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조윤석. 인디씬의 거품이 조금씩 빠져가던 98년말, 'drifting'이라는 서정적인 음반을 들고 혜성같이 등장했던 밴드 <미선이>의 리더. 서울대 공대를 졸업 후, 현재 방위 산업체에 근무중. 솔로 프로젝트'루시드 폴'로 활동중. 최근 모던록 팬들의 조용하지만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뷔 앨범 발매.

긴 밤 몰아쉰 그리움의 탄식 루시드 폴 조윤석

 

들어가며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99년 초엽의 겨울날이었다. <미선이>라는 밴드는 나와 친하게 지내는 어떤 밴드의 연습실을 같이 쓰고 있었고 그곳에서 하릴없이 죽치곤 하던 나는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합주를 위해 모인 그들을 보았다.
검정색 뿔테 안경, 갸름한 얼굴에 갈색의학생 머리‘. 이 정도면 누가 보아도 전형적인 먹물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이윽고 시작된 합주. 보컬 앰프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제 갓 변성기에 접어 든 내성적인 사춘기 소년의 그것 같았다. 커다란 솜사탕에서 단 맛을 빼버린다면 저런 소리의 느낌이 날까 궁금해졌다.

그때를 전후하여 선보였던 <미선이>의 데뷔 앨범은 정말이지, 소리 소문없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해 말 음악잡지의 독자투표에서 은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었고, ‘아직도서정성에 목마른 이들이 찾아 헤매고 있는 꾸준한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그 후 군문제로 인해 <미선이>는 사실상 활동을 중지했고 조윤석의 모습은 간간히 공연장에 보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윤석은 어느 날 문득루시드 폴(Lucid fall: 빛나는 폭포)’라는 소박하고 예쁜 이름의 솔로 프로젝트로 다시 나타났다.

언제나 활기찬 토요일 저녁의 홍대 앞, 조윤석과의 인터뷰 장소로 가는 길. 구면이었기는 하지만 인사조차 제대로 나눈 적 없었기에 그의 이미지는 그저단아하고 수줍은 목소리를 내는 먹물 대학생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만큼이나 답변도 지나치게 짧고 함축적으로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들었다. 예전에 옆에서 봤던 그의 모습대로라면 그럴 소지가 다분했다. 게다가 철저히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점철되어 있는, ‘수줍은 소년과의 인터뷰가 되더라도 조금은 맥이 빠지지 않을까…. 썰렁하면 안 되는데….  이런저런 선입견에서 우러나오는 상념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약속장소인땡땡이 골목의 고기집으로 향했다.
그는 먼저 와 있었다. 수인사를 나누며 나는 초면이 아님을 강조하고 대뜸 근황부터 물었다.

지금 방위산업체 다니고 계시죠? 어디서 무슨 일 하세요?
안성에서 지금 화학 공장에 있어요.

공대 나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학교 생활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공대 정서에는 안 맞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안 힘들었는데 돈이 없었어요(웃음) 근데 과 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린 적은 없어요. 과에 내가 어울릴 필요도 없고그러다 보니 특별하게 학교생활이 힘든 건 없었어요.
단지 친한 친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죠.  같이 술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고 이런 친구들도 좀 있었고
그런데 고기 익는걸 보니까 행복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술 좋아하세요?
, 술 좋아해요.
술 안먹으면 어떡하나? 걱정 많이 했는데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웃음)

술자리 인터뷰에서 어느 한 쪽만 취해선 안 될 일. 첫 술자리의 어색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일단 친근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부터 던지기로 했다. 루시드 폴의 고향은 부산이다.

고향이 어디라 그랬죠?
부산이요, 서울로 대학 오면서 서울로 올라왔죠.

그의 고향 부산은 지금 우리나라 인디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레이니 썬>, <에브리 싱글 데이>, <피아> 등 꽤 알려져 있는 밴드들을 많이 나오기도 했거니와 밴드 뮤지션들의 탄탄한 인간적 결속력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조윤석은 부산에서 보낸 청소년기에 어떻게 음악을 하면서 놀았을까.

그렇다면 이전에 부산 락씬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었나요? 부산 밴드들과의 교류라든지
제가 아예 부산에 있을 때 음악 활동이란 걸 한 적도 없고 씬이고 뭐고 이런 것도 몰랐고락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혼자서 처박혀서 앉아 가지고….
음악을 하고는 싶었는데 어떡해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혼자서 기타치고 놀았던 것 같애요.

제가 예전부터 <미선이>의 광팬이었거든요. 이번에 루시드 폴 홍보용 CD구해 들어보고, 역시 너무 감동해서 지금까지 하루에 1-2번씩은 꼭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사실 김작가라는 이름을 많이 들었었는데 루시드 폴 음악을 듣고 좋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서 약간은 놀랬죠.

첫 번째 연재이니만큼 이런 이야기도 필요할 듯하다. 사실 내가 인디씬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펑크씬이다. 그러다보니 이미지가펑크 키드로 굳어져서 이런 반응도 나오나 보다. 하지만 펑크는 그저 나의 훼이보릿(favorite)일 뿐, 음악의 모든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집에서 주로 듣는 음반들은 루시드 폴같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딴 사람들이 저는 펑크만 좋아하고 그러는줄 아는데 저도 사실은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e 이태리의 70년대 아트 록 밴드. EL&P에 영향 받은 클래시컬한 심포닉 록으로 9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꽤나 인기를 얻었었다.), <>(Gene 90년대 중반 인기를 얻었던 브릿 팝 밴드)같은 팀 되게 좋아하거든요.
예전에 <미선이> 1집 나왔을 때 거기에 <라떼 에 미엘레>, <> 다 써있어서 무척 반가웠었죠. 근데 사실 국내 인디 음반의 경우 “Thanks”란에 이태리 아트록 밴드가 올라 있는 경우는 <미선이> 1집말고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트 록 되게 좋아했었어요. <라떼 에 미엘레>는 고3때 필통 안에 사진을, 그때 사진도 없지– <핫뮤직>같은 데서 오려가지고 붙여놓고 맨날 보고….너무 좋았어요

 

부산에 있으면 그런 판 사기 힘들잖아요?
힘들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정말 하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정보들을 조금이라도 얻게 되면 그 자체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애요.

