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문화 평론가 – 이명구
뜨거웠던 지난 여름 나는 뜨거운(?) 것을 다루는 한 사람을 만나러 도곡동 일대를 헤맸다. 사무실은 강남의 끝자락 한 건물의 지하에 있었다. 두꺼운 철문이 막아서 있는 모습은 보기부터 뭔가 음흉해 보였다. 상상컨대, 철문이 잠겨져 있는 그 내부엔 아마 채찍이며 양초, 가죽 자켓, 혹은 특수 재갈 등등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치의 바로메타인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지하의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사무실의 풍경 또한 어색했다. 한 면에 스튜디오가 꾸며져 있고 벽에는 각종 포르노 배우의 사진이 패널로 만들어져 걸려 있었다. 요란하고 난잡하게 어지러져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난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다른 방에는 한참 회의가 진행 중이었고 곧 이명구씨가 나를 맞이했다.
나는 포르노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그가 아주 평범하게 생겼으리라 기대했고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어차피 성이라 평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것은 포르노 사이트 기행기를 쓴 이명구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영화 <거짓말> 사건이나 오현경, 백지영 등등, 성의 문제는 아주 커다란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큰(?) 일을 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지 않게 평범한 외양이 흥밋거리가 되기도 하다. 말만큼 요란한 행색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일단 사기꾼으로 몰려는 성향이 내게 있다. 그래서 오히려 안심했는지 모르겠다.
이 사무실은 이명구씨가 운영하는 성인 웹진 http://www.av-news.com의 사무실이기도 하다. 웹진이라,, 우리랑 동업자가 아닌가.
면식범 :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하시는 일에서부터 사적인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물어 보고 싶은데요. 이명구씨는 뽀르노에.. 아, 그런데 뽀르노라 부르는게 맞나요, 포르노라 불려야 하나요? 흔히들 뽀르노라고 부르는데 이명구씨는 어떻게 부르나요?
이명구 : 저도 그냥 포르노라고 부르죠. 서구에서도 어차피 합성어니까. 포르노 그라피라고 부르지 않고 포르노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죠. 학자나 전문가들이 어원이나 따지면 그렇고. 포르노그리피가 창녀들에 대한 글쓰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런 어원이나 개념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구나 포르노라 그러면 그게 뭔지 개념은 아니까.
글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니까.
1. 포르노는 있다? 없다!
면 : 먼저 궁금한 게 있는데, 한국의 포르노는 존재하고 있습니까?
이 : 불법적으로 존재하죠.
면 : 불법 복제되는 이상한 몰카 말구요. 합법적이진 않지만, 국내에서 의도적으로 제작되는 하드코어 포르노 사장이 존재하는가 하는 거요.
이 : 그렇죠. 인터넷 등장 이전에는 소수 부유층이나 권력층이고 하긴 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호사였죠. 그게 전통이라면 전통이죠. 그게 불법이었기 때문에 소수 돈 있는 사람들이 매니아로서 직접 제작해서 소유하고 가끔 새어나오기도 한 것이죠. 아니면 남들이 제작한 걸 사들이거나 했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대중화되었던 것입니다. 흔히 몰카 선풍이라고 부르듯이 포르노가 아니라 예전에 만든 불법 포르노를 요즘은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죠. 지금은 시장규모가 음성적이지만 커져 있죠.
면 : 제작 배포 단계가 이루어진다는 얘기인가요?
이 : 그렇죠.
그러고 보니 나는 한국의 포르노 시장의 개척 시기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때는 70년대 말, 80년대 초. 한국에 비디오란 것이 없을 때 일본을 건너 들어온 것이 소니사의 베타VTR이다. 이 물건은 돈푼깨나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인데, 하드웨어만 들어오면 소용이 없으니 소프트 웨어도 같이 끼워 팔았는데, 그때 들어온 베타테입이란 대사를 몰라도 이해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다들 포르노로 알고 유통되던 것인데 나중에 보니 그 영화의 제목은,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 그리고 그 유명한 <목구멍 깊숙이>이다. 최근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VHS방식이 보편화 되면서 VHS테입의 진짜 포르노도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그때는 이미 80년대 중반. 올림픽을 전후로 VTR보급율이 높아지던 때이다.
면 : 요즘 웬만한 중고등학생이라면 포르노 한두 번씩은 다 봅니다. 그래도 국산 구했다고 하면 난리가 났었죠. 비록 재미는 없었지만. 그게 10여년 전 얘깁니다. 근데 한국판이라는 것이 그때도 나름대로 제작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군요.
이 : 그 당시도 의도적 제작인 것일 수도 있고 몰카였을 수도 있겠죠. 대상은 주로 윤락녀나 그런 사람들이죠.
면 : 포르노가 억압되었다는 점에서 되면 포르노는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수단으로 변해서, 뭔가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경향이 아닌가요. 순수한 포르노만의 성격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 제 생각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포르노는 순수하지 않습니다. 포르노는 상업적인 것이 기본이에요. 기원을 따지면 복잡하지만, 상업성이 기본이니까 순수성을 말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포르노를 만드는 사람이 모인 경우, 포르노 제작자나 배우들 감독, 작가나 그런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이죠. 하나의 직업인이자 생활인이자 사회의 일원이니까요.
면 : 그러면 포르노의 긍정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까?
이 : 한국사회에서 포르노는 많은 역할을 한 게 사실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포르노가 성교육의 역할을 해왔죠. 실제적으로. 남녀간의 성기의 결합, 삽입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런 걸 모르는 때가 불과 몇 십 년 전의 한국 사회인데, 그런 때 유년 시절에 아무도 말하지 않던 시기에 그걸 보면 일단은 과장되건 어떻건 간에 포르노를 보면서 남녀간의 삽입이 이렇게 되는 구나, 이게 가능하구나, 하는 걸 배워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긍정적인 부분일테구요. 그리고 포르노를 통해서 색다른 성 내지는 자신과 비슷한 성적 취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페티시(패티시즘, fetishism)라고 하는 것에서도 보듯이 자신과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진 경우를 보면, 아, 내가 저쪽에 성 취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죠.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을 포르노가 알려주고. 그런 역할이 긍정적인 역할이라는 거죠.
면 : 성 취향이 확대된다는 것은 문화랄까, 개인의 취향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군요.
이 : 그렇죠. 개인의 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성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데 그걸 발견 못하면 성은 재미없는 것이 될 수 있거든요. 성이 애 낳기 위한 생식수단의 성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아니면 단 몇 초 간의 짧은 오르가즘 그런 것 보다 훨씬 넓혀가면 훨씬 즐겁고 오래 즐기겠죠.
면 : 결혼하셨지요?
이 : 네
면 : 총각의 입장에서 전부 이해하긴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포르노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야 내적인 규정성이 생기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이고,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은 지극히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나는 총각이니…
면 : 명작이라고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이 : 미국의 앤드류 브레이크라는 감독이 있습니다. 여러 유명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다가 지금은 자신의 독립 프로덕션에서 만들기 시작한다. 일년에 23편 정도 만들죠. 그 사람이 만든 포르노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예술적‘인 측면이 많다. 평론가들이 “포르노의 뮤직비디오다.”라는 말까지 하는데 그 사람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배경과 영상이랍니다. 대본은 스토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그는 포르노의 핵심을 알고 있는 거죠.
