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젊은 보수
“대~한민국”이 뜨겁게 이 땅을 달구던 작년 이 즈음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 매우 조급한 반응을 보이며 방안에 콕 틀어박혀 있어야만 했다. 내게는 그닥 대견할 일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들이 허공에 떠돌기 시작하면서, 그 실체가,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리를 가득 메운 저 사람들은 분명 대한민국을 외치며 그들이 대한민국의 주권 하에서 살아가는 사람임을 얼마나 자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무엇이 한 나라를 정체성을 담보하는 객관적이고 증명 가능한 조건들일까. 나는 이런 문제들에 스스로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설픈 계급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들을 정리해 가며 대답대신 대답을 피해갈 궁리만을 끄적대고 있었다. 그 대답은 이런 대한민국이란 싫다, 라는 참으로 순진하고도 일차원적인 반응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로부터 계절이 크게 바뀌고 나서는 그 자리에 붉은 옷 대신 붉은 촛불을 들고 나타난 사람들이 가득 채워졌으며 이 또한 저 멀리 힘쎈 어떤 한 나라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존을 위해 분연히 떨쳐 나섰다는 사실에. 나의 순진함이란 내 탓이 아니라 시대의 필연적 결과라고, 다시 한 번 자위하게 된다.
그리고 또, 봄/가을이 없는 이 땅의 계절이 한 번 바뀐 지금 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러 찾아나서는 것이었다.
신혜식, 그리고 인터넷 보수언론 <독립신문>. 어느 주간지에서든가, 젊은 보수라는 특집까지 마련해가며 <독립신문>을 비롯한 비교적 젊은 보수 성향에 대해 기사화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신혜식이라고 하는 이름을 듣게 되었고, <독립신문>을 찾아가 구경하게 되었었다.
그때의 느낌은 뭐랄까, 신혜식과 <독립신문>은 악역을 떠맡하야하는, 그래서 그 겉모습은 구차하며 속내는 옹색한 처지의 한 사내를 감각적으로 떠올렸다.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으며 책임질 수도 없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분노하기도 했으며, 원색적인 표현들에게는 비웃음을 던지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웃거나 비난하거나 간에 그의 주장만큼은 오롯이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독립신문>이 그토록 갈구하던, 내가 코웃음을 치던,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의 일단을 알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그걸 찾아가는 것이 나의 임무라 생각하고, 퍼슨웹의 이름으로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독립신문>의 사무실은 서대문구 충정로 한 구석 원룸 빌라의 한 채를 빌어다 꾸며놓았다. 주택가 한 가운데였으며, 여러대의 컴퓨터가 모여 있는 그곳이 사무실이었다. <독립신문>의 대표 신혜식씨는 그 사이의 기다란 소파 끝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퍼슨웹 (이하 ‘퍼’)> 인터넷 독립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신문의 운영체제가 매우 궁금할 것 같습니다. 일주년이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신혜식 (이하 ‘신’)> 생각해보면 어제 같은데 벌써 일주년이네요. 일년 전, 보증금 500만원 가지고 시작했죠. 특별히 후원을 받는 게 아니라 만원짜리 십만원짜리를 모아서 주는 독자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자가 네 명, 편집장과 저까지 포함해서 일곱 명이 있지요. 사실은 일곱 명으로 신문 만드는 게 우스운 일이죠. 저희같이 일간지 형식을 띤다는 게 어려워요. 오마이뉴스는 김훈 기자가 글을 썼다고 마치 가명을 써서 속였다 그러는데 그게 아니라 어떤 경우는 기자들이 글을 하루에 두 개, 세 개씩 쓸 때도 있어요. 같은 자리에도 올리기 그렇고, 어차피 책임은 독립신문한테 있는 거니까 김훈이라는 가명으로 썼지요.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을 걸요. 그런 식으로 어렵게 하죠.
퍼> 신혜식 씨는 전에도 기자 일을 하셨나요?
신> 아뇨.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지요. 안티 디제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민주참여 네티즌 연대라는 걸 운영하다가 그러고 난 뒤에 독립신문 만들었죠.
퍼> 다른 네 분의 기자들은 어떤 활동을 하다가 이 독립신문과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신> 한 분은 기자였고 저희 편집장님은 원래 편집일을 보시던 분이고 나머지는 저와 뜻이 맞다거나 하고 싶어 한다거나 해서 왔습니다.
퍼> 활동하는 기자들의 연령대가 어떻게 됩니까?
신> 대부분 20대 중후반입니다. 학교 다니는 사람도 있고.
퍼> 요즘 그야말로 보수가 ‘뜨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인지 독립신문의 활동이 요즘들어 더욱 빈번해 진 것 같습니다. 보수학생연대나 다른 단체들과어떤 연대를 하고 있는지, 두 번째로 독립신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위 ‘젊은 보수’라 부르는 세대분포가 궁금합니다.
신> 세대는 청년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그걸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들의 입맛에 딱딱 맞는 것은 아니죠. 다 다른 의견을 들으려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고. 하루에 많을 때는 17만 정도 들어오기도 하는데 다른 데서는 더 낮게 계산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독립서버가 다운 될 정도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약 7만에서 10만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무실엔 웹디자인을 하는 듯한 젊은 직원과 편집장만 남아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연령만 본다면 과연 젊은 보수라 할만하다. 그러나 그 외에 젊다는 것은 무엇일까. 젊다면 색달라야 한다는 선입견이 그의 모습에 겹쳐졌다. 오늘의 이 대화에 대해 기대를 걸어보기로 마음먹는다.
퍼> 그간의 성과라던가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자평해 보신다면요?
신> 성과라면, 우리사회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사실 우리가 체제에 대한 공부를 잘 안하고 너무 소홀히 했다는 거죠. 소홀히 하다보니까 잊혀졌습니다. 체제를 지키려면 안보가 필수입니다. 안보를 유지하려면 경제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보수라하죠. 물론 보수죠. 하지만 보수가 구태의연한 옛날 것을 지키는 정도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인권을 얘기해야하고 북한을 말하려면 김정일 체제에 지원해야 이것이 진보라고 얘기하죠. 그것이 발전적인 사회로 나가는 것이라고 인식되었던 것이 인터넷 의식의 현실이었죠. 그런 것들에서 좀 다른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성과라면 성과겠죠.
하지만 반성해야할 것도 있습니다. 좌우갈등이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그것 속에서 너무 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같이 가고 서로 조화롭게 가야하는데 적으로 보는 경우가 왕왕 있었죠. 그런 부분들을 좀 바꿔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바꿔가느냐를 생각해보면 진보든 보수든 대한민국 안에 있으면 된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이외의 것들, 특히 우리 체제를 혼란스럽게 하는 호시탐탐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최근 들어서 세계 평화까지도 위협하는 김정일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고 김정일이 핵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별로 분노함이 없는, 오히려 동경하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체제에서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북한’이고 ‘김정일’이고 이것을 경계선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만 또 다른 경계선인 일본이나 중국 체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말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 그 문제는 이렇게 얘기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체제를 지켜줄 사람이 누구냐? 중국이나 일본은 아니죠.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고 그 경제 범주 안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무역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범주 안에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의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적어도 경제적인 범위 안에서는 우방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 관해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들, 경제적으로 우리가 더 이익을 봐야하고 그들의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제위치에 가야 한다는 겁니다. 맨날 구걸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스크린 쿼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맨날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자고 하면서 이게 어디 동등한 관계입니까? 상호 똑같은 관계에서 주고받을 때 동등한 관계인데 동등한 관계합시다, 하면서 무역에 들어가면 이거는 봐줘야하는 거 아니냐? 계속 이렇게 왔잖습니까? 그러한 것들은 미국이 우리를 우방으로 봤기 때문에 필요한 나라로 봤기 때문에 양보하는 부분이 있었겠지요. 우리가 혜택도 받았고. 그런데 이제 우리가 새로이 관계를 설정하자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자고 하는데 결국 그것이 이득이 될 것이냐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이 우리를 우방으로 보는 관계 하에선 아직까지 우리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있고 안보적으로 받아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우방으로 손잡고 갈 수 있느냐 그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신혜식씨는 대한민국의 현재의 상황을 완결된 어떤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남과 북의 대립이란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대립된 채 전혀 새로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즉 국경선과도 같은 개념으로 남북의 대치를 보는 것이 아닌지. 그렇다면 유독 북한에 대한 강한 반발은 나름의 근거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 근거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경제체제의 문제로 이어졌다.
퍼> 경제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하셨는데 어떤 도움이라고 보십니까? 한국은 시장경제의 테두리 안에 들어있고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인데, 그 속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나요?
