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솔 – 엘비시티 대표

세계는 분열을 감춘 채 언제나 한껏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균열을 드러내 보이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한 존재는 언제나 무시와 억압을 당하게끔 마련이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로써 세계의 균열과 모순을 드러낸다. 이 인터뷰는 인류 역사에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그 흔적의 기록을 찾기 어려운 여성 이반(레즈비언 lesbian)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 이반들의 모습의 한 자취라도 남겨 보려는 소박한 시도이다.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위하여

 

“이반” ‘이반’의 어원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종로의 게이 커뮤니티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 낸 스스로를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일반(一般)’이라는 단어에서 ‘이반(二般)’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반’이라는 단어 속에는 일반과의 구별, 냉소적인 자기 비하, 은밀함이 담겨있다. 그러나 한국의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일컬을 때 사용하는 이 은어는 동성애 관련 은어 중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일 것이다. ‘二般’이 ‘異般’으로 바뀌면서 그 의미가 확대된 것은 이정우 씨를 비롯한 동성애 인권 운동가들에 의해서이다. ‘異般’은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성적소수자를 뜻한다. 즉 퀴어가 이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텔 <또사동>이나 <대동인>같은 단체는 이반 단체이지만 <친구사이>나 <끼리끼리>는 이반 단체가 아니라 게이 단체, 레즈비언 단체이다.” – tgnet 이반 상식

 

주변부의 주변부

한국의 여성 이반 커뮤니티의 기록을 더듬어 보면, 1960년대에 조직된 <여운회(여성 운전사회)>를 찾아 볼 수 있다. 여운회는 레즈비언 모임은 아니었지만, 회원의 상당수가 실질적인 레즈비언이었다고 한다. 그 뒤, ’80넌대 후반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레즈비언 조직인 <사포>가 있었고, ’93년에는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목적으로 한 레즈비언/게이 모임인 <초동회>가 결성되었다. 여기서 ’94년 말에 갈라져 나온 <끼리끼리>는 당시 조금씩 움트고 있던 동성애 담론의 물결을 타고, 세상에 좀 더 가시화되었다. <끼리끼리>는 한국의 여성 이반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역사를 더듬고, 이슈를 나누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더듬어 가며 더 올라가면, “동성애자”라는 집단적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으면서 이어져 내려오던 동성애적 행위에 대한 기록들이 아주 드문드문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희박한 동성애 역사에서도 레즈비언에 대한 기록은 더욱 희박하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동성애 담론에서도 여성 이반들은 남성 이반들에 비해, 주변부에 밀려나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나, 인류의 문화에서 중심이 아닌 주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를 들 수 있을 것이고, 성기 중심적인 성sexuality 관념에서 두 여성이 성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더럽고 혐오스러운 부도덕” 이전에 “불가능한 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성애 중심적이고 성기 중심적인 섹슈얼리티 체계는 레즈비언을 그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어둠의 영역과 철저한 대상화의 환상의 영역 속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더욱 견고한 억압을 가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면, 남성 동성애자보다 더욱 낮은 위치에서 숨죽이고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여성 이반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힘겨운 투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끼리끼리>가 만들어진 지 어느새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드러남’에 의해 동성애 운동과 이슈는 이전과 달리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의 급격한 확장은 오프 라인에서 자신의 얼굴을 온전히 들이밀기를 꺼려하는 동성애자들에게 좋은 교류의 장이 되었고, 사이버상의 커뮤니티들은 급격히 성장하여 이제는 동성애자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중대한 관계망이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서관, 마을, 방송국 등을 갖춘 본격적인 레즈비언 사이버 시티 <엘비시티www.lbcity.com>가 2000년도에 만들어졌다. 우리가 만난 이해솔 씨는 현재 7,500명 정도의 회원이 있는 엘비시티의 대표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레즈비언들의 삶의 경험이 약간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전체 사회에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사이버 공간 속의 레즈비언들 – 공유를 위한 탐색

퍼슨웹(이하 ‘퍼’)> 자기 소개를 좀 해 주세요.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시는지?
이해솔(이하 ‘솔’)> 저는 21살 때까지는…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그것을 말하거나 드러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것을 드러냈을 경우에, “친구나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커밍아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다가 95년도부터 “나의 커뮤니티를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끼리끼리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요 끼리끼리에서 나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획득을 했어요 자각을 하게 되면서 그 당시에는 레즈비언 운동이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 부재한 레즈비언 문화? 레즈비어니즘? 이런 것에 대한 확산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때부터 레즈비언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운동을 주로 끼리끼리에서 해 왔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사이버 커뮤니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엘비시티라는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예요.

퍼> “정체성을 자각했다”는 것은?
솔> 정체성을 자각했다는 것은 <내가 레즈비언이냐 아니냐>를 깨닫는 것이 정체성 자각일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에는 <왜 내가 사회적으로 규정 당하고 있는지>, <나의 성향은 왜 그렇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 가는 것이 정체성 자각이라고 봐요.