하드코아 포르노는 아니지만 성기노출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가끔 성기 삽입도 하는 틴토 브라스라는 이탈리아 감독이 있습니다. 원판은 성기가 다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 짤라내버렸지만. 틴토는 거장으로 꼽히고 있죠. 그 사람은 포르노를 36mm극영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그 자신은 포르노 감독이라고는 안 하죠. 미국의 잘만 킹과 대비되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잘만 킹은 적나라한 신(scene)은 없고 페티시적인 성향인데 틴토는 적나라하죠. 성기노출, 성행위도 그대로 하구요.
↗ 틴토 브라스 감독 <모넬라>
면 : 잘만 킹 얘기를 하셨지만, 잘만 킹 경우 <레드 슈 다이어리>를 만들었는데, 어디까지가 포르노인가요. 성기 삽입이 일반적인 기준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이 많지 않나요. 감각의 제국이라든지, 일반 극영화와 포르노의 경계라면 어떤 것인가요?
이 : 경계를 구분 짓는다는 것은 웃긴 일이죠. 저 자신도 그렇지만 범위를 좁혀 나가다 보면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을 때가 생기거든요. 극영화에서는 아무리 벗어도 예술이라고 그러고 포르노는 잘 만들었는데도 여전히 포르노라고 그러고……. 포르노는 하드코어와 소프트코어라고 나누죠. 성기삽입이 있으면 하드코어, 그렇지 않고 소프트코어는 삽입은 없고 행위 전 단계에서 그치고 나체를 보여준다든가 남녀의 에로틱한 포즈를 보여주는 정도이죠. 그러나 어차피 둘 다 포르노로 봅니다.
더 얘기하자면 삽입섹스가 아닌 것도 포르노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페티시로 들어가면 어느 한 부분에 집착하는 사람을 보면 실제 여자의 어느 한 부분, 가슴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성기보다 가슴을 보는데서 성적 만족과 오르가즘을 느낍니다. 그 사람에게 성기는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런 사람은 삽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음란하다는 것은 성적 취향에 따라 다 다르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표로 내세워 성기를 음란함의 전부인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죠. 제 얘기로 따져 나가면, 인간의 신체 전체가 포르노이고 어떤 물체도 포르노일 수도 있어요. 웃긴 거죠.
면 : 포르노의 개념이 넓어지는 것이군요.
이 : 그렇죠.
면 : 한국적인 상황에서 하드코어가 금지되었다는 것인데, 그렇게 넓혀 놓으면 한국의 기준은 무용지물입니다. 지금 나온 에로 비디오는 그런 식의 넓은 개념은 포르노에 해당하지 안잖아요.
이 : 그래요. 모든 성인영화는 포르노입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성의 헤어(hair, 음모)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소프트코어건 하드코어건 둘 다 불가능합니다. 에로영화래 봤자 뻔한 것만 나옵니다. 그리고 포르노라는 개념을 극단적을 적용하다 보니까 우리사회에서 에로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포르노라고 하면 굉장히 기분 나빠합니다. 자신들은 포르노와는 다른 걸 만든다고 주장하죠. 나 역시 그쪽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러나 저의 기본 생각은 다릅니다. 그거나 그거나,,, 정말 에로틱하다면 포르노 같다는 말에 기뻐해야지 않을까요. 그리고 실상 배드신에서 ‘공사‘를 하고 연기를 하는데, 그 공사 떼어내고 하는 것과 실제로 삽입하는 것이 뭐가 다르단 말인지. 별 차이를 못 느낍니다. 어차피 저 같은 경우는 전부 포르노로 봐요.
면 : 그러나 포르노의 행위. 그러니까 남에게 자신의 성 행위를 노출한다는 것, 그리고 각종 기괴한 체위들 등등은 변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페티시도 변태라고 생각합니다. 성기 삽입 아닌 페티시를 즐긴다는 것이 변태라는 것은 통념인데.
이 : 그 글은 쓴 적이 있는데,, 전 변태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어차피 성의 개념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해요. 옛날엔 안 되는 것이 위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풀어 줘 나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걸 보면 변태의 개념도 변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여성상위체위를 엄금했던 때가 있었죠, 우리나라에.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흔한 걸로 되어있습니다. 그걸 변태라고 하지도 않죠. 불과 10-20년 전쯤에는 한국에서는 오랄섹스도 부부간에도 어려운 일이었라고 알고 있어요. 오로지 성상위에서 어떻게 더럽게 그, 어떻게 남자가 그걸, 페라치오는 가능해도 커닐링구스는 상상도 못하는, 아주 더럽게 여기는 남성 중심의 사고 방식이었죠.
그러나 오늘날에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어요. 물어보면 다 한다고들 해요. 남녀가 공평하게 69자세라고 하는 것들. 서로 해주는 것도 있고. 더 앞서 나가면 애널 섹스도 가능하다. 그것도 꽤 하죠 요즘은. 자기가 안 하는 성행위를 남이 한다고 해서 변태라고 말 할 수 없어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풀어준다? 누가? 이 문제는 앞으로의 얘기에서 키워드가 될 말이다. 자신의 욕망에 반하는 적대자는 누구며 그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풀어준다‘라는 말에서 이명구씨의 현재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당한 불만과 피해의식이 있다고 나는 느꼈다. 어차피 욕망은 매개되는 만큼, 그만큼 거칠 것 없는 날뛰는 망아지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풀어주는‘ 것이라면 욕망이 통제받는다는 말인지 통제되지 않는 욕망의 분출구가 통제받는다는 말인지는 두고 봐야겠다.
2. 뭐가 나쁘다는 거야?
나는 킨제이 보고서의 허상을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조사에서 각종 성행위 특히 오럴 섹스에 관해서, 남들이 얼마나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자신은 실제로 하는가 하는 질문간의 차이었다. 물론 후자가 전자보다 수치상으로는 아주 높았다. 킨제이 보고서는 그런 허구성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그런 맥락에 있는 것인지…
면 : 변태의 문제는 또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이른바 수간, 아동강간의 문제는 어떻게 봐야하는지. 쾌락의 수단이라면 범죄라고 볼 수 없지 않은가요? 어디까지 조절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 할 수 있을까요.
이 : 그에 관해서도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쓸 때는 어차피 한국 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교육도 여기서 받았고. 아무리 생각을 열어나간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성은 일단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한에서 추구하는 선. 일단 그 정도까지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동성애(pedophilila)라는 것은 오랜 금기이죠. 아직까지는 정식 포르노가 아니에요. 수간(獸姦)도 다들 불법입니다. 실질적으로 포르노 제작자는 삼대 금기는 지키고 있습니다. 아동성애, 수간, 근친상간 이런 것은 금기로 여깁니다.