신> 그 도움이라는 부분은 우리가 진정 무한 경쟁 속에 있었냐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 스크린 쿼터제 하나만 보더라도 무한 경쟁 아니란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지키려고 그러고 막으려고 하고 어떻게 하면 익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 하잖습니까? 우린 어떻게 하면 좋은 조건 속에서 하려고 하는데 미국은 계속 개방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제 점차적으로 이걸 풀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이것만 보더라도 지금까지는 무한 경쟁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대등한 관계 이야기만하지 실제 무한 경쟁에 들어가게 되면 판판히 깨지는 거죠.
퍼> 무한 경쟁이 아니라면 어떤 관계였습니까?
신> 적어도 미국식 제국주의는 자신들의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하는 나라가 많을수록 자신들의 부를 창출해 낼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기 안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었고 거기 안에서 대한민국이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자유시장 경제 제도를 채택했기 때문에 상호보완하면서 왔죠.
우리가 미국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고 물어보셨죠? 그건 6.25이후 급변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았죠. 돈이나 물자 원조를 받은 건 사실 아니냐는 거죠.
퍼> 미국의 경제 제도 안에 한국이 속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한국이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하면서 무엇이 좋아졌을까요?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경제는 피폐해진 것 같아보이는데요.
신> 미국 안에서의 경제제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부분은 우리경제를 어떻게 살리느냐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지금 개혁을 하잖습니까? 그럼 개혁이란 뭐냐? 미국 때문에 개혁하자는 얘기가 아니거든요. 시장이나 경제구조 자체에 내부 모순이 너무 많아요.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하기 이전에도 문제가 많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겠죠. 기름도 수입해야하고 철강도 수입해야하는 것이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왔다갔다하는 일이 없게끔 개혁을 해야겠죠.
그럼 이 개혁은 어떻게 해야하냐 하면 규제완화겠지요. 자유시장경제에 맡기자는 거지요. 그런데 정부나 시민단체들은 자꾸 규제를 집어넣으려해요. 개혁한다는 사람들이 개혁을 거꾸로 밀어넣고 있어요. 대기업 몇 개는 무너졌잖아요. 이 실패의 과정은 뭐냐, 아직까지도 우리가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모르고 있고 게다가 잘 모르는 진보적인 생각, 좌파적인 생각들을 주입시키다보니까 오히려 경제는 무너졌지요. 그렇다면 좌파들이 이야기하는 복지부분은 나아졌냐? 그렇지 않잖아요. 주위를 보면 한달 의료보험이나 연금 내는데 허덕 허덕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요. 결국 우리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자유시장경제를 더 배워야하고 세계 속의 한국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경제를 잘 유지하느냐, 어떻게 하면 안보를 잘 유지 하느냐 입니다. 그 길은 미국과 우리가 함께 가는 것이 세계 속의 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고이즈미가 미국가서 친구처럼 대우를 받고 아시아에서 위치를 확고하게 잡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자꾸만 멀어지는 거죠. 계속 관계를 나쁘게 하려고 한단 말이예요. 촛불들고 나가서 집회를 해서 효순이, 미선이가 살아난다면 모두 그렇게 해야 겠죠. 하지만 그렇게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반미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고 미국과 손잡는 것이 제국주의 안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는 오히려는 더 친해져야 하고 친미 해야 된다, 그렇게 봐요.
퍼>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씀 하셨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신> 미국이 원하는 규제개혁이나 무역시장 개방이 실제로 어떤 부분은 미국사람들을 위해 개혁개방을 해놨는데 우리 기업들한테는 규제가 있단 말입니다. 거꾸로 가고 있어요. 오히려 대한민국 기업들에게는 더 많은 규제완화를 주어야 하고 더불어 외국의 기업과 유입되는 자본에 대해서는 동등하게 풀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해외의 자본이 들어와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으니까 그래야 경제가 유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때문에 규제 완화를 한다는 것은 무턱대고 미국이 두려워서 어느 쪽은 하고 다른 쪽은 안 하는 이런 행태를 보이지 말고 국내 기업들의 활동을 더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규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너무 속단하지도 말고 너무 함부로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나가야 한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자본에 대해서도 합당한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적어도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는 부분은 방어를 해야 겠죠.
퍼> 방어라면?
신> 우리 농민들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식량자급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좀 어려운 것 아니겠어요? 농수산물 같은 경우는 개혁 개방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퍼> 앞에서 스크린 쿼터에 대해 말씀하신 것과 다른 입장 같은데요.
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크린 쿼터를 풀자는 얘기가 아니라 좌파들이 그런 미국관계와의 동등한 설정을 이야기 할 때 뒤에 가서는 뭐는 안 되고 이건 된다느니 하는 그런 주접 떨지 말고 정말 필요로 하는 것, 즉 “우린 약자다 하지만 친구로 가고 싶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친구들 중에서도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풀자 막자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러한 부분은 솔직히 이해를 구하고 친구하자고 해야 하는 거죠.
퍼> 동등한 관계라는 것이 똑같이 하자가 아니라 우리가 사정이 있으니 이건 못하겠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것이 지금 좌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미국은 자기네들 이익 되는 것은 규제를 철저하게 하고 자기 이익 부분에서는 불공평한 입지를 가지면서 한국에서는 똑같은 것을 원하고 있지요. 동등하다면 한국도 한국에 맞는 부분도 같아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마이크론이 무너지려고 하니까 하이닉스에 말도 안 되는 상계 관세를 붙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이 아무리 강자지만 취약한 부분에서는 동등이 아니라 자기이익을 유지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좌파’에서 말하는 동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특수성이 있으니 이렇게 규제하겠다는 말아닙니까?
신> 그 얘기는 맞는 말입니다. 이쪽부분에서는 우리도 취약한 부분과 강한 부분이 있습니다. 공업, 문화적인 것이요. 하지만 좌파들의 행동자체가 그렇게 나오고 있냐는 말입니다.
퍼> 어떤 행동 말씀이십니까?
신> 촛불시위나 반미시위 같은 것이 그런 예죠. 거칠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를 보십시오.
퍼> 경제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전이되는 군요.
신> 그러한 부분들을 가지고 정치적인 이슈들로 끌고 가고 있지 않습니까? 동등한 관계 설정을 이야기하면서도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도 그런 부분이 있었고 시민단체도 감정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거죠. 합리적으로 풀어가고 친밀하게 느끼면서 대화로 파트너로 설득하려는 과정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미국은 왜 자꾸 딴지를 거냐는 식으로 하죠.
퍼> 다양성의 문제인데요.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국 퍼주기 외교를 비판하는 세력이 분명 있을 것인데요.
신> 다양성의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6월 13일 촛불시위를 방송사들이 나가서 보도를 해요. 생중계차량까지 나가서 말이죠. 그렇게 언론이 국민 여론을 호도 하는데 조금 있으면 6.25대회가 있을 건데 그때도 방송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거죠. 지금 사회의 좌파가 인재풀로 구성돼서 청와대 가 있고 방송을 점령했잖습니까. 한쪽 부분만 보여주고 한쪽은 등안시 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불만족스럽다, 방송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불만족스럽다는 거지 효순이 미선이 촛불시위하는 거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칭 진보주의자들이고 개혁 세력들이 이 사회를 끌고 가는 주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개혁 부분들이 감정적이고 한 쪽으로 치우쳤거든요. 개혁이 다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퍼> 노무현 정부가 좌파는 아닌데 말이죠.(웃음) 현재 문제는 좌파든 보수진영이든 서로 간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굉장히 원색적이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단 말이죠.
신> 지금 반성해야 할 점이 그런 것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좌파와 보수간의 갈등에서 너무 적으로 몰고 있다. 저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친북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반핵, 반김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싸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반핵, 반김’하는 부분을 공감하고 북한의 현실을 직시한 다음에 좌우가 이야기 해야겠죠.
신혜식씨의 말만으로는 그가 생각하는 좌와 우라고 하는 개념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친북이 좌, 반북이 우라는 것인지, 그렇다면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명제는 반핵반김(정일)라는 그의 생각은 모순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그걸 더 캐묻고 싶었지만 더 나아가다간 공허한 얘기로 빠질 것 같아 구체적인 사안으로 하나 하나 짚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었다.
퍼> 그러한 면에 있어서 독립신문이 해야 될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언론 매체를 운영하고 계시는 데 진보와 보수를 어우러지게 하는 시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신> 지금까지 우리가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을 해오지는 못했지요. 적어도 반핵, 반김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같이 동의해주고 인정할 부분들은 인정해 주자는 생각까지 왔어요. 독립신문의 색깔이라는 것이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에 이 수준을 유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발전 가능성도 있는 것 같고. 내 색깔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이념은 전혀 흔들림 없이 다른 그릇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좀 더 올라가고 뭔가 해야 하겠는데 아직은 거기까지 올라가기엔 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겁니다.
퍼> 독립신문이 지향하는 점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신> 지향점이 그렇게 가야하는 것이 큰 틀이고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현재로서의 틀-내부만의 환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건사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주변환경에 주안점을 더 많이 두고 있다는 말이죠. 뭔가 무드가 생길 때는 그런 얘기를 담아주어야겠는데 지금은 너무 급하니까.
