 여기지 말아주길. – 사실, 어찌 받아들이던 그건 독자의 몫일 테지만.

Profile

 

 

RSO의 멤버는 대략 열다섯 명에서 스무 명쯤 될 것이다. – 혹은 그 보다 많을 수도 있다.

 

리듬 섹션(Rhythm Section)은 박필진(드럼), Vata(베이스), C. Lim (키보드), 주훈, 김대우, 김준오(기타), 정민정(하프), 안주영(가야금) 총 여덟 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브라스 섹션(Brass Section)은 김중우 (알토 색소폰), 이환창 (테너 색소폰), 어용수 (트롬본), 서대광 (트럼펫), 김성민 (트럼펫) 총 다섯 명 이다

스트링 섹션(Strings Section)은 구성원이 일정하지 않다

보컬은 Ray, Sunny, The Oysters가 맡아서 했으며 몇 곡은 Juhoon C.Lim이 불렀다. 이번 인터뷰는 이 많은 멤버들 중 C.Lim, Juhoon, Ray와 함께 했다.

 

 

C.Lim

 

1972 .. 서울출생

1988 .. 도미하여 재즈밴드 활동

1992 ..Boston College 재학 중 작곡가 Thomas Oboe Lee에게 사사

1995 .. Berklee College of Music 대학원 과정 입학

1996 .. Oysters 음반 작업

1998 .. 귀국

1998 .. 작곡가 박광현 5집과 Best 음반 작업과 활동

1999 .. 임종윤 1집 작업

2000 .. Belfonics 창업

 

 

Juhoon

 

1972 .. 서울 출생

1993 .. <1730> 1집으로 데뷔(전곡 작사/작곡/편곡/연주공동 작품도 몇 개 있음)

1994 .. <1730> 2집 발매 (전곡 작사/작곡/편곡/연주공동 작품도 몇 개 있음)

1997 .. <알로> 1집 발매 (9곡 중 6곡 작사/작곡/편곡/연주공동 작품도 몇 개 있음)

1998 .. <박광현> 골든 베스트, 5집 작업에 참여 (작사/편곡/연주)

2003 ..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1집 발매 (작사/작곡/연주)

 

 

Ray

 

1977 .. 부산 동래 출생

1996 .. 부산 양정고 졸업,

부산동의대 전기공학과 입학

1999 .. 육군병장 제대

2000~2002 .. 언더활동

2003 ..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 참여

1. 더디지만 인간다운 아날로그

 

 

 

퍼슨웹(이하’)> 뻔한 질문인데요,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이 궁금해요. 밴드명 자체가 그 밴드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아요. 로맨틱한 감정을 쏘울에 담아서 빅밴드로 연주한다는 뜻, 맞나요? 누가 지은 이름인가요?

 

C.Lim> 제가 지었는데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거를 다 모아서 지은 이름이에요. 로맨틱한 쏘울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는 의미죠, 굳이 해석을 하자면. 흔한 말이잖아요. ‘와따 초코바처럼. 사실, 이 이름, 웃기려는 의도가 있어요. (웃음)

 

 

 

> 그러면 언제부터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가요? 

 

C.Lim> 처음에는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가 이름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컨셉 이었어요. 대강의 리듬 섹션이 갖춰지고 새로 만나는 연주인들에게이런 컨셉이 있는데, 어떠냐, 하자, 하자하면서 한 명씩 한 명씩 늘려간 거죠. 그렇게 모이는 시간이 1-2년 정도 걸렸어요. 이 과정이 그리 수월하진 않았죠. 예전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하고 밴드가 만들어지는 게 당연한 과정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아날로그로 녹음해서 음반을 만들자그러면 어린 친구들은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묻고, 좀 아는 친구들은그걸 왜 하냐?’ 그러거든요. 

 

 

 

> 그렇게 1년 간 알음알음 모인 사람들과 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의 첫 앨범을 아날로그원테이크로 녹음했잖아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도대체 왜 그런 방식을 택한 건가요?

 

C.Lim> 아날로그로 녹음을 하면 고생을 하거든요. 다 같이 연주해서 한 번에 가야 하니까. 수정이 없을 뿐더러 잡음이 작게 들어가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근데, 잘 될 때는 전부 다 해피해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연주를 계속하다가 이거다 싶은 순간이 있거든요. 그러면 바로가자!’하는 거예요. 그런 즉흥성이나 활력 같은 거에 희열을 느끼죠.

 

주훈> 디지털 녹음 같은 경우엔 기타리스트 컨디션은 괜찮은데, 베이시스트가 컨디션이 안 좋아도 녹음을 할 수가 있어요. 각자 컨디션이 좋을 때 따로 녹음해서 편집하면 원하는 사운드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아날로그는 이게 안 되요. 모두 함께 한 곡의 노래에 집중을 해야 하거든요. 그렇게 다같이 모여 연주를 하면서 느끼는 기운 같은 게 아날로그 녹음 방식에서는 그대로 담기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기운 같은 거, 우리가 연주하는 게 지금 즐거운데 그 즐거움을 듣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거거든요. 그래서 아날로그로 녹음 하는 게 우리한테는 중요하죠.