근친상간 포르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근친 상간을 내용으로 하는 포르노 영화는 그것이 단지 영화의 내용일 뿐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근친상간을 담은 불법 영상이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사실 소문 뿐이다. 그런 소문에 있는 오르내리는 극악한 포르노의 세계는 이미 포르노의 한계를 넘어 서는 것이다. 스너프(snuff)필름, 그리고 시간(屍姦) 등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체를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
이 : 실질적으로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 그 콘텐츠로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리니까 안 없어지는 것이고, 제일 규제가 심한 건 아동 성애입니다. 인터풀이 전세계의 협조를 얻어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대체로 그 제한 연령을 15세 미만으로 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의 근거는 뭐죠? 15세 이전에 결혼, 섹스는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잖아요.
그러나 저도 결혼해서 애 기르고 살아가다 보니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 이하는 좀 무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정하는 편입니다. 아동성애의 금지는 그래서 저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강간 같은 경우는 흔하게 콘텐츠로 생산되긴 하지만 피해를 주는 성행위라서 일단은 반대죠. 연출된 것이라면 몰라도.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라면 즐기는 데 있어서는 상관하지 않아요.
면 : 상방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군요.
이 : 그래요. 전 이런 생각을 하는데, sm(새디즘+매저키즘)이라는 것. 이런 것은 서로 궁합이 만나야 행복해지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 불행해지죠. 예를 들어 가학성향을 가진 사람이 평범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 어떤 성적 욕망을 못 느껴요. 때리거나 하는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면 폭력이 되잖아요. 평범한 사람은 그걸 못 받아들이죠. 그 사람은 피학적인 사람을 만나야 해요. 영화 거짓말에서 보듯이. 두 커플이 서로 잘 맞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하죠.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해 보이지만 그들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거죠.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한 성행위라면 상관 말아야죠.
면 : 변태가 없단 말은 성이 건전한 즐거움 내에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일텐데… 건전하다는 말이 성이 아닌 다른 외적인 기준을 도입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예를 들면 <거짓말>이라면 우리 사회의 폭력에 관한 성이 동원되어 설명되고 있는데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건전한 삶이 없는 사람의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 글쎄… sm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 동호회도 있고 그 매니아들을 보면 우리가 보기엔 정신병자 같이, 변태 같이 보일 정도로 깊게 몰입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거죠. sm 매니아들을 보면 일종의 연극과 같아요. 심리극으로 병을 치료하듯이 행위를 하는 척만 하는 것이죠. 실제로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실제 성행위는 가벼운 채찍이나 소도구를 가지고 내가 저 사람을 억압한다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근데 이 사회의 문제점이란, 그런 sm을 극단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의 성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왜곡되게 묘사하고 있어요. 변태 취급하고 있어요. 변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사회의 모든 문제점이 일어나는 비율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낮을 거에요. 과장하니까 사람들은 그런 성취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 이건 안되는구나‘, ‘저렇게 보이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면 : 정상적인 sm은 낮의 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말씀이군요.
이 : 그렇습니다. sm 매니아를 보면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아요.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많고. 역설적으로 지도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이 그런 성향을 가진다고 해요.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묘하게 피학적인 역할을 맡는다는군요. 지배적인 위치에 있으면 항상 스트레스나 지위에 대한 불안, 남을 밟고 올라갔던 기억이 성적인 성향을 그렇게 바꾼다고 하더라구요.
면 : 낮의 세계가 밤의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거꾸로 밤이 낮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경우는 없을까요.
이 : 글쎄요. 그건 복잡미묘한 건데. 그런데 많은 사람이 평범하게 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그렇게 문제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면 : 범죄 같아 보이기도 한 그런 일들을 보면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갱뱅>(gang bang 윤간)시리즈 같은 유럽의 sm은 일본과는 달리 거의 고문 같아 보이는데, 그런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 : 인간이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개 공정할지 모르겠지만 포르노는 유독 다르게 보려고 합니다. 포르노도 하나의 영화일 뿐입니다. 영화를 볼 때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해서 영화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잖아요. 영화는 영화 자체로 인정되어야 하는 개연성이 있습니다. 포르노도 똑 같은 거라는 겁니다. sm매니아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거란 거죠. 물론 실제로 때려서 피가 날 수 있는 것인데, 그건 액션 배우가 영화 찍다가 피나고 떨어져서 다치는 경우와 똑 같다는 거죠.
면 : 저의 착각이었군요.
이 : 그게 실제로 납치, 강간의 경우는 일부 불법으로 만들어지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연출되어서 다큐처럼 만든 것이죠. 대부분 배우가 연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반 영화처럼 봐 주면 된다는 거죠. 아 저건 영화다. 포르노 영화다, 이번엔 격한 작품이 나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쉬워진다는 거죠.
나는 포르노를 보면서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늘 생각한다. 저들은 옷을 벗고 있지만 그 행동은 연기가 될 수도 없다. 연기행위라고 하기엔 너무 직접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그렇지 않고. 배우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러나 그의 입장은 나와 정반대에 있다.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즐길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면 : 성이란 건 너무 직접적인 문제 같아요. 다른 장르의 예술처럼 간접화된 주제의식이 없이 몸, 실제의 성기로 연기를 하고 실제 성기가 반응을 보이는 매개 없는 장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혼동하기도 하고 그것이 포르노의 본질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그런데 그러면 포르노라는 것이 일반적인 에로영화와 다르다는 것은 과연 의미가 없는 것인가요? 받아들이는 차이에 따른 것으로만 봐야 하는지..
이 : 아주 차이가 없다고 말 할 수는 없는데, 전 나름의 장르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한국사회에서 에로비디오는 미국식의 소프트코어에 해당하죠. 그런데 개개인의 성적취향에 따라서 소프트코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과격하고 적나라한 것 좋아하는 사람은 하드코어를 보면 되죠. 그런데 한국사회의 문제는 그게 다 풀려 있을 때 다양한 장르가 나와서 선택의 여지를 줘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막고 있다는 겁니다. 과격한 포르노를 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걸 막으니까 에로영화 수준만 나오는 것에요. 한국사회에 포르노가 합법화된다면 포르노 만들 사람이 없겠습니까? 만들 사람, 출연할 사람 많아요. 그러니 소프트코어, 그것도 불완전한, 헤어 노출은 안 되는 그런 것만 나오는 거죠. 한계는 거기까집니다. 그 이상을 원하는 수많은 대중은 성적 욕망을 풀어낼 매체는 없어요.
면 : 그럼 제도적으로 하드코아를 풀어야 한다는 말씀이신지?
이 :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일단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니면 복잡한 문제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 시기가 온 것 같아요. 그 사람들도 걱정을 해요. 해외 포르노 사이트 보느라고 외화가 유출된다고. 그래서 통제를 한다고 한다고 하죠. 그러나 isp를 통해서 한다고 해도 100% 통제하지는 못하거든요. 해외 한국어 포르노 사이트에서는 직접 접속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미 선택은 열려져 있다고 봐요. 경제선진국은 포르노 선진국과 일치합니다. 미국, 일본, 독일 같은 나라만 봐도 알죠.