엘비시티의 헤드카피는 “내가 꿈꾸는 도시”이다. 현실에서 레즈비언들이 ‘자기’를 드러내고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기 의견을 내세우고, 자신들의 문화를 공개적으로 향유하기는 쉽지 않다. 엘비시티에서 레즈비언들은 자기와 같은 레즈비언들과 살며, 꿈꾸고, 자기 방송을 듣고 자기 집을 짓는다. 그러한 점에서 일반적인 커뮤니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솔> 사이버 상에서 레즈비언들이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일반 커뮤니티라고 생각하면 돼요. 특별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 사회를 미리 구현해 보자는 거죠. 그리고, 저는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올 것 같아요. 5년 후냐 10년 후냐 시기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랬을 때, 레즈비언들이 같이 살기 연습을 미리 온라인에서 해 보는 거 고요. 주로 엘비시티 구성원들이 끼리끼리 멤버들이 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는 <운동을 하고자 만든 사이트 아니냐> 혹은, <그냥 재밌게 놀자는 사이트도 아닌 것 같다> 그런 말을 하거든요. 엘비시티가 어떤 것을 지향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제가 생각하는 운동이라는 것은 뚜렷한 이론과 이즘(ism)을 내세우는 것만이 아니라고 보고,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엘비시티는 레즈비언 문화 운동을 하는 사이트일 수도 있고, 일상의 커뮤니티를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 사이트이기도 하죠. 딱 한 가지 성격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퍼> 엘비시티를 접하고서, 그 다양함과 풍부함에 놀랐어요. 사이버 공간에 여성 이반 모임이 무척 많은데, 따로 엘비시티를 만드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다른 사이버 여성 이반 모임과 어떤 차별화를 두려는 생각이 있었는지요?
솔> 엘비시티가 작년 9월에 만들어졌거든요. 조금 있으면, 1년이 되는데, 처음에 만들고자 한 것은 TG(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여성 이반 모임 tgnet)나 니아까(레즈비언 웹진)나 버디(동성애 전문 잡지) 같이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레즈비언을 특화한 사이트들이 이미 존재했었죠. 제가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해보니, 되게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글을 잘 쓰는 사람, 혹은 프로그램 개발을 잘 하는 사람, 웹 마스터를 굉장히 잘 하는 사람, 또는 방송 제작을 되게 잘 할 수 있는 사람. 능력 있는 레즈비언들이 되게 많은 거예요. 그런데 자기가 커밍아웃 하지 않음으로 해서, 자기가 가진 전문성이 커뮤니티로 오지 않는 거예요. 뭐냐면, 그 전문성들이 커뮤니티에 왔을 때는 첫째는 자기가 커밍아웃된다는 두려움, 그리고 항상 먹고 사는 것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자기의 미래의 정말 중심점이, 삶의 중심점이 될 커뮤니티에 자기 노동력이나 자기 에너지가 투자되지 않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전문적인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가지고 에너지를 모아 보면 되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두 번째는 사이트의 컨텐츠를 보면, 스스로 창작을 하거나 생산해 낸 것보다 가공해 낸 것이 많아요. 대부분 정보를 가공하거나 이런 것들이 많은데 저는 생산해내고 싶었어요. 스스로 창작. 그래서 우리가 우리 언어로 글쓰기를 하고 혹은 우리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엘비시티는 우리의 컨텐츠를 우리의 언어로 생산해 낸다. 그래서 문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엘비시티에 중심적으로 모이면 좋겠다, 이런 의도였어요.

퍼> ‘도서관’의 정보들이 풍부하고, 독특하던데요. “루비 푸룻 정글”, “레즈비언 사랑의 별자리” 등의 번역은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솔> 번역은 정식으로 저작권을 받고, 허락을 받고 하는 건 아니고요. 엘비시티에는 팀이 운영자, 포함멤버…… 창립멤버라는 포함멤버가 있고, 개발 팀, 디자인 팀, 도서관 팀, 방송국 팀, 마을… 이렇게 있거든요. 도서관 팀은 학구열이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원서로 읽는 좋은 책들이 있으면, 그걸 혼자 먼저 번역을 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엘비시티 시민들한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 이런 욕구에서 하게 되는 거죠. “레즈비언 사랑의 별자리” 같은 경우도 보통 잡지나 이런 데서 별자리 같은 거 보잖아요. 그런데, 너무나 이성애적이잖아요 근데, 외국 사이트에 보면, 레즈비언의 별자리, 레즈비언 관계나 레즈비언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별자리 해석들이 있어요. 그런 건 굉장히 재밌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그런 정보를 주는 거죠.

퍼> {또 다른 세상} (끼리끼리 편집부에서 태동한 출판사 이름이자 동명 잡지명. 온라인 상에 웹진 “ttose” 운영)등을 통해 출판하려는 생각도 있으세요?
솔> 출판을 하려면 정식으로 저작권 협약을 맺고, 그래야 되는데, 오프 라인에서 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퍼> 학술서 같은 것이 나온 적도 있나요?
솔> “또 다른 세상”이 있었고요. “버디”가 있고… 그리고 간간이 간행물 같은 게 나왔잖아요. 뭐, “(레즈비언) 섹스북”이나 혹은 “레즈비언 앤솔로지”나 이렇게 나왔는데…

퍼> 출판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으신지?
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온라인북 서점을 만들고 싶은 건데, 동성애 관련된 질 좋은 책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 요. 저는 예전에 출판 쪽의 일을 해 봤기 때문에, 출판 유통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을 많이 해 본 적이 있어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출판 활동이 있으면, 그것들은 주류 시장의 대량 유통 시스템으로는 감당을 못 해요. 자본 때문에. 근데, 엘비시티가 하려고 하는 게 전자 상거랜데.. 오프라인에서 책을 내어서 서점으로 유통된다고 했을 때는 거기에 투자되는 사람과 자본이 너무너무 많아요. 이제 사이트를 통해서 그것을 보고.. 1000원을 내고 좍 볼 수 있다던가… 이런 식으로…

결혼 제도 바깥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

퍼> 엘비시티에서 경제, 법률, 섹스, 건강클리닉, 한자성어 등의 생활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이성애주의가 공고한 사회에서 레즈비언으로서 살아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들인 것 같아요. 이런 정보를 제공하게 된 계기와 목적이 있다면?
솔> 실제로 레즈비언으로 살아갈 때, 성, 연애, 정체성 문제만 고민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것들의 단계를 지나면, 내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갈 건지, 혹은, 레즈비언 커플로서 그… 국민 연금, 주택 연금… 이런 노후 보장, 사회 보장 제도를 받지 않는 가운데서 자기 삶의 플랜들이 되게 고민되어지잖아요. 그러려면, 정말 혼자 사는 여자로서 혹은 함께 사는 여자로서 즉, 결혼 제도 밖에 있는 여자로서 필요한 정보들이 되게 많을 것 같아요. 건강 정보도 그렇고. 경제, 법률 정보는 더 하고요. 그런 것들을 우리가 일단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제공을 하는 거고. 이것들은 엘비시티가 새로 만들었다기보다 개개인의 레즈비언들이 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굉장히 잘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가 제휴를 하는 거죠. 엘비시티를 통해서, 이 정보를 제공을 하자라고 했을 때, 본인들이 선뜻 OK를 해주어서 가능한 거죠.