 

 

 

> 그런데. 이런 기기 들은 어디서 구하셨어요?

 

C.Lim> 여러 가지 루트가 있어요. 방송국 쓰레기장 관리하는 분들한테서 구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기기를 중고로 수입하고 파는 분들한테서 몇 십 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것을 얻어오기도 하구요. 꼭 필요한 건데 없으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 (의심스러운 눈길로)작동은 다 되나요?

 

C.Lim>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긴 한데 다들 그런 질문하시거든요. 먼지도 쌓여 있고 하니까. 근데, 화학적 손상을 입은 건 하나도 없어요.(웃음)

 

 

 

>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로) 이 모든 기기 들을 사용해 본 것도 아닐 테고, 사용법은 어떻게 익히셨나요? 실제로 연주와 녹음에 사용이 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Juhoon> 이런 기계들은 다른 데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소리를 만들어 주는 거라고는 하는데 확인이 안 될 경우도 있거든요. 고장 난 경우에, 우리가 고치면서 이것저것 부속품을 끼워 보다가, 이 소리도 좋은데그러면 그냥 그 상태로 녹음하는 거예요. 어떤 기계는 실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모르니까 그 기계를 사용한 유명한 곡을 들어보던가 해서 사용하고요. 사실 이런 방식이 의외의 좋은 사운드를 잡아내는 대박도 있을 수 있어요.

 

C.Lim> 비주얼일 경우에는 선명하게 안 나오거나 하면, 잘못된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가 있거든요. 가시적으로 확인이 되니까. 그런데 사운드는 그게 좀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요. 음악의 특성과도 연결되는 얘긴데. 우리는 간혹 마이크가 나가서 소리가 먹먹한 경우에도 그게 또 더 좋게 들릴 때도 있으니까 고쳐서 다시 녹음하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을 살려서 그냥 가거든요.

 

 

 

> 아날로그원 테이크 녹음 방식을 택한 이유가 연주하고 노래하며 밴드들 간의 기운 같은 것을 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한 얘기도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얘기 같아요. 즉흥성과 우연성에 기인하는 인간적인 소리를 추구한다고 할까?

 

Juhoon>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요, 어떤 가수들은저도 사실 댄스가수를 했던 입장에서 이런 얘기하면 안 되지만자기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안 쉬고 불러본 적이 없는 가수들이 꽤 될 거예요. 이거 굉장히 부끄러운 얘기잖아요. 하물며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요즘. 우리 밴드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요. ‘끊어서 녹음하고 밴드 멤버간의 진정한 교감이 없는 음악은 싫다.’ 그런 거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거죠. 보시면 알겠지만 일단 여기는 방음 booth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기타리스트는 기타를 잘 쳐야 돼요. 왜냐면 드럼 트랙에 자기 기타소리가 들어가거든요. 자기가 못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거든요. 자연스레 서로 배려하면서 연주를 하게 되죠. 다른 사람이 예상 보다 연주를 잘하면 자기 기분도 좋아지고 자연스레 자기도 더 좋은 연주가 나오고.

 

C.Lim> 보통 녹음실가면 컨트롤 룸이라고 해서 소리를 만드는 곳하고 연주하는 곳이 구분되어 있잖아요. 녹음할 때 보면 밖에선 딴 얘기하고 있고, 가수 막 씹고 있는 경우도 있고. ‘쟤 노래 안 된다. 요번하고 접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안에다 대고는,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해보자.” 그러고. 근데 여기서는 하나의 공간이니까 들어오면 제작과 관련되건 직접 연주를 하건, 놀러온 친구건 다 여기 앉아 가지고 녹음 들어가면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해요. 아무리 더워도 에어콘 다 꺼야 되고 쓰레빠 신고 있다가 뚝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엔 다시 가야 되고. 좀 불편할 수도 있는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녹음 방식의 여러 가지 장점 중에서 제일 좋은 건 모든 사람들이 녹음하는 공간 안에 있다는 거예요. 다같이 녹음하는 거죠. 심지어는 녹음기까지, 원래는 쉭쉭 소리가 나서 이 안에 있으면 안 되거든요.

 

Juhoon> 자연스레 서로의 음악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요.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연주를 하게 되죠. 저희도 애초에 이 모두를 의도한 건 아니거든요. 물론 단점들도 지금 말씀드린 것만큼 많죠. 진짜 이 한 부분만 고치면 될 것 같은데 이 잡소리 들어간 거 하나만 빼면 오케이 테이크인데 고 잡소리를 못 집어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하고, 다시 한 게 또 마음에 안 들어서 그걸 몇 달째 다시 한다거나 이런 일도 있구요. 그렇지만 이런 불편함을 모두 감수할 만큼 저희는 아날로그 녹음이 좋아요.

 

 

 

> 그런데 지금까지 매체에 실린 인터뷰 기사가 RSO의 음악 자체보다는 아날로그원 테이크 녹음 방식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오히려 그 부분이 이슈화된 것도 있고 그로 인해 RSO가 알려지는 경향도 있고.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Juhoon> 그 점에 대해서는 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션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우리는 2003년에 나온 가요기 때문에 다른 뮤지션들이랑 동일선상에서 봐 주었음 좋겠어요. 녹음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를 가요가 아닌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좋겠거든요. 우리는 어딘가 우리 음악을 좋아 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 음악이 좋아서 듣는 거지, 우리가 단지 아날로그원 테이크로 녹음을 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닐 거라고 믿거든요.