그렇죠요새는 아무래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인터넷에서 산더미같이 정보가 쏟아지니까

 

1. <미선이>에 녹인 세상, 루시드폴에 담은 서정

인터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첫 만남의 어색함 같은 건 사라졌다. 우리는같은 세대였다.
어느 정도의 지명도를 갖고 있던 <미선이>라는 커리어를 내버려두고 굳이 생소한 이름의 솔로 프로젝트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선이>와 루시드 폴. 그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일까.

<미선이>에서 활동할 때도 작사, 작곡 등 음악감독의 역할을 도맡아 하셨는데 굳이 루시드 폴같은 솔로 프로젝트를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일단 지금 현재로 밴드를 할 수가 없었던 게 제일 큰 문제였구요. 뭐 밴드 생활은잘 아실 텐데 멤버들이 계속 만나서 같이 얘기하고 음악 만들고 술도 마시고 이러면서 밴드 음악이 만들어지는거잖아요.
일단 저희가 드럼이랑 기타 2인조가 되면서 베이스가 없으니까 그 작업이 힘들어졌고 그나마 둘이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둘다 군대 가고 나서는 작업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공연은 더 그렇고어떻게 어떻게 힘들게 공연을 하면 절대 연습량이 부족하니까 질이 떨어지는거예요. 딜레마에 빠지더라구요.

99년도인가 그때 <소란>(96년부터 99년까지 열렸던 록 페스티발)에 나왔었죠?  ‘대안가요냉창이란 타이틀로 했던

그때도 정말 리허설 한번 못하고 올라갔었어요. 그쪽에서는 <미선이>가 와주길 원했고아마 토요일이었을거예요. 근데 토요일날 제가 근무를 6시까지 근무를 해야 되는데 그걸 어떻게 빠져요. 그래가지고 퀵서비스 오토바이 타고 갈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러다가 어떻게 조퇴를 해서 미친 듯이 갔는데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회의가 드는거예요.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정말

세션 쓰는 것도 한두 번이고그런게 힘들었고 힘든 것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복잡하고 싫은 걸 할 수 있을까 과연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그게 현실적인 가장 큰 이유였고.
그 다음에 이제 혼자 모아둔 곡들도 있고 해서 같이 하던 정현이(김정현, <미선이>의 드러머)에게 그런 얘기 했어요. “이제 그냥 기타 하나 메고 혼자서 홍대 근처 다니면서 클럽말고 라이브 카페 뭐 이런 데 가서 기타치면서 노래하고 싶다“- 이런 생각도 있다고그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죠.


   송시

이제 소리없이 시간의 바늘이
자꾸만 내 허리를 베어와요
아프지 않다고 말하며
내 피부를 자르고

피 흐르고 살을 자르고
그렇게 지나갈 꺼래요

무서워요 엄연한 자살행위

그래서 웃어달라고
말씀하셨지만

아직 전과자의 몸으론 힘들어요
미안해요

마음속의 울림은
내 입속의 신음은
항상 그대에겐 짐이었을뿐

곳곳을 둘러봐도

성한 곳 하나 없고
난 언제까지 썩어 갈건지

 

혹시 <미선이>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게 있고, <루시드 폴>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게 따로 있어요?
그런 것보다는  밴드냐 밴드가 아니냐는 어떤 형식적인 문제. , 루시드 폴은 밴드 음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런 어떤 형식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팀 음악이냐 아니냐, 그것 외에 루시드 폴을 통해서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 <미선이>를 통해서는 저런 얘기를 하고 싶다 이런 차이는 없어요. 제가 곡을 쓰는 한도 내에서는 오히려 그 때 그 때 순간에 제가 뭘 어떤 노래를 쓰고 싶은가 그게 더 중요하죠.

(동석했던 루시드 폴측 관계자가 끼어들었다.)만약 <미선이>라는 밴드 형식이 지금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루시드폴 앨범에 실렸던 곡들이 <미선이>의 밴드 버전으로 나올 수도 있었단 얘기야?

일부는 그랬겠죠… <> <은행나무 숲>이나. 그 상황이 되면 다르게 생각해 봐야겠지만…. 안됐을 것도 없겠지

그럼 만약 정현 씨하고 윤석 씨 두분 다 군 문제가 다 해결되면 이제 루시드 폴은 없고 <미선이>  계속 가고 그렇게 되는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되게 복잡한 문제인데 일단 정현이가 어떻게 할거다라는 얘기를 제가 아직 못들었고 그 시간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았어요. 제가 내년 9월에 끝나니까 지금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답답하기도 한데
정현이하고 솔직히 이런 얘기는 했어요  지금 우리 상황으로선 뭔가를 작업을 한다든지 이런 거 힘든 거 같다그래서 정말로 제한적인 <미선이> 활동이 가능할 뿐이겠죠
.
그리고 당분간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루시드폴 속에 제 음악이 많이 담길 것 같애요.

그렇다면, <미선이>를 아예 포기한 건 아닌데, 둘을 병행하지만 루시드폴 쪽으로 많이 치우칠 것 같다는 말씀?
그냥 지켜보자 그런 거죠아무것도 결정짓고 단정짓지 말고.. 그냥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한번 지켜보자

<미선이>는 어쨌든 락을 표방하고 나온 밴드였고 루시드 폴의 경우엔 포크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고둘을 가사의 측면에서 비교해봤을 때 <미선이> 같은 경우엔  <진달래 타이머>, <송시>, <치질>같은 노래들은 대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데요
그런데 <루시드 폴> 같은 경우엔 그런 것들이 전혀 없고…. 리뷰들을 봐도자폐적 서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혹은체념의 목소리그런 표현도 있었고요저도개인적인 내부세계로의 침잠, 혹은 완전한 세상과의 단절‘… 이런 정서들을 느꼈어요.