퍼> 레즈비언 방송국으로는 엘비시티가 유일한가요?
솔> 아니, TG에서 먼저 가요 프로그램 하나, 음악 프로그램 하나. 두 개. TG 방송국이 먼저 했어요. TG는 지금은 전혀 안 하고 있는 것 같고..

퍼> 방송을 시도한 계기는?
솔> 아주 원초적인 계기는 <이성애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언어와 이야기 너무 재미없다. 듣기 싫다.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니네가 하는 이야기하고는 너무 다르다. 니네는 맨날 남자 여자 사랑하고 여자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해지고 이런 소린데, 우리에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우리도 할 말이 있다.> 이런 욕구에서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지금 엘비시티는 9개 프로그램이 있는데, 굉장히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우리의 의미로 해석해서 이야기하는 것, 또 꽁트 프로그램도 있고, 되게 우리의 솔직한 얘기를 하는 리얼 토크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

퍼> 청취자들과의 피드백은 잘 이루어지나요?
솔> 아니요. 청취자들이 시청 소감을 안 적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방송을 안 듣는 게 아닌가 싶어요.^^ 처음 방송 나갈 때는 사람들이 되게 놀라워했어요. 놀라워했던 게 “리얼 토크” 같은 경우,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글로 보는 게 아니고 말로 듣는 거야. 그런 건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한 거예요 그리고, 자기 컴퓨터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거는 이건 내가 아는 사람이 나한테 얘기해 준다가 아니고, 뭔가 공개적으로 얘기한다라는 느낌을 받은 거예요 그러면서 아, 지금 자기가 레즈비언 문화가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구나 라는 걸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놀라워했어요

퍼> 해외의 레즈비언 드라마나 영화 등을 방영할 계획도 있는지요?
솔> 일단 그 생각을 처음에 했었는데, 레즈비언 드라마나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로 외국에 있는 레즈비언의 주요 이슈, 축제, 파티 이런 걸 동영상으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지금 엘비시티는 동영상을 안 하고 있어요 용량의 문제, 기술의 문제, 그리고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의 문제.

퍼> 엘비시티에 기본법과 경찰권이 있는 것도 흥미롭던데요.
솔> 기본법하고 경찰권이 아니고, 경찰청, 지금은 저희가 그 부분을 닫아 놨거든요, 경찰청 대신 파출소가 있죠. 기본법은 엘비시티가 도시니까 <도시를 사는 데, 기본적인 약속은 필요하다> 우리의 그 약속이 “당신은 주거를 침입하면 안돼요” “당신은 한 사람을 영원히 사랑해야 돼요” 이런 기존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적인 법률은 아니고. <성차별하지 말기, 자기가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성차별하지 말기>, 사실 레즈비언들도 차별을 많이 해요. 저 같은 경우도 그런 것 같아요 여자보다 남자를 별로 안 좋아한다던가. 감정적으로 안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암암리에 더 부당한 대우를 한다던가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차별하지 말고, 남을 괴롭히지 말고… 경찰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찰의 도움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새로운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주거나 상담을 해 주거나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찰서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의도도 있었고, 또 이런 신고 사례는 있어요. 그러니까 커뮤니티에서 남잔데 여자인 척 성희롱을 한다든지… 이런 거 같은 건 고발이나 신고를 할 수 있게 해 놔서 그런 경우 우리가 아이디를 삭제한다든가 경고를 주거나 이렇게 하죠.

퍼> 적용이 잘 되나요?
솔> 아뇨. 사람들이 자기가 불편한 거나 혹은 자기가 문제가 있다는 걸 잘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엘비시티 시민들만 그러는 게 아니고,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대부분 불편할 때는 불편해요 라든가 문제가 있으면 문제 있다 라고 얘기를 하지 않아요.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적용도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퍼> 시민 의결권 이런 건 있나요?
솔> 없어요. 그거는 저희가 처음에 생각을 많이 했다가 못 하고 있는 부분이 그거예요 마을이 만들어졌을 경우에는 시민이 존재하고 그 시민들한테 자기의 권리나 주체성을 드높일 수 있는 사이트 상에서의 분위기를 많이 만들어줘야 되는데, 그걸 저희가 잘 못하고 있죠.

퍼> 악의를 가지고 가입하는 회원들이 있을 것 같은데… 호모포비아 남성들이 가입을 해서, 협박을 한다거나,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성희롱을 한다거나 이런 문제들이 있나요?
솔> 협박을 하는 경우는 없고, 종종 게시판에 ‘나랑 섹스해 볼래?” 혹은, “너희는 남자 맛을 못 봐서 여자끼리 그러느냐” 라는 시비성 글들이 간혹 가다 올라오는데, 그런 건 바로 바로 삭제를 하고, 실제로 게시판에서보다는 채팅 방에서 더 심하죠.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가 남자인데 여자인 척 하면서 저는 예쁘고요 가슴 쭉쭉빵빵이고요 저는 화끈한 레즈비언 좋아하고요 이런 식으로 했다가 만나 볼래 하는데 남자인 것 같은 사람이라거나… 이건 정말로 테러를 위한 접근이 아니고, <자기와 다른 사람>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혹은 정말 <레즈비언은 변태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가 변태적인 놀음을 같이 할 만한 상대다> 라고 판단해서 지저분하게 오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죠. 레즈비언 사이트마다 항상 그 문제로 골치를 앓죠.

퍼> 토론방은 활발하게 진행이 되나요? 주로 어떤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관심을 얻나요?
솔> 토론방을 몇 번 했는데, 주제에 따라서 반응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요. 레즈비언으로 살아오면서 죽여 왔던 것들 – 자기 욕구를 드러내거나 자기 일상의 감정을 드러내는 토론일 경우에 되게 글이 많고요 활발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어떤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든지, “이 문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하면 썰렁해요 그래서 제가 드는 생각은 아직은 현재 엘비시티에서는 토론이라는 것들이 자기를 많이 드러내는… 자기 감정? 자기 이야기를 많이 드러내는 토론이 좀 더 지속되어야 할 것 같아요.

