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

1. 의정부 부대찌개

 

 

 

배우 이얼은 광릉 수목원 근처에서의정부 부대찌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영화배우와 부대찌개,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나는 계속 불안했다. ‘연기를 그만둔 건가?’ ‘연기를 그만두었다면 어떤 얘기를 나누지?’……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포천으로 들어선 이후에도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포천에서 광릉수목원으로 향하는 작은 국도로 들어선 지 얼마 후의정부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쓰여진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의정부부대찌개‘, 수더분한 간판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처음 만나지만 낯익은얼굴이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주고 있다. 츄리닝 차림의식당주인이 바로 이얼이었다. 문간에서 카메라를 들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인터뷰 때문에 온 사람들이란 걸 금새 알아챈다.

 

 

 

이얼: ..인터뷰…?

 

 

 

퍼슨: . 안녕하세요. 퍼슨웹입니다.

 

이얼: 반가워요. 이얼입니다. 이리로 앉으세요.

 

 

 

퍼슨: . 식당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이얼: 작년에 영화 끝나고 8월에 시작했어요. 영화사에서 돈 많이 줬으면 식당 안 해도 되는데…(웃음) 보자..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하나?

                                              

 

 

퍼슨: 저희는 얘기되는 거의 그대로 담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이얼: .. 얘기하는 거 다

 

 

 

퍼슨: . 일반적인 기자들에게 하는 것 같은 공식적인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됩니다.

 

이얼: 이거 나가서 가게에 손님 좀 많이 왔으면 좋겠네. (웃음)

 

 

 

퍼슨: 노력하겠습니다.^^

 

 

 

퍼슨: 저희가 이런 저런 자료를 준비해 보았는데, 선생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선생님이 얘기를 많이 해주셨으면……

 

이얼: 선생님이란 표현은 좀 뺐으면 좋겠는데……

 

 

 

퍼슨: . 마땅한 호칭이 생각이 안 나서요. 형님이라고 불러도?

 

이얼: , 그러면 더 좋고.(웃음)

 

 

 

그의 나이는 39살이다. 내 주위에도 그 또래의들이 많으니 나 또한 선생님보다는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편할 터였다. 인터뷰 내내젊은 사람들이란 표현을 즐겨 썼던 그는 스스로를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몇 번이고 역설했다.

 

 

 

퍼슨: 가게에 방해 안 되는 시간에 잘 찾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얼: . 그런데, 요즘은 황사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안 와요. 황사가 오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잘 안 오죠. 평소에는 근처에 광릉 수목원이 있어서 날씨 풀리면 사람들이 많이 와요.

 

 

 

퍼슨: 그냥 밥 먹으러 왔다가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나요?

 

이얼: 가끔 있어요. 근데 그게 좀 그렇더라고. 서빙하고 있는데영화배우 아니냐고 그러면.(웃음) 그런데, 난 인터뷰 한다고 해서, 카메라가 오는 줄 알고 사우나하고 왔는데.(웃음)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퍼슨: 술은 많이 하시는 편입니까?

 

이얼: 좋아합니다. 일에 지장이 없다면 매일 마시고 싶은데, 양으로 따지면 많이 못 먹죠. 어제도 뭐, 소주 한 병, 맥주 두세 잔 정도? 저 혼자 마실 때도 있고, 집사람이랑도 먹습니다. 밖에 나가면 아무래도 많이 마시게 되고 사람들이랑 어울려야 하니까, 주로 집에서 마시게 되죠.

 

 

 

퍼슨: 두 분은 연극을 같이 하다가 만나신 건가요?

 

이얼: 아니요. 제가 연극할 때 집사람이 공연 보러 왔다가 만난 거에요.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다가 나중에 얼굴을 트게 되었죠.

 

 

 

퍼슨: 뉘앙스로 봐서는 사모님께서 먼저……? 혹시 팬으로?

 

 

 

이얼: 친구가 출연하는 걸 보러 왔다가 내가 옆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퍼슨: 그러면 주로 누구의 의도로?

 

이얼: (헛기침, 웃음) 아무래도 뭐, 내 쪽이 아닐까. (손님 입장)어서 오세요!

 

 

 

이 때 제법 많은 손님이 들어와서 잠깐 인터뷰를 멈추고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영화배우나 연예인이 운영하는 가게라 하면 멋진 인테리어에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카페만 연상을 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인테리어랄 것도 없는 평범한 식당에서, 주문 받고 음식 나르고 식탁에 떨어진 음식을 훔치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다.

 

손님들은 카메라며 녹음기를 놓고 얘기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무척 의아해하는 눈치였는데, 어떤 손님은 계속 사진을 찍는 우리를 보고, ‘맛있는 집, 멋있는 집이란 프로그램에서 나왔냐면서, 자기도 좀 찍어 달라고 했다. (퍼슨웹을 그런 프로그램에 비교하다니^^)

 

 

 

퍼슨: 연극과 영화 외에 다른 일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얼: . 먹고 사는 문제로 해서, 여러 가지 했었죠.

 

 

 

퍼슨: 타이에서도 일을 하셨다는데?

 

이얼: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일했죠.

 

 

 

퍼슨: 연극배우에서 여행가이드로, 영화배우 하면서 이 가게도 하시고?

 

이얼: 그렇죠. 작년에 대충 통밥을 딱 재보니까 돈이 쉽게 벌릴 것 같지가 않아서, ‘일단은 최소한의 벌이를 안정적으로 해 놓고 하나하나 진행해가자이런 생각으로 가게를 시작했어요.

 

 

 

퍼슨: 타이에 가기로 결정한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얼: 거기에 형이 있었어요. 친형이 거기 있어서,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죠. 근데 그 때 누구나 다 알다시피 IMF가 딱 걸렸을 때라서……

 

 

 

퍼슨: 98년 쯤인가요?