미국의 경우에 iec라는 회사를 들 수 있는데, 인터넷 최대 포르노 업체입니다. 여기서 연간 벌어들이는 돈이 1500만 달러나 됩니다. 할리우드가 포르노에 대해 관대한 이유도 돈 때문이죠. 매카시 선풍 이후 헐리우드가 플레이보이의 휴 해프너(Hugh Haffner)가 헐리우드에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서 영화사를 진흥시켰다는 거죠. 결코 포르노에 대해 부정적일 수 없었죠. 래리 플린트라는 영화가 나오고 거기에 찬사를 보내고 말이죠. 왜 그게 가능했냐 하면 섹스라는 코드가 없이는 헐리우드가 영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섹스라는 코드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독 정서로만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도 자본주의 사회 맞잖아요. 그렇다면 경제적인 면도 생각해야죠.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데 저는 그걸 성문화가 주도를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문화를 팔아먹을 콘텐츠가 없어요. 너무 억압해 와서. 외국 거만 봐 와서. 낮의 오픈된 문화 외에 밤의 문화는 전부 외국 거로만 채워지니 경제적 손실 또한 크죠. 실제로 손실을 보고 있고.
면 : 경제적 손실이라니 생각난 건데, 포르노에서의 선두주자가 자본의 선두라면 자본주의의 발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문제가 불거지는데요. 그걸 굳이 그렇게 발전 시켜야만 하는가,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하는 것이죠. 유럽이라고 모든 나라가 미국이나 독일 같지는 않더군요. 좌파적인 사고라고 해야하나. 프랑스도 그렇게 발달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 나라에 있는 것도 대부분 미국 자본에 의한 것이고 보면 굳이 돈버는 문제와 성이 따라가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지는 않습니까?
이 : 포르노라는 장르가 가장 오래된 직업인 매춘과 관련이 있습니다. 성이나 포르노가 이데올로기와 휘말리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매춘과 포르노는 있어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굽니다. 성의 욕망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와는 상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건 자본주의라는 건 사실입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립니다. (포르노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자신들도 말하고 있어요. 여자 한 명,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사업이니까요. 사회주의와는 어울리지 않죠. 저 자신도 혼란이 올 때가 많은데 예전에 모사이트를 운영하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분은 성을 해방 쪽으로 보시는 분이죠. 성이라는 측면으로 파고 들면 사회주의라는 것과 맞닿죠. 그와 달리 대중적인 취향으로만 가면 자본주의의 문제로 연결돼요. 어떻게 보면 경계선에 있죠. 모순 속에. 위태롭게. 그러니까. 사람들은 인간성. 숭고성. 등의 문제로 고귀함으로 생각하면 포르노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고 까놓고 산업으로 보면 이것처럼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사업은 없는거죠. 시각에 따라 다른 건데 저는 현실적인 입장이에요. 이왕 이렇게 된 것. 이건 이제 어떻게 할 수 없는 흐름이거든요. 그래서 열고 떳떳이 맞부딪히는게 낫지 않나.
면 : 개방되고 열려진다는 것에서 포르노가 해악을 미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잖아요. 포르노에서 여성의 위치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수동적인 위치인데.
이 : 저는 여성들이 이해 안 되는 게,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 나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들이 주도적이었던 시대에 대해서는 별 말 없다는 거죠. 여성중심 모계사회도 분명히 있었어요. 전체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많이 바뀝니다. 이미 포르노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아까 갱뱅 말했지만 ‘역(逆)갱뱅‘이라는 것도 있어요. 일본식으로 하면 치한(癡漢)이 아니라 치녀(癡女) 시리즈도 만들어 집니다. 그런 작품에서는 포르노 속에서 역할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런 작품이 개발되고 여류 포르노 감독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여성만을 위한 포르노가 만들어 지고. 얼마든지 사회분위기가 변화면 포르노 속의 내용과 형식은 변합니다. 기존의 것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죠.
면 : 저는 좀 다른데요. 역갱뱅이라고 해서 여성중심적이지는 아닌 것 같다. 시각적인 장르라서 여성들이 즐길 수는 없어 보인다. 결국 남성중심적 시각의 재생산이 아닌가. 전동기구라면 다르지만…
이 : 이제 구체적인 걸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성인 사이트 회원에서 여성의 비율이 상당하다고 해요. 포르노의 기본적인 역할은 이렇게 본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건 자위행위용이다.” 라고. 여성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섹스숍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한국도 그렇고 여성용 자위기구이다. 이른바 딜도라는 것. 그 이유는 여성도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더 안락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이죠. 시각적인 부분은 남녀가 비슷하다고 봐요. 그 다음에 이어지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여성도 충분히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봐요. 포르노 속의 여성이 중심적이어야 한다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누가 중심이든 그 속의 에로틱한 장면이 얼마나 보는 관객에게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극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그것만 충분하다면 상관 없어요. 거기서 왜 강간당하고 그러는가 라고 하지만 내용을 바꾼다고 그 사람들이 가만 있겠어요? 그렇지도 않잖아요. 그러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 걸고 넘어지는 건 종국에 포르노를 부인하기 위한 변명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 부분은 나는 뭐라고 결론 내릴 수 없는 부분이었다. 포르노를 악으로 본다면 악이고 아니라고 본다면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은 주관이 없다는 것인데, 그에 비하면 이명구씨는 주관이 확실한 사람이다. 포르노는 악이 아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문제와는 연결시키지 말라. 나도 대답할 수 없다. 그것이 그의 입장이다. 내가 생각한 것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의 문제에서는 뭐라 할 수 없는 관념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3. 나는 어른이다
면 : 포르노는 결국 성의 문젠데 최근 가수 박진영의 주장은 청소년들도 성을 즐길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의 마지노 선인데 그마저도 해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원조교제의 문제도 있구요.
이 : 청소년에 관한 문제는 현실론을 얘기 한 것 같습니다. 아동이 아니라면 성에 관한 것은 그들만의 결정인 것 같다. 자유롭게 즐긴다는 그런 얘기는 아니고. 우리나라도 성에 관한 기준이 변하잖아요. 우리나라는 한 18세? 그 정도라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성을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서구 사회에 비해 성교육이 미흡해요. 제대로만 알려 준다면 선택의 문제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의 문젭니다. 교육 없이 몸으로 먼저 부딪히니까 그게 나중에 상처가 될 수도 있어 우려가 되는 것 뿐입니다. 나이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최악의 마지노 선이 아니라면. 솔직히 알려줘야죠, 솔직히.
면 : 제도 또한 좀 더 자유로와야 한다?
이 : 저는 제도 쪽이 아니라 성 쪽에서는, 최악의 마지노 선을 제외하고는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소수 몇몇이나 지배층이 국민들의 성을 결정하는가. 영화만 해도 등급심의 위원회에서 수많은 관객의 볼 권리를 제어하는냐.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 굉장히 화가 나죠. 봐서 적나라하고 음란하면 국민들이 저 영화 간판 내려라 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때 가서 선택하도록 해야지 왜 미리 차단하고 말이죠. 웃긴 게 경제는 선진국이 된다고 하면서 왜 성은 선진국의 수준에 안 맞추느냐는 거죠. 성만 유독 어린애 취급합니다.