 

 

 

> 창피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게 이슈화 될만한 거리가 아니라는 의미인지요.

 

Juhoon> 비틀즈는 둘이 마이크를 같이 대고 부르는데 둘이 가사가 달라요. 서로 웃으면서 틀린 사람이 맞는 사람 노래를 쫓아가면서 가사를 맞추고 그게 파이널 테이크(final take)로 나온 게 몇 곡이 있어요. 그들이 너무 왕성하게 창작을 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이거 필 좋은데 그냥 가지 뭐이렇게 된 거예요. 그 어떤 정교함보다는 자기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더 충실하게 재현된 테이크를 살리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도 비슷한 생각으로 좋은 음악 만들려면 연주도 직접 해야 하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안 끊고 불러야 하고, 같이 연주해야 하고 한 번에 가야하고 그걸 담아서 아날로그 소릴 내야해, 까지가 사실은 기본인 거예요. 물론 저희의 주장에 의하면 그런데 이 기본을 가지고 막 대단한 것인 양 독특한 것인 양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창피하다는 거예요.

 

C.Lim> 저희가 이런 방식을 처음 시도한 게 아니라 저희가 들었던 음악은 다 이런 식으로 녹음했으니까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뿐인데 지금의 대세는 디지털 녹음이니까 남달라 보이긴 하겠죠. 저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 진정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그런 방식을 택한 것뿐인데 가끔은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녹음했다는 사실이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장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Juhoon> 저희도 필요하다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 디지털로 보컬 에디팅을 하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다만, 그런 기술이 개발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때 노래 못하는 사람 잘 부르게 하려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노래 잘하는 사람 더 잘하라고 나온 거죠. 잘하는 게 일단 기본이 되고 더 잘 하기 위해서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해야 하는데 기본도 없는 채로 그런 기술에만 의존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필요하고 우리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C.Lim> 그런데 디지털 음악이 대세가 되니 가 생기는 부작용은 생각해 봐야 해요. 사람들이 디지털 음악에 귀가 익숙해지다 보니 음악에 대한 본질을 자꾸 잊어버리고 음악을 수학적인 계산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정박자로 들어가야 하는데 자기감정에 취해 반 박자 놓치고 들어가면노래 못 부른다.’ 그러거든요. 그런 기호(?)가 한 순간에 바뀔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냥 개인적인 바람은 사람들이 그런 음악이 다가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해요.

 

 

 

> C.Lim이 말하는그런음악은 RSO가 하는 음악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네요. 지양하는 음악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지.

 

Juhoon> 저희가 하는 음악이 정교함의 음악은 아니라는 거죠. 원론적으로 음악이라는 것은 사람이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남이 표현한 감정에 동감하고, 그렇게 감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중예술이니까 대중과 연주자의 교감이 중요한 게 음악일 텐데 디지털 음악은 중간에 컴퓨터라는 매체가 놓여 있는 거잖아요. 지금 우리가 은행에서 사용하는 ATM기계라던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사실은 실존하는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거잖아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날로그 녹음기의 버추얼 버전인 것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죠. 요즘 MP3논쟁이 한창이고 들을만한 판을 만들어야 음반을 살 것이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결국 양쪽 다 책임인 것 같아요. 음악을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는 문제가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본연의 자세랄까요? 그런 것을 점점 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듣는 이는 듣는 이 나름대로 음악의 본질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 단순히 디지털 음악이 나쁘고 아날로그 음악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근본은 어디까지나 아날로그 음악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건가요? 그런데 사실 지금 우리가 듣는 음악이 아날로그 음악과 디지털 음악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며 대부분 디지털로 작업한 디지털 음악이잖아요. 

 

C.Lim>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영화를 예를 들어볼게요. 옛날에는 영화에 십만 명이 등장하려면 정말 십만 명을 모아서 찍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십만 명을 디지털로 처리 해버리잖아요.

Juhoon> ‘벤허글레디에이터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C.Lim>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매트릭스를 볼 때는저건 디지털로 작업한 거다라는 인식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잖아요. 그런데 음악은 사람들이 그런 인식 없이 음악을 듣는 다는 거죠. 아까 얘기했듯이 비주얼과 다른 음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가요는 은근슬쩍 그걸 드러내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듣는 사람들은저 가수가 노래 못하는 줄 알았는데 잘하는 구나.’ 하는 거죠.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기술의 도움을 받긴 받겠지’ 정도만 알지 영화처럼 컴퓨터로 아예 없는 사람을 만들어 낸 건지 하는 과정은 모르잖아요. 근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전문가들도 그런 걸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는 거예요. 예전의 명곡들하고 요즘에 나온 리메이크 곡하고 비교할 때 그냥 둘 다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분명 다르거든요. 전자는 한 곡을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연습한 후에 녹음했을 것이고, 후자는요즘 행사 다니느라 바쁜데 또 녹음해야 돼?’ 그런 마음가짐으로 부른 다음에 몇 달 동안 후반 작업해서 만들어진 노래거든요. 분명 차이가 있잖아요. 이를 전문가들은 알아줘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잊어버리고 마는 거죠. 우리는글레디에이터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그렇게 만들어 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음악은 그런 과정이 의도적으로 은폐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암묵적으로 그런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거죠. 또는 당연한 과정이라 받아들이거나.