 

이얼: . 딱 걸려 가지고, 우리 형부터 망가지기 시작했으니까, 나를 챙겨 줄 수가 없는 거지. 내가 봐도 비젼이 없더라고. 일단 외국생활이 나랑 안 맞아. 그래서 일 년만에 중도 하차하고 나왔죠.

 

 

 

퍼슨: 갈 때는 타이에 정착하려고 가신 건가요?

 

이얼: 그랬죠. 정착하려고.

 

 

 

퍼슨: 그럼 연극은 그만두실 생각이었습니까?

 

이얼: .

 

 

 

퍼슨: 영화나 연극에 벽을 느껴서 그런 건가요?

 

이얼: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연극을 더 이상 안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도 했었고…… 두 가지가 다 맞물렸던 것 같아요. 그때는 연극이 정말로 힘들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런 문제들 때문에 그 쪽으로 선택한 거였죠.

 

 

 

퍼슨: 타이에서 돌아오고 나서 바로 연극을 다시 시작하셨나요?

 

이얼: 아니요. 바로 시작하지 못했어요. 제가 술 먹으면 가끔 이 얘기를 하는데, 그 때 공항에 딱 떨어지니까 주머니에 3만원이 있는 거야. 3만원 가지고 우리 누나네 집에 가는 데 택시 타니까 2 5천원인가 나오더라고. 그때는 다 어려울 때라 형제든 누구든 아무한테도 돈을 빌릴 수도 없었어. 춘천에 있는 선배한테 갔다가 거기도 어려워서 의정부로 흘러 들어왔지. 의정부에 친척이 있었어요. 그 때 집 하나 빌려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설정이랑 비슷해지네요.

 

이얼: 성우라는 인물이 그렇더라구요.

 

 

 

이얼은 전력이 매우화려한사람이었다. 연극배우에 여행가이드, 영화배우에서 식당경영까지.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때 에어콘 수리기사도 했다고 한다. 극단 연우무대를 통해서 연극계에 입문한 그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건 역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연인성우역을 통해서인데, 영화내에서성우는 어린 시절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한 음악을 끝까지 지켜 나가는 인물이다. 연극과 영화 혹은 소설에서 자주 만나는 캐릭터이어서 도식적인 인물일 수도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젊을 때의 열정을 간직하며 사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는가.

 

 

 

*이얼 찾아가는 길

 

동부간선도로를 끝까지 타고 가다 의정부쪽으로 튼다. 거기서 포천쪽으로 가다가 두 번째대전차장애물을 끼고 우회전하다가 쭉 가면 왼쪽에의정부부대찌개라는 간판이 보인다.

 

2. 무대와 스크린

 

 

 

인터뷰를 위해 그를 찾아가는 중에 무엇보다도 궁금했던 것은 그가 연기를 계속하고 있는지와 배우로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그가 자신의 활동 공간인 무대(연극)와 스크린(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여타의 인터뷰*에서는 현재의 직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연기를 그만두신 겁니까?’라고 직설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우회로를 택했다.

 

   * 와이키키 브라더스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 : http://www.waikikibrothers.com/wakiview/view.htm

   * <씨네21>과의 인터뷰: http://www.cine21.co.kr/kisa/sec-002500501/2001/10/011024180014055.html

 

 

 

퍼슨: 그런데, 요즘 연극이나 영화쪽으로 하는 작업이 있습니까?

 

이얼: . 얼마 전에 동료들하고우인이라는 극단을 하나 만들었어요. 배우 우(), 사람 인(). 가을에 창단 공연 올리려고 준비 중인데 그 공연자체에 제가 참여할 것 같진 않아요.

 

 

 

궁금증은 풀렸다. 그런데, 본인은 공연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퍼슨: ‘연우무대에 있던 동료들이랑 함께 만드신 건가요?

 

이얼: . 거의가 연우무대 있던 사람들이에요. 연우무대 있던 우리 또래 사람들이 다 나와서 하는 거죠. 외부에서도 좋은 사람들이 많이 와 주었어요.

 

 

 

퍼슨: 연우무대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이 많죠?

 

이얼: 그렇죠. 문성근 선배님, 김민기 선생님…… 한창 활동했던 친구들 중에 송강호씨도 있죠

 

 

 

퍼슨: 요즘 연극계에서 영화로 많이 진출하는데, 한때 연극계 내부에서 그런 현상을 안 좋게 봤다고 그러던데요?

 

이얼: 저희 또래에서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는데. 선배님들 중에서 일부는 달가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별 상관없다고 하는 쪽도 있었고. 지금은 영화와 연극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연출하시는 분이나 희곡 하시는 분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배우 쪽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죠. 제 생각엔 (연극과 영화사이의 경계가) 무너질 것 같아요. 희곡 쓰는 분들도 시나리오를 쓸 수 있고, 연출하는 분들도 단편영화 하면서 감독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배우분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 될 것 같아요. 그래야 또 나아질 것 같고.

 

 

 

퍼슨: 연극계에서 수업을 쌓고 영화계로 진출하겠다는 경향이 심해지면, 연극계 입장에선 상당히 애로점이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연극을 영화로 가기 위한 과정이나 수업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이얼: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진 않을 거에요. 궁극적으로 연극은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젊은 우리들의 감각에도 맞지만, 연극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어도 오랜 친구 같고, 고향 같은 거죠. 연극은 1년에 한 편정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 나름대로의 독특한 체계가 있고, 자유롭죠. 저 같은 경우에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연극을) 버린다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강호도 그렇고. 강호 같은 친구들이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그렇지, 여유가 된다면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은 얼마든지 있을 거에요.

