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집회자들

즐거운 시위에 관하여 , 반전시위에 가다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그들이 사찰에 잘 협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 전에 대한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미국의 전쟁 논리가 설득력이 없는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이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언급 대신에 “이라크가 무장해제 의무에 대한 ‘중대 위반을 저질렀다”는 새로운 논리로 공격의 당위성을 유엔에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유엔의 동의가 없더라도 미국은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피의 제물로 석유를 짜내는 전쟁. 그것은 공화당의 뒷돈을 대주며 ‘조지 부시를 탄생시켰던 군산복합체에 의해 치밀하게 짜여진 ‘군수물자 소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를 얻고 있으며 ‘추악한 미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15,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긴박해져 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최대 천만 명의 시민들이 반전시위를 벌였다. 서울에서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학생, 시민 2000여 명이 모였다.

 

 

 

#1 깃발의 양면성

 

 

수많은 깃발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다. 초대형 스피커에서는 집회 사회자의 ‘정치 발언연대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고 길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Stop The War!”라는 구호를 따라하고 있는데 동행한 친구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반전도 좋고 반미도 다 좋은데 저 깃발 때문에 도무지 앞을 볼 수가 없어. 우리나라 집회에서는 왜 저렇게 깃발을 중요하게 여기는 걸까? 깃발 아래 뭉친 사람들만 소속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시 제외되고

 

나는 “녀석, 반전 집회에 왔는데 딴청부리지 마라”며 면박을 주었지만 깃발 아래에서 함께 섞일 수 없는 소외감은 쉽게 감출 수 없었다. 깃발에 있는 두 개의 얼굴, 사람을 모이게도 하고 다르게 구분 짓기도 한다. 과연 저 수 많은 깃발 아래에는 반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까. 학교를 떠나고 집회장 뒤쪽을 어슬렁거릴 때에는 항상 그런 고민을 해야 했다. 지난번 촛불시위와는 사뭇 다른, 다시 깃발의 행진이다.

 

 


 

#2 뒷걸음질

 

 

깃발 아래에 섞이지 못하고 빌빌거리며 방황하던 친구와 나는 집회장을 빠져나와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뽑아들고 벤치에 앉았다. 왜 섞이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잠시 우울함에 빠져 있던 나는 집회장 옆쪽 상설 공연장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았다. 웬일인지 그 친구들은 불만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친구> 무슨 댄스 팀인가 본데? 반전 시위 열린다는 소리 듣지 못한 모양인가 보다.

 

학생들은 공연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툴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꽤 오래 준비를 한 것 같은데 공연도 못 하고 돌아가니 반전이고 뭐고 하는 소리가 그 친구들에겐 공염불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3 반전을 외치는 사람들

 

 

시간이 흐를수록 반전 집회의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메인 무대에서는 민중가수 ‘우리나라라는 팀이 가슴이 미어지는 노래를 하고 있었지만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저들끼리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상황이 국제적인 이슈였던 탓인지 꽤 많은 외국인들이 참석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행사장 뒤쪽에 자리를 잡고 “stop the war, Terrorist George Bush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집회가 열리고 있는 공원을 빠져나오자 길가에서 피켓을 들고 노래를 하는 사람, 조지 부시의 분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 서명운동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 앞에는 누가 나서서 선동하지도 않으며 사람들에게 강요하지도 않는 등 깃발 아래 모인 시위대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제도화 되어버린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개별적 존재로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정한 중심 아래서 인정되었던 가짜 다양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모습 말이다. 이미 촛불시위에서 보았듯 지금까지 한 깃발 아래에 뭉친 하나의 공통된 중심은 이제 천천히 비중심화 된 다양한 모습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울 듯 이 사람들 또한 각자 제 목소리로 반전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 곳에서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은 IPT라는 단체를 홍보하며 반전 서명운동을 받고 있던 김영집(25) 씨였다.