 

청소년 동성애자 문제 – “너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퍼> 엘비시티에는 나이 제한이 없고, 링크에 청소년 모임도 많은데요. 청소년 이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 저는 청소년들도 분명히 나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린사람이 벌써 성정체성에 대해서 그렇게 확신을 하느냐고 하고, 그리고 많은 레즈비언들도 자기가 청소년기에 굉장히 힘들게 살아 왔지만, 청소년들을 보면서 <너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고 하거든요. 그건 역시 자기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호모 포비아가 있는 거 같애요.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더 일찍이 이런 커뮤니티를 알았으면, 더 멋진 레즈비언이 되었을 것 같애요. 근데 처음에 운영자들이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몇몇 사이트들은 청소년들을 차단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되도록이면, 누구에게든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오픈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청소년들은 더 그렇거든요.

퍼> 청소년들은 동성애를 기성 세대보다 훨씬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솔> 이성애자들이 볼 때는 그건 아주 기분 나쁜 일이겠죠. 어떤 TV 토론에서 <앞으로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이 동성애를 그렇게 부담 없이 받아들이면 나중에 이 나라가 동성애 판이 되지 않느냐>라고 걱정을 하던데요. 레즈비언인 저의 입장에서 보면 청소년들이 동성애를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기가 동성애자가 된다는 것이 아니고 사회에 동성애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인정하게 된 계기는 문화적으로 그렇게 형성이 되었고, 담론이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내가 살았던 70-80년대에는 동성애자에 대해서 누구도 얘기하길 싫어했고,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 외에 누구도 동성애에 대해서 편하게 얘기할 수 없어요. 근데 지금은 퀴어 영화제도 있고, 동성애자 사이트들도 많아지면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동성애에 대해 얘기하는 게 그다지 불편하거나 역겹거나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서 일상에 있는 문제라고 인정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 동성애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 라고 저는 어떤 일반한테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동성애자가 많아진 것은 아니죠. 그 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많이 드러내지 못했을까로 고민되야 되는 거죠. 근데 일반인들을 보면 동성애를 허용하면 허용할수록 동성애자가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억압하고 강제적인 상황에서 성향을 숨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보는 거죠.

어떤 동성애 모임이나 사이트는 청소년들을 배제한다. <판단력이 없는 미성숙한 존재>로치부되면서 청소년은 모든 문제에 있어 모든 자기 결정권과 책임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성적이지 않은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동성애 담론 속에 끌어넣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동성애 청소년들을 호모포비아와 극심한 고립감 속에 남겨 두는 것이다. {역사 속의 성적 소수자}의 저자인 제닝스에 따르면 10대 동성애자의 1/3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어떤 이들은 동성애자의 힘겨운 삶을 일찍부터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자각하고 행동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하고, 자기 존재에서 소외시켜 버리는 것이다. 자기 결정권과 책임의 문제는 어렵고 미묘한 것이지만, 그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동성애를 사악한 것으로 보는 호모포비아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청소년들을 받아들이는 동성애 커뮤니티에 대해, 순진한 청소년을 타락시키고 동성애에 빠뜨리는 것이라 비난하는 일부의 시각은 더 큰 문제이다.

 

사이버 공간의 공과

퍼>  사회의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이버 공간의 발달이 레즈비언 문화에 어떤 긍정성과 부정성이 있나요? 오프라인 공간에서 형성되는 레즈비언 문화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솔> 한국에 동성애 커뮤니티를 굉장히 확산, 확장시켰던 것은 온라인. 사이버 공간이지요. 사이버 공간이 레즈비언 문화에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은, 대부분의 레즈비언들이 자기가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레즈비언 바나 끼리끼리 같은 단체에 찾아가는 것이 “넌 레즈비언이야” 라고 자기 삶을 완전히 규정한다는 강제성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사이버를 통해서 많이 분포되어 있는 다양한 레즈비언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자기 스스로 자기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을 것 같고요. 자기에 대해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자기에 대한 탐색을 계속 할 것 같고, 그것들이 자기 레즈비언 정체성을 자각하거나 획득하는 데,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거라고 보고요.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레즈비언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거나 자기의 성향에 대해서 많이 질문할 수 있는 통로들이 없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그랬거든요. 오로지 혼자 생각해야 됐고, 혼자 판단해야 됐고, 그런데, 사이버 공간이 생기면서, 그것들을 질문하고 질문 받을 수 있고, 그리고, 간접적으로 레즈비언 문화를 접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나 아닌 다른 레즈비언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를 자기 집안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을 많이 했죠. 커뮤니티의 확장. 실제로 지금은 오프보다는 온라인 상에서 커뮤니티들이 활동도 활발하잖아요.

부정적인 것은…… 저는 딱히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뭐,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만남의 기회가 잦고, 너무 많아지다 보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든가, 동성애자들이… 연대가 잘 안 된다? 네.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든가 혹은 커뮤니티가 커지면 사실 좋은 모습만 보여질 수는 없잖아요. 안 좋은 모습도 보여지겠죠? 이래서 부정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게 결코 부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안 보여지는 것뿐이지 존재하는 것들은 보여지고 토론되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실제로 사이버 공간은 오프 라인에서 쉽게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이반들의 활동과 확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daum에서 “이반”으로 검색하면 무려 600개의 모임이 나온다. 600개나 되는 이반 모임이란 오프 라인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2. 거울에 비친 모호한 얼굴 – 레즈비언 사이의 문제들