퍼_1> 그렇다면 독립신문이 진보와 보수를 포괄하는 공익성을 위한 언론으로 나가겠다는 말씀이신지요?
퍼_2> 독립신문이 가고 있는 방향들이 너무 딱딱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정치나 경제 문제 말고도 인권문제나 문화 등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명이긴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요. 문화현상까지 신경 쓸 수 있을 만한 능력도 안 될뿐더러 사실 정치, 사회적인 전반 문제만 하는 것도 버거워요. 젊은 사람들은 연예인 좋아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안 될 것 같은 걸 시도했단 말이죠. 정치, 보수적인 얘기들 하는데 잘 안될 것 같은 것을 밀어 붙여서 그래도 꽤나 일 년 만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엔 아직도 시장의 길은 넓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범위가 좁다고 이야기하신 부분은 자금과 능력의 한계가 있어서죠.
퍼>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은 있습니다. 그 경제가 전문 경제학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에 좀 더 관심인데요.
신> 그럼, 보수이시군요.
경제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허두를 뗀 것인데, 곧바로 이어지는 말이 당황스러웠다. 보수라는 신념의 확고함을 드러내려는 득의에 찬 농담으로 들렸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보수라.. 그 비약을 얼핏 알 것도 같다. 먹고 살기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고수해야 한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다, 라는.
2. 미국 속의 한국, 한국 속의 미국
퍼> 일 이 년 먹고 살 일을 걱정하면 사실 문제가 없는데 십년 이십년 앞을 생각하니까 경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개방과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미국과 해외 투자 자본들은 상당히 개방되어 있는 반면 국내 투자 자본들은 각종규제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일들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기업을 죽이려고 하는 주체말입니다.
신> 죽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 딴에는 뭔가 잘해 보려고 하지만 기업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거죠. 일부러 그런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아마도 우리 정부에 있는 사람, 예전부터 지금까지의 행정 관료나 현재의 사람들이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공부라던가 확신이 없는 것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놔두면 딴 데로 갈 것 같으니까 자신들이 좀 토닥거려서 방향을 제시해줘야겠다는 마인드가 박혀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유롭게 놔두고 시장에서 좌판을 벌리는 사람에서부터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까지 자유롭게 두고 경쟁을 하되 합리적인 경쟁 체제를 하게 해두자는 겁니다. 중소기업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왔는데 대기업에서 그 사람들을 채용해서 중소기업이 망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공정한 기회를 주고 잘 갈 수 있는 심판을 잘 봐야죠. 그래야지 너무 잘 달리는
사람한테 너 너무 빨리 뛰어 천천히 가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지금처럼 경기 중에 규칙을 만들어서 규제하는 웃기는 짓을 하지 말자는 거죠.
퍼> 그런데 왜 유독 외국자본은 그러한 규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힘의 작용은 어디인가요? 제 질문은 이거였는데요.
신> 말은 마치 동등한 관계고 해볼만한 상대라고 이야기하면서 외국에 나가서 협상을 하면 그 자체가 가서 이야기 한 것하고 돌아와서 이야기 한 것하고 말이 달라요.
퍼> 그렇다면 그것이 협상의 문제인가요?
신> 우리의 외교와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거죠.
퍼> 협상력이 떨어진 다는 것에 대해서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하겠는데요.
신> 미국정부와 타협을 할 때 얼마 전에도 나왔지만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을 잘못했다거나 밀려서 온 게 있지 않습니까? 일본과의 어업협정에 있어서도 말을 잘못하고 호되게 당하고 온 기억도 있고요. IMF때는 약간 차원이 다릅니다. DJ 정부당시에도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요. 현지법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그나마 좋은 조건을 끌어냈다는 겁니다.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려서 협상을 잘했는데 지금은 조금 느슨해 졌다는 겁니다. 가면 현지법도 잘 모르고 상황판단이 잘 안되니까 협상이 잘 안되고 또 와서는 거짓말한다는 거죠. 그들과 대화를 해서 밀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진하다.
또 하나는 한국기업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왠지 미국기업의 자본력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지요. 그렇게 두려워하다 보니까 협상테이블에서 밀리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지요.
퍼> 제가 생각할 때는 자본이 강하고 정치외교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꾸로 말해서 어업협상을 한다든지 미국의 슈퍼301이나 상계 관세 같은 것이 결국 우리들이 준비를 한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인가하는 질문말입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되겠죠.
신> 적어도 준비는 잘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준비를 안 하고 가니까 깨지는 거죠. 될 것도 안 되는 겁니다.
퍼> 준비가 되면 그 문제가 해결이 될까요? 어업협상만 하더라도 그렇죠.
신> 준비만 잘하면 해결이 된다, 안 된다는 차원을 떠나서 최소한 그 근처라도 가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어처구니없는 일은 당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퍼>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 제 생각엔 이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 미국은 슈퍼301조라는 법을 만들어 일본을 비롯한 대미 무역흑자국가를 협박했었지요. WTO에 제소에 따른 판결에도 미국은 굴하지 않고 이 법을 부활시켜 스페셜 301조라는 것까지 만들어 냈지 않습니까.
누구도 막지 못하는 미국의 전횡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나 싶은데요. 전 세계가 틀렸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판결을 냈지만 미국은 ‘그래서 쩔건데’ 하면서 배 내미는 것 아닙니까. 그걸 누가 말릴 수 있냐는 거죠. 일본과의 어업협상에 있어서도 우리가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신> 그렇다고 해서 다 포기하고 준비를 안 할 거냐. 그것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지 않을 거냐, 이건 아니잖습니까? 앞으로 우리 경제나 사회문제들이 잘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부드럽고 이해 될 수 있는 부분들까지는 끌고 나가야겠다는 겁니다. 고이즈미가 미국에 부시를 만나러가서 목장에서 서로 껴안으면서 줄 건 줬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딱딱해서 뭘 달란 얘기도 못하겠고 그걸 준다는 얘기도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러고 난 뒤에 받아 낼 것은 받아내고 해야죠. 항의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해야겠죠. 방송과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해야 되겠는데 감정적으로 나온단 말이죠. 그것이 결국 도움이 되겠냐는 거죠.
퍼> 되든 안 되든 협상준비를 하자는 말씀이셨는데, 다른 한편에서 강조하는 것은 되든 안 되든지 간에 일방적인 요구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는 한국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동등한 관계거든요. 그렇게 되려면 두 나라의 정상이 친하게 지낸다는 감상적인 부분과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야 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신> 아니죠. 아니죠. 저는 외교라는 것은, 다른 협상 같은 부분을 몰라도 외교라는 것은 말 그대로 대통령과 대통령이 만나서 하는 외교 자체는 산수로 보지 않습니다. 일대일로 나오는 게 아니잖습니까.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이해 할 수 있고 혈맹이라는 관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좀 봐줄게 하는 것이 외교거든요. 그런 외교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외교력을 너무 산수적으로 생각하니까 어떤 문제가 한쪽에서 불거지면 다른 쪽에서도 그것과 똑같이 될 것이라는 문제를 그렇게 보지 않거든요.
퍼> 두 정상이 끈끈하게, 친하게 지내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준다는 것이 환상이 아닌가요? 세계 외교사에서 그런 예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신> 왜요? 있지요. 사실 영국이 유럽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미국에 붙어서 경제적인 이득을 상당히 취하지 않았습니까? 유전 등의 분할권에 대해서도 영국이 상당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퍼> 하지만 이라크 개발권의 95%이상이 미국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신> 하지만 적어도 영국이 받아갈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지원적인 부분 말이죠. 그렇게 안하고 영국이 참고 있겠어요?
퍼> 전쟁의 실익이 없다는 게 알려지자 블레어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일본도 91년 걸프전 당시에 20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고요. 심지어 미국이 걸프전을 도와준 각국에게 고맙다고 낸 신문광고에도 일본 명단이 쏙 빠지는 예가 발생했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아버지 부시 때 고마운 나라에 끼여서 한 줄 들어갔죠.
신> 아니예요. 그래도 일본과 영국은 이건 도와주면 뭘 받고 친밀하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 부분이 중요하다는 거죠. 블레어의 지지율이 떨어졌겠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번 전쟁에 참여한 폴란드, 스페인도 짭짤한 맛을 봤고 또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베트남 전을 통해서 상당한 경제 원조를 받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렇게 봐요. 친하다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으로 맞고 좋다는 겁니다.
퍼> 91년 걸프전에서 한국군 참전비용이 10억 달러정도 들었는데 그 이후에 유무형의 이익이 단 5000만 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중동 특수를 보려고 파병을 했습니다만.
신> 우린 무엇을 받을 만한 병력을 보낸 건 아니잖습니까?