면 : 정치 권력의 일반적 속성의 문제를 얘기하시는 것입니까?
이 : 그렇죠. 성의 독점 그런 쪽에서도 말을 많이 하죠. 룸싸롱이 소수 지배계층만이 즐길 수 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시대는 얼마나 좋았겠냐구요. 여자와 독립공간. 이게 무너진 계기가 단란 주점입니다. 샐러리맨이나 누구나 여자 끼고 술 먹고 춤추고. 거 얼마나 화가 났겠어요. 그런데 그게 처음 생길 때는 단속이 무지 심했어요. 그래서 종국에 대중화 되었죠.
미아리, 천호동 다 없앤다고 하는데, 자신들은 얼마든지 돈을 가지고 매매춘이 가능하다. 그런데 없는 사람들은 단돈 6만원이면 욕구가 해결돼요. 근데 사창가를 없애면 없는 놈만 죽으란 얘기죠. 성에도 여러 단계가 있지만. 대중들과 가장 밀접한 공간을 단속하면 피곤해 지죠. 6만원에 해결 안 되면 몇 십 만원 들여야 되고. 여관에 가야 되고. 안 되면 이발소라도 가야하는 것이죠. 그런 현실은 무시한 채 없애면, 아쉬운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인정할 수 없는 논리이지만, 그의 솔직함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으랴? 마음으로라도 간(姦)하지 않은자 돌로 쳐라.
면 : 성의 억압의 문제가 성적 유희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지배구조와 연결 시켜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표면적인 성의 문제만 볼 수 있는가. 성의 해방이란 이명구씨는 그런 표면적인 해방을 말하는 것인가요? 그건 오히려 지배구조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이 : 포르노에 몸담아 온 사람들은 포르노를 사회의 상징으로 봅니다. 개인의 자유를 재는 척도로 보는 거죠. 포르노가 자유로운 국가는 개인의 자유 또한 자유로운 사회입니다. 포르노가 자유로우면서 다른 것을 규제하는 사회는 없는거죠. 인간은 성이 자유로워지면 다른 것에도 자유로와 집니다. 물론 성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있긴 하겠지만요.
면 : 제가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인데요, 5공 시절의 3s 정책이란 것도 그런 효과를 가져왔지 않았습니까.
이 : 결론적으로 다 열고 나면 한 층 더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포르노의 개방을 통해서 예술 일반이 더 다양해 질 수 있는 것이구요.
면 : 성이 계기가 되어 다른 것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이 : 어차피 지금은 성의 문제가 사소한 개인 문제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솝니다. 우리는 그 문제에 거의 반쯤은 바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희 회사도 4월 검찰 단속에 구속됐다가 풀려 났지만. 성이라는 문제는 것은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원조교제니 하는 것이 물론 나쁘지만 그걸 빌미로 유효 적적하게 활용되어서 많은 부분까지 파고 드는 거죠 인터넷에 명단 공개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가정 하나를 파괴 할 수 있어요. 신중하고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점이 행정적으로 판단하고 단속합니다. 얼마나 간편합니까. 그냥 잡아가면 되는 것이니까.
마광수 교수도 그렇죠. 한 번 잡혀갔다 오니까 어쩔 수 없이 자기 검열에 빠지는거예요. 장정일도 마찬가지구. 이현세 한 사람 법정에서 이겼다지만 그건 <천국의 신화>에 한해서이죠. 또 다른 작품은 또 잡아 갈 수 있습니다, 걔네들은.
실제로 외국은 어떤지는 잘모르지만 한국만큼 성이 흘러 넘치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매춘하기 쉽고 밤 새도록 술마시기 좋은 나라는 없어요. 성범죄율도 높고. 걔네들도 알고 있어요. 열어놓으며 줄어들거라는 것. 그러나 안 열어 놓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겠죠.
면 : 도대체 뭐죠, 그게?
이 : 통제하기 위한 것이죠. 이게 가장 효과적이죠. 그래서 비싼 돈 주고 영화 사와서 성기 나오는 부분 잘라 내는 것이죠. 왜 그러냐구요, 도대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서도 다 나온 것인데. 그리고 자기네 밥 그릇일 수도 있겠죠. 규제 없어지면 자기네들 할 일이 없어지면 안되니까.
면 : 저는 아직까지도 성의 억압은 표면적이다. 그래서 성의 억압에 진지해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와 닿지는 않는데요.
이 : 이쪽에 종사하는 사람은 몸으로 싸워온 사람이 많아요. 언제 잡혀갈지 모르죠. 운동권같은 사명감은 없습니다. 솔직히 돈벌려고 하는 것이긴 해요. 그런데 왜 내가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 성을 보여주는데 못하게 하는가 하는 인식은 투철합니다. 나름대로 의무감을 갖고 일 해 온 것입니다. 살다보면 지배층, 권력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그게 두렵기도 하고 치명타기도 하죠. 일반인들은 잘 못 느낍니다. 보통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매춘이 가능하고 술 먹고 싶으면 먹고 포르노 보고 싶으면 인터넷에서 보면 됩니다. 그러나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포르노 제작자라든지, 만화가라든지. 이들은 실감을 하죠. 아, 이 사회는 엄청나다. 그러고 걔네들은 어쩌면 그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수를 통제하지 않아도 소수만 통제해도 효과는 거두니까. 현실로는 풀어놓고 제도적으로는 통제하는 그런 방식을 택했는지도 모르죠.
권력과 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무척 혼란을 겪게 되었다. 이명구씨가 말하는 성이란 성행위만을 지칭하는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는 권력의 문제를 다룰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걸 통제라는 문제로 확대시키는 이명구씨의 논리는 일견 모순적이고 단순한 것 같아 보인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이것이다. 예컨대 단란주점이 룸싸롱의 지배계급에 맞서는 양식이라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도대체 누가 억압한다는 건지 주체 또한 분명하지 않다. 따져들면 큰 세력이라고 보이는데, 들어보면 한 개인에 불과한 얘기다. 뭐가 뭔지, 더 이상 논의를 진전 시키기는 서로 생각의 범주가 달라보인다.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겐 ‘걔네‘들이 누구인지, 무엇이 ‘억압‘하는지 무엇을 억압당하는지는 설명만으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논의는 여기서 더 나가기 힘들었다. 내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면 : 억압과 제도의 문제는 어렵군요.
이 : 쉽게 생각해서 포르노에 관한 한, 일단 검증된 사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보면 알 수 있죠. 우리나라 식으로 생각하면 미국이나 일본은 살 데가 못되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미국도 포르노를 개방한 지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저 자신도 그다지 빨리 오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래리 플린트는 70년대 후반에 승소 했습니다. 그러니까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얻은 것도 20년 정도인 셈이죠. 열어 놓으면 부작용도 있겠지만 그러나 정작 무서운건 포르노보다 무서운 게 많다는 거죠. 종교, 이데올로기, 전쟁,, 얼마든지 무서울 수 있잖아요. 그러나 포르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일 뿐입니다. 종교, 이데올로기는 수 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지만 포르노는 끽해야 개인과 개인의 강간 정도죠. 피해는 한 명 뿐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사회의 모든 것에 비하면 포르노의 해악은 미미합니다.