 

2. 첫번째 앨범 올드스쿨 코리아

 

 

 

그들의 앨범 의 속지 중 한 페이지에는 색다른 곡 소개 글이 적혀있다.

 

스쳐지나간 수많은 만남들 속에 이렇게 예쁜 Sunny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자기 자신에게 놀란 것일까? 당황한 듯 숨을 고른 Ray는 속으로 생각했다. ‘Lucky me!’ 마침내 Ray가 수줍은 웃음을 짓자, Sunny는 향긋한 오후 햇살을 받아 더 발그레해진 얼굴로 창밖을 가리켰다. “It’s a Sunny Day, 날씨도 좋은데 우리 나가요!”

 

Sunny Ray는 보컬의 이름이며, Lucky me 3번 트랙의 노래 제목, Sunny Day 4번 트랙의 노래 제목이다. 노래의 순서대로 한 커플이 연애를 시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다.

 

 

 

> 앨범 속지에도 하나의 스토리를 적어 놓으셨듯이 앨범 전체가 연애를 시작하는 남녀의 얘기로 진행되잖아요. 빅밴드의 연주에 맞춰 원 테이크로 녹음한 방식도 영향을 미쳐 때론 뮤지컬 o.s.t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스토리는 우연히 만들어 진 건가요?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설정을 하고 곡을 쓰신 건가요?

 

Juhoon> 아시잖아요, 노래 다 만든 다음에 짜 맞춘 거죠. (웃음)

 

C.Lim> 아예 끝나고 만든 건 아니고요, 저희는 가사랑 멜로디를 같이 만드는 걸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데, 작업하다 보면 못 그럴 때도 있거든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연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가사를 끝까지 못 쓴 곡들이 몇 개 있었어요. 그 몇 곡들을 놓고 곡 순서를 배열하다 보니까 말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에 작사하지 않은 네 곡 정도는 의도적으로 스토리에 맞춰 가사를 썼죠.

 

 

 

> 앨범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어 그런지 앨범 전체에 어떤 통일성이 확연히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앨범의 어떤 트랙들은 그냥 넘어가게 되는데 이 앨범은 물 흐르듯 흘러가거든요. Skip없이 듣게 되더라구요.

 

Juhoon> 제대로 들으셨는데요.(웃음)

 

 

 

>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곡을 정하려고 했을 때 고심 좀 하셨을 것 같아요. 사실, 타이틀 곡(12번 트랙의오늘밤’)이 좀 아쉽거든요. 한편으로는 어떤 곡이 타이틀곡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Juhoon> 저희는 어떤 곡이 타이틀곡이 되든 상관이 없었어요. ‘오늘 밤은 많은 분들이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곡이라 해서 정한 거죠. 저희도 이 한 곡이 저희를 드러내기에는 조금 아쉽지 않나 생각했었어요. 이 노래를 타이틀로 하면 우리 이미지가 어떨까, 하는 생각은 안 했죠. 왜냐면 한번만 생각하면 그게 중요하죠. 그런데 저희는 계속 할 거니까. 지금 다 못 보여드려도 다음 앨범에서 보여주면 되거든요.

 

 

 

> 근데, 이런 말씀드린 다고 화내지는 마세요. 솔직히 저는 음악 들으면서 가사가 조금 유치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개인적인 아쉬움이라 생각하시면 되요. 불만은 아닙니다. (웃음)

 

C.Lim> 굉장히 유치하죠. (웃음) 저희가 심각한 면이 없어서. 아무래도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하자(!)’가 모토(?)였는데 이것에도 함정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단점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귀찮은 일이라든가 뭔가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게 나오면우린 즐거운 것만 하기로 했잖아.’ 그러면서 고민을 피하는 거죠.

 

 

 

> 조금 더 고민하셔도 됐을 법한데요. (웃음)

 

Juhoo> 근데, 가사 같은 경우엔 반론이랄까? 우리가 미리 스토리를 만들어 놓고 작사를 하는데 무리가 없었던 것은 기본적인 소재였던 로맨스가 앞에 갖다 붙이든 뒤에 갖다 붙이든 다 말이 되거든요. 보편성이라는 게 있다는 거죠. 사랑이란 걸 표현함에 있어 사람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가 음악으로 말 하고자 하는 게, 감정의 진실함 같은 건데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수사를 늘어놓고 싶진 않았어요. 괴리된 달까? 그냥 말장난 같은 건 지양하자. 물론 고심해서 좀 더 철학적이거나 신선한 표현을 써서 좋은 가사를 만드는 게 부질없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어느 시점에서 저희는 이런 결론을 냈던 거예요. 가사는 솔직하고 쉽게 가자.

 

 

 

> 좋으면 좋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쉽게 말해 직설법으로요?