, 어떤 얘긴 줄 알 것 같애요. <미선이>와 루시드 폴이 노래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가 좀 다른 것 같다는 말씀이죠? ….분명한 것은 <미선이>이기 때문에, 아니면 <루시드 폴>이기 때문에 노래의 주제가 다르진 않아요. 일부러 의도적으로 다르게 했던 것은 아니고, 그때 그때 그 순간에 어떤 노래를 내가 하고 싶다.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애요.
일단 <루시드폴> 노래중에 <해바라기> <>, <너는 내 마음속에 남아> 같은 것은 94년에 쓴 곡이거든요. 그 때 어떤 여자한테 차이고..

아 그렇잖아두 그거 물어볼라고 그랬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첫사랑은 아닌데, 아무튼 여자에게 차이고 골방에서그러고 보니골방 청소년맞네요(웃음) <시간>도 그 때 썼는데너무너무 힘들더라구요.
누가 시켜서 쓰는게 아니잖아요 노래라는게휴학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힘들어서 휴학한 것도 있었지만 그전에 안 좋은 일들이 떼거지로 몰려서 생기더라구요. 집안에도 너무 힘든 일이 있었고그렇게 해서 곡을 썼던 것들이고 그러다가 이제 얘기가 <미선이>때로 가서… (웃음)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미선이>의 결성 동기, 즉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고통은 창작의 아버지인가 보다. 무엇인가 풀어 낼 수 없는 욕구 불만이 있을 때, 창조가 탄생한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예술가의 초상은 대체적으로 부유하기보다는 가난했으며, 현실에 만족하기보다는 언제나 불만으로 가득한, 뭔가 불안한 모습이 아니던가.  
결코, 극단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이 조분조분한 친구도 결코 세상을 나긋나긋하게 받아들이는 순응자나 범생이도 아니었다.

<미선이>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밴드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왜냐하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락음악을 제가 싫어했기 때문에, 약간의 비트가 있거나 하드한 음악도 전 듣지를 않았거든요. 일단 한 4년 정도 혼자서  골방에서  기타치고 이러니까
사람이 욕구불만에 쌓여 가지고 싸이코가 되더라구요. 주사도 심해지고조금 사람이 이상해져요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밴드를 만들자. 밴드를 만들면 어떻게든지 내 음악이 형상화는 되니까그래서 제가 일렉기타를 처음 잡은 거예요. 그 다음에 후배들 중 정현이한테 전화해가지고야 니가 노래해그런 후 제 친구 중 베이스 기타를 갖고 있는 애가 있고 또 드럼 스틱 있는 애가 있는데요(웃음)… 그래서 네 명이 모인거예요. <미선이>….

근데 드럼치는 친구가 곧 나가서 정현이가 드럼으로 가고 제가 보컬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썼던 곡들은 <치질>, <진달래 타이머>, <세상에서 나는 니가 제일 좋아>(<미선이>의 데뷔 곡인 컴필레이션 음반해적방송 라디오에 수록된 곡으로 얼마전 발매된 <미선이> 1.5집에 다시 수록되었다.)…이런 게 <미선이> 초기에 쓴 곡들이거든요.

여하튼 그런 곡들을 쓸때는  참 너무너무 화가 나는 일들이 많았어요. 한총련문제도 그랬고, 신문에 대해서는 거의 그때 이를 갈고 있었죠. 그때 우리나라 언론역사에 대한 책을 보다가, 아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단순히 <조선일보>나 이런 애들이 괜히 이렇게 미친짓 하는게 아니라 엄청 구조적인 문제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분노하게 되는 거 있죠. 그러다가 노래를 써야 되겠다라는 동기까지 가게된 거예요. 그러면서 또 생각했던 게 아주 적나라하게 써야 되겠다…  그때 가장 짜증났던건 어설픈 비판 있잖아요. 그런 가사들이 너무 싫더라구요

의외였다.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그저 개인의 내면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줄로 알았던 조윤석은 이 대목에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또한 90년대 초반 대학에 입학했던 사람이었고, 당시 캠퍼스에 강하게 남아있던 80년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나 보다. 그러나 학생운동권은 매너리즘의 징조를 보였고, “저항의 공동체는 조금씩 깨져나가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개인의 일상에 대한 각성이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때 이미 시작되었던강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저항을 그는 수긍할 수 있었을까.  
정치적인 음악, “민중가요가 곧 대학생의 의무는 아닌 시대가 왔기 때문이었다. 설령 자신이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해도, 서구 대중음악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저항을 위한 음악은 받아들이기 힘든 덩어리였다.

민중가요라든지 이런 거에 대해 거부감같은건 없었어요?
민중가요에 대한 거부감은 있었죠.
다른 게 아니라전 정태춘 씨도 별로 안좋아해요. 왜 그러냐 하면 그분의 가사집만 보면 너무 좋아요. 하지만 음악을 들었을 때 방법론적인 면에서 저는 틀렸다고 보거든요.

왜요?
좋지가 않으니까 음악이-.

근데 정태춘 씨의 경우는 음악적으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 취향이라고 봐야 되겠죠. 반면에 김민기 선배 노래는 너무 좋아해요. 그분은 일단 편곡이나 작곡 능력이 너무나 탁월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연주 능력도 그렇구. 기타를 치는 기타 보이싱을 들어보면 클래식 기타를 원래 하셨던 분이라서 그런지 너무 예쁘게 소리를 잡아 내더라구요. 그 시대의 앨범인데도

그런데 정태춘 선배는물론 저 좋아하는 노래는 있어요. <92년 장마, 종로에서>. 그곡은 저 정말 좋아하구요그외의 곡들은 단지 좋은 가사와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정은 하는데 과연 그게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가?
모르겠어요, 그 이후에 안 들어봤으니까 지금은 또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데