 

우리는 인간 방패가 아니다

 

퍼슨웹(아래 ‘퍼‘)> IPT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김영집(아래 ‘김‘)> IPT(Iraqpeace.ngotimes.net)는 “국제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회당만이 아니라 전쟁에 반대하는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3명의 활동가들이 이라크에 먼저 가 있습니다.

 

지난 2 7일 한상진(38), 남효주(17), 이영화(43) 씨가 전쟁을 막겠다며 이라크로 떠났다고 한다. 이들 3명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전쟁을 온몸으로 막기 위해 온 국제 IPT회원들과 함께 이라크 주변 국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 언론에서 말하는 인간방패라는 조직이 바로 이곳입니까?

> 인간 방패요?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가 ‘인간방패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방패라는 의미가 군사문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평화를 위해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고요. 일부러 인간방패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초기에 조금 썼고, 지금은 내부적으로 정리를 해서 “이라크 반전평화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전쟁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라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할 상황일 텐데요?

> 이라크에 바로 갈 수 없어서 일단 요르단에 가 있습니다. 거기서 이라크로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이라크로 들어가지 못할 경우 요르단에서 난민 구호활동을 펼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말고도 여기 한국에 있는 회원들은 이 상황을 알리기 위해 모금운동과 여론 형성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국에서 ‘이라크 반전 평화팀으로 이라크 현지로 직접 나가는 조직이 얼마나 더 있습니까?

>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사회당이나 여성운동을 하시는 여성인권연대, 그리고 개인자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일 (216) 7명의 활동가들이 이라크로 추가 출국할 예정입니다.

 

> 김영집씨도 직접 나가실 계획입니까?

> 마음은 나가고 싶지요. 하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서 직접 나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상황을 알리고 여론 형성하는 게 제 몫이죠. 항상 그분들과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인간방패 ‘이라크 반전 평화팀의 소식을 직접 전해 듣는 순간이었다. 전쟁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그야말로 사지(死地)로 뛰어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떠난 것일까? 이들은 현재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시민들과의 연대 속에서 “이라크 반전 평화팀”을 진행한다고 했다.

 

우리의 반전시위는 자발적이고 즐기는 것

 

IPT가 서명운동을 하는 바로 옆에서 시끄러운 록 음악이 흘러 나왔다. 네티즌들의 반전 집회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대형 이동차량 안에서는 록 밴드가 릴레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그 앞에 검은 베일을 쓴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위라기보다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소품들과 의상이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 어떤 단체이고 무슨 의미로 이 행사를 열게 되었습니까?

아망> ‘네모성이라고 인터넷에서 ‘사이버 액션이라는 사이트(www.cyberaction.or.kr)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네티즌들입니다. 저희들이 1231일부터 반전시위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한달 넘게 매주 토요일마다 시위를 진행 해왔거든요. 처음에 3명이 시작했었는데 17명 정도가 되다가 오늘 이렇게 세계 반전시위의 날을 맞이해서 크게 준비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처음 3명이 모여서 시작했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네티즌들의 참여로 이렇게 큰 집회를 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들이 준비한 ‘게릴라콘서트용차량에서 록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반전을 외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위의 사람들은 머리를 흔들고 환호하는 등 집회가 꽤 요란스러워졌다.

 

> 구호가 없는 대신에 공연이나 퍼포먼스로 시위를 하시는데 방법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아망> 저희는 원래 침묵시위를 기본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사를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무슨 조직이나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냥 원하는 사람들이 와서 자유롭게 그 날만 시위하고 갈 수 있는 것을 원해요. 자발적인 참여와 즐기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오늘은 저희 회원들이 자비를 들여서 공연을 마련한 거예요.

 

> 바로 길 옆 공원에서 ‘반전 대책위의 집회가 대규모로 펼쳐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망> 저분들의 시위방식은 앞에서 끌고 나가는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들은 저런 것이 체질에 안 맞아요. 분리를 선언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여러 마당에서 최대한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네모성의 반전시위 현장은 ‘반전 대책위 집회와 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었다. 이것을 새로운 시위 문화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진지하지 못한 애들 장난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지함은 제쳐두고,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위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우리가 부정해야 할 또 다른 ‘권력이 아닐까. 네티즌의 시위 참여를 ‘사변적인 것혹은 ‘정통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편협함때문이 아닐까.