퍼> 전 세계 170여 나라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병력 지원국인데 그런 것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 에이. 무슨 말씀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파병을 할 때 미국이 6.25전쟁 때 피를 흘려 준 혈맹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적어도 전투병 정도는 보내야 하지 않았느냐는 겁니다. 같이 피를 흘릴 수 있는 우리의 용감한 의지가 있어야 했다는 겁니다.
유럽은 우리하고 입장이 좀 다르죠. 유럽의 반대 입장은 그 당시 후세인 제거에 대해 동감한다. 그러나 유엔에서 합의하자는 것이었고 합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죠. 전쟁 반대 자체도 합의에서 끌어내면 그 부분은 참여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은 전반적으로 전쟁의 명분이 없다, 착취를 당한다, 석유전쟁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죠. 전 세계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익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죠.
우리나라에서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전반적인 주류를 이루었던 것은 반미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는 겁니다.
퍼> 유럽과 우리나라의 반전에 대한 목소리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신> 저는 전혀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럽은 제거에는 동의한다. 같이 합의하자는 거였죠.
퍼> 한국정부도 후세인 제거에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신> 그 당시 토론 나와서 보면 좌파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 마치 미국도 더 나쁘다, 미국이 다 지원했다는 말을 합니다.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얘기를 했죠. 반미와 연관시킨 발언들이 속속 등장하는 걸 봤죠. 심지어는 토론에서 인간방패로 간 사람들을 대거 출연시켜 후세인의 독재가 그다지 심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둥 그런 분위기가 제가 생각하기엔 실질적으로 여론에 등장시킨, 여론을 주도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대체적으로 반미주의자들이었고 국익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흐름에 동참할까하는 건 아니었나싶습니다.
퍼> 이라크 전쟁이든 베트남, 한국전쟁이든 간에 전쟁이라는 개념자체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미국의 경제 기반을 지탱하는 것이 군수산업이고 그것을 소비하기 위해 전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것 같고 미국도 그것을 굳이 부정하려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혈맹이라는 개념과 위에서 말씀하신 끈끈한 정이라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 구조아래서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신> 자유시장 경제 체제 아래서 자국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인데 외교문제에 가서 양국간의 정상간의 만남이라는 것은 의례적으로 띄워주고 좋게 하는 물론 뒤에 가서 다른 이야기는 하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분위기 자체를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말 자체를 부드럽게 하고 폭넓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끈적끈적하게 아부를 좀 떨 필요도 있지 않나. 아부라고 말하면 좀 그렇지만 어떤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게 잘 안되니까 15분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오면 뭐 되겠습니까?
미국의 군수산업 자체는 이번 전쟁을 결산을 해보니까 이번에 쏟아 부은 것을 뽑아내기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석유로 뽑아내는 것보다 무기 값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요.
퍼> 제가 듣기로는 이번 전쟁은 91년 걸프전 당시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차지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유전의 양이 드러난거죠.
신> 그것은 확인 해봐야겠군요. 물론 그런 부분이 있겠죠.
퍼> 그런 부분이 있겠다가 아니라 전쟁의 목적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요?
신> 설마 그것만 가지고 미국이 전쟁을 하려고 했을까요?
퍼> 그렇다면 어떤 것 때문입니까?
신> 미국이 무기를 소비하거나 석유 때문에 전쟁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뭐 한국전쟁에 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한국은 석유가 나오지 않잖습니까?
전쟁이라는 건 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하는 거니까 명분 따지고 원인 따지고 할 필요가 있습니까? 다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요. 자국의 경제 문제가 있을 것이고 패권적인 것,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것만 가지고 이야기 하냐는 겁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그런 문제 때문에 계속 전쟁을 일으키고 다니고 세계의 분란을 일으키고 다니느냐 그래서 미국은 전쟁국가다 라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 전쟁 이후에 자유시장경제의 틀 안에 있는 국가들과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해서 벌인 전쟁이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냐면 그 전쟁에 있어서 우리에게 무엇이 왔느냐를 생각해야 하는데 후세인의 생각을 가지고 미국의 전쟁을 이야기 하니까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적어도 미국이 벌인 전쟁은 우리에게 도움이 많지 않았습니까.
퍼>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있었습니까?
신> 베트남 전쟁에서도 그랬고 적어도 한국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앉아 있는 것 아니겠어요? 만약에 우리가 졌다면 나 같은 놈은 아오지 탄광 가있겠지.
신혜식씨의 견해에 따르면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전쟁하는 것은 당연히 일이겠지만, 그 덕에 우리도 유형, 무형의 이익이 따르게된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전쟁의 명분이란 것이 허구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다.
3. 신념의 화신
그는 단호했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이 지켜나가는 강철과 같은 믿음이 그에겐 존재했다. 특히 미국과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은 도무지 바늘 하나 세울 틈도 없어보였다. 물론 그의 믿음이 그랬다는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들어봐야 할 것이다.
퍼> 독립신문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대한민국이라는 경계설정에 있어서도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전에 먼저 질문을 드리자면 미국이 원하는 경제 체제 아래서 한국이 편입된다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신> ‘편입 된다면’이 아니라 당연히 편입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퍼> 그 바운더리 내에 있다면 행복 할 수 있다고 말씀 하시는 거죠.
신> 행복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행복해요.
무섭도록 단호한 그의 신념. 그 단호함의 근원은 어디인지 알고 싶다. 미국에 대한 추종에 대해 조금이라도 빈틈을 찾고 싶은 마음에, 나는 좀 암수랄까, 심정적인 부분을 헤짚어 보려했다. 일본과 미국 중 어느 것이 더 나쁜가 하는 통속적인 질문 말이다.
퍼> 백 년 전 대한제국의 예를 들어보고 싶네요. 일본이 원했고 강요 했던 것이 일본의 경제 범위 내에 조선이 들어가야 조선이 살아갈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형편이었고 그래서 친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렇게 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 했잖아요.
신> 친일의 문제와 친미의 문제는 다르다고 봅니다. 그 당시의 상황, 말과 문화를 빼앗겨 가고 있는 상황 물론 지금도 문화가 미국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지키려면 지킬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 당연하잖습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전 세계의 20% 인구 속에 대한민국이 들어가 있고 미국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닙니까.
20%라는 말에는 전지구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제법 산다는, 상위 20%에 든다는 자랑을 말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인지는 비교적 자명할텐데.. 그것을 제외한단 말은 비교적 선진화된 20%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선진국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히 후진국이 있기 때문 아닌가. 미국주도의 시장경제에 편입되어서 행복한 20%가 있다면 나머지 80%는 그 속에 편입되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입됨으로 해써 하위 80%가 될 수밖에 없고, 편입되었으므로 불행해진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과연 20%냐는 것도 의문스럽지만.
신> 중국이나 인도가 인구가 많으니까 인구비로 따졌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그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존재에 있느냐, 이 체제를 벗어나서 행복할 수 있느냐 물었을 때 있다면 그 체제로 가야겠죠. 하지만 그전에 합리적이고 대단하고 좋다고 느껴지면 가야겠죠. 우린 20%안에서 부를 누리고 있고 자유가 있는데도 계속 반대, 비판만 한단 말입니다.
퍼> 그렇게 간다면 지금도 행복하고 앞으로 더 행복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신> 지금 적어도 같은 민족이 한쪽은 사회주의를 하고 있고 한쪽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단 말이예요. 누가 더 행복하느냐?
퍼> 20%의 문제는 농도의 차이지 체제의 근본적인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인도만 해도 미국식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상태이지 자본주의는 맞습니다.
신> 제가 숫자를 고집하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그나마 미국식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고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그 안에 우리나라가 들어가있다고 보는 겁니다.
퍼> 백 년 전 상황과 너무도 비슷해서 제가 여쭈어 보는 것이거든요. 일본이라는 나라는 전 전 세계의 모든 모델 중 하나였고, 비교적 선진적이었지요. 너희 조선은 별볼일 없는 중국에 빌붙지 말고 일본 경제권에 들어와서 일본 경제식 구조로 꽃을 피운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냐. 원치 않았든 원했든 간에 결국 조선은 일본에 편입되었으며 그 결과 겉으로는 대한제국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사회자본도 발전했고 GNP도 성장했었잖습니까. 객관적인 양만을 따진다면 고려, 조선시대보다 일제 시대가 더 먹여 살린 것은 사실이거든요. 식민지의 논리인데요..
신> 그건 지금과 그 때가 똑같다, 일제식민지 상태와 지금 대한민국이 미제국주의 아래에 있는 식민지 상태다고 본다는 겁니까?
퍼> 식민지 상태라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 질서 내에 한국이 편입해서 살아가는 것이 같다는 거죠.
신> 경제 범위 내에서 얘기해서 지금 그때가 같다, 다를 바 없다는 겁니까?
퍼> 관계가 유사하다는 겁니다.
신> 유사하다? 그럼 독립운동 해야겠네요.