퍼> 레즈비언의 정의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떤 개인의 정의 혹은 집단의 정의, 사회의 정의라는 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백과사전에 나오는 레즈비언이라는 것은 뭐 동성끼리 사랑하고 섹스한다 이런 거잖아요. 근데, 어떤 사람은 레즈비언을 <성적으로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여자와 나누는 사람>을 레즈비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성과 정서와 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포함시키는가가 논란의 요점인 것 같아요. 어떤 경우에는 바이섹슈얼을 레즈비언에 포함시키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말 백과사전식으로 이거다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고요. 또, 시대에 따라서 레즈비언을 정의하거나 규정하는 게 되게 다르잖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 성적으로 정서적으로 같이 나누든, 혹은 정서적인 부분만 나누든, 자기 스스로 자기가 레즈비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면 레즈비언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어떤 사람이 한 번도 여자랑 섹스나 연애를 해 본 적은 없지만, 레즈비언 지향성을 가지고 자기의 사고와 일상이 레즈비언을 중심으로 두고 고민하고 얘기되고 판단될 때, 난 그 사람을 레즈비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즈비언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레즈비언 활동가 지혜 씨는 {또다른 세상}의 기획기사였던 “이성애제도와 레즈비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레즈비언은 동성애 혐오로 충만한 의학적 모델을 통해서, 또한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 속에서, 최근 포스트모던, 후기구조주의의 반 본질주의 주체성 논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위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레즈비언은 여성간의 성적 경험을 지칭하기도 하고, 하나의 확립된 자기의식적 정체성인 동시에 남성지배에 대항하는 정치적 저항을 지칭하기도 한다.”

퍼> 만약에 몸은 남자인데, 성적 정체성의 면에서 여자를 자처하고, 여자를 사랑한다며 레즈비언을 자처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몸은 마초에 가까울 정도로 근육도 있을 경우, 어떻게 봐야 될까요?
솔> 실제로 예전에 자기를 남자 레즈비언이다 라고 얘기해 온 사람이 있어요. 자기가 몸은 생물학적으로는 남잔데, 여자가 되고 싶고, 여자가 되었을 때, 자긴 여자가 좋다. 자긴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 라고 했을 때, 저는 그 사람을 동성애자다 레즈비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 커뮤니티 안에서도 싫어하거나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몸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이런 건 우리가 사회에서 차별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나는 여자고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네 몸은 여자기 때문에 남자를 사랑해야 돼>라고 거부하는 구조처럼요. 그리고, 중요한 건 자기가 스스로 자길 여자로 규정하고 그러는 건데, 그건 레즈비언이라고 봐야 된다고 보고.
이런 문제는 있어요. 자기가 레즈비언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마초적인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니까 <나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야>라면서도 여자를 아주 억압한다거나 어떤 사회의 기존 가부장적인 권력으로 때리거나 무시하거나 이런 거는 자기는 레즈비언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다지 레즈비언적이지 않은 정말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레즈비언이 아닌> 그런 일들이 사실은 더 큰 문젠 거 같아요 저는.

 

부치-펨 / 남성성과 여성성

퍼> 문제는 부치/펨 이분법 같은 문제로 연결이 될 것 같은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팸/부치” : 다이크, 부치, 팸 또한 여성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단어는 모든 여성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것보다는 특정한 유형의 여성 동성애자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 단어들은 보통 레즈비언 사이에서 성 역할 구분, 또는 능동성, 수동성, 남성적, 여성적인 것에 대한 특징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한다. 보통 다이크나 부치는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에 사 용되고 ‘팸’은 그 반대의 경우에 사용된다. 그러나 다이크나 부치, 펨므라는 단어가 성역할을 고정시키고, 이성애 제도의 모방 또는 고착화를 표현한다고 해서 이 단어를 거부하는 레즈비언들도 상당수 있다.    -tgnet 이반 상식에서-

 솔> 부치-펨을 나누는 것이 문제라고 보진 않는데요. 기존의 부치/펨의 이분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은 부치냐 펨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남성화냐 여성화냐인 것 같아요. 권력관계? 네. 부치라고 했을 때는 남성적인 것, 펨이라고 했을 때는 여성적인 것이라고 했을 때, 부치에 담긴 의미는 남성이 가지고 있는 권력 그리고 펨이 가지고 있는 건 사회적으로 강요당하는 여성성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나는 다양하고 새롭게 규정될 수도 있고, 부치일 수도 있고 펨일 수도 있다, 그러면 문제가 안 된다고 봐요. 남성성/여성성에 대한 기존 관념을 부치/펨이 이어받는 게 문제지요.
문제가 되고 있는 부치-펨 문제의 해결은 결국 남자/여자의 획일적인 성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야지만 가능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커뮤니티 안에서는 이런 사람 있죠. 자기는 부치지만, 부치란 것은 꼭 남성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남성적이란 의미를 자기가 새롭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어요. 잘 울고, 망치질을 두려워하고. 난 이래도 부치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 펨이면서도 왜 자기가 늘 수동적이어야 되느냐 나는 강한 여자다. 강한 여자가 펨일수도 있다 라고 자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규정하는데요. 이런 일이 활성화되면, 우리 안에서 부치/펨이 남성/여성 사회적인 성의 문제로 얘기될 거지, 단지 부치냐 펨이냐의 문제는 아닐 거 같아요.

펨/부치의 이분법 문제는 여성 이반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이에 대해 이성애 제도의 여성/남성의 이분법과 역할 분담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비판도 계속되어왔다. 기존의 이성애/가부장제 속에서의 성역할 분담이 개인에게 억압적이며,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억누를 뿐 아니라, 여성성을 왜곡하여 규정하고 여성성을 남성성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취급한다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간단하게 이분법을 부정해 버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해솔 씨의 견해는 여성성/남성성의 이분법으로부터 이어져 나온 펨/부치의 개념을 새롭게 재규정하여 이반들 사이의 관계에 적절하게 사용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펨/부치라는 개념은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여성 이반들 사이의 문제

퍼> 여성 이반들 사이에서의 성폭력, 스토킹, 사기, 협박 등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솔> 사람들은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다를 거라고 생각을 해요. 특히, 여자들끼리 모여 있으면 무슨 성폭력이야 스토킹이야 – 그런 생각은 여자끼리 사랑이, 성애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자끼리도 성애가 존재하고, 낭만적 사랑이 들어가 있고, 그러다 보면 거기에는 성폭력이 있을 수 있고, 스토킹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거는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흥미롭다”가 아니고, 일반 사회 어디에서든 게이들끼리 레즈비언들끼리 혹은 부부끼리도 있을 수 있는 문제죠. 사실 옛날에는 부부끼리 강간이 존재한다고 생각을 했겠어요. 그런데 부부에도 분명히 강간이 존재하듯이, 레즈비언 커뮤니티 안에서도 그런 문제가 존재하는 거죠. 성이라는 것이 있는 곳에 어느 사회에서든 어느 공간에서든 다 존재하는 것 같아요.