 

Juhoon> 그렇죠. 굉장히 단순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쏘울 음악 들어보면 가사의 60%이상은 sweet, nothing 이예요. 뜻이 없어요. 그리고 제대로 된 문장도 없고요. 근데 딱 한마디가 있는 거예요. 뭔가, 너무나 멋진 한 마디가. 그리고 나머지는 oh ye baby~ love you baby~ 인거죠. (웃음)

 

C.Lim> 근데 가사를 그렇게 쉽게 만든 것만도 아니에요. 여러 번 들어보면 어떤 의미가 계속적으로 발견될 지도 몰라요.

 

 

 

> 의미라.. 저는 ‘Be My Baby’에서 밀크쉐이크랑 치즈버거를 시켰다 그러잖아요. 깜짝 놀랬어요. 두 메뉴가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시키기 힘들거든요, 느끼해서. (웃음)

 

Juhoo> 그거, 라이밍 이예요. 밀크쉐이하고, 아르바이하고. (웃음)

 

 

 

라이밍은 직접 확인하시라, 물론, 농담이었지만. 

 

 

 

Be My Baby (2번 트랙) featuring Sunny

 

Be be be be be be be my baby

Be be be be be be be my baby

 

매일 매일 치즈버거에 밀크쉐이크

우후 귀여운 그대 어서 오세요

Alright 나의 보람찬 아르바이트

오늘 나의 마음도 가져가세요

 

Be be be be be be be my baby

Be be be be be be be my baby

Be be be be be be be my baby

Be be be be be be be my

 

샤랄랄랄랄랄랄랄라샤랄랄랄랄랄랄라

Be my be my be my be my

기회는 한 번 잡아봐요

 

 

 

C.Lim> 이런 비밀들이 많이 있어요. 여러 번 곱씹어 듣다보면 내년쯤에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웃음)

 

 

 

> 밴드 명이로맨틱 쏘울 오케스트라고 앨범 명이 ‘Old School Corea’잖아요. ‘쏘울이라는 거랑올드 스쿨‘ (올드스쿨 : 1960-1970년대의 전반적인 훵크(Funk)/소울(Soul) 음악을 말하며, 힙합과 함께 요즘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디 안젤로(D’angelo)나 에리카 바두(Erikah Badu)류의 네오소울의 뿌리가 되는 음악이랄 수 있다)이라는 것에 쉽게 말해 필 꽂혀 있는 것 같아요. 필 꽂히게 된 계기랄까, 궁금한데요.

 

C.Lim> 쏘울이랑 올드 스쿨은 제 머릿속에서는 같은 거예요. 쏘울 음악이란 게 번창했을 때가 60-70년도 정도고, 그때의 음악이 올드 스쿨이고 뭐 그런 거죠. 사람들은 옛날 음악을 들으면 옛날을 회상하잖아요.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의 음악을 듣더라도 나에게 있어 옛날을 회상하게 되고요. 음악에는 그런 모드가 있어요. 그런 모드 자체를 우리는 올드 스쿨이라고 부르고 있죠. 올드 스쿨이란 건 결국 학창시절에 했던 음악, 학창시절에 유행했던 옷 그런 거죠. 회상하게 되는 거. 단지 음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쏘울 음악을 들으면 올드 스쿨 느낌이 나잖아요. 쏘울은 음악의 장르이고 올드 스쿨은 아직 음악의 장르로 불리진 않지만 제게는 여하간 같은 거예요.

 

 

 

> 힙합 쪽에서는 올드 스쿨을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하나의 흐름이나 유행처럼

 

Juhoon> 힙합 씬에서 올드 스쿨 곡을 샘플링해서 쓰는 게 유행이긴 하죠. 꽤 오래 전부터. 쿨리오가 대박내고 나서부터인 것 같은데, 쿨리오가 대박 낸 판을 보면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60중반 재즈 앙상블로 출발해 70년대를 대표하는 funk밴드로 성장하여 80년대 중반까지 대표적인 R&B 보컬 밴드로 활동했다. cherish, celebration 등이 대표 곡으로 들어보면아하!‘하며 무릎을 칠 만큼 익숙한 노래들을 불렀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이런 사람들 노래가 다 있잖아요. 그 노래에다가 랩을 한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우리가 얘기하는 바로 그 올드 스쿨이거든요.

 

C.Lim> 근데 저희는 올드 스쿨을 샘플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그냥 그거 해버리자는 거죠.

 

Juhoon> 신곡인데 올드 스쿨인거죠. 

 

 

 

> 힙합 씬처럼 단지 샘플링으로 올드 스쿨을 재연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자체를 해버리고 싶다? 그러면 그 올드 스쿨이 왜 좋은 건가요? 질문 자체는 우문 입니다. (웃음)

 

C.Lim> 우리 밴드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매력은 우리가 직접 연주를 하면서 음악을 몸으로 느낀다는 건데요. 직접 연주를 하면서 어깨를 들썩거리고 리듬을 타는 것, 이건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거잖아요.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리듬을 만들어 놓고 뭐 하나 집어넣고 뭐 하나 집어넣고 그러면서 음악을 만드는 반면에 저희가 하는 음악은 과정자체가 전혀 다르잖아요. 연주하고 있는 개개인이 모두 느끼고 있거든요. 베이시스트는 이런 그루브를 타고 있고 키보디스트는 요런 그루브를 타고 있고, 기타리스트는 또 다른 그루브를 타고 있어요. 이런 그루브들이 느껴지는 음악이 올드 스쿨 음악이거든요. 요즘은 없어요. 왜냐하면 다 잘라서 녹음하고 만드니까. 근데 그때 당시의 음악을 들어보면 이런 술렁술렁 하는 그루브 느낌이 충만하죠. 가수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거가 입으로 다 안 나와서 막 오바하고 괜히 옷 찢을라 그러고.(웃음) 우리도 그런 걸하고 하고 싶은 거예요. 땀 흘리면서 몰두하고 싶은 거죠, 음악에. 컴퓨터 하면서는 절대 땀 흘리지 않잖아요.