퍼> 당연히 미국과의 관계범위를 새롭게 설정해서 지금처럼 경제범위를 벗어나는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적어도 대한민국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우리말을 쓸 수 있고 우리 경제를 스스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거죠. 일제시대 때 그런 것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손기정 선수도 일장기 달고 나갔는데.
퍼> 기껏 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적, 감정적인 부분에 불과할텐데요. 경제적인 부분에선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독자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주식시장을 포함한 한국의 자본시장은 대부분 60%이상 외국계 기업에 의해 잠식당한 상태에서 한국적인 것이 가능 할까요?
신> 그것이 김대중 정권에서 주식시장 개방하고 기업팔아서 외환보유고 늘인 결괍니다. 그거 비판 많지요. 그전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미국과 친하게 지냈지만 적어도 우리가 먹을 것은 똘똘히 지켜냈었잖아요. 다 풀어놨다는 얘기죠.
한국 경제의 실체에 대해서 나나 신혜식씨나 얼마나 전문적으로 알 수 있을까. 누가 더 실체에 접근했느냐가 아니라,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일터이다. 경제제도에 지고한 중요성을 부여한 신혜식씨는 그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반발에는 사실 대답하지 못한 셈이다. 나는 그 반발의 현실성으로 시비를 거는 형국이었다.
신> 대한민국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예전과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우리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의 52개 주중에 하나란 말입니까?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는 상태입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은 했지만 우리들은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체제 하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하다가도, 종속관계는 아니라는 말. 일견 타당해 보였지만, 근대 국가의 허상을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적실하지가 않았다. 그 어떤 외형으로도 현재 대한민국의 주권 상태의 허약함을 회피하게 하지는 않았다.
국가, 근대국가란 하나의 결사체이다. 목숨을 건 결사라는 의미에서 신혜식씨는 지극히 근대 국가적 인물이리라. 하지만 그 결사라는 것이 계급적 이익과 함께 시장권의 획득이 주요 목표였다는 점에서는 그 결사는 심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단지 영토적인 결사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무엇인지.
신>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런 관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물론 북한의 김정일이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높다, 이것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확실한 대안, 뭐가 대안인지 얘기 해야한다는 겁니다. 반세계화 운동하는 것이 대안이냐? 그 막연한 걸 좇아가느니 저는 확실한 길을 가겠다는 거죠.
퍼> 자꾸 100년 전 얘기를 해서 독립신문을 매국노로 몰아가듯 말해서 죄송하군요.
신> 하하, 매국노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다르다, 아니다 라는 겁니다. 적어도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고 미국 시장경제 아래 들어가 있는데 그 상태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지 않냐, 이 상태로 행복하지 않냐
퍼>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체가 어디에서 왔을까요?
신> 뭐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나의 조국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어떻게 살고는 있겠지만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만들어진 이 안에서 살고 있는 나, 나의 가족, 경제활동, 주변,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게 군대를 갔다왔고 거기서 지켰죠. 그것이 대한민국이고 그것을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퍼> 말을 바꿔서,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을 바꿀 수 없는 것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죠? 왜, 대한민국이어야만 하는가? 예컨대 한국이라고 하지 않고 미국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 굳이 “대한민국”이냐는 말이죠.
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자체를 미국이라고 바꾼다?
이름의 문제를 물은 것은 아니었는데 신혜식씨는 잘못 들었었다. 나는 솔직히 “대한민국”이라는 기표 속의 기의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허깨비 같다고 느껴온 이 “대한민국”이라는 기표의 허무함을 생각한다면 신혜식식의 오해된 질문이 오히려 더 진실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비관을 드러낼 만큼 나는 뻔뻔하지 못했다.
퍼> 아뇨,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말하는 겁니다.
신> 저는 이렇게 봐요. 적어도 대한민국사람으로 살고 있고 여기에 대해서 군복무를 해왔고 조국이라는 것.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친지와 주변 이 공간을 지킨다는 것은 뭐냐면 자유민주주의라는 걸 지키자는 말과 같지요.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것은 적어도 나란 존재를 있게 만드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지켰으니 대한민국이 존재했으며 대한민국이 있으니 내가 존재한다는 순환오류 자체가 대한민국의 속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퍼> 국가를 형성하는 최초의 단위가 국민인데 우리나라는 지금껏 전체주의, 국가중심주의적으로 흘러왔습니다. 때문에 근래까지 국가가 개인에 대한 희생을 강요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신>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적어도 대한민국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정체성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거죠.
퍼> 한국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이 ‘한국식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개인을 심하게 악압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군사 독재와 민간인 학살 등이 그 예인데.
신>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군사독재시절에 있었던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은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런 오류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좀더 발전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퍼> 그런데 조갑제가 이야기 했던 부분들, 젊은 애들에게 용돈을 주지말아야 한다, 부모들이 돈을 주니까 이걸로 불온한 서적을 읽고 한다는 것은 결국 보수주의자들이 개인 억압하고 있다는 반증아닌가요?
신> 그런 말을 한 게 아닙니다. 샌드위치론이라는 겁니다. 젊음 사람들은 윗세대가 보기엔 잘 못 가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공상을 좇아서 답도 안나오는 것 같은데 이상한 상상력으로 논리를 만들어가고 산너머로 자꾸 가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먼저 세상을 살아온 40대 50대 이후의 사람들은 위에서
눌러주고 밑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유시장 경제를 잘 가르치자 하는 사람들이 밑에서 받쳐주어서 이 사람들을 제대로 끌어나가면 대한민국이 잘 갈 수 있다는 얘기였죠. 독립할 수 있을 만한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겁니다. 솔직히 장가도 제대로 못 가잖아요. 학교도 용돈 줘야 가는 현실은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모르고 나약한 존재들에게 강인함을 실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 사람이 무슨 애들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하는 사람이 그런 얘기 했겠어요? 여기저기서 뽑아다 쓰면 조선생님이 바보처럼 보이겠지만 이해를 못하고 기사 쓴 거죠. 어처구니 없이.
퍼> 어처구니 없기야 뭐…… 결국, 과거의 오류를 반성하면서 더 나은 체제로 가자는 말씀이신데, 잘 닦여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하시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을까요?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 결국파탄난다, 자본주의가 발달했다는 미국이나 그나마 지금까지 발전해온 한국……
신> 미국의 문제 뭐요?
퍼> 미국이 가지고 있는 뭐겠습니까? 빈부격차, 인종차별, 최고수준의 문맹율, 범죄, 마약 국가, 노동조건이 열악한 국가. 이런 것들이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고 사회학자들도 그런 얘기를 하는데.
신> 그건 그런 사람들 얘기죠.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건 발전 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퍼> 어떤 식으로요? 한국의 문제도 미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한 결과 대학생들이 용돈이나 타 쓰고 나이 서른에 장가도 못가게 되었는데 이것은 한 개인의 능력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라는 거죠. 대학생들의 경제능력이라는 것도, 조절하고 개입했더라면 학생들이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고도 꾸려나갈 수 있었겠지요.
신> 어떻게요?
퍼> 유럽의 예를 보면 자본주의가 발전한 독일의 경우, 전 대학이 국립대학이며 무상교육입니다.
신> 그럼 그게 공짜로 생겼겠습니까?
퍼> 체제를 바꿔나간 거죠. 각종 규제와 국민들에게 세금을 통한 부의 분배를 실현 한 거지요.
신> 그것이 경제활동을 한 사람들의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죠. 그러나 그 세금자체가, 우리나라 국민연금, 의료보험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적인 제도를 채택 했다고 얘기 합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복지정책을 적절히 혼합해서 가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하면 북한은 병원, 학교 다 공짜 아닙니까?
유럽에서는 구소련이 사회주의 경제제도나 복지제도로 어느 정도 굴러가니까 저거 좋겠다 받아들이자 해서 받아들인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직장도 국가가 보내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하다보니까 어떻게 됐어요? 그 나라? 북한 보면 알잖아요. 유럽도 그런 식으로 가다보니까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고 일부에서는 일 안 해도 되겠다. 놀고먹는 사람들도 생기잖습니까. 제 생각엔 우리나라 현실에 대학도 공짜로 보내고 한다면 애들이 돈도 알아서 벌겠다 생각하면 실제 경제활동 하는 사람들은 일을 더 많이 해야겠네요? 세금도 더 많이 내야하고 더 일도 해야 하는 데 정부가 일자리를 정해주는 게 좋은 겁니까?
우리의 대화는 언제부터인지 말꼬리에 트집을 잡아나가는 모양새로 변했는지 걷잡을 수 없는 비약으로 흘렀다. 소련과 유럽과 북한이 사회보장제도, 직업선택, 세금의 문제와 마구 뒤섞여 사회주의로 싸잡아 매도당하고 있는 장면에서는 나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북한거지와 미국 거지 중 누가 행복하냐는 얘기까지 들먹인 걸 보니, 꽤나 민망한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
결국, 미국이 우리의 행복을 담보해줄 수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로 되돌려야 했는데, 서로 아니라고 믿는 바에 타협점을 찾을 일도 아니고, 우리는 그저 ‘너는 그렇게 생각해라, 나는 아니다,’로 끝맺은 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치쳤으므로.