 

 

 

퍼슨: 그런데, 계속 연극만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이얼: 그렇죠. 하지만 꼭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영화에 시선을 돌리는 것은 아니에요. 영화가 분명히 하나의 문화패턴으로 자리를 잡았고, 배우라면 영화라는 쟝르에도 많은 욕심을 가지게 돼요. 단순히 돈의 문제는 아닌 거죠. 저 같은 경우에도, 영화가 경제적인 도움도 되지만, 그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더 큰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예전에는 소위 고급인력들이 연극에 많이 모였죠. 근데 이제는 골수가 아니면 영화로 많이 가더라구. 예전에는 신입단원을 뽑으면 많이 모였는데 요즘에는 아무래도 많이 줄었죠. 하지만, 연극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 분명히 그만의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도 연극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존재하니까.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도 보듯이, 음악쪽으로는오부리판이라는 것이 많잖아요, 환갑잔치든 나이트밴드든, 물론 원하는 방향은 아니라 해도, 자기가 현재 하는 것을 가지고 돈을 벌 수가 있는데, 연극은 그런 면에서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이얼: 그렇죠. 음악 하시는 분들은오부리라도 하든지, 아니면 렛슨을 하면 되는데, 연극은 진짜 힘들어요. 그래서 연극하는 사람들 중에서 엉뚱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선배들도 식당을 한다든지 카페를 하는 경우가 많죠. 아니면 집사람이 좀 확실하게 자리잡아서 대 준다든지.

 

 

 

*오부리: 영화를 꼼꼼하게 본 사람들이라면, 강수가 정민에게그럴려면 오부리나 뛰어라라는 대사를 한 게 기억이 날 것이다. ‘오부리는 자신의 음악성을 보여주기보다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공연, 즉 나이트클럽이나 환갑잔치 등에 가서 연주하는 걸 말한다. , 영화에서 보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사실은 전형적인 오부리밴드인 것이다. 혹자는오부리라는 말이 음악용어 ‘obbligato’의 일본어식 변형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다.

 

이얼은 연극과 영화의 호환성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웠다. 자기 자신이 연극과 영화를 오가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기라는 한 지붕 안에 연극과 영화가 충분히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두 살림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퍼슨: 독립영화 쪽으로도 작업을 해보셨나요?

 

이얼: 얼마 전에도 영상원 작업을 하나 했었는데, 별일 없으면 계속 해보고 싶어요.

 

 

 

퍼슨: 차이가 뭐죠? 일반적으로는 개봉관에 걸리느냐 마느냐를 기준으로 생각하는데, 메이저 영화사들이 제작하는 영화와 독립영화와의 차이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얼: 차이점이 많죠. 일단 작업하는 스타일이나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요. 독립영화의 매력적인 점은 적은 인원이 모여서 더 디테일하게 많은 대화를 통해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거죠. 독립영화 같은 경우는난 감독이고 넌 배우다이렇게 따로따로 놀지 않아요. 그냥 구분없이 작품을함께만드는 거죠. 그래서 전 가능하면 해보고 싶어요. 상업영화는 아무래도 실험성이 덜하거든요. 단편영화는 연출과 배우 모두가 다양하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죠.

 

 

 

퍼슨: 독립영화에도 아쉬운 점이 있지 않습니까? 너무 아마추어적이라든지…..

.

이얼: 그런 점 때문에 작업할 때 힘들긴 하죠. 현장에서 진행이 잘 안 된다든지.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해요.

 

 

 

퍼슨: 현재 영화계에서 한참 활동 중인 세대와 그 이전의 선배그룹들과는 작업방식에서 차이점이 많습니까?

 

이얼: 선배 세대들하고는 큰 차이가 나죠. 박찬욱 감독, 김지운 감독, 장진 감독과 그 위 선배들은 차이가 많아요. (선배들은) 아무래도 다양하지 않은 것 같고. 조금 더 보수적이고 배우와 감독과 만나는 방식도 조금 덜 개방적이죠. 박찬욱 감독 세대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습을 한다고 할 수 있어요. 각본을 두고 배우와 감독이 연습하고 실험하면서 전 과정을 가는 거죠. 저는 선배들하고도 영화를 해봤지만 지금처럼 작업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예전에는 단역 배우에게는 대본도 안 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앞으로 후배들은 더 달라지겠죠.

 

 

 

퍼슨: 그 전의 감독들은 가부장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얼: 그렇죠. 얼마 전에도 <정글 주스> 찍었던 조민호 감독이 그런 얘기 하더라고요. 영화감독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왜 배우들이 와서 겁을 먹는지 모르겠다고. 그것 자체가 아직도 옛날의 잔재거든요. 연극판 같은 경우는 연출하는 형이랑 배우하는 후배가 거의 친구처럼 지내요. 영화는 현장의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감독의, 리더로서의 역할만 강조되는 면도 있지만, 그런 점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배우로서는 좀 아쉽죠. 영화가 결국은 감독의 작품이지만 배우가 중요하잖아요.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확 달라지니까. 결국 배우한테 무언가를 빼낸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이에요. 그런 관계들이 더 나아지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박찬욱 감독님의 촬영 현장이 분위기가 그렇게 좋다고 하더군요. 매우 부럽죠. 배우에게서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있으니까.

 

 

 

퍼슨: 역시 감독과 배우와의 소통 문제가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라는 말씀이군요.

 

이얼: 그렇죠. 연출이라는 것은 배우에게서 연기를 뽑아 내어 자기가 짠 모양새로 가게 하는 것인데, 그걸 어떻게 원활하게 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죠. 연출과 배우가 함께 만족하는 방식. 똑같은 배우를 썼는데 (연기를) 덜 뽑아낼 수 있고 더 뽑아낼 수 있는데 그건 감독의 역량이거든요. 배우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해 봐그래서 100프로하고 연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죠. 좋은 감독과 만나면 역량 이상으로 나올 수 도 있는 것이고. 감독이 그래서 머리가 아파요. 배우하고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배우의 연기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 그게 큰 관건이죠. 시나리오나 극본은 자기 맘대로 쓸 수 있지만 배우는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잖아요. 그런 건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배울 수 없죠.