한참 전의 일이니까 그 당시에는 그랬고 학교에서 활동하는 노래패들 뭐 그거는 말할 것도 없죠 뭐 너무나 뻔한,  답습하는 듯한 형식.
<메아리>(서울대 노래패)에 있다가 나왔거든요
.
그 당시에 늘 드는 생각이 왜 이렇게 해야 되느냐? 왜 빰빠빠~ 이런 식으로 하고 참
….
이런 어떤 틀에서 못 벗어나는지싸우다가 나왔는데 아무튼 <미선이> 초기 때는 그런 거에 대한 반발적인 욕구가 되게 강했어요. 그게 일단 모티베이션으로 이어졌죠. 그러다가 또다시 여자에게 차이고(웃음) 그러면서 내가 노래해야 될 방향이  이렇게 바뀐거죠. 왜냐하면 나 스스로에게  와 닿는걸 해야 되니까.. 그러다가 <송시>쓰고   쓰고 이런 거예요.(웃음)

그러다가 방위산업체 들어가고 나서 현장에 와보니까 이게 피상적으로 학교에서 느꼈던 거랑은 얘기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제일 큰 문제는사람이 돈이다“. 그 다음 문제는노동자들이 자기가 착취당한다는 걸 모른다“. 세 번째 문제는알더라도 고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면 더 이상 얘기를 할 필요가 없더라구요거기서 딜레마에 꽉 잡힌 거예요. 거기에서 무슨 얘기를 더 하겠냐는 거죠
.
근데 그러면서도 현실은 너무 서글프죠. 저도 지금 참 몸이 과히 좋지는 않습니다만은

산업 재해? 직업병?(웃음)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워낙 조건들이 안 좋으니까, 더군다나 저희는 화학공장이고
그러다가도 너무 바쁘고 그렇게 돌아가니까역시 옛날에 학교에 있을 때만큼의 모티베이션이 안돼요.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그만큼 절실하지가 않은 거예요. 그러면서 옛날에 썼던 곡들이나 그때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 같은 것들. 그런 식의 노래들을 쓰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또 혼자가 되니까, 또 혼자서 방에서 곡을 써야 했으니까

그래서 루시드 폴의 곡들은 그런 정서의 곡들이 나왔겠죠. 그렇게 제가 살아오면서 어떤 느꼈던 것들의 변화지 노래하면서 한 번도, 앨범도 마찬가지고 컨셉을 잡고 움직여 본적이 없어요.

바라보며 생각했던 사회들어가서 느끼는 사회의 엄청난 괴리. 그리고 외로움.  그 상처아닌 상처가 결국 더 서정적인 사운드 방법론을 채택하게 했을까? 그러고 보면 체념, 혹은 내부로의 침잠이라는 기존의 평들이 그리 부정확한 표현은 아닐지도 모른다.
외로운 이는 대화할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루시드 폴의 음반에는 유독 누군가에게 ?슷떳?는 목소리가 많아 보인다
.

은행나무 숲

 

2. 빛나는 폭포 루시드 폴 : 험난했던 1년 반, 앨범이 나오기까지

오늘날의 <루시드 폴>로 오기까지의 음악적 여정은 이제 충분히 들었다. 술도 들어갈만큼 들어갔다. 게다가 그는 애초에 내가 상상한 것처럼 그저 수줍어하거나, 기만한, 말을 아끼는 인터뷰이도 전혀 아니었다. 내가 그를 만나고 있는 진짜 이유. <루시드 폴>의 음반, 음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들어가더라도 숨기거나 어물어물거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좋고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도 좋다. 어차피 음악 그 자체를 언어로 ?ケ芽募? 것이 불가능할진데, 어떻게 이런 음반이 나왔는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번에 음반 작업기간은 얼마나 됐던 거에요? 굉장히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녹음만 1 6개월이요.

 

녹음하면서 짜증도 많이 났겠네요?
뭐 이루 다 말로 표현을 못하죠. 저뿐만이 아니고 기모형(고기모: 루시드 폴이 소속되어 있는라디오 뮤직의 대표이자 <루시드 폴> 앨범의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싸움이었던 것 같애요, 싸움…..
강아지 스튜디오에서 처음 녹음을 시작했다가 <하자 센터>에 있는 스튜디오로 옮겨서 계속 했는데 악기도 막 도둑맞고그래서 정말로 애착이 가요. 이번 앨범이…. <미선이> 나올 땐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미선이> 앨범 들어보면서, 내가 뭘 잘했다, 뭘 못했다 아쉽다뭐 이런 식의 생각들이 있는데 이 앨범은 그런 생각들이 없어 아예너무 힘들게 나온 앨범이란 생각밖에 없는 거예요.

 

1 6개월이라는 시간이면 사람의 마음이 바뀌어도 수십 번은 바뀔만한 시간인데방위산업체 문제도 있었을 테고…. 주말에 작업하고 주중에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주말에 작업하는 패턴의 반복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이건 아닌데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들었죠.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음악적인 면보다는 음악 외적인 면에서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너무 외로웠고솔직히 외로웠다는 말이 딱 적당할 것 같아요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곡 쓰고 기타를 튕기는 , 그나마 잘은 못하는데
그래두 잘 이겨냈다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어쩌면 더 길어졌을 거에요. 아마 3년 갔을거 라고 보고….왜 그랬냐면 10곡이 다 채워졌을 때, 저는 한 50% 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기모형하고 이야기하다가형 여기까지 합시다더는 진짜 못하겠다구…..기모형도 그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가…. 그런 면에서 보면 제가 기모형한테 참 고맙죠. 계속 이제 제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에요.
제가 더하겠다고 하면 자긴 밀어줄 생각이었겠죠. 그 얘길 하니까 내가 생각해도 이게 너무 오래 걸렸다.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또 지금은 너랑 나랑 너무 지쳐서 힘들 것 같다그리고 마무리를 지었어요.