어쨌건 행복하냐 아니냐를 따지다가 어떤게 행복일까하는 얘기까지 갔는데 신혜식씨의 행복이란 어쩌면 순수한 상태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시민적이라고 해도 좋고.
퍼> 어떻게 보상까지는 아니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데 30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나니 남은 건 월 셋방하나요. 애들은 빚만 지고.
신> 남은 건 빚이고 월세방이라고요? 제사 생각하기엔 그 당시(박통정권하)에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라면 정착해서 집도 갖고 있고 나름대로 교육해서 잘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는데요?
퍼> 그게 과연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신> 그럼 행복은 어디에서 왔겠습니까?
퍼> 불평등에 바탕을 두고 빈부격차를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만이 잘 산다고 해서 행복이라 할수 있을까요?
신> 너무 감상적인 것 아닌가요?
퍼> 현실이잖아요.
신> 어떻게 그게 현실입니까? 제가 창신동 달동네 살아요. 거기 우리 집이 있어요.
퍼> 그렇게 벌어지는 일들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오히려 감상이 아닐까요? 언젠가는 파탄이 날 위험속에서 살아가면서, 지금 행복하니까 우린 행복하다는 건……
신>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어떤 사람들은 물건이 많으면 행복하고 또 어떤 사람은 우리 독립신문 같이 거지처럼 해도 이게 재미있으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노동자의 날도 만들고. 지금 좋아졌다고 저는 봐요. 우리사회가 문제가 많긴 하지만 그것을 보완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를 잘받아들인 나라는 삶을 행복하게 유지하려고 거지마저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각박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신혜식씨의 말은 의외로 소박하게 들렸다. 아니 내가 지나치게 관념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 씩씩거리며 언성을 높였던 다른 얘기로 말을 돌리며 소박한 행복을, 관념적 불안을 생각하기로 한다.
퍼> 그런 행복을 위해서 인권의 문제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네이스의 경우, 보수진영에서는 나이스라고 부르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신> 우리는 전교조의 입장을 절대 반대합니다.
퍼> 그 근거가 뭐죠?
신> 인권위에서는 인권침해라고 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그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그런 식으로 보면 정부 전산망도 죄다 인권침해 아닌가요? 또 선생님들의 일을 덜어주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해서 지지 하는 거죠.
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81년이후 졸업생들의 성적, 지능지수를 포함한 한 개인의 거의 모든 정보를 국가가 정리하고 관리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결국 사회 전체를 관리사회로 만들어 비인간화된 삶을 강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지요.
신> 보완하고 있지 않나요? 그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면 되는데 전교조 쪽에서는 아예 하지말자고 하니까 이상하다 이거죠. 그것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퍼> 하지 말자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아닙니까?
신> 다른 것으로 바꾸자는 얘기도 팬티엄 쓰던 사람한테 386쓰자고 하면 그게 말이 되겠습니까?
퍼>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내 전산망, 씨에스(CS)는 네이스보다 낮은 단계의 시스템이 아니라 다른 범위의 시스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 낮은 단계가 맞죠. 예전에 쓰던 건데. 네트워크화 하는 게 나이스이고 그게 발전된 거 아닙니까?
퍼> 인권의 문제라는 것은 돈과 여러 가지 이익에도 불구하고 손해 보면서도 지켜야 하는 것이 인권 아닙니까?
신> 인권을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고요. 그럼 봅시다. 지금 핸드폰 사는 사람도 개인정보 유출 다 되고, 경찰서가도 신상명세 다 나옵니다. 그럼 이게 다 인권 침해겠네요?
퍼> 핸드폰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인데 이건 네트워크화 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인권침해가 아니죠.
신> 그럼 네크워크화 된 건 다 인권침해입니까?
퍼> 네트워크화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되고 결국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그것이 인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신> 누구나 열람 할 수 없게 하고 보안장치를 만들고 쓰기 쉽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미국의 국방성도 해킹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퍼> 네트워크화 자체가 문제라니까요.
신> 그걸 가지고 자꾸 문제 삼으면 CS니 뭐니 선생 혼자서 손바닥에 적어가지고 들고 다니면 하면 될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도둑질은 안 당하나? 그런 문제를 자꾸 유치하게 걸고 넘어 지니니까. 문제점이 있으면 최소한의 피해를 입는 방법으로 전환 해야겠죠. 그리고 방식 자체는 나이스가 좋으니까, 국가 인력관리 차원에서 좋으니까 하자는 거지. 인력관리가 무슨 아이큐만 보는 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차피 해야 하고 발전적이니까 좋은 거죠.
숨을 돌리려 했던 기대와는 달리 결국에 가서 또 고성을 내뱉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누구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 흥분해 있었다. 감정의 흥분이었다면, 더 싸워서 아주 풀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 신념에 대한 통성기도와 같은 것이어서 그 고함 속에 몸은 두 시간만에 녹아났다.
한참을 쉬어야 했다.
4. 나는야 친미주의자
퍼> 독립신문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개인적인 삶의 과정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신> 직장 다니다가 안티 DJ사이트 운영하면서 수사도 받고.
퍼> 네? 수사를 받았어요?
신> 예. 무슨 음란물 수사를 하더라고요.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사실은 그래요. 뭘 많이 알아서 대단히 박식해서 이런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런 부분 좀 안되겠다. 이건 좀 아니다 해서 시작한 거고 그 과정이 3년째 접어들고 있어요. 지금도 공부하는 과정이죠. 오늘 인터뷰하면서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것도 느끼고 그렇습니다. 공부를 좀 더 해야죠. 일개 소시민이 적어도 이게 좋겠다 해서 시위도 해보고 또 사람들 만나서 얘기도 해보고 사이트도 만들면서 배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돈도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데 행복이라는 게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고 보람이 되니까 행복한거죠.
퍼> 학교 다닐 때 어떤 전공을 했습니까?
신> 통신요. 네트워크죠.
퍼> 결혼은 아직 안하셨죠?
신> 그런 저의 개인 신상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한번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자겠어요. 전화가 많이 와요.
퍼> 항의 전화가 오는 건가요?
신> 네. 제가연예인이랑 술을 먹는 걸 봤다는 둥 아마 그런 소리를 다 하지요. 그러나 실질적으로 저와 대화를 해보면 분명히 안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저 사람 정말 안 통한다. 하지만 얘기하면서 바뀌는 것은 나랑 좀 생각이 다르지만 서로의 부분을 인정하고 열심히 토론해서 배울 건 배우고 얘기할 건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화까지 단절할 필요가 뭐있냐는 거죠.
저는 인터뷰 해주는데 ‘독립신문’이랑 인터뷰 안 해요,라고 하면 안 되는 거죠.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터뷰를 안 해요. 이게 도무지 뭐냐? 대화하는 과정에서 바꾸게 될 것은 바뀌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나 나의 가치관은 뚜렷이 하자는 겁니다.
퍼> 정치적 의사를 밝히자?
신> 그렇죠. 난 친미주의자라는 것은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은 거부감을 가지고 별 욕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거 친미주의자라고 얘기 할 사람이 있어야하지 않겠어요?
적어도 최소한 자기 색깔만큼은 ‘친미냐 반미냐’를 드러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그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은 적어도 우리 체제만큼은 공감하자는 거고 그게 아니면 못 봐주겠다는 것이죠.
퍼> 신혜식 대표의 말씀을 들어보면, 민족주의자는 아니신 것 같습니다.
신> 그럼요. 경제 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대한민국을 이야기 하는거죠.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있어서 사회주의도 좋고 뭐도 좋고가 아니라 지금 현실의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이 안에서 발전 시켜야할 미국과의 관계, 자본시장이 중요합니다.
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민족국가가 아니라 지역국가다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인지요?
신> 지역국가라고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고요.
퍼> 민족주의자가 아니라면 이른바 네이션 스테이트(nation-state), 민족국가, 우리는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오천년을 이어왔고 하는 명제는 어떻게 해야하겠습니까?
신> 그건 다 인정하죠. 하지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남북통일마저도 자유왕래만 가능하다면 경제활동만 가능하다면 굳이 통일할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 자체가 통일 아닌가요? 오히려 북한보다 미국이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틀 안에서 보고 싶은 거죠. 민족주의를 꼭 내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떤 방향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이다. 친미를 내세우듯, 민족주의에 대한 거부도 시원스레 밝혀주었다. 신혜식과 <독립신문>의 보수주의에서는 이 부분은 비교적 쉬운 부분이리라.