 

 

 

퍼슨: 임순례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이얼: 임순례 감독님은 얘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얘기를 많이 했어요. 캐스팅 되고 촬영 나가기 전까지는 기타를 배워야 했었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현장에 가서야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죠. 그런데 임순례 감독님 스타일 자체가 배우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퍼슨: 이런 질문은 우문인지 모르겠는데요.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하시는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이신가요?

 

이얼: 글쎄요. 반반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다음에 들어오는 것이 영화든 연극이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죠. 더 준비를 하려면 뭔가를 더 배워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안 되니까, 대신, 일상생활에서 관찰을 열심히 하죠. 배우는 관찰하면 되거든요. 저런 역할을 내가 맡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찰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3. “와이키키 뒷談話

 

 

 

우리가 이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또한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와라나고 재상영 결정‘(‘와라나고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의 첫글자를 따서 지었다.)이라는 기사를 보았고, ‘어떤 영화들이길래 재상영까지 하나하는 호기심에 보게된 4편의 영화중 가장 먼저 본 것이 <와이키키 브라더스>였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 영화에 대해서 물어본다. 뭔가 좀 숨겨진 뒷이야기가 없나 하고.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함께 출연하신 분들과는 지금도 자주 만나시나요?

 

이얼: . 지금도 연락해요. 드럼 쳤던 황정민은 지금 이라는 명필름 차기 작품에 송강호랑 김혜수씨와 함께 캐스팅 됐고, 올갠 쳤던 박원상은 연극도 하고, 이런 저런 영화에도 많이 나와요. <정글 쥬스>에도 출연했죠.

 

 

 

퍼슨: 박원상씨는 가족이 다 출연했다고 하던데. 그 오락실에 있던 꼬마가……?

 

이얼: 아뇨. 오락실에 있던 애는 최지열 촬영감독님 아들이고, 마을버스에서 애 안고 있던 여자가 아내고, 우는 애기가 원상이 애기죠. 동식이, 지금 많이 컸겠다.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포스터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명필름이 마켓팅을 잘 하기로 소문이 난 것 같은데, 류승범만 포스터에 내세우는 방식이 아쉽더라구요.

 

이얼: 그런 질문을 어느 기자가 한 번 하더라고. 주인공인데 섭섭하지 않냐고. 근데 뭐 그런 것 없었어. 오히려 승범이 때문에 관객이 많이 든다면 그게 훨씬 저한테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죠.

 

 

 

퍼슨: 관객이 어느 정도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셨습니까?

 

이얼: 정확한 예상은 못 했죠. 십오만이 봤다고 공식적으로 나온 것 같은데, 개봉하기 전에 배우들끼리 내기한 적이 한번 있어요. 나는 20만이라고 얘기했고 승범이는 100만인가 90만 얘기했고, 그리고 다른 팀들은 다 10만 얘기했었죠. 근데 아쉽기는 해요. 4~5십만 정도는 봤으면 했는데.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개봉관에서 영화가 내린 후에 관객들의 요청으로 재상영을 했잖아요? 그런 경우는 드문데, 배우로서 뿌듯함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얼: 그렇죠. 무척 뿌듯했죠. 명필름이니까 가능한 것이었지, 명필름이 아니었으면 그렇게들 안 하죠. 제작 맡았던 이은 감독님이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와이키키에 대해서 대단히 애착을 가졌었고, 손해를 봐서라도 다시 올리겠다고. 근데 사실은 손해를 안 봤다고 그러더라고. 자기는 손해 볼 일은 절대 안한다고.(웃음)

 

 

 

사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복받은 영화다. 제작자 입장에서야대박을 터뜨리지 못한 게 아쉽겠지만, 종영후 재상영에 팬들앞에서 콘서트도 했으니 배우들 입장에서야 이보다 더한 감동이 있을려나.

 

 

 

야간업소의 비틀즈, 와이키키 브라더스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콘서트도 했죠?

 

이얼: . 그 때 OST 발매 기념으로 해서 한번 했었고, 영화개봉 즈음해서 콘서트도 했고.

 

 

 

퍼슨: 영화에서는 직접 부르신 것도 있습니까?

 

이얼: 없어요. 방에서 혼자 기타치는 씬만 제가 집적 연주했었고, 나머지는 다플레이 백‘*방식이었죠.

 

 

 

* 플레이백(playback)방식 : 영화나 오페라 등에서 음악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해당 scene의 음악과 노래를 먼저 녹음한 다음, 실제 촬영 혹은 상연시에는 이미 녹음되어 있는 음악을 트는 방식을 말한다. 립씽크 아니냐고? .. 알아서 생각하시라.

 

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네 번 봤다. 첨에는 잘 몰랐는데, 반복해서 보다 보니 노래와 입 모양이 잘 안 맞거나 기타반주와 연주하는 손이 따로 노는 장면이 눈에 잡힌다. 이걸 무성의함이라고 보아야 하나. 글쎄. 음악만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위해보긴 하나, 그렇다고 아쉬움이 완전히 가시는 건 아니다.

 

 

 

퍼슨: 연습은 어느 정도…?

 

이얼: 캐스팅되고 난 뒤 두 달 정도. 제가 노래하고 기타 쳐야 되는 것이 23곡 중에서 18곡 정도 되는데, 기타를 쳐보지도 않은 사람이 감당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첫 장면에 나온유로파를 내가 어떻게 치냐고.(웃음) 음악 잘하는 사람이 했었으면 좋았죠. 원래는 김영호씨라고여우와 솜사탕에서 금보라씨의 파트너로 나오는 배우 있죠. 그 친구가 거의 캐스팅 됐었대요. 그 친구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성우라는 인물에 비슷한 거야. 음악도 진짜 했었고. 충주 출신에다, 학교 때 밴드도 했었고. 모든 조건이 맞았는데, 스케줄 때문이었는지 성사가 안 되었고, 설경구씨한테도 들어갔었는데, 설경구씨는 안 한다 그랬고, 최종적으로 캐스팅 된 것이 나지. 촬영 끝나고 감독님이 얘기해주시더라고.