 

고기모 씨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여느 앨범에서의 프로듀서하고 뮤지션하고의 관계하고는 역할 분담의 측면에서 뭔가 다른 게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은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을 하죠.  루시드 폴의 일원으로서 형이 엔지니어링을 하고그러니까 제가 음악적인  소스를 제공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 다음에는 기모형이 나머지를 해주는 거죠. 기술적인 문제, 그 다음에 세션들의 섭외 문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 즉 음악외적인 면에서요. 그런 면에서 한 팀으로 지금까지 가고 있는 것 같애요.
앞으로도 그럴 거구….. 만약에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절대 앨범 못냈을 거예요
.
어떻게 내겠어요?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웃음) 스튜디오 렌탈을 해가지고 녹음을 할 수 있겠어요? 못하거든요.

 

이번 앨범의 아트워크를 마부(본명 백현진,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가 해줬잖아요그거 보고 저는 되게 놀랬거든요. 아니 이 양반이 <루시드 폴>?(웃음) 어떻게 해서 그렇게 엮인 거예요?

공연에 게스트로 갔다가 앞에 앉아 있는데 현진이 형이 (백현진 목소리로) “, 윤석 씨! 자켓 디자인 누가 하기로 했어요?” “아직 안 정해졌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그래 가지고 저희는분명히 하신댔어요.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마세요이랬죠. 그래서 맡겼죠.  근데 저는 나중에 알았는데 현진이 형이 이런 비즈니스적인 작업은 해본 적은 없을 거 아니예요? 자기 작품한다 생각하고 우리 자켓을 했는데시간 쫓기고 이런 것에 대해서는 기모형이 뒤에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나봐요.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자켓이 나왔는데 저도 마음에 들고 제 주위사람들도 다 좋아하고저는 어제도 현진이형 만나 가지고 같이 음악작업 하나 했거든요.

 

두 분이서요? 어떻게 또 그런 일을…^^
. 너무 재미있는 곡이 하나 나올 것 같애요.  그저께 갑자기 기모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어어부 프로젝트>가 이번에 영화 음악을 하는데 제가 노래를 하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더래요. 저는 머리에 털나고 저한테 보컬세션이 들어오리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웃음) 그래서 형한테형 우리 돈주고합시다“(웃음).
알고 봤더니 이무영 감독이 아예 어디에 어떤 음악이  들어가야겠다고 생각까지 다 하고 음악까지 다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쓰셨더라고요. 근데 <어니언스> <하얀 문서>라는 노래를 써야되는데 저작권 문제가 해결이 안됐나봐요. 그래 가지고저작인접권이라고 그러나?  리메이크를 해가지고 곡을 재현을 할 수는 있나봐요.  현진이 형이 (백현진 목소리로) ‘내 목소리는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영화에 한 40초 정도 들어가는 부분을  원곡에 가장 비슷하게 노래하고 뒷부분에는 같이 지랄을 하재요. 그래서 어제 서울 와서 녹음하고

<
휴머니스트>라는 영화인데 나중에 O.S.T 나오면 한번 들어보세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애요. 더 웃긴 건 이제 그 노래가 어디에 들어가느냐 면도칼로 눈을 긁고.. 이런 장면에서 그 노래가 나오거든요. 너무 기대가 됩니다  어떻게 나올지

 

앨범 자켓을 처음에 보고 놀랬어요. <미선이> 1집 자켓 이미지를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음악적으로도 되게 잘 맞는 것 같구그런데 이번 <루시드 폴> 자켓을 처음에 보고 혹시 마부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웃음)
워낙 스타일리스트인 데다가 자기 세계가 확실하니까 그런 감성과 <루시드 폴>은 안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맞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약간 쓸쓸하면서 조금은 자폐적인 느낌도 있고

저는 어쨌든 너무 좋았어요.  현진이 형이랑 중간에 애기하다가 (다시 백현진 목소리로)”제가 보니까 왕드라이로 가야할 것 같애요. <미선이> 만큼 왕드라이는 아닌데 좀 드라이하게 가야될 것 같애이러더니자켓 뒷부분 보니까 전화번호 적혀있고….출처를 물어보니까 (또 백현진 목소리) “뭐 방에 있던 메모지였던가?”(웃음) 아무튼 저는 100% 만족입니다.

 

<미선이>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힙합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랩이 하나씩 들어가는데 이번에도 보면은, “다들 뜬금없다“, 앨범의 완성도에 뭐
누를 끼쳤다(웃음)

 

 

그런 얘기 많이 들으셨죠?
~

 


그 노래가 어떤 의미예요?
의미도 없고요 <테이크 원>이잖아요 처음 녹음한 거에요.
<
아이언맨>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어릴 때 부터 제 친구에요. 우리는 만나면 같이 음악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는데 어느 날 버스타고 가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혹시 <L.L Cool J> 노래중에
< way the>> 아세요?
그 노래가 노 코드로 랩만 계속 나오다가 중간에 엄청 부드러운 멜로디가 첨가돼요. 그게 나오다가 또 딱 끊기고 드라이한 랩이 쫙 흘러요. 그걸 듣고 그냥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한거죠. 걔가 랩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랩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그쪽 음악을 많이 못 들어봤으니까사실 지금보다는 원래 버전이 훨씬 힙합에 가까웠는데 지금 샘플링을 입히면서 안 힙합식(?)으로 되어버렸어요
.

‘네가 힙합풍의 노래를 쓰면 내가 중간에 정말 예쁘게 멜로디 라인을 한 8마디 정도를 넣어볼께그랬더니 좋대요, 그래서, 그때가 회사 처음 들어갔을 때였는데 그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돈이 정말 좋은가봐 사람들이“, “되게 그렇더라이런 얘기하다가그걸로 니가 한번 랩을 써봐라 그랬더니 알았어 하고 썼는데.. 사람들이 가사가 정말 유치하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래요. 근데 저는 너무 귀엽거든요…(웃음)

걔가 미국에 되게 오래 살다가 온 애래서 한국어 랩을 쓰느 게 정말로 쉽지가 않은 애에요
그런데도 한국말로 랩을 써 왔더라구요. 나름대로 라임도 하고 그러면서 하는데 저는 그 곡이 재밌고 좋아요.  정말 곡에 신경 많이 썼어요. 세션도 참 많이 썼고..