솔> 그러니까, 인제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는 성폭력이나 스토킹은 내가 이야기하기를 원하지 않는데, 지속적으로 계속 전화를 걸어온다든가 그런 건 아니고요. 사기도 많은데 뭐, 몇 억을 횡령하고 이런 것이 아니고. 내가 이 사람한테 10만원을 빌렸는데, 갚지 않는 일 같은 거 정도예요. 사실은 협박 같은 경우가 좀 많은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이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는 협박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을 안 받아준다든가 이러면 <너네 집에 너 레즈비언인 거 얘기해 버릴꺼야> 해서 그런 강제적인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이 사람을 나한테 끌어오고 싶어하는 그런 일이죠. 이런 거는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고민할 것이지만, 커뮤니티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그냥 한국 사회든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성의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같이 해결이 되야지 커뮤니티 자체에서만 얘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 위 사진은 한국 최초의 동성애 전문잡지인 <버디>의 창간호 표지 사진이다.
버디친구닷컴(
www.buddy79.com)에서 제공받은 것임을 밝혀둔다.

퍼> 너무 성기중심적으로만 성폭력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레즈비언 성폭력을 인식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솔> 그러니까 삽입을 하지 않거나 옷을 벗기지 않으면 성희롱이라고 생각을 안 하죠.

퍼> 레즈비언 성폭력은 남성이 여성에게 행하는 성폭력과는 다른 맥락들이 존재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에게 가해할 때는 남성이라는 자기 권력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성에 있어서 공격적이고 지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의식이라든가 성폭력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같은 게 많이 작용을 하는 것 같은데, 레즈비언 사이에서는 일단 그런 남녀 사이의 성별화된 권력 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또 여성들 사이에게 친밀감을 표시한다던가, 스킨쉽을 하는 게 일상적인 문화로 정착되어  있어서 성희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데요.
솔> 저는 그게 그다지 애매하지 않다고 보는데, 내가 어떤 사람을 만지거나 스킨쉽을 했을 때, 상대방이 싫다는 표현을 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면 된다고 봐요. 근데 우리는 <쟤가 좋으면서 저럴 꺼야> <괜찮은데, 괜히 오버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성행위에 있어 굉장히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예요. 관계 중심적인 것이 아니고 자기 중심적인, 친밀한 사람이 손을 만지는 것과 처음 만났는데 손을 만지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있거든요. 성이 관계를 풀어 가는 소통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 관계에 있어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 의사 표현을 존중하면 경계는 너무나 명백할 것 같거든요. 남녀관계에서도 궁극적으로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퍼> 그런데, 성폭력은 부치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사람이 펨으로 보여지는 사람에게 가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솔> 많죠. 그러니까 부치가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성의 권력을 많이 닮아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권력의 월등함 우월감 때문에 사실은 부치가 좋은 사람들도 있을 거거든요. 저는 옛날엔 그랬거든요. 내가 남자처럼 되는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남자가 사회적으로 차지한 월등한 위치나 우월감, 그런 권력을 소망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그것이 소망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커뮤니티에서.

 

3. 너의 눈에 비친 이그러진 얼굴 – 밖에서 만나는 고민들

퍼> 하리수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엘비시티에서의 반응은 어때요?
솔> 특별한 반응은 없었는데, 뭐 너무 멋있다 괜찮다 라는 얘기는 있던데요. 트랜스 젠더에 대한 건 사실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를 얘기할 때, 트랜스 젠더가 항상 맨 앞에서 얘기되었어요. 그러니까 하리수 열풍은 홍석천의 커밍 아웃에 이어지는 맥락으로 보여지는데, 홍석천과 하리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이제 좀 구분하는 것 같아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개념을 좀 잡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사회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되게 드높이는 데 일조를 했다고 봐요. 그러면서도 하리수가 홍석천보다 더 즐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이성애자라는 거지요. 사회에서 홍석천보다 하리수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라는 것이죠
홍석천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괘씸한 거죠. 제도적으로 있을 수 없어. <하리수는 남자인데, 여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건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자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여자로 살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의 기본 기조는 이성애라는 거죠. 사회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더 여유롭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그 기본 맥락이 이성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퍼> 그럼, 하리수 씨가 만약 자신은 여성을 사랑한다고 했다면..
솔> 뒤집어졌겠죠?

퍼> 그럼, 어떤 연예인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 아웃을 한다면 반응이 어떨까요?
솔> 홍석천의 경우랑 되게 비슷할 것 같아요. 저 사람이 레즈비언이다 동성애자다 라고 하는 가쉽이 한 번 확 일어나면 결국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 그거는 되게 여러 곳에서 있겠죠. 가족도 있을 수 있고, 자기가 일하는 직장에서 그럴 수도 있고 자기 친구 간에도 그럴 수 있고. 저는 누구 한 사람이 커밍 아웃을 하는 선동적인 모습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문화로 항상 동성애자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고, 동성애와 이성애는 그냥 성적 차이이다 차별의 대상이 절대 될 수 없다. 라는 것들이 더 중요한데, 그것도 가능하려면 누군가의 몇 차례 커밍 아웃으로 분위기를 확 전환해야 한다는.. 이슈 파이팅 .. 이런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요.

 

퍼> 언론에서 하리수씨를 너무 선정적으로 비추고 외모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많은 것 같아요
솔> 그거는 언론의 속성상 당연히 그럴 거라고 봐요. 언론은 자기 기조나 방향에서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느냐로 이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일단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니까 얼마나 좋겠어요.