 

 

 

퍼슨: 설경구 씨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두 배우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을 던져 놓고 나니, 순간 잘못 질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에게다른 배우와 비슷한 이미지다라는 말, 무지 실례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그의 대답이 짧게 끝난다.

 

 

 

이얼: 그런 얘기가 많았는데…… 글쎄요. 저는 좋죠. 어쨌거나 훌륭한 배우하고 비교해주는 것이. 근데 스타일은 서로 많이 틀린 것 같아요.

 

 

 

퍼슨: 캐스팅은 감독과 만나고, 바로 결정이 된 건가요?

 

이얼: 아니요. 의정부 살고 있을 때 만났는데, 그 때는 내가 살이 좀 많이 쪘을 때여서, 살 빼고 다시 보자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살을 뺐더니, 해보자고 그러시더라구요.

 

 

 

퍼슨: 임순례 감독과는 이전부터 교류가 있던 사이입니까?

 

이얼: . 그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92년인가에들소라는 작품에 임순례 감독님이 조감독이었고, 박중훈씨, 변우민 씨, , 신은경 씨가 주요 캐스팅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두어 번 촬영하고 펑크났어요. 영화가엎어진거죠. 암튼 그 때 인연으로 임순례 감독님과는 아는 사이였죠. 와이키키의 성우 역할 때문에 감독님이 고심을 많이 한 것 같더라구요. 오디션도 많이 보고. 근데 누군가가 내 얘기를 했나보더라고. 그전에 조감독이었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나를 캐스팅 한다고 얘기를 하니까, 임순례 감독이 옆에 있다가 같이 만나자고 그랬대요. 그런데 그 친구는 나를 캐스팅 안하고, 임순례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했지. 그 친구가 캐스팅 하려던 것이 얼마 전에 끝났던 영화 뭐더라? 김승우 씨 나오고, 최민수씨가 킬러로 나오고?

 

 

 

퍼슨: <예스터데이>?

 

이얼: . <예스터데이>에서 그 친구가 나를 킬러 역으로 캐스팅 하고자 했었는데, 나를 보고 몹시 실망하고(웃음) 안 했지.

 

 

 

퍼슨: 눈매가 킬러의 눈매가 아니신 것 같은데…..

 

이얼: 아니요. 나를 가까이에서 아는 사람들은 킬러 역할하면 잘 맞을 거라고 그래요.

 

 

 

퍼슨: 킬러가 순화될 것 같은데요. 겉으로만 보면.

 

이얼: 킬러처럼 보이는 배우가 킬러역할을 하면 단순해서 재미없을 것 같아. 다이하드에서 나왔던 배우도 악역을 안 했던 배우잖아요. 이름이 뭐더라.

 

 

 

퍼슨: 제레미 아이언스요?

 

이얼: , 맞아요. 그런 거지 뭐. 의외의 캐스팅과 맞아 떨어지는 거. 근데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킬러 역이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해요.

 

 

 

퍼슨: 출연배우들은 어느 장면에 대해 가장 얘기를 많이 합니까?

 

이얼: 다들 이야기가 다른데, 공통되는 부분은 맨 마지막 장면, 오지혜씨가사랑밖에 난 몰라라는 노래 불렀던 장면 있죠? 영화판에 있는 사람들도 그 장면이 진짜 좋았다 그러고.

 

 

 

퍼슨: 통상적인 영화들의 엔딩 방식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세 명이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얼: 사실 마지막 씬이 완전히 전달된 건 아니에요. 시나리오 상으로는 마지막에 지혜가 노래하면서 오르간치는 친구에게 윙크를 보내는데, 그걸 잡아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더라고. 원래 의도는 반복이었거든요. 즉 올갠 주자와 그 여자가 연애사건을 또 터트리고 나는 또 외로운 길을 가고. 시작도 밤무대에서 하고 끝내는 것도 똑같이 밤무대에서 하면서 순환되는 거. 끝이 아니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었는데, 잘 보이지가 않더라고. 결정적으로 오지혜씨가 윙크를 하면 올갠 주자가 윙크를 해야 되는데 원상이가 윙크를 할 줄 몰라. 윙크를 하면 두 눈이 다 감기는 거야.(웃음) 그래서 대충 넘어갔는데, 감독님은 반복과 순환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하더군.

 

 

 

퍼슨: 아하, 전혀 몰랐던 것인데요.

 

이얼: 나도 시나리오 읽으면서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 ‘여자가 오르간 주자에게 윙크를 한다.’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지.

4. 성우 vs 이얼

 

 

 

만난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극중 성우의 이미지와 눈앞에 있는 이얼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걸 자주 느꼈다. 극중 성우의 심성에 활발함을 조금 더한다면 지금 이얼의 모습이 아닐까.

 

 

 

퍼슨: 함중아의내게도 사랑이라는 노래를 좋아하신다구요?

 

이얼: 그래요. 아이러니컬한 것이 뭐냐면, 연습할 때는 그 노래가 제일 잘 맞았어. 주법이랑 입 모양이 거의 다 맞았는데, 촬영할 땐 그게 제일 틀렸어. 이상하게 현장에서는 잘 안 되더라고. 시간이 쫓기기도 했었고. 한 일주일 정도를 계속 그 장면만 찍었는데, 나이트를 빌려야 되는 기간이 있으니까. 영 안 되더라고.