신> 오히려 저는 단일 민족 강조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아요. 단일민족이어서 통일해야 한다? 같은 체제 아래서 살아야 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아래서 살아야 하는데 통일 얘기 함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이런 이야기 안 하잖아요? 그러나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말이 통하고 이북에 가족이 있다고 해서 그걸 단일 민족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느냐는 건 아니겠죠. 물론 이것은 김정일을 말하는 것이고요.
민족을 앞세우는 그런 시기는 지나가고 경제 활동에 대한 가치관이 중요해지는 시기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세계 속의 한국은 그다지 미국과 멀지 않고 생각이 다르지 않은 나라라는 겁니다. 한참 뒤의 미래를 본다면 인종적인 개념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퍼> 근래에 나이 많은 보수집단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진영의 발전일 수도 있고 독립신문 같은 청년보수집단의 질책을 가질만한 계기가 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 보수들이 나와서 열심히 하면 좋죠. 한사람이라도 더 나와서 얘기하는 게 좋은 것 아닙니까?
퍼> 그런 젊은층과 노년 보수층간의 갈등은 발생하지 않습니까?
신> 물론 저는 불만은 많아요. 바꿔야 하는 것도 많아요. 너무 잘 합니다. 대단하다고 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꼭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조갑제 편집장 같은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데 일부는 좀 짜증나고 답답하고 왜 저렇게 하나 싶기도 하죠. 그래도 그분들이 그나마 하니까, 소리도 나오니까 언론에서도 써주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 제가 보는 게 모두다 입맛에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퍼> 보수내부에서도 지향점이 많이 다른 가 봅니다.
신> 전 그곳에 가면 미운털이예요. 제 주장을 얘기하니까요. 강하게 이야기 하죠. 구태의연한 방식들 이런 거에 대해서 쏴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뭔가 안 좋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퍼> 분파가 생긴다든지 노선이 달라진다든지 하는 갈등입니까?
신> 전체적인 공감을 똑같아요. 뭐 김정일 허수아비를 불을 태울거냐, 물을 뿌릴거냐 했을 때 좀 더 새롭게 가자고 하는 거죠.
퍼> 그건 미운털이 아닌데요. 고운털이네요.(웃음) 민족주의적 반핵, 반김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지요? 통일을 전제로 해서 말입니다.
신>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통일지상주의 그런 얘기를 한동안 보수진영에서 했는데 지금은 급박하고 여러 국제상황이 있으니까 적어도 그것만은 절대 안 되겠다는 거지 민족주의적으로 끌고 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지요. 반핵, 반김하는 사람들 다 모여라 이겁니다. 그것에 큰 의미를 달지 말자는 겁니다.
퍼> 그렇게 모인 단순함을 빌려서 예전에 모인 보수주의자들은 논리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의 청년 보수들은 그 논리마저도 없다고 합니다.
신> 나랑 얘기도 안 해보고 무슨 논리가 없다고 합니까? 물론 자기는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겠지요. 그 단순한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는데 거기 논리를 갖다 붙인다면야 아까 말한 대로 김정일은 안 되겠더라는 겁니다. 김정일의 문제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가 되고 그게 안 되니까 우리 나가서 목소리 한 번 내자는 겁니다.
퍼> 그러나 단순하다는 것이 그 자체의 정체성도 혼란시킬 뿐더러 위험성도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예컨대 민족주의적 반김, 반핵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고 그런 여러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신> 그래서 얘기를 했죠. 큰 대회는 큰 틀 안에서 포용을 하고 각각의 목소리는 작은 것 안에서 이야기를 한다. 뭐 예전 사람들은 논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자기주장만 한다는 것은 이것이외에 잡다한 것을 붙이는 일은 집회 나가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더 보수적이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지만 같이 앉아있는 거죠. 나가면 다른 소리를 하겠지만요.
그런 것들은 인정하되 공감하는 것은 인정하자는 겁니다. 이것만 인정하면 좌든 우든 같이 할 수 있다고 얘기 하지 않았습니까?
반핵 반김이라면 무엇이든 된다는 비논리성이란 편리하지만 보수 내부의 사상적 근거를 취약하게는 하지 않을까. 그리고 노선문제 제기를 통한 내적 운동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결사체는 곧 위험에 처할 것이다.
퍼> 북한 핵문제와 함께 걸려있는 키워드는 일본입니다. 민족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만 우리가 흔히 느끼는 일본에 대한 감각적인 불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 여기 팔에 상처 난 게 예전에 일장기를 태우다가 난 겁니다. 뉴스위크지 표지 모델로도 나가고 했는데 일본에 대해서는 이렇게 봐요. 가까운 나라이고 적이지만 친구 일 수밖에 없는 역사적인 모호함과 우리에겐 아픔도 있지요.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입장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있고 북한에 대해서 계속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가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본에 대해서는 극일 하자, 여러 가지 얘기하지 말고 일본도 깔끔하게 바라보자는 겁니다. 역사 문제가 나왔을 때나 어업협정에 있었을 때, 독도문제를 얘기 할 때는 강력하게 이야기하되 다른 부분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에서는 받고 협조할 때는 해야죠.
과거사문제에 있어서는 친일 했던 사람들, 근데 이 친일 했던 거는 별거 다 갖다 붙여서 친일 했다 그러더군요. 상황에 있어서 진짜 친일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돌려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걸 너무 부풀려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퍼> 북한핵문제의 사안이 일본에게는 재무장의 단계로 가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미국이 원하는 모습일텐데……
신> 일본이 결국에는 재무장 하겠죠? 여러 가지로 그런 모습이 보이는데.
퍼> 일본이 핵을 갖게 되면 한국도 핵을 갖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보수진영에서 이 얘기가 먼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 그 얘기는 예전에 허문도 장관이 했었을 거예요. 칼럼에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걸 썼었지요.
퍼> 그런 얘기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보면 박정희가 핵무장에 실패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이런 것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김정일이나 당시의 박정희나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 그건 불가능하겠죠? 우리는 미국이랑 협조하는 것, 미사일 관련 법이 있지요. 전두환 때 협상하면서 한 건데.
일본, 대만은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의 핵이 있기 때문에 이것의 빌미가 될 것이고요. 한쪽에서는 통일 되면 그게 우리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이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죠?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말려야 되는데 너무 방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지요.
퍼>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김정일이 왜 핵을 가지려 한다고 생각하세요?
신> 김정일이 핵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뻔 한 것 아니겠어요? 박정희도 핵을 갖고 싶어하는 지도자의 입장은 같은 것 아니겠어요? 군비의 문제나 체제보장을 받으려는 것, 자주국방 대한민국의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한 거죠. 그러나 그 당시의 상황이 비록 지금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지금 그것을 김정일이 가졌다는 거죠.
김정일이 핵을 가짐으로서 주변이 난리가 났고 부지불식간에 미국이 국지전을 벌일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말리려고 하고 없애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 주변에서는 그것을 방관하거나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절대 바람직하지 않죠.
퍼> 좀 추상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김정일이 위협하는 대한민국, 어떤 식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신> 추상적이지 않아요. 지금 나오고 있잖아요. 핵을 가졌다고 선언한다는 것은.
퍼> 핵을 가졌다는 문제는 북한의체제만 보장해주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신> 핵을 가졌다고 선언한 것은 대한민국과 세계 한 단계 위에 삼차원 적인 전쟁이 아니라 사차원적인 전쟁을 선포했다는 겁니다. 핵을 가졌다는데 전쟁선포와 다름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퍼> 핵이라는 것은 체제 보장이란 말을 수동적으로 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인데요.
신> 체제보장을 북한이 핵으로 써먹고 있다는데 그 핵은 체제 보장만으로 쓰일 것이냐, 불행하게도 김정일이 가지고 있는 핵을 대한민국에 쓰이지 않겠어요? 그게 어디 김정일 대가리에 떨어지겠어요? 대한민국 서울에 떨어지지 않겠냐는 거죠. 안 떨어진다고 봅니까?
김정일의 이름이 들먹이기 시작할 때부터 짐작했던 것인데, 이때부터 신혜식씨의 목소리는 가파르게 격앙되기 시작했다. 오늘의 인터뷰의 코어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것인가. 어디까지 갈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논리는 이제 이 지점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논리는 언제나 내재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친미를 극악으로 본다고 해도, 그건 내 시선일 뿐, 신혜식의 논리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로 이야기가 넘어간 이상, 열정·수난만이 존재함을 목도하게 된다.
퍼> 핵이 한반도 어딘가에 떨어지면 애초의 목표였던 체제보장이란게 실현될 수 있을까요? 핵전력이란 것이 도무지 비교도 안되는 수준인데요?