면 : 한국의 성문제, 성폭력 문제에서 포르노가 야기시킨 것은 별로 없다는 데에는 동조합니다만,
이 : 그리고 더 억울한 건 형평성의 문젭니다. 티비, 신문, 영화도 다 성을 팔아 먹는데, 그런데 조금 적나라한 것은 나쁘고 덜 한 것은 좋다. 힘 없는 놈만 손해를 봅니다. 형평성이 없으니 법은 권위를 잃죠. 인터넷도 그래요. 포르노 사이트 링크는 일단 불법입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손해 본 개인 사이트가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유명 포탈 사이트에는 검색하면 그런 것이 다 나와요. 그러나 걔네들은 안 잡혀가죠. 힘 있으면 한국에서는 포르노도 무죄예요. 그런 것 따지면 정말 억울하죠.
면 : 래리 플랜트 같은 희생양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 : 플레이 보이는 비비드 사(社)를 얼마전에 인수했습니다. 플레이보이는 이미 거대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엔 그만한 기업이 없어요. 그런 걸 한낱 도색잡지로 표현하는 것 웃기죠. 그렇게 허구적으로 다루는 것도 문제에요.
억압의 문제는 사실 이명구씨에게서는 이런 억울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뭐라고 토를 달든, 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것보다 더 한 ‘억압‘이 있을 리 없다. 또한 진지한 문제이면서 직접적인 문제이다. 그러면 정치권력이라는 거대한 얘기는 접어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나는 옆에서 아까부터 물끄러미 지켜보던 아직도 생소한 프랑스 이름들을 조용히 돌려보냈다. 널 잘 못 데려왔구나.
4. 몸,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렇지만 가치 있는
면 : 이명구씨가 쓰는 칼럼(http://erotica.intizen.com)에서 섹스아트에 대한 소개가 여러 번 나올 걸 본적이 있다. 요즘 상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데, 섹스아트에서 몸이 가지는 의미란 무엇인가요? .다른 도구로 활용되는 재료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이 : 그 문제는 작가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소개 된 적이 없고. 나는 미술에 문외한입니다. 작가에 따라 몸의 숭고함을 따지는 사람도 있고 오직 자극의 도구로 다루는 사람도 있어요. 거기에서 몸의 개념은 변하는 거죠.
면 : 포르노라는 것에서 몸은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 버려서 그것을 바라볼 때는 어떤 왜곡이나 혼란, 도착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심각한 병적인 증세를 말하는 것은 아니구요. 저는 그런 게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몸과 저것의 몸이 서로 다르다는 것. 변형되고 왜곡되어 있는 것이 흔히 자신에게 불신을 심어줄 수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성적 취향이 외부에 의해 도착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데.
이 : 저도 가끔 그런 혼동은 느끼죠. 그러나 작품은 작품으로서만 받아들입니다. 메시지만 받아들이려고 하는 거죠. 저와 비교하거나 현실로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여성 성기만 클로즈업해서 찍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음란할 수 있지만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이건 한국에서도 좋아할 얘기인데, 생명이 나오는 곳으로 이해 한 것이죠. 극도로 클로즈업해 놓으면 석회동굴 같은 느낌입니다. 신비감을 주고 뭔가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장미꽃을 삽입하고 찍고 하는데 성기를 소재로 하는 작품입니다. 추하다는 느낌도 없고 또 그걸 보고 제 집사람의 거기를 클로즈업해보고 싶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작품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거죠.
면 : 자신과 비교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 : 그러면 끝도 없어지니까.그런데 인간의 성욕은 염색체 모양으로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아무리 많이 섭렵해 보아도 어떤 한 군데로 모아지더군요.
면 : 그 지점이 어딘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 : 저는 다리 페티시입니다. 다리, 발, 하이힐. 허리 아래쪽이죠. 첨부터 그쪽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길 가다가 여자를 봐도 다리부터 보는 것이죠.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겁니다.
이 부분을 말하면서 그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에게 충실한 답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에 얼만큼 어떻게 만족하고 있는지는 묻지 못해 아쉬웠다.
면 :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인데요. 성적 욕망, 취향은 어쩌면 고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요. 그런데 제가 육체의 환상을 경계한다는 것, 두려워한다는 것은 미성숙한 주체에게는, 그런 화상의 중첩은 내 몸에 쌓이게 되면 내 몸에 불신을 느끼고 분열되지 않을까 하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을 미리 걱정한 것입니다. 환상과 환상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죠.
이 : 개인의 경우 다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성 전문가의 경우 마치 목사처럼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명제입니다.
그러나 그런 명제를 받아들인 사람에게, 실제경험에서 받아들였을 때 아름답지 못했다면 그때의 혼란은 더 무서운 것이죠. 제가 아는 성은 겪을 때마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성도 있고 육감적 쾌락적인 성도 있고, 성의 모습은 그때 그때 변화무쌍하게 나옵니다. 그런 걸 하나로 고착시키고 규정 짓는 것은 웃긴 얘기죠. 강간당한 여자에게 아름다운 성이란 없는 것이겠죠. 그 여자는 얼마나 아름다운 성에 시달려야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확실히 인식시켜야 돼요. 더럽고 추잡한 성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족하는 성은 어떤 것인가를 찾는 것. 그건 자신의 성감대를 찾아나가는 행위죠. 그리고 자신의 패티시를 알면 성관계는 휠씬 쉬워져요. 짜릿하고 즐겁고..
이 : 제가 여기저기 기고하고 다니니까. 적대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이 많았어요. 예전에는 여성운동 하는 쪽에서 반론을 많이 받았었죠. 욕설도 많았고.
더 힘든 것은 어려운 얘기를 꺼내는 겁니다. 학문적인 것, 전문적인 것을 논쟁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는데, 그러나 나는 매니아로서 말할 뿐이에요. 그렇게 학술적으로 말할 수는 없구요. 말을 하다보면 대단한 학설인 것처럼 보일 때도 많은데 그렇게는 안 봐줬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성을 경험하면 생각하는 것이 있고 또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뭐 공부를 막 해서 논리적으로 낸 결론은 아니거든요.
딸이 하나 있는데, 네 딸에 대해서는 어쩔거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난감하죠. 제 대답은 하납니다. 제 딸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니까 자신의 판단에 맏겨야합니다. 요즘 애들이 부모 말 듣는 것도 아니고…. 그런 멍청한 질문으로 사람을 난감하게 하죠. 들으시는 분들도 너무 거창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똑같이 성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워낙 훌륭하게 공부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하하. 그분들에 비하면 저기 하니까.