 

 

 

퍼슨: 처음에 볼 때는 그렇게 표가 안 났는데, 여러 번 보니까……

 

이얼: , 여러 번 보면 표가 나죠.

 

 

 

퍼슨: 강수 역할을 했던 황정민 씨가 사운드 트랙에서 대부분의 노래를 하셨죠?

 

이얼: . 나를 빼놓고는 정민이, 원상이, 지혜, 승범이, 해일이 전부 다 노래를 진짜 했어요. 각자의 노래는 미리 녹음해놓고 촬영할 때 똑같이 맞춘 거죠.

 

 

 

퍼슨: 아무래도,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그 이전에 출연했던 연극이나 영화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은데요?

 

이얼: 맞아요. 그래서인지 더욱 아쉬운 것도 많고, 그리고 또 얻은 것도 많죠. 일단, 내가 직접 노래와 연주를 못 했던 것이 너무 아쉽죠. 근데 그것은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음치거든.(웃음) 연기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다시 찍는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것은 모르는 일이니까. 릴레이 시사회를 하면서 영화를 열 번 정도를 봤어요, 그런데,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죠.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더 좋고 다양한 작품을 하게 되겠죠. 킬러 역할도 하고.(웃음)

 

 

 

퍼슨: 와이키키의 성우 역할이 캐릭터가 좀 밋밋해서 연기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을 것 같습니다.

 

이얼: 저는 성우라는 인물이 그렇게 연기를 해도 되는 것인가 모르겠는데, 뒤돌아 보면,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 관객이 그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겠느냐, 그것을 많이 의식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하고 싶다가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했던 거죠. 고민 끝에 영화에서 보이는 그런 색깔을 선택한 거죠. 연기에 대한 반응이 갈라지는데, 저는 제가 선택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 주위에 그런 인물들이 많이 있잖아요. 표현은 잘 안 하지만 말없이 흘러가는…… 그렇게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인물들이 오히려 뚜렷한 캐릭터가 있어요. 성우라는 인물은 잔잔하게 가도 충분히 조화로울 거라는 생각을 했죠. 오히려 역으로 약하게 표현하면 세게 보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약하게 보였다는 것은 엄밀히 이야기해서 세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에요. 정민이나 승범이처럼 다이내믹하게 하는 것이 세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는 내가 더 세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가만히, 조화롭게……

 

 

 

퍼슨: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셨습니까?

 

이얼: 다른 역할도 많이 했죠. , 그러고 보니 <49일의 남자> 할 때도 락커 역할을 했구만. 거 참. 노래도 못하는 사람 자꾸 락커 같은 거 시키고 말이야.(웃음) 좀 쎈 역할은 안 들어오는 것 같아요. 보이는 이미지가 좀 약해서 그런가.

 

 

 

퍼슨: 해보고 싶으신 역할은?

 

이얼: 아까 얘기했듯이, 킬러 역할도 있고. 좀 나쁜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사실 성우 같은 역할이 힘들어요. 연극도 리얼리즘이 어려운데 영화도 그런 역할을 잘못하면 똑같은 이미지 밖에 안 나와요. 캐릭터가 좀 뚜렷한 역할은 이미지가 바뀌니까 배우로서 해볼 만하죠.

 

배우라면천의 얼굴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와키에서의 성우 역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해서일까. 킬러 이얼의 모습이 상상이 잘 안 된다. 한석규가 <8월의 크리스마스>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전작인접속의 이미지와 비슷해서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 ‘이미지 변신은 배우에겐 끝나지 않는 숙제인가 본다.

 

 

 

퍼슨: 근데 신변잡기적인 거 하나만 여쭙죠. 소문에 의하면 대학로에서 ‘3대 미남으로 불렸다고 하는데요?

 

이얼: 그것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에요.(웃음) 김광림 선생님이라고 지금 연극원 원장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그 얘길 했었어요. 스무살 때는 꽃미남이었지. 연우무대에서 같이 작업한 적 있는 이종혁 감독이 부산에서 ‘H’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데, 특별출연 한번만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 아주 오랜만에. 10년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이감독이 그러더라고. 선배님 참 꽃미남 같더니만 이제는 한물 갔다고.(웃음) 그런데 자기는 지금 모습이 더 좋다고 그러대. 담백하게 변한 것 같아서. 근데,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요? 어디 인터뷰하다가 원상인가 누가 농담으로 했던 얘기가 퍼진 모양이네.

 

 

 

퍼슨: 형님과 관련된 자료는 거의 다 뒤졌습니다. 하하. 그런데, 다른 두 분은 지금 저희가 알만한 사람은 아니고요?

 

이얼: 그렇죠. 한 친구는 우진이라고 지금 연출해요. 얼마 전에도 작업 하나 하고 지금 또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 삼대 미남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한 명은 나도 누구인지 모르겠어.

 

 

 

퍼슨: 원래 하나는 조커로 남겨두는 것 아니겠습니까? (웃음)

 

 

 

시계를 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인터뷰를 잠시 쉬기로 하고,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었다. 퍼슨웹의 성격과 이제까지 인터뷰한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가수 한대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고 하니까, 그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가수라며 내용을 궁금하게 여겼다. 우리의 ‘2002 대선 기획 인터뷰건을 듣더니, 그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며 노무현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인터뷰했던 때가 민주당 후보경선의 막바지였다.) 아무래도 영화계 사람들은 명계남을 비롯해서 노무현을 무지 좋아하나 보다. 그런데 노무현. 지금은 뭐하고 있나?

 

이제 어느 정도 친해져서인가? 처음처럼 존대를 하지 않고 편안하게 반말을 섞어 가면서 얘기를 해 주는데 오히려 그게 훨씬 편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빈틈을 보였나, 갑자기얼이형이 인터뷰가 싫다고 한다.