 

Juhoon> 신나게, 땀을 흘리며, 직접, 연주를 한다는 거예요, 요는. 

 

 

 

> 쏘울이라는 게 어찌 보면 테크니컬에만 몰두하는 재즈에 대한 지양에서 나왔고 음악을 대하는 심적 태도를 말하기도 하잖아요. 어느 인터뷰에서 보니까 이런 얘기와 비슷한 얘기를 하시던데, 너무 어렵게 하는 재즈는 싫다,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신 것 같던데.

 

Juhoon> , 재즈 배틀?

 

 

 

> 재즈에도 배틀이 있나요?

 

C.Lim> 버클리 재즈 대학원을 다닐 때, 진짜 학교 가기가 싫었어요. 가기 싫었던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그들이 하는 음악이 싫었어요. 재즈 배틀 같은 거. 쇼적인 면에서 연주를 정말 잘 하는 두 사람이 나와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연주하는 건 좋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누가 누구보다 월등히 연주를 잘해야 하고, 음악 자체를 경쟁적으로 하는 분위기, 배틀 같이요. 그런 음악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음악이니까 우리가 즐겁고, 우리가 즐겁다면 우리 음악에 취향이 맞는 이들은 같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 Soul이 아니라 쏘울 이잖아요. Old Skool(School)이 아니라 Old School Corea. 저는 내심 흑인 음악 장르를 빌려 왔으나 우리네 정서를 표현하고자 함이라 해석 했거든요. 얼핏 스치는 이런 생각이 마지막 트랙을 들어보고 확신(?)이 들었고요.

 

 

 

12. Old School Corea (2′ 42”)

 

난 우리가 하나라는 걸 알아

이 노래를 듣고 있잖아

온 몸으로 춤을 추는 너와 나

덩실덩실 Old School Core-A!

 

신난다 재미난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언제나 즐거울 거야

덩실덩실 Old School Core-A!

 

 

 

C.Lim> 울이라고 한 건 촌티 내려고 그런 거죠. (웃음)

 

 

 

> 단지? 웃기려는 의도?

 

C.Lim> (웃음)그렇죠. 흑인음악을 우리가 빌려와서 우리 정서를 담

3. 아날로그를 꿈꾸는 낭만 합주단

 

 

 

> 아까 갖고 다니시는 차들 보니까 어서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기종의 차들이던데요. 마치 70년대 영화에서나 보던 차들.. 이런 차를 갖고 다니는 것도 올드 스쿨 음악을 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어때요

 

Juhoon> 저희가 매일 주장하는 것 중에, 스포츠 카와 패스트 카 이론이 있어요. 일단, 결론은 저희들이 몰고 다니는 차는 스포츠 카라는 것인데요. 오토매틱도 아니고 파워핸들도 아니고 에어컨도 없는 차를 타고서 엉덩이가 땅 바닥에 닿는 느낌으로 달리는 기분이 있을 것이고, 투스카니를 타고 오토매틱에 파워핸들 에어컨 이빠이 시트 열라 재껴가지고 200km로 달리는 기분이 있을 거예요. 어느 게 더 좋다라고는 말못하죠. 각자 취향인 거니까.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히 ‘200km로 달리는 게 더 재밌지라고 말을 하지만 그건 땀을 안 흘려봐서 그러는 거예요. 오토매틱도 아니고 파워핸들도 아니고 에어컨도 없지만 저희는 저희들 차가 스포츠 카라고 주장을 하거든요. 결정적인 증거는 스포츤데 땀이 안 나는 게 말이 되냐는 거죠. (웃음)

 

C.Lim> 게다가 손에 물집도 잡혀요. 확실히 스포츠죠. (웃음)

 

 

 

> 음악 뿐 아니라 삶도 아날로그 적으로 살려는 거네요.

 

Juhoon> 그게 안 되면 이런 음악, 못해요. 왜냐면 너무 바보짓이거든요. ‘아니, 왜 또 녹음을 하는 거야. !’ 이렇게 되거든요. ‘아니, 그냥 이거 조금 고치면 되잖아.’ 이런 거죠. 근데,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뭔가 해 본 사람들은 그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저희 어렸을 때는 조립식 로봇 같은 거 가지고 놀았어요.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가지고 로봇 만들고 탱크 만들고 자동차 만들고. 요즘 애들은 아바타 가지고 놀잖아요. 마우스로 클릭 클릭 해서 미니홈피 같은 거 만들고. 그러면 저희가 하루 종일 무언가를 조립했을 때처럼 뿌듯함을 느낄 거예요. 그런 뿌듯함이 가짜라는 건 아니에요. 근데 좀 아쉽죠. 땀 흘려서 만든 뿌듯함도 느껴봐 주었으면 하는 거죠. 저희는 어렸을 때 음악 한다 그러면 일단 기타 매고 다녔어요. 악보 끼고 다니고. 드럼 스틱 주머니에 꼽고 다니고. 근데 요즘 애들은나 음악할라고 노트북 샀잖아.’ 이게 대사거든요.