 

네티즌은 각자 개별적 존재로 사유하고 있고 기존의 방식보다 생각의 범주는 훨씬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촛불시위의 ‘앙마의 경우 네티즌의 시위 참여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개별화되어 있고 게릴라 같은 성향을 가진 그들의 행동방식은 앞으로 더 두고 볼일이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새로운 웹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결국 그들이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어디인가를 조급하게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하나로 뭉쳐야 하지 않아?

 

‘네모성반전시위 현장을 빠져나와 잠시 후 의료노조 해고 노동자 황인섭씨를 만났다. 황인섭씨는 이번 반전 집회를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참가했다고 한다. 미국의 전쟁의지를 막는 길은 조지부시가 전쟁을 왜 하는가부터 알아야 하고 그것을 조직적인 반전운동으로 확장 시키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저희들은 보건의료 노조 강남 성모병원 해고 노동자들입니다. 저희가 이 집회에 나오게 된 이유는 부시가 전쟁을 일으키는 목적이 석유와 군산복합체와 연결되어서 하는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석유 같은 것은 전 세계가 함께 공유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강국자본이 독식을 함으로써 오는 신자유주의적인 폐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해고 노동자입니까?

> 보건의료 노조에서 나오신 분들이고 해고노동자들도 함께 섞여 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은 15명 정도가 나오셨네요. 저도 작년에 파업 때 해고가 되었습니다.

 

> 오랫동안 해고자로 생활하시면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텐데요?

> 소외되고 괄시받는 민중들이 이러한 집회나 행사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낼 때만이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들이 파업을 할 때에도 여기 계신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겁니다.

 

> 바로 옆에 네티즌들이 진행하는 집회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반전과 관련되어서 하는 것이고 다양성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문제는 하나로 힘을 모아내는 작업들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는 ‘하나로 힘을 모아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네티즌의 집회를 비판하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하나의 명확한 구심을 통해 집결해 내는 것은 공동의 체험이 없는 이상 불가능 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차피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요하거나 지도하는 일은 개인의 사상이나 행동 방식을 억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황씨의 말대로 독립된 개별의 행위들이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의미를 갖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외계인들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좀 뜬금없는 것 같지만 언론에 ‘복제인간 탄생설을 주장하며 화제에 올랐던 ‘라엘리언 무브먼트라는 단체가 반전 집회에 나와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외계인들도 전쟁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외계인 분장을 하고 나온 그들은 단연 사진기자들에게 좋은 꺼리를 제공했다.

나는 이 단체의 회원들에게 집회에 나오게 된 동기와 주장을 들으려 했으나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다. 때문에 심도 있는 인터뷰는 불가능했고 간단한 대화만 주고받아야 했다.

 

> ‘라엘리언 무브먼트에서 반전 집회를 나오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 라엘 성하께서 말씀하셨듯이 지금 이 세계는 어느 때보다 귀감으로 삼아야 할 사람은 조지 부시가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입니다. 비폭력만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말씀을 하시고 우리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평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앞으로 기회만 된다면 우리 회원들이 매번 반전 시위에 나올 겁니다.

 

‘라엘이라는 사람이 이 단체의 대표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라엘은 프랑스의 한 스포츠 잡지의 기자로 1973 12 13, UFO를 타고 온 ‘엘로힘이란 우주인을 만나 6일 동안 회견했다고 주장했다.

 

> 그 외에 다른 목적이 있지는 않나? 뭐 전도를 한다던가 하는 것 말입니다.

> 그런 건 없어요. 우리 ‘라엘리언 무브먼트는 아시다시피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졌기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주인들도 평화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위해서죠.

 

> 개인적으로 이 반전 집회를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 정말 감동적이예요. 부시는 평화를 원하는 우리들의 의지를 짓밟아야만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전쟁을 하려는 미국과 부시를 막아야 하죠.