 

 

 

이얼: 그런데 난 인터뷰가 무지 싫어. 인터뷰가 재미가 없어 솔직히. 내가 생각해서 말한 것들이 그냥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건 재미있는데, 나중에 기사 보면 내가 했던 말이지만 내가 했던 말 같지가 않아. 유명하지 않으니까 거절을 못 하지.(웃음)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인터뷰 거절한다, 이런 소리 들을까봐.(웃음) 얘기할 것이 없어. 정말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들 고만고만한 생각들 가지고 살거든. 여러 번 했던 말 반복하게 하는 인터뷰가 재미가 없어.

 

 

 

퍼슨: 인터뷰에 익숙한 사람들을 보면, 대강의 모법답안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얼: 그렇게 되더라고. 자기 마음 속하고는 거리가 있는 말을 하게 돼.

 

 

 

퍼슨: 역으로 저희들도 비슷한 고민이 있는데요. 타성적인 인터뷰를 탈피하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머리를 막 짜보면 상투적인 질문만이 머리에 맴돌거든요.

 

이얼: 그렇겠죠. 게다가 인터뷰라는 게 괜히 사람을 미화시키려고 해. 그래서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하는 <한겨레 21>취중 인터뷰가 한동안 떴던 게 아닌가 싶어. 얼마 전 <씨네 21>에서 <복수는 나의 것> 제작팀이 공동으로 쓴 영화 제작일지를 보니까 재미있더라고.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니까 오히려 더 재미가 느껴져. 그런데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과의 대담, 그건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 ‘하드 보일드니 무슨누아르니 해서 얘기하고. 대담이라는 형식은 별로더라고.

 

 

 

퍼슨: 그러면, 어떤 형식의 영화평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이얼: 글쎄, 바람직한 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게 훨씬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거죠. 새내기 기자들이 무더기로 영화보고 나서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실어 논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한 기자가 와이키키에 대해서 아주 안 좋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공식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하는데, 자기들끼리는 아주 솔직하게 할 말 다 하는 거지. 개인적으로. 그런 게 훨씬 새로웠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저렇게도 볼 수 있구나. 난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해봤죠. 난 영화에 빠져있으니까.

 

 

 

퍼슨: 본인의 연기에 대한 평 중에서는요?

 

이얼: 제일 많은 것이 좀 너무 정적이다, 그러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

 

 

 

본인의 연기에 대한 평에 대해 그다지 맘에 들이 않는 모양이었다. 인터뷰건 서평이건 영화평이건 대담이건 간에 작위적이고 이론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글을 싫어하는 눈치였다. 하긴 매체가 홍수같이 늘어가는 오늘, 우리 또한 함량 미달의 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짜증이 났었고, ‘그들만의 잔치인 글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했었던가.

 

 

 

퍼슨: 가게 때문에 영화를 자주 못 보시겠네요?

 

이얼: 거의 다 봐요. 될 수 있으면 개봉관에서 보죠.

 

 

 

퍼슨: 인상에 남는 영화는?

 

이얼: 제일 인상적인 건 <파이란>, 최민식씨의 눈물연기가 참 기억에 남네.

 

 

 

퍼슨: 배우들 중에선요?

 

이얼: 강호가 참 연기를 잘해요. 이범수 씨도 연기를 참 잘하더라고. 요즘 좋은 배우들이 많은 것 같아. 연극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서인지. 그리고 그 성지일 씨인가 <눈물>에서 악역 맡았던 그 배우 있죠? 그 친구도 연기 잘 하고 그 외에도 연기 잘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 신하균 씨도 잘하고.

 

 

 

퍼슨: 외국영화 중에서는?

 

이얼: <천국의 아이들>. 아주 작은 장면 하나로 미칠 듯한 느낌을 주거든. 신발 떠내려 가는 장면 같은 거. 영화의 장르나 이론 뭐, 그런 거는 내가 잘 모르고, 그냥, 영화보고 나서 술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나고 기분도 좋고 이야기 나누고 싶게 하는 작품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천국의 아이들>, <빌리 엘리어트>, <러브 오브 시베리아>같은 거 좋죠. 스튜디오에서 기타연습하고 있을 때, 임순례 감독이 와 가지고 영화 한편 보러가자고 해서 본 것이시베리아의 사랑이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나랑 영화취향이 비슷했다. 내심, 나같은 문외한들이 잘 모르는심오한영화에 대한 언급이 있을 걸로 기대(?)했는데, 이런 기대 또한 빗나간다. 그는 자신에 대한장식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나 보다.

5. 주민등록상으로는 열살 차이

 

 

 

이얼에게는 아주 예쁜 두 딸과 아내가 있다. 두 딸의 이름은금주‘. 솔이의 이름은 본인이 짓고 금주라는 이름은 작명소에서 지었단다. 두 딸은 인터뷰에 자꾸 끼어 들어 엄마한테 혼이 나기도 했는데, 아버지가 영화배우라는 것도 잘 알고, 특히 TV에 나오는승범이 오빠를 잘 기억한다고. 아내의 이름은 송명희(29). 식당에서 주방을 맡아 일하고 있었는데, 이 즈음 주방일이 정리된 것 같아 인터뷰 자리로 모셔 보았다

 

 

 

퍼슨: 저희가 바쁜데 찾아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송명희: 아니요. 원래는 안 바쁜데.

 

 

 

퍼슨 : 미모가 대단하신데요.

 

송명희: 뭘요.(웃음)

 

 

 

퍼슨: 아까 나이 차가 많다고 언뜻 들었는데, 몇 살 차이세요?

 

송명희: 나이요? 주민등록상으로는 열살 차이 나는데.

 

 

 

퍼슨: . 나이가 열 살 차이면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송명희: 제가 연극을 보러 갔다가 만났는데, 첫인상은 무지 차가웠어요. 저도 가까워질 줄은 몰랐죠.