퍼> FTM 트랜스젠더(주: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를 남성으로 규정하는 트랜스젠더)는 거의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 재판으로 자기 호적을 남자로 정정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기각된 적이 있거든요.
솔> 저는 오히려 자기를 여성으로 규정하고 여성을 사랑한다는 사람보다 더 가시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커뮤니티 처음 와서는 본 건 거진 다 이런 사람들이었어요. 자기는 여잔데, 자기를 남자로 규정하고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항상 남자 복장을 하고 다니면서 남자로 보여지기를 원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6-7년 됐잖아요. 그러면서 이제 그런 사람들보다는 적극적으로 여성성의 긍정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면서, 기존의 여성성을 전복시키면서 새롭게 같은 여성끼리 사랑할 수 있는 권리. 사랑할 수 있는 즐거움. 이런 것들이 커뮤니티의 지배적인 분위기로 확산되었는데. 초기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커뮤니티에도 주류문화라는 것이 있잖아요. 긍정적으로 자신의 여성성을 받아들이는 사람, 자기를 여성으로 새롭게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지배적인 문화로 되었어요. 남자로 자기를 규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제 다 뒤로 빠진 거죠.
여전히 사회는 몸은 여잔데,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을 동성애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머리가 길거나, 화장을 한 사람이 난 레즈비언이야 라고 하면, 너는 왜 멀쩡하게 생긴 애가 왜 여자를 좋아하니 라고 얘기를 하고, 나처럼 머리 짧고 남자 같이 생긴 애가 여자를 좋아해요, 그러면 “맞아, 그럴 것 같애” 라고 수긍을 하는 거거든요. 이거는 뭐냐면, 나 같은 사람은 가시화되어 있는 거고, 머리 길고 화장한 레즈비언은 가시화되지 않는 거예요.

퍼> 만약 인터넷 등급제가 실시되면, 동성애가 퇴폐 2등급으로 분류될 거라는데요.
솔> 퇴폐 2등급이 음란물이죠. 이건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사회적으로 퇴폐라는 등급을 나누는 것이고, 하나는 동성애가 퇴폐이냐는 문제랑. 여기서 얘기할 문제는 과연 엘비시티나 끼리끼리 같은 사이트가 퇴폐 2등급으로 분류된다고 했을 때, 왜 <퇴폐>라는 음란물 속에 동성애가 들어가야 되는지. 이건 호모포비안데, 단기일에 바꿔질 문제는 아닌 것 같애.
그런데 퀴어 영화제 같은 경우는 정식으로 영화진흥공사의 지원을 받는 거거든요. 정부가 그것을 지원해 준다는 것은 문화로서의 동성애자가 해악적이지 않거나, 나름대로 인정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성애는 음란이라고 하는 것은 나라에서 동성애에 대해서 한 번도 깊이 있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거죠.
그런 거 없이 동성애는 원래는 부자연스럽고 변태적인 것인데, 이런저런 사회적 분위기니 지원해 주자 이런 식으로 판단되는 거죠. 저는 <동성애=퇴폐 2등급>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서 조금만 더 고민을 한다면, 동성애자를 음란으로 규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거 같아요. 그건 하나의 성적 지향인데, 그리고 동성애자와 동성연애자가 따로 있듯이 자기 삶을 자기 정체성을 동성애자로 규정하고 자기 삶을 꾸려 가는 사람이 음란이라면 그 사람은 사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해야 하는 수가 되게 많을 거예요. 커밍 아웃하지 않기 때문에,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겨우 받을 수 있는 거죠. 아니라면… 우리가 음란적인 인간입니까? 사회가 그것을 규정이나 법으로 가져가려고 했을 때는. 그것의 대표적인 게 이를테면, 동성애자 단체와 얘기를 한다든가, 이런 거죠.

퍼> 그렇죠. 어떤 집단 자체가 음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봐요.
솔> 이거죠. 그러니까 이성애자들 중에 얼마나 음란한 사람들이 많아. 그것 때문에 이성애자들은 음란하다고 얘기하지는 않잖아. 마찬가지로 어떤 동성애자 개개인이 음란할 수는 있지만. 동성애 자체가 음란하다고 규정당하고 있잖아요. 이거는 말 그대로 동성애자를 사회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싶지 않는 의도인데, 그게 얼마나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횡포죠.

 

 

4.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가기

 

퍼>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솔> 한국에서 뿐만은 아닐 것 같고, 그냥 사회에서 레즈비언으로 사는 데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자라는 것인 것 같아요. 게이로서 살아갈 때, 동성애자로서 힘들겠지만, 레즈비언으로서는 여자이면서 동성애자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자기가 계속 결혼 제도 밖에 있을 텐데, 아주 특출난 사람이 아닌 이상, 직장을 다녀야 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야 되고, 그랬을 때, 그 사람은 영원히 혼자 사는 여자고, 외로운 여자고. 혼자 살고 외롭다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에서 능력 없는 여자인 거예요. 돈이 굉장히 많으면, 외롭고 그래도 돈이 많으면 능력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평범한 레즈비언들은 돈이 없고 외로우면 능력 없는 여자예요. 이게 자기가 커밍 아웃을 하지 않으면, 굉장히 힘이 들죠.

퍼>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솔> 저의 경험으로 보면, 나는 <내가 레즈비언이다>라고 느끼면서 살아갈 때, 늘 외로웠거든요. 그 외로운 거는 연애를 못 해서 외로운 건 아니었고, 나의 이야기나 나의 삶의 절망을 누구랑 의논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것. 이성애적인 삶을 사는 사람하고는 얘기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레즈비언이 살아갈 때, 자기의 삶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친구나 조언을 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사실 끼리끼리 같은 오프라인의 단체나 모임 사람들, 혹은 온라인 상의 그룹들에게 자기가 소속감을 갖고 싶어하는 이유가 그런 건 거 같거든요. 자기가 감정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누군가와 얘기할 수 있다 라는 위안감이 든다면, 자기 삶의 계획을 세워야 돼요. 자기가 계속 먹고 살 수 있기, 건강하게 살기, 이런 것들.

* 위 사진은 홍대 앞 거리에서 열린 <무지개 2001>의 거리 전시회 장면.
버디친구닷컴(
www.buddy79.com)에서 제공받은 것임을 밝혀둔다.