 

 

 

>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해도 1 4개월 동안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 장을 앨범을 만든다는 게 그리 쉽지 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1 4개월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랄까, 그런 게 있었나요?

 

C. Lim> 만들면서 진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원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저희 생각이지만. (웃음) 우리가 처음 이 앨범을 냈을 때,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희한테기다렸다는 얘기를 해주었거든요. 마치 짠 것 마냥 모두 같은 얘기를 하는데,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죠. 근거 없는 믿음 같은 게 원동력이라면 원동력이었겠죠.

 

Juhoon> 저희들은 만드는 내내 이 판이 분명 망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는 빨리 Ray 솔로 앨범을 만들어야 해. 그 대신 이 앨범은 일절의 타협도 없는 거다라구요. ‘이게 우리다,라고 내보일 수 있는 확실한 이력서를 쓴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아닌 건 하지 말자. 헌데 막판이 되니까 1년을 넘게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이었는지 완전히 망하진 않을 것 같더라구요.(웃음) 근데 딱 나오자마자 아까 말했듯이 몇 사람의 격려에 의해서 엄청 고무가 된 거죠. 그리고 지금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분명히 이런 앨범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우리가 하고 싶은 데로 해야 해요. 왜냐면 우리가, 예를 들어 천명 정도가 되는 어떤 그룹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이런 음악을 만든 거였는데, 이렇게 조금 바꾸면 만 명이 더 좋아할 것 같애, 그래서 조금 바꾸잖아요. 그러면 처음의 천 명은 속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천명이 등을 돌려버리면 만 명도 결국엔 등을 돌려버리는 거죠. 간단한 명제 에요. 그래서 결론은우리가 제일 맘에 들어하고 우리가 제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인 거죠.

 

C.Lim> 그리고 저희는 우리가 대중성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저희도 사실 대중이잖아요. 우리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기 이전에 대중의 입장에서 비틀즈를 들었고, 퀸시 존스를 들으면서 자랐잖아요. 그만큼의 대중성은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족을 한다면 최소한 우리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대중은 우리 음악을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고 믿는 거죠.

 

 

 

> 앞으로의 계획이랄까, 사실대체 어쩔 작정이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데…(웃음) 뮤직비디오도 만드셨고 방송 출연도 간간이 하고 있고, 앞으로 다른 가수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활동을 하게 될 텐데, 문제는 RSO가 다른 밴드들과는 꽤 많이 다른 형태잖아요. 어떻게 활동을 할 작정이신지, 주제넘게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C.Lim> 동선 씨뿐 아니라 주위 분들도 다들이 판 만들어서 어쩔 라고 그러냐라고들 하세요.(웃음)

 

Juhoon> 사실 처음에는 홍보 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 드렸듯이 의외의 반응을 접하게 되고 하니까 이 앨범을 홍보라도 좀 하자, 그렇게 된 거예요. 지금도 솔직히 홍보를 하긴 하지만 하나 안 하나 별로 차이는 없어요.(웃음) 그냥 몇 분들이 좋아하시는 데 일부러 접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한 거죠.

 

C.Lim> 앨범을 만드는 오랜 시간 동안에는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들을 차단했었어요. 그러는 동안 빚은 계속 쌓이고, 생각은 계속 차단하고.(웃음)

 

 

 

> 생각을 차단한 건 정말 잘 하신 듯해요. 생각하기 시작했으면 가지로 뻗어나가 녹음을 끝내지 못했을 겁니다.(웃음) 그런데..앨범 판매 수익이 어느 정도 되긴 하나요? 적자는 면했는지?

 

C.Lim> 수익이 좀 되긴 하는데사실 저희 요번 앨범에 대해서는 제작비를 계산할 수가 없어요.

Juhoon> 계산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죠. 0000컨설턴트에서 전문가 다섯 명 정도가 온다면.(웃음)

 

 

 

> 일단 식비 계산이 먼저..(웃음)

 

C.Lim> 근데 그거 계산하면 저희가 꿈에서 깨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꿈에서 깨기 전에 얼른 판을 많이 만들어 버리려고요.(웃음)

> 그러면 앞으로 만드는 판의 첫 번째는 우선 Ray의 쏠로 음반이겠네요?

 

C.Lim> . 그럴 거예요.

 

 

 

> 앞으로도 계속 아날로그원테이크 방식을 고수하실 계획인가요?

 

Juhoon>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될 거예요. 디지털 녹음기는 다 팔아버렸거든요.(웃음) 그런데 원테이크로 할지는 미지수 에요. Ray가 하는 노랜데 자기 목소리로 화음을 넣고 싶다 그러면 원테이크로 할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편집을 하거나 음정을 부정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 컨셉은 확실해요. 올드 스쿨 컨셉.