 

 

 

퍼슨: 직접 연극을 하신 거죠?

 

송명희: 저요? 전문적으로 한 건 아니고, 학교 다닐 때 써클 생활을 했죠

 

 

 

그녀는 무척선한인상이었다. 남편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고, 그런 신뢰를 여과없이 얘기해 준다. 사진을 좀 찍겠다는 제의에잠시만요하더니 가게 지하에 있는 집으로 가서 로션을 바르고 다시 올라온다.^^

 

 

 

퍼슨: <와이키키 브라더스> 어떻게 보셨어요?

 

송명희: 전주영화제 때 처음 보고 극장개봉하고 다시 봤죠. 영화에 대해서는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전주영화제때는 사실 관객의 입장이 못 되겠더라고요. 우리 남편만 보이지 영화가 안 보여 가지고.(웃음) 두 번째 보니까 조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전 첫 장면이 제일 좋더라구요. 가슴이 아주 뭉클했어요.

 

 

 

퍼슨: 관객들은 나체신을 가장 많이 언급하는데요. 자신들의 모습이랑 체화가 되어서인지.

 

이얼: 관객들도 그렇지만, 나도 시나리오 받고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게 그 부분이었어요. 최대한 감정을 몰입해서 하려고 했는데, 역시 내가 노래를 못 하는 것이 너무 아쉬웠죠. 내가 만약 현장에서 진짜 아파트를 불렀으면 감정이 훨씬 더 실렸을 텐데

 

 

 

그 멋진 장면을 못 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잠깐만 설명하자. ‘야간업소의 비틀즈와이키키 브라더스밴드는 7명에서 시작했다가 생활고를 못 이기고 결국 성우 혼자 남게 된다. 성우는 업소 손님인사장님의 강권에 못 이겨 나체인 상태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쓸쓸한 너의 아파트…’

 

 

 

퍼슨: (부인에게)와이키키 영화가 개봉되고 난 이후 그전에 비해 생활에서 바뀐 것이 있나요?

 

송명희: 글쎄. 별로 없어요. 그전에도 배우였고, 지금도 배우이고. 그냥.. 조금 더 유명해졌다는 거 정도?

 

 

 

퍼슨: 연기자랑 결혼하신 것에 대해 후회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영화와키에서도 보듯, 꿈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은 아주 차갑다. 자연인 이얼이 가지고 있는 꿈을, 곁에서현실적으로바라 봐야 하는 그의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예상과는 달리 대답이 너무 쉽게 나온다. ‘준비된 대답은 아닌 듯한데.

 

 

 

송명희: 경제적인 문제라면, 이 사람이나 저나 원체 돈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애들이 생기니까 솔직히 좀 부담을 많이 느끼긴 하죠.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마인드 자체는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퍼슨: 연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한감성하는데, 그럼 점에서 불편하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송명희: 글쎄요. 옆에서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너무 예술 쪽에 치우쳐서 현실적인 감각이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사람은 그렇지가 않아요. 처음에는 그러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균형감각이 있어요. 오히려 제가 없지. 그런데… (녹음기를 보면서) 이것 있으니까 되게 신경 쓰인다.(웃음)

 

 

 

퍼슨: 남편에 대한 불만이 적으신 편이군요.

 

송명희: 불만이라면…… 술 먹는 건 자제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힘들죠. 저는 매일매일 똑같이 일을 해야 되는데.

 

 

 

얼이형이 술을 많이 먹긴 많이 먹는 모양이었다. ‘와키에 같이 출연했던 배우의 홈페이지에 얼이형이랑 인터뷰를 했다는 글을 남겼더니, ‘같이 술 마시면 그 날 안으로는 귀가가 불가능하니 주의할 것이라는충고를 해 주었다. 같이 갔던 후배가 그 총고성 메시지를 보고는 왈, “아깝다, 밥먹고 더 버텨 보는 건데……”

 

 

 

퍼슨: 친구나 후배들이 자주 가게에 들러십니까?

 

송명희: 임순례 감독님, 오광록 씨가 자주 오시죠.

 

 

 

퍼슨: 퍼슨웹에 인터뷰 추천해주실 만한 사람이 있으시다면?

 

이얼: 김태웅 씨요. 우인 대표이자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우인을 만든 취지가 연극과 영화의 벽을 허물어 보겠다는 거였거든요. 영화 연출과 함께 시나리오도 써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30대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요.

 

 

 

퍼슨: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이얼: 자주 찾아 뵈야 되는데,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와이키키에 버금가는 영화로 찾아뵙겠습니다.

 

 

 

퍼슨: 사모님께서도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송명희: 또 다른 작품에서 이 사람의 더 많은 모습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다. 오후 2시께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인터뷰가 끝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혹시민폐가 될까 싶어 그냥 나오려고 하는데, 굳이 사모님이 말려서 밥을 먹었다. 고마워라^^ 사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가서 무지 배가 고팠던 차였다. 밥을 맛있게 먹고 짐을 챙겨 일어났다.

 

 

 

퍼슨: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구요. 밥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얼: 잘 가요. 아 참. 저기 있는 담배 가져가요. 일부러 샀으니까.

 

 

 

퍼슨: , 고맙습니다.

 

이얼: 역대 인터뷰에서 밥 주고 담배 사주는 것은 처음이다.(웃음) 길게 남는 인터뷰가 될 것 같아.

 

 

 

차에 올라타는 우리를 배웅해 주면서, “담에 MT 와요. 여기 뒷마당이 무지 넓거든. 그 때는 우리 편하게 얘기하자구.”라고 말해 주는 배우 이얼. 내 느낌이 상투적일 진 몰라도, 그 말을 들을 때는 그가 정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퍼슨웹 인간들 끌고 빨리 한번 가봐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