그래서 나름대로는 괜찮은 곡 하나 만들었다. 암튼 되게 재밌게 만든 곡인데 항상 인터뷰할 때마다 그 질문을 받거든요…  답변을 하다가 마지막에 어떻게 말을 하냐면너무 이질적이지 않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포크앨범에 랩이 들어갔다는 것은 이질적일 수밖에 없죠(웃음) 전체적인 메시지 측면에서도 그렇고그냥 하고 싶은 데로 한다, 이번 앨범은 솔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담아야되겠다, 그러면야 문제없겠지만, 그래도 감상자 입장에서는, 분위기 잡고 눈물 흘려가며 듣고있는데 갑자기 헤이~~이러면…(웃음)

근데 앞으로도 그럴거예요. 아마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거죠. 거기에 대해서이건 컨셉에 맞지 않으니까 수록하면 안되겠다, B-Side(비정규작업)로 돌려야되겠다라는 이런 생각 자체를 저는 안 한다는 거죠. 설사 듣는 분들이 황당하더라도…. 저는 지금 <펫샵 보이스>풍의하우스 곡을 하나 쓰고 있는데(웃음)…..훈련소에서 동초 서면서 구상한 건데 너무 재밌을 것 같애요. <펫샵 보이즈> 좋아하거든요. 다는 아니고 몇곡만 좋아하는데 그런 풍의 곡도 하나 썼으면 좋겠고….

 

<루시드 폴>의 음반에 대해서 인터뷰 당했던 횟수만큼, 딱 그만큼 들었을 질문. 그리고 앨범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잡지를 뒤적이고 웹사이트를 해매면서 그만큼 보았을 반응. 에 대한 질문을 나 역시 했고, 그 또한 모두에게 한 대답을 나에게 했다. 조금의 후회도 없이 신나게 이야기 하는 그 곡에 대한 후일담. 앞으로 음악은 마냥 다양해질 테니, 이 정도로 놀라지 말라는 선전포고의 의미일까. 하긴표현의 자유로움앞에서형식의 일관됨은 굉장히 사소한 문제일런지도.

 

노래들에 오보에, 아코디언, 섹스폰 쓰시고 그랬잖아요. 특히 오보에가 참 신선해 보였어요.  
작업을 하면서 뭔가 관악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이런 생각에 어쿠스틱한 악기는 다 쓰고 싶었어요. 내 돈 주고 관현악단을 부를 생각도 했고 하프, 팀파니뭐 욕심은 끝도 없죠. 그러다가 이부분에 관악기, 플룻 같은 게 들어가면 참 좋을 텐데, 하고 얘기를 하다가 아는 사람 중에 오보에를 하는 사람이 있대요. 불러서 들어봤더니 역시 어쿠스틱 악기는 거짓말을 안 하죠. 어쿠스틱 악기 중에 안 좋은 악기가 어디 있어요. 하나도 없죠. 역시 소리에 감동하면서…(웃음) 2집때는 될 지 안될지 몰라도 욕심을 더 내려고 해요. 어린이 합창단도 꼬셔서
  
제가 사실 칠드런 뮤직을 되게 하고 싶었는데 1집때 할려고 하다가 도저히 여건이 안되더라구요. 곡은 다 써져 있는데가스펠 같기도 하고조금 그런 곡인데.. 지금은 일단 제가 미디(MIDI)악기를 제가 쓸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전 에는 집에 악기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라디오 레이블에 사달라고 해서 샀는데, 제가 기본적인 작업의 틀을 짜서 주고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시간이 많이 단축 되겠더라구요. 아마 이번에는 음악적 구현이 좀더 원활하게 될 것 같애요.

 

2집은 언제쯤 계획하고 있나요?
일단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미친듯이 저는 작업을 합니다.

 

아니 1집 프로모션도 이제 시작하는 과정인데 벌써?
상관없는 얘기죠.

 

(다시 동석자 끼어듬) 날씨가 따뜻해지면 곡을 못 쓴데
그동안 써놓았던 곡은 빨리 정리를 해야겠더라구요. ..사실 방금 한 말이 진짜죠.
날씨가 따뜻해지면 곡을 못써요. 이상하게 그러대요 여자친구 있어도 곡 못쓰구요(웃음)

 

조금 학대 받아야 곡이 나오는 스타일인가봐요(웃음)
그런지도 모르죠 뭐가 이렇게 꽉 차거나 배부르고 등따시면은 음악이 안되는…(웃음)

 

아티스트네요, 아티스트. (웃음)
, 제가 엊그제 쓴 곡이 하나 있는데 제가 생각해도 너무 청승맞아서 이 노래를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이 되더라구요저희 게시판에꽃샘 추위덕을 톡톡히 봤다라고 올리기도 했어요.

 

 

3. 스스로 영글기 위한 치열한 내부 검열 & 내가 좋아하는 음악

 

루시드 폴 팬들을 가만히 보면 이른바꽃미남 추종, 청승 모던 록 애호 아가씨들인 것 같던데… (웃음)
청승맞은 거는 분명하구요청승맞은 사람들이 이제 조금 양지로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웃음)
  
그렇다고 해서 저 같은 경우 요새는 그렇게 우울하게 살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는 우울해보지 않은 사람이 활달해질 수 없다고 봐요. 그러니까 우울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활달해진다는 거는 언젠가는 정말 우울해질수 있다는 얘기고

우리가 흔히 터부시하거나 부정적인 개념들 있잖아요. 우울, 슬픔, 자폐, 죽음 이런 것들에 정면으로 맞장을 뜰 수 있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그러고나서 이제 거기에 함몰되면 자살하는 거고 그걸 극복해서 다른 패러다임이 자기에게 생기면 그때 생기는 긍정이 진짜 긍정이지, 부정을 이기지 못하는 긍정은 허위라고 봐요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 음악이 그렇게 부정적이고 슬픈 타령조의 음악만은 아니라고 봐요. 누구한테나 이런 생각이 있잖아요? 차이고 나서 안 슬픈 사람은 진짜 차인게 아니지(웃음) 안그런가요?