 

C.Lim> 저희 앨범 보면 AAD라고 되어 있잖아요. AAA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해요.

 

 

 

> AAD가 어떤 의미인가요?

 

Juhoon> AAD는 아날로그아날로그디지털의 약자거든요. 첫 번째 A가 아날로그 믹스, 두 번째 A가 아날로그 마스터링, D가 미디어 포맷, 그러니까 CD. CD는 디지털 일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좀 아쉬운 거죠. 우리 나라에서 요즘 나오는 LP 복각 본은 아마 DDA ADA일 거예요. 마스터링을 아날로그로 할 수 있는 데가 제가 알기로는 우리 나라에 없거든요.

 

 

 

> 그러니까 AAA로 하고 싶다는 얘기는 마무리까지 아날로그로 하고 싶다는 얘긴 거죠?

 

C.Lim> 그렇죠. 저희는 디제잉을 위해서라던가 미디어 포맷 때문에 LP를 내고 싶어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DDA ADA LP를 내는 건 저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두 번째 마스터링 과정까지 아날로근데 마지막 과정에서 딱 디지털로 바뀌니까 그게 아쉬운 거죠. 그 전까지 과정을 디지털로 한 것보다야 아날로그스럽겠지만 마지막 과정까지도 온전히 아날로그로 해야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게 나오는 거니까.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한 옛날노래는 LP로 들어야 제 맛이 나는 것처럼 저희가 원하는 소리가 나오려면 마지막까지 LP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LP로 내고 싶은 거예요.

 

Juhoon> 음식에 따라 스텐레스 그릇에 담을 때 더 맛나 보이는 게 있고, 도자기 그릇에 담아야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게 있잖아요. 똑같은 음식이라도 실제로 먹어보면 괜스레 맛이 다르잖아요. 저희 음악은 도자기 그릇에 담아야 하는 음악이거든요. 스텐레스 그릇에도 담아봤는데 맛이 없어요.

 

 

 

> 여기 녹음실 벨포닉스는 어떤 식으로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하고 싶다는 뮤지션이 있다면 렌트를 해 준다거나 협연을 한다거나 하는 계획이 있나요?

 

C.Lim> 단지, 어떤 장비가 좋아서 녹음하고 싶다고 그러면 정중히 거절할 것 같아요. 그런데 옛날에 이런 방식으로 녹음을 했던 분들이 와서 녹음하시겠다 그러면 저희는 정말 기뻐요. 대환영이죠. 우리가 상상으로만 예전에는 이랬겠지 하던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거잖아요. 전에 들국화에서 기타 치시던 분이 녹음실에 오셔서~ 여기 느낌 참 좋아요.” 하시더니 슥통기타를 꺼내셔선 연주하기 시작하시는 거예요. 그땐 정말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확 들었죠.

 

 

 

> 앞으로 공연 계획은 있으신 지요? 사실, 공연, 정말 기대되거든요

 

일동> 해야죠.

 

C.Lim> 공연 기획사랑 얘기하고 있는데..아픔이 많아요. 공연장소와 등등등 복잡한 것들..근데, 꼭 할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온 길을 되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어 준 piro와 나는 그들이 행복해 보인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내내 그들의 행복감에 전염된 듯 미소를 띠었다. 프로는 아무리 못해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며, 성공은 높이 가는 것보다는 끝까지 가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처럼 끝까지 가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Outro

 

 

 

RSO의 보컬 Ray, 그는 인터뷰 내내 신비주의 컨셉으로 일관했으며 그와 대화를 나눈 것은 불과 십분 남짓. 그에 대해 알아낸 것은 부산 출신이며 또 다른 보컬인 Sunny가 그의 동아리 선배라는 사실 뿐 이다.

 

인터뷰 전문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없기에 그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 증명하고 싶어 이렇게 후기로나마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 RSO의 유일한 연예인이 Ray이며, 신비주의 컨셉은 선글라스에서부터 눈치 챘지만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목소리는 들려주셔야 할 것 아니에요. 어떻게 RSO의 보컬이 되신 거예요?

 

Juhoon> Ray는 우리가 벨포닉스 공사할 때 왔어요. 일 도와주러.

 

 

 

> 그러면 마포자루 들다 노래하게 된 케이스…?

 

C.Lim> 마포는 안 들었고 톱밥을 치웠죠.(웃음) 이 친구 처음 왔을 때너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했거든요. 나는 톱질 아니면 망치질 생각하고 물은 거고, 이 친구는 할 줄 아는 악기가 무엇이냐는 의미인 줄 알았대요. 할 줄 아는 게 없다기에 그러면 톱밥부터 치워라 한 거죠.

 

 

 

> 그러면 노래를 부르던 건 아니었나요?

 

C.Lim> 아니죠. 노래를 했었는데 우리가 몰랐던 거죠.

 

 

 

> 서로 오해가 있었던 거군요.

 

Ray> (그가 말한 단 한마디!)저는 오해하지 않았습니다. 형들이 오해한 거죠.

 

Juhoon> 톱밥 치우던 게 쏘울 음악 하는데 도움이 됐을 거예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