 

자세한 내용들을 알고 싶으면 ‘라엘리언 무브먼트의 홈페이지(www.raelian.co.kr)를 접속해보거나 전단지를 자세히 읽어보면 된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가장 도발적이고 개성적인 비순응주의 철학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자신들과 미국의 전쟁 의도가 서로 대치되기 때문이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라엘리언 무브먼트회원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반전이라는 이름 아래 시위 참가자 어느 누구보다 확실한 이미지를 남기고 있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자신들이 외계에서 왔다는 종족들과의 대화로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잠시 벤치에 앉았던 친구는 외계인에 관심이 가는지 그쪽에서 나눠준 전단지를 말없이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다가 한마디 던졌다.

 

친구> , 이것 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엘로 힘이란 우주인이 만든 거라는데?

 

 

 

이라크 북한이 뭘 잘못했어?

 

‘라엘리언 무브먼트에 호기심을 가졌던 친구는 곧 흥미를 잃었는지 다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바로 옆에서 할아버지 몇 분이 두런두런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 어떤 분들하고 반전시위에 나오셨나요?

최종대> 평화통일연대라고 노인네들 많이 모여서 있는 사랑방 모임 비슷하게 된 곳인데 그곳에서 나왔지.

 

> 할아버지께서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전엔 난 잘 몰랐었는데 살다보니까 조금씩 알게 된 거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작은 나라들, 힘없는 나라들을 무조건 짓밟고 있어. 그 다음에 연쇄적으로 또 더 작은 나라들을 치고 있잖아. 그건 소위 자기네들의 패권 같은 것이 전쟁 목적 같은데. , 이라크가 뭘 잘못했어.

 

> 작은 나라로 치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잖아요.

> 앞으로 제 2차로다가 북한을 공격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야. 북한이 뭘 잘못했어. 국가대 국가로 치면 약하다고 때리는 것 밖에 더 되겠어? 더군다나 우리는 한민족이 공동선언 이후에 통일을 원하는 마당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도 전쟁에 반대해야지. 우리같이 나이 먹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지금 함께 전쟁을 반대하는 의사를 다분히 표시해야 해.

 

며칠 전 가 “주한 미군 최악의 사태 대비”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것은 한반도 내의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이라크 전 발발 이후의 공격 대상이 북한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가 벌써 50년 이상 대치되어 있었고 휴전선 근처에 각국 전력이 주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언론이 요란법석을 떨며 “떠벌이는 이유”는 이라크 이외의 희생양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는 증거로 평가된다.

 

이것은 또한 한국의 시민들이 이라크전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한 ‘오버액션이다. 남북간의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 “반전!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전쟁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오버액션.

 

시위가 끝나갈 무렵 세 명의 아랍인들을 만났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무슬림이며 이라크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무슬림> 산업 연수생으로 1년 전에 한국에 왔습니다. 나는 전쟁이 싫어요. 우리 국민들이 죽어가는 것도 볼 수 없고요.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온 겁니다. 무슨 이유가 되어서든 죄 없는 시민, 여자와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절대 볼 수 없습니다. STOP THE WAR!

 

현재 이라크는 유엔의 경제 제재로 인해 가족이 병에 걸려도 약을 살 돈이 없고 병원에도 약이 없다는 상황이라고 한다. 약이 없어 죽어간 어린이가 50만 명이며 이들 대부분은 1991년 사막의 폭풍 전쟁 시 미국이 사용한 열화우라늄 탄에 의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 전을 감행할 경우 민간인 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140만 명이 사상할 것이라 한다.

 

옆에서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 노동자분이 친절하게 해석해 주셔서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 무슬림 친구들은 원래 자신들의 동료들이 있던 곳으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날 세계시민들이 외친 반전의 목소리는 비단 이라크 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전쟁 반대는 것은 곧 전 세계로 확전될 가능성을 막자는 이야기이며 생명을 담보로 물질을 위한 전쟁을 벌이는 국가 권력에 대한 세계 시민들의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