이명구씨는 대화 내내 진지했고 자신에 찬 목소리였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었다. 아마도 가장 아쉽고 답답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오해와 비난에 떳떳하지만 그래도 힘이 모자란 것이 아닐까.
아쉬운 것도 있어요. 전문가라 해봐도 원체 성문화가 발달 못했기 때문에 서구에서는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부분이 국내는 아직 없는 거죠. 명색이 ‘성문화평론가‘라고 기고하는데, 그것도 기자가 지어준 것예요. 저도 그냥 이 말을 그럴 듯 해 보이니까. 그냥 써요. 외국은 체위전문가 등등 전문 직종이 있는데, 국내는 섹스 카운셀링을 비뇨기과 의사, 산부인과 의사, 정신과 의사가 상담하죠. 그러나 성이란 경험 많이 해본 사람이 장땡 아닌가요. 실제로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성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 시집 장가 갈 때 한 번 관계를 가지고 합방시킨다더군요. 참다운 전문가인 셈이죠. 그렇게 따지면 매춘녀가 전문가가 되겠죠.
그런 사람들이 이론적으로 성 얘기를 쏟아 놓다보니까. 성이 너무 허구적으로 변하는게 아닌가 해요. 포장되고 좀 보수적이잖아요. 그런 쪽의 사람들이. 그리고 자신이 성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전문가들이 포르노에 대해 긍정적이진 않다는 것이죠. 그러면 포르노에 대해 부정적이면 도대체 성에 대한 것은 어디서 얻냐구요. 실제로 남의 부부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런 게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구성애씨에 대한 반론도 했는데, 그분은 아들의 자위행위를 위해 휴지를 넣어줘라, ‘딸딸이‘ 라는 발언까지 했는데, 자위행위는 상상만으로 어려워요. 아시잖아요? 뭔가 있어야 하죠.
면 : 교보재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이 : 그렇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 음란물 추방운동도 하죠. 그려면 애들한테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하하.
면 : 그런 사람은 건전한 사회인을 바라는 거겠죠.
이 : 너무 현실 감각이 없어요. 그리고 음란물이 없으면 성인은 어떻게 살아요? 청소년 때문에 성인문화가 위축받는 것은 싫어요. 청소년보다 성인이 더 많은데 왜 청소년 하나 때문에 사회전체가 자신의 문화를 포기해야 합니까. 그 흔한 스트립바 하나 없이. 그거 보려면 불법 영업장 가야 하는데. 왜 내가 불법을 저질러야 하나. 그 정도는 즐겨야 하지 않을까…
면 : 지금 기고 말고 다른 일을 하시는 것이 웹사이튼데, 누구랑 같이 일 하시고 있습니까?
이 : 다 어릴 적 친구들이에요. 다들 다른 데 있다가 이쪽에 관심들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호텔 다니던 친구. 증권사 다니던 친구, 개인사업 하던 사람들. 저는 신문기자였구요. 웹진형식을 취하고 있죠. 많은 성인 사이트가 있어도 에로영화 에로업체를 다루는 곳은 없더라구요. 올해 초에는 어려움도 겪긴 했지만,
면 : 어떤 어려움인가요?
이 : 아까 말했던 단속 같은 것.
면 : 흔한 성인 사이트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요. 게다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에로 비디오만 다루는데…
이 : 등급심위위원회의 심의를 필한 것은 비디오 상영을 전제로 한 것이지 인터넷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에요. 촬영현장 스케치 같은 것은 인터넷에서는 규정이 안 된 것이라서 그래요
5. 펜을 꺽고 바다에 뛰어들다
면 :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포르노는 언제 처음 접했나요?
이 : 저는 초등학교 때. 좋지 못한 동네에서 성장했어요. 흔히 말하는 산동네였습니다. 그쪽 문화가 하수구 문화랄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죠.
면 : 영화 <친구>에서 보듯이 그런 경험이 저도 있었습니다. 저는 중3 때 한참 vtr이 보급되면서 붐을 타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에 ‘fbi warning’ 이라는 경고문으로 시작하는 그런 거였죠. 첨엔 이거 보면 fbi에서 잡아 가는 건가 하는 걱정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 제가 첨 접한 건 플레이 보이였죠. 그리고 국내만화로, 시험지 만화라 그러죠. 갱지에다 조잡하게 인쇄된 만화. 그런걸 봤었죠. 음란 만화랑 삼류극장에서 동시상영 하던 성인 영화를 접하기 시작했죠.
우리(?)는 늘 이런 경험의 공유에 즐거워 하고 있다. 어린시절 우리들은 누구할 것 없이 그 숨겨진 것에 목말라 했다. 한두 번 돌려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기억을 같이 한다면 그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면 : 소설가로 등단도 하시고 기자경력도 있으신데요. 그런 것을 팽개친 이유가 있습니까? 90년대 중후반기라면 기자에 소설가라는 지위는 어떻게 보면 가장 편하고 권력적인 지위였던 것 같았는데요. 그 좋은 일을 그만두게 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 : 있죠. 전 80년대 후반에 대학엘 들어갔고 대학신문기자 출신이라서 언론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취직한 곳이 지방지라는 한계가 있었어요. 언론사는 부패 그 자체고 또 그 지역 유지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신문사 구조 자체가 직선적이라 견디기 어려웠어요. 글은 원래 썼었어요. 매년 응모해서 우연히 당선된 것인데 그래서 그만 둘 생각을 했어요. 놀면서 인터넷에 매달리다 보니 누구나처럼 포르노부터 시작했죠. 야후에서 sex를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성이란 너무 좁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것에 관한 책이 우리나라에는 없었어요. 아마존에만 가도 관련서적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서 뭔가 얘기를 해야겠다하는 생각에 장르별로 사이트를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98년도 겨울에 『성의 바다 :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 기행기』라는 책을 냈죠. 그것도 어렵게.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었어요. 그걸 처음으로 정리하고 나니까 성인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이 쪽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쪽 현실을 알게 되었고. 남들이 안 가는 길이니까. 내가 한 번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서서 웹진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파급효과를 살리려면 남들에게 매체가 되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자의 경험을 살려서 웹진으로 갔어요.
그 책을 찾아서 한 대형서점에 들렀는데 그때 나는 난감한 경험을 했다. 우선 책이름 물어보는 것도 좀 민망했지만 그걸 여직원들이 다들 들으란 듯이 책제목을 저희들 끼리 외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언니, 인터넷 뽀르노 어쩌구 하는책이…”, “저 손님이 찾으시는데,,” 매장 안의 사람들은 나를 주목했다. 나는 속으로 뇌었다. ‘뭐가 나쁘다는 거야?’
면 : 암만 그래도 대학 때도 포르노는 많이 접했을 텐데, 그렇게 충격적이었습니까? 인터넷이라면 누구나 섹스부터 찾잖아요.
이 : 학교다닐 때만 해도 인터넷이 흔하지도 않았고. pc통신에서 사진 한 장 겨우 구하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가 내가 직장 그만둘 때 인터넷이 활성화 되었다. 빨리빨리 되니까 찾기 쉽고 진지하게 찾게 됐어요. 야후에 등록된건 90%는 다 찾아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걔네들에 대한 포르노의 개념이 생기게 되었죠.