많이 차여봤나 봐요.(웃음)
많이는 아니지만 깊게 차였죠.(웃음)

 

어떤 음악을 많이 들어요?
별로 다양하게는 안들어요.. 요새는 와닿는 음악이 없어요

 

<벨 앤 세바스찬>같이 요새 한참 많이들 듣는 챔버팝.  그런 음악들도 들으세요?
듣기는 듣죠. 그런데 <벨 앤 세바스찬> 가사도 좋고…. 제가 느끼는 거는 영국이란 나라가 그런 가사가 이렇게 부드럽게 나올수 있을만큼 선배들이 가사를 잘 써왔고….그에 비하면 정말 우리나라는 한심하죠.  신중현 선배만 해도 뭐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이런 노래나 하고 앉아있었고음악적으로 형식적으로 얼마나 훌륭했는지 몰라도 가사가 치열하지가 않았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선배 뮤지션 중 트리뷰트 음반에 참여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김민기하고 <들국화>.

이번에 <들국화> 트리뷰트 빠져가지고 되게 아쉬웠겠네요?
섭외조차 안 들왔어요(웃음) 근데 지금의 <들국화>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옛날의 <들국화>를 좋아하는 거죠.

한대수 씨는?
. 한대수 선배도 멋진 분이죠. 그렇지 않나요?

. 다른 밴드들도 보면 존경하는 우리나라 선배 뮤지션이 딱 4팀에 한정되는 것 같애요. 김민기, <들국화>, 한대수 그리고 하나 덧붙이면 <산울림> 혹은 <송골매>. 그 외에 존경받는 선배 뮤지션이 별로 없더라구요.

산울림은 잘 모르겠지만 세 팀은 뭐 최고였죠. 재론의 여지가 없죠. 하룻밤을 세우고서라도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이 아직까지 딱 버티고 위에 있어주면.  
  
물론 한대수 선배나 <들국화> 선배나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런데 <들국화>는 지금의 모습은 조금 아니라고 봐요.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모습을 보더라도 자기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안쓰럽다 생각하지, 거기에 안티를 걸지는 않잖아요. <들국화>도 마찬가지거든요. 좀더 욕심을 부리는 거죠
.
  
좀더 외국에 <롤링 스톤즈> <에어로 스미스>, 이런 사람들처럼 건재하게 스테이지에서! 내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후배들아. 내가 키워주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있다이렇게 얘기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는데 왠지 모르게 많이 위축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능력은 끝이 아니라고 보거든요. 노쇠했다고 보지 않아요. 저는 절대…..지금 모습은 어쨌든 그렇게 좋지는 않구요
.

김민기 선배는 뭔가 뜻이 있었겠지요. 자기가 음악을 안 하겠다라고 하는건지금 뮤지컬하는 걸 봐도 역시 천재성이 드러난다고 보구요. 한대수 선배는 요새 음악은 제가 못들어봤어요. 못 들어 봤는데 최근에 한대수 씨 앨범 가사집하고 같이 나온 거 있잖아요?그거 들어봤는데 역시 초창기의 대성일갈하던 기개는 없어졌지만 상당히 치열한 뮤지션임에는 분명하구나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정말 신나보였다.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마다 달려와서어제 무슨 음악을 들었는데 죽이더라….” 하던 음악친구들의 순수한 동경이 느껴졌다.
  
적어도 음악을 듣기 시작한 지 10여 년은 족히 되었을 이 친구가 변함 없는 애정을 쏟는 그들이 현재의 주류 대중음악계에 드리우고 있는 영향은 얼마만한 것인가?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과거의 선배만을 흠모해야 하는 것일까. 변치 않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위대한 선배를 만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이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현실에서는 말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뮤지션들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완성도! 다시 말하자면음악이라는 걸 둘러싸고 있는 알파부터 오메가까지가 얼마나 잘 영글었는가. 제가 굳이 정태춘 씨 예를 들었던 것도 가사나 메세지, 뮤지션쉽은 투철했을지 모르지만 그게 구현된 음악적인 형태는 상당히 구리더라는 거죠.  그 점은 민중가요 얘기도 마찬가지 맥락이었고요.
그 반면 상당히 뺀질뺀질하게 음악 잘 하는 사람들 많죠. 그런 사람들은 뚜껑을 열어보면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긱스> 같은 팀이요

뭐 놀자, 즐겁자이렇게 만드는 거면은 괜찮은데, 거기에 이제 기대심리를 부여해서 얘기를 할 때는 연주 잘하고 노래 잘하는 팀들이 왜 그런 음악, 노래를 하지라는 생각에서….  저는 음악하는 사람은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컨텐츠에 대해서….그런데 거기에 대한 고민이 따르지 않는, 그저 연주만 잘하는 뮤지션들도 많다는 거죠.  스스로는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별로 가사 쓰기가 치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럼 본인은 영글었다고 생각해요?
모르죠, 그건. 노력은 해야 되겠죠. 계속….

다시 묻자면자기가 내가 이루고 싶은 음악세계가 있을거 아니예요? 그러니까 지금 현재, <미선이>부터 루시드 폴까지 오는 동안에 거기에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하세요?
….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는 시간이 흘러가고 제가 변해가고 능력도 변해가고 이런 거에 맞추어서 가변적으로 생각을 해야 된다고 보지, ‘하나의 대가가 되어야겠다라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냥 내가 지금 노래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가.

거기에 충실하려고 생각하면 거기에 이제 현실적인 여건도 있을 거고, 제 능력의 정도도 있을 거고그런 것들을 다 한정시켜서 그 내부에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면에서는 저는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곡들을 만들고 발표했다라는 거죠.

음악적 성향을 봤을 때 오버그라운드로 충분히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제대하고 나서 전업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세요?
솔직히 음악 외적인 건 생각을 안 할려고 해요.
저는 노래만 만들고 노래만 녹음하고 사람들 앞에서 내 노래 더 많이 들려주고

그게 그 무대가 기획된 무대도 좋지만 그냥 친구들 앞에서 날씨 따뜻해지면 이런 길거리에서 할 수도 있고그렇게 가까이서 노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길 바래요. 그 외의 부분은 제 고려의 대상이 아니에요. 그 외에는뭘 할수도 있고 하지 않을수도 있겠죠.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많잖아요.