신> 마지막 카드로 사용 될 수 있다는 거죠. 한 발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퍼> 그건 미국도 중국도 마찬가지일 텐데, 마지막으로 핵을 발사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부분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신> 김정일이 한 짓을 보면 모르겠어요? 아웅산에서 폭탄테러하고 KAL기 폭파한거 걔가 제정신이라고 보십니까? 300만을 굶어 죽인 사람이예요. 그런 사람이 핵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보장 하겠습니까? 저는 김정일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걔가 핵을 가졌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어항을 들고 다니는 꼴하고 똑같은 거예요. 언제 떨어뜨릴지 모르는 거지.
퍼> 그럼, 체제보장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얘기네요?
신> 아니죠. 거기에는 체제보장이라는 다용도 카드가 섞여 있는 거지요. 누구는 김정일이 아주 똑똑똑한 놈이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김정일은 정말 불안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놈 손에서는 핵을 뺏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김정일에 대해서 미국이 손을 쓰면 우리도 좀 함께 약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요?
퍼> 체제보장은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대화의 기본 안건인데요, 체제를 인정하고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 다가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신> 북한이 미국에게 체제를 보장하라는 얘기는 김정일이 남한을 침략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거죠. 체제만 보장해달라는 게 아니죠. 체제를 보장하고 미국은 빠지라는 건데요.
북한과 우리가 대화를 해서 조율을 하자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김정일 손에 있는 핵을 뺏은 게 아니라 쥐어준 게 김대중 정부고 그걸 이어받은 게 노무현 정부 아닙니까? 정신 더 차려야겠죠?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아서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주변과의 대화도 하고 남북대화도 하되 지금처럼 물러터진 손으로 돈이나 갖다 줄 생각하지 말고 채찍도 들어가면서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도 보여 줘야 하지 않겠어요?
퍼> 김정일이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핵이 위험하다는 말씀이 저는 너무 감각적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하기로 본다면야 한반도 주변의 중국과 러시아의 핵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신> 김정일을 옹호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김정일은 너무나 다른 게, 세습체제 아래 있고 자기네 국민들이 굶어죽어도 평양시민만 살면 체제유지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니겠어요? 그런 회고록이 있잖아요. 때문에 김정일이 핵을 가지면 안보차원에서 0.001%가 아니라 적어도 50%는 불안한 놈이라는 겁니다.
김정일이라는 시대의 독재자가 세계적으로 인정 못 받는 독재자, 그 사람이 해왔던 것을 나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자체도 지금 알래스카에 방어기지를 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미쳤다고 김정일 쏘지도 않을 텐데 그러고 있겠어요? 남한에 쏠지 미국에 쏠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건데 우리도 거기에 대비해서 손에서 뺏어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아니면 그거 놔두고 있어요? 통일되면 우리 것이라고요? 적화 통일되면 뭐 우리 것이 되겠지요. 주변의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나서서 얘기하고 자진해서 폐기해야겠죠. 한반도의 평화누구든지 공감하는 것 아니겠어요?
퍼>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면 뺏어 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신> 저는 얘기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방법이야 위험한 방법이 있을 테고 외교적인 방법이 있을 테지만 현재의 방법은 압박을 가해서 김정일이 포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 고 외교적으로 미국에 동참해서 뺏는 방법이 있을 거고 미국이 알아서 하는 방법이 있겠죠. 적어도 그런 방법들에 있어서 우리가 큰 피해가 없으려면 김정일이 인식해야지 않겠나는 겁니다. 위험한 것은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김정일이 ‘대한민국에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좋네’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겠죠.
핵 제거 방법으로서 전쟁에 관한 언급이야 잠시 신혜식씨의 입에 흘러지나 갔었다. 전쟁이냐 평화적 대화냐는 그렇게 흘려버릴 만큼 사소한 문제이다. 제일 중요한 건 절대! 김정일이가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절대 안 된다. 그는 천하의 악인이기 때문이다. 이 지상의 진리는 사뭇 경건해보였다. 앞서 서로 엉겨붙어 다투느라 언성을 높인 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는 혼자서 얼굴에 홍조를 띠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신성불가침의 진리처럼 목숨을 걸고!
5. 후기
퍼> 앞으로 독립신문이 가고자하는 지향이 있다면?
신> 배워가는 과정이 있는 것이고 아직까지는 제가 원했던 수준과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겠죠. 하지만 절대 하나의 가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가질 것이라는 겁니다. 누가 얘기를 해도 그것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겁니다. 논리가 없다는 부분, 사실 논리 가질 필요도 없는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식시키겠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사람이 적어도 우리의 가치를 지키고 같이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 그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에 있어서 지킬 것은 지켜야 겠다는 겁니다. 어느 시점이 닿으면 같이 얘기 할 수 있겠죠. 이건 내 생각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소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려야 겠다는 겁니다. 이것을 가지고 함께 토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불러내고 오마이 뉴스나 한겨레를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인터뷰하고 토론하면 내 생각을 덮어씌워 버리거든요. 저는 그것 안할 거란 말이죠.
앞으로 독립신문은 그런 점에서 대화를 열려하고 있고 모르죠. 뭐. 말한다고 다 실천한다면 군자게요?
퍼> 곧 창간 1주년인데 특별한 행사를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신> 특별한 건 없구요. 뭐 직원들하고 조촐하게 식사 할 계획입니다.
퍼> 오마이뉴스처럼 타블로이드판으로 낼 생각이 있으신지요?
신> 돈이 없어서 못하고 기회가 되면 뭐든지 해야죠.
퍼> 독립신문 활동 말고 다른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신> 독립신문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고 잘 되면 그것에 걸맞는 인재들을 모아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지금 1세대 독립신문을 전투적으로 하고 있는데 길 닦고 있는 거죠. 길을 닦고 하는 것이 몇 십 년 전의 반공투사가 아직도 반공투사가 아니듯이 길을 잘 닦아놓고 하면 저보다 더 좋은 인재들이 이 길을 밟고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퍼> 독립신문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습니까?
신> 같이 모여서 만든 겁니다. 또 때에 맞게 도메인도 구해졌고 해서 만든 거죠. 독립이라는 말 자체가 좋잖아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웃음).
이해집단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것도 있고 너무 뉴스가 많아요.
민족주의에 대해서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뭔가 신선한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다보니까 독립신문이 오히려 신선하다, 그러고 잘통해요. 여담이지만 취재하다보면 ‘독립신문’이라고 그러면 사람들이 신문사로 인정하고 인터뷰도 해준단 말입니다. 신생업체인 ‘뉴스어디’입니다라고 하면 껄끄러워 할텐데 이름 덕도 많이 봤죠.
퍼> 권력으로 부터의 독립이라고 하는데 ‘보수권력도 권력’일텐데요?
신> 그런 권력이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권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언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정부가 잘 못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거죠. 힘 있는 놈 때리는 게 언론이지 힘없는 놈 잡아다 때리는 게 언론입니까? 힘 있는 권력에 대해누구보다 용감하게 비판해보자는 겁니다. 젊은이답게.
이해집단도 여러 가지 사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좋은 목표이외에 개인의 이익이라던가 사회의 불합리한 점을 자기가 취하려고 하는 것 있잖습니까? 잘못된 일들에 대한 집단으로부터 독립해서 이야기 할 건 이야기하겠다는 겁니다.
퍼> 마지막으로 하나 여쭤 보겠습니다. 신혜식 대표께서 바라는 10,20년 뒤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입니까?
신> 대한민국 10 ,20년 뒤의 모습은 김정일이 좀 없어지고 사람들이 좀 자유 왕래를 하고 북한에 가서 부모들도 만나고 거기서 경제 활동도 할 수 있는 북한도 나름대로의 중국식 모델을 채택하더라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또 대한민국은 카드빚이 많고 수출여건도 열악하고 하니까 경제도 살아나고 수출도 잘되고 당당하게 외국에 개방하고 받아들여야 하겠죠. 국민들이 세금을 좀더 많이 내야겠지만 농민들도 복지혜택이 돌아가야 하겠죠. 10년 뒤가 아니라 20년쯤 걸리겠지만 10년 뒤엔 적어도 김정일 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김정일 이야기로 멋지게 마무리를 한 신혜식씨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두시간 하자고 한 인터뷰가 세 시간이 넘어갔으니, 게다가 그렇게 떠들고 불으락 푸르락 했으니 지칠만도 하다. 그리고 거울을 보진 못했지만 우리들의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흙빛으로 변해 있었을 것이다.
<독립신문>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두 명의 인터뷰어는 지하철을 타러 갈 때 까지 특별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사무적인 몇 마디를 나누고는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얼마간 지났을 때 우리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신혜식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글쎄요, 외계인일까요?”
신혜식은 인터넷 공간에서는 물론, 현실세계에서도 낯선 존재였다. 애매함의 미덕이 필요한 요즘 세상에서 저처럼 단호한 신념가는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신념이 보수라는 이름이라면 말이다. 오류와 모순을 가득 안은 채 보수라는 신념을 위해 핏대를 올리고 있는 그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만 할까,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