면 : 그런 포르노 경험이란 어찌 보면 아주 보편적이었던 것인데 지금 이렇게까지 일을 하시는 건 어떤 이유가 있나요?
이 : 특별한 계기란 것이.. 일반적인 사람과는 성장이 달랐었어요. 술집에 나가는 누이들이 동네에 있었고 몸으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래서 매춘, 포르노라는 경험이 나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아주 일상적이고 먹고사는 문제의 하나였습니다. 그런 식이었죠. 처음부터 성장하면서 느낀 것은, 그런 매체에 대한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나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80년대 후반 대학에 들어가서 생각이 바뀌어서 포르노를 너무 부정하는 데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삐뚤어지니까. 점점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다가 빠져드는 것이죠.
면 : 앞으로의 웹진의 방향이랄까, 하고 싶은 분야는 어떤 것입니까?
이 : 원대한 꿈은 플레이보이 같은 걸 만드는 건데, 어른들을 위한 정보를 다루고 싶어요. av-news 말고도 섹시뉴스라는 것도 웹진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면 : 주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특히 가족들은 편하게 생각할 것 같지 않은데요.
이 : 그렇죠. 집사람은 조금 이해해 주는 편입니다. 그 외에는 자세히 얘기도 안하고 묻지도 않아요. 이런 얘기까지 떠들고 사는 줄은 모르겠죠. 아는 선후배들은 힘을 많이 주는 편이구요. 기왕 혼자 먼저 했으니 결과를 보라고 격려들 해줘요.
면 : 한국 에로영화 수준은 지금 어느 정돕니까. 제가 볼 때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이 : 지금은 해외에서 눈길을 돌려서 제휴를 통해서 길을 모색하고 있었어요. 미국에서 한글 서비스가 시작됐구요. 종국에는 국내자본이 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겠죠. 지금은 외국에서 하자는 생각도 있어요. 우리는 돌파구를 찾고 있고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곧 느끼겠죠 한국적인 에로 콘덴츠를 보게 될 것입니다.
면 : 어렵겠네요. 과연 언제가 될지.
이 : 그렇지도 않아요 이미 시작 되었어요. 라스베가스에서 한국 ij 데리고 가서 하드코어 연출하기도 해요. 라이브로 방송하는 건데 큰 기대는 월드컵 전후로 전면개방이 되지 않을까 전망하지만 좀 어렵겠죠?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문화충격은 받을 겁니다. 수많은 포르노 콘덴츠. 에로 영화가 방문객들을 통해서 도입 될 겁니다. 그래서 일본의 문화에 의해서 우리의 감성이 큰 영향을 받게 되겠죠. 규제를 하든 안 하든.
면 : 일본 꺼라서 막자는 생각은 있는지?
이 : 없어요. 그러나 아쉬운 건 고유한 문화적인 코드를 찾을 수 없다는 거죠. 일본을 치자면 본디지(bondage)라고 하는 것. 끈으로 막 묶고 하는 게 대표적인데, 그런 거 들어온다고 좋아할리는 없고. 이메쿠라, 즉 이미지 클럽 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한국적인 것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규제만 하지 말고. 대안도 없이 일본 것이라고 막는다면 우리 것이 없다면 그거라도 받아서 써야지 뭐, 사람들이 좋아하면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이니까 그런 것은 없어요. 성에 관한 한 개인의 문제니까.
면 : 나는 거창한걸 준비했는데..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단정 지으면 참 할말 없어요.
이 : 그래요. 고민할 필요도 없고. 너무 어렵게 만들 필요 없는 것이다. 정세희와 함께 이탈리아 동행취재를 갔는데 그 더운 날씨에 공원이든 길거리든 입술이 빠져라 키스한는 사람을 흔하게 봐요. 근데 그걸 구경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뿐이에요. 그걸 쳐다보면 실롄데. 저 역시도 그 속에 포함되었지만. 걔네는 자유로운 거죠. 우리도 방문화에만 그럴 것이 아니라 우리도 개방하는 것이 어떤가 해요. 답답한 건 사실이거든요. 신문이든 tv 든지 김희선 누드 논쟁을 말하기도 하는데 헐리우드 스타도 훌렁훌렁 잘 벗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도 잘만 벗어요 헤어 누드 다 나오고. 우리나라에서는 잘렸지만. 가슴도 제대로 안 보여주고.
프로정신도 부족한 것 같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섹시스타라면 어필해야하는게 뻔한데 제대로 벗지도 않고 양면을 다 누리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결코 그럴 순 없다는 것이죠.
면 : 그렇게 갈 수 있을까요?
이 : 오랜 세월이 흘러야겠지만 가긴 가겠죠.
면 :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일본의 경우는 90년대 초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 화보집 <산타페>가 기폭제가 된 것이잖아요.
이 : 그렇죠.
미야자와 리에의 <산타페>. 91년 일본에서 출간된 유명 배우의 누드 화보집이다. 당시 금기였던 음모 노출로 인해 음란물이라는 법정까지 갔으나 결론은 무죄. 이듬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정당한 ‘헤어누드‘의 길이 열리게 된다. 단서 조항 하나. 정지된 영상에서만 가능함.
면 : 말씀은 그렇게 안 했지만 거대한 운동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포르노의 찬성과 반대를 벗어나서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 : 누군가 앞서서 대법원 판례를 받아내면 좋겠지만. 우리 형편이 영세해서 누가 나서지 못하죠. 결국에 돌아올 피해를 알고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빨리 변할 변화가 느려지는 것 같아요. 아직은 준비가 안된 것 같죠. 한 번은 무료 변론해주는 사이트에 이런 것 변론해 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반응 없죠.
면 : 그럴 변호사가 없는 것 같네요.
이 : 그렇죠. 돈만 많으면야 누군가 하겠지만요.
그래도 여성용 자위기구는 4월인가 음란물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작지만 하나의 승리죠. 이게 쌓이면 언젠가 헤어가 노출되는 누드 사진집을 볼 수 있겠죠. 기뻤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면 : 나는 앞서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앞서가면 법 이전의 국민 감정의 저항이 있지 않겠어요?
이렇게 대화는 끝을 맺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화는 그치고 나서야 더 많은 얘기를 남기는 것 같다. 글을 정리하는 지금 이명구씨와의 대화도 비슷한 감정이다. 나는 요즘 흔히, 아니 약간은 지나간, 성, 몸, 권력 등등의 문제를 떠들어 대고 싶었지만, 그것은 대화가 지나간 다음에나 가능했던 것이다. 생소하고 또 한편 허접스러운 직함인 ‘성문화평론가‘. 이 직함이 우리에게 건네는 내용은 지금까지도 낯설고 모연한 거리를 유지시킨다. 그리고 이 거리감은 이명구씨가 말한대로 열리고 개방된 성이 우리 사회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때가 오면 그 직함은 아마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때는 아주 익숙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지금처럼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더듬지 않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