퍼> 한국에서 레즈비언들의 권리가 향상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솔> 권리가 향상되고 있다는 건… 못 느끼겠지만, 권리가 향상될 수 있는 조건은 되어 가고 있다고 봐요. 자기를 드러내는 커밍 아웃 혹은 집단적인 움직임, 그리고 그것들을 드러냈을 때, 예전보다 거부감이 덜한 사회적인 문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향상되는 건 아니지만, 향상될 수 있는 문화적인 조건들은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우리 권리를 위해서 할 수 있거나 해 볼 수 있는 일은 많아질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퍼>  레즈비언 혐오 범죄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있나요?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 같은데.
솔>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요. 이를테면, 결혼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부부가 있는데, 자기 부인이 어느 날, 레즈비언인 걸 알았어. 이 사람은 사실 결혼 전부터 레즈비언이었는데, 어떠한 다른 삶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결혼 후에도 남자랑 별로 맞지 않는데 마침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어…… <내 속에 숨겨진 레즈비언의 욕망이 있었구나> 라고 했을 때, 이 사람은 이혼하고 싶은 거잖아요. 남편이 그걸 이혼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거 라는 이런 것들이 레즈비언 혐오지요. <어떻게 감히 남자랑 섹스하는 사람이 여자하고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이런 거. 그거는 자기 욕망이 어디에 있느냐를 중심으로 인정하지 않고, 마치 레즈비언은 남자가 부재하거나, 남자와의 섹스가 불가능할 때만 여자와 섹스가 가능하다고 하는 레즈비언 섹스 혐오의 대표적인 거죠.

퍼> 문제를 고민하는 레즈비언이 자신의 고민을 풀어내고, 행동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솔> 이건 되게 어려운데… 고민이 뭐냐에 따라서 풀고 행동하는 방법이 달라지겠죠. 만약 자기가 재밌게 놀고 싶거나 자기에게 있는 어려운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고 했을 때는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겠고요. 커뮤니티가 중요한 건,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것들을 커뮤니티 안에서 이야기한다면, 모든 걸 자신할 수 없지만, 자기 혼자 고민되고 해결했을 때보다는 자기의 준거 집단이 있음으로 인해서, 풀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많아진다는 기대는 할 수 있어요.

퍼> 동성애 문제 차별 같은 것에 관심 있는 이성애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솔> 최근에 많이 느끼는 건데, 전에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굉장히 분리적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자기를 페미니스트라고 얘기를 하더라도 저 사람이 자기를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했을 때는 다른 집단, 다른 사람이다 라는 걸 많이 느꼈는데, 요즘은 제가 유연성을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즉, 나의 파트너들을 많이 만드는 것, 이제까지는 나의 파트너가 레즈비언이라고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레즈비언은 나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지만, 그 주변에도 나는 또 다른 파트너들을 만들 수 있다. 그 파트너가 가장 가깝게는 페미니스트들이고, 또 청소년들이고.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될텐데, 또 굉장히 래디컬한 사고를 가진 남자라든가, 그 파트너들이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직접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나를 도와줄 있는 일은 많은 것 같아요. 즉 내가 어떤 운동을 하고 싶다거나 어떤 이론을 펴고 싶다거나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것을 지지해 주고 협력해 주는 사람은 필요한 것 같아요.
이성애자들이 레즈비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는 이것이 필요하다 옳다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아니 적극적으로가 아니라도 지지해 주거나 협력해 줄 수 있는 것. 이를테면, 커밍 아웃 때문에 힘들어 할 때…… 이건 가상인데, 어떤 레즈비언이 있는데, 남편하고 이혼하고 양육권을 아예 못 받고 있다고 했을 때, 그것을 레즈비언이기 때문이 아니고, 여성의 양육권의 문제로 지지해 주거나, 협력해 주는 부분이 있듯이, 파트너쉽을 가질 관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은 아니더라도 여성이면서 성적 소수자로서 억압받는 부분들이 실제로 여성 운동이나 다른 소수자의 운동에서 동일하게 억압받는 공통 분모가 되게 많다는 거죠. 그럴 때는 지지하거나 협력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퍼>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레즈비언에게 추천하는 책이나 비디오 등이 있다면요?
솔> 꼭 엘비시티 방송을 꼭 들어 보라…고 얘기하고 싶고요. 그 방송을 듣다 보면, 자기 이야기를 얘기하는 레즈비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글이나 문자로 보는 것보다는 말로 들음으로써 자기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책은… 저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책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만든 미즈 책은 영어로 되어 있을 테니까 못 읽을 테지만, 내 삶에 영향을 줬던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게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여성 망명 정부에 대한 공상}, {이갈리아의 딸들} 이건 다른 사람이 쓴 거고요. {이갈리아의 딸들}이나 {여성 망명 정부에 대한 공상}은 나의 에너지나 나의 정체성을 즐겁게 고민하게 해 주는 데 영향을 미쳤던 건데, 세상이 바뀌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 생길까, 세상이 바뀌었을 때는 자기가 중심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자기가 거리에 나가서 운동하고 어디 나가서 연설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일상에서 자기가 불편한 것을 참아 왔는데, 참지 않고 화를 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이며, 그 하나가 사실은 작은 거지만, 일상화되어 있을 때는 세상이 변화가 되는 거거든요. 그런 꿈꾸기를 즐겁게 해 준 책이었어요.

퍼> 호모포비아를 가진 이성애주의자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솔> 이런 사람들에게는 박영률 출판사에서 나온 {섹스북}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퍼> 오프라인에서의 실제 레즈비언 시티 계획은 없으세요?
솔> 있지요. 실제로 엘비시티를 만든 것이 온라인에서 재미난 사이트를 만들어 보겠다라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아니었고, 아까 맨 처음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실제로 그런 사회가 왔을 때, 그런 현실이 가능해졌을 때, 미리 살아 보기 연습이거든요. 궁극적인 것은 그것이 온라인에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고, 오프 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목적이죠. 그거는 하나의 도시 전체를 레즈비언 도시화하자 이런 건 아니더라도 내가 레즈비언 언어로써 말하고 레즈비언 노래를 부르고, 레즈비언 시민들과 무엇을 꿈꾸면서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과 연결되는 거죠.
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