이른바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가서  노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갈 의향이 있으세요??
뭐 회사(방위산업체)에서 허락해주고 시간 나면 당연히 해야죠, 꼭 하지 말아야 될 이유가 있나?

이번 음반에서 조금이라도 아쉬운 점이 있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아까 얘기했던 정말로 하고 싶었던 곡들을 준비 문제나 제 능력상의 문제로 못 했다는 거.
예를 들면제가 있는 공장에 드럼통이 몇 백 개가 쌓여 있어요. 근데 일반적으로 드럼통을 절대 세워놓지 않아요 빗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눕혀 놔야 해요. 근데 저희는 눕혀놓기에는 작업하기 힘들기 때문에 항상 세워놓고 이렇게 쫙 늘어 놓거든요. 장마철에 비가 오면 비가 떨어지면서 드럼통을 때리는데 그 소리가 회사 전체를 크게 울려요. 그걸 딱 듣고 뭐가 생각나냐면국수호씨 라고 아세요? 그 분이 중대 무용대 학장일 거예요 아마… ‘북의 대합주라구  북 한 50개를 가지고 앙상블로 연주를 하는 게 있어요.

그걸 가서 들으면 북소리에 완전히 압도당해요. 그 드럼통 소리를 들으니 그 연주를 봤을 때의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러니까 왜 미학에서 써블라임(sublime)이라 그러잖아요. 바로 그 느낌인 거예요. 자연은 아닌데도…. 그걸 샘플을 뜨고싶다 생각을 하면서 못 떴어요.
그거 비슷하게라도 해야 되겠다, 라는 생각이 있고…..그 다음에 하나는 아까 얘기했던 칠드런 뮤직. 그거 어린이 중창단을 빨리 섭외를 해서 작업을 해보려구요. 가사도 정말 재미있어요. “저 태양보다 밝은,  바다보다 푸른….” 뭐 이런 노래!!

음악적으로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어떤게 있을까요?
일단은 내적 검열을 거치고 노래를 남들한테 얘기를 하구요. 그 내적 검열의 수준이 나름대로는 좀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습작이라고 남겨놓은 곡도 없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기준에 못미치면 그냥 곡을 버려요. 그래서 듣는 분들은 어떻게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이름으로 나온 노래들은 일단은 제 자신에게 부끄러운 곡은 없을 거에요. 일단 내가 만족을 해야 되니까.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노래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라는 식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이 부지기수 잖아요.
근데 뭐, 또 사실 그 말이 맞긴 하지만, 주변에서 음악하는 친구들은 또 안 그러니까.
지금은 홍대 쪽이나 그 쪽에서 음악하는 친구들을 보면은 장르가 뭐고를 떠나서 다 좋아요
.  
그냥 좋은게 아니라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  
<
불독맨션 http://www.bulldogmansion.com> 음악이나

<
스웨터http://www.sweaterhome.net>
<
노브레인 http://www.cujo.co.kr/nobrain.html>이나
<디아블로>(웃음) 다 틀리잖아요장르가틀려도 저는 다 좋던데요. 약간은 동료의식 같은 게 있는 거 같고

이 사람하고는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어그런 팀 있어요?
내가 이번에 사실 펑크곡(!)을 하나 써놓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노브레인>이랑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 곡이 지금 쓴 게 아니라 <미선이> 초기에 써놓았던 건데합불불합불합합불이라는 곡이에요. ‘합법이 불법이면, 불법이 합법이고, 불법이 합법이면, 합법이 불법이다라는 소리거든요.
그러니까 이 노래는 성우(<노브레인> 보컬)가 하면 정말 어울리겠다그것도 뭔가 열받아서 썼던 곡인데 <미선이>때 그 노래 몇 번 합주를 하다가 별로 애들도 별로 재미없는거 같고 그래서 그냥 쳐박아놓았던 곡인데 그것을 한번 <노브레인>에게 편곡도 부탁하고 해서 이번 앨범에 싣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하고 있다가 선뜻 애기를 못 꺼냈죠.

 

 

4. 담담한 과거, 빡도는 현실 : ?

 

넘어가버린 이야기를 조금 자세히 묻기로 했다. 인디 씬의 일반적인 음악과는 달리 그가 쓰는 가사는 어느 정도연애 노래의 혐의를 조금씩 풍기는 것들이 많다. 그것이 이른 바사랑타령이 아닌, 진하디 진하고 진지한 그리움의 탄식 같은 면이 잇어서 흔해 빠진 그런 류의 노래들과 다른 것이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애정에 대한 갈구는 조윤석의 음악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키워드 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그저 특정 이성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아니라도 좋다.

 

연애하는 스타일이 남들과 좀 다를 것 같은데….어때요?
그건 경우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처음 만났던 사람 같은 경우는 지금 생각하기에  내가 정말로 사랑했던 게 아닌것 같아요. 그게 단지 지금 그 사람이 없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애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은 하는데…. 하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던 거고…. 그 다음에 만났던 친구같은 경우는 이상하게 제 인생에 자꾸 얽혔어요.

제가 참 좋아해서 헤어지는 것도 싫었구거리를 자꾸 두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만나게 되는 거에요. 정말 이상한 경우. 예를 들면 제가 소개팅했던 여자랑 지나가는데 나타난다든지, 아니면 전화가 왔는데 아는 선배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같이 만나게 된다든지….

암튼, 좀 말로 딱 표현하기 그런 게 자꾸 생기더라고요. 그러다가 얼마 사귀지도 못했어요. 6개월 사귀었나? 그러다가 홀연히 그냥 연기처럼 떠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면 사랑하면 되는거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쨌든 자꾸 서로 안맞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절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정말 아직까지도 생각하고 믿고 있는 건 사람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뭐 영화나 소설 같은 데 보면 한 두번의 이벤트로 감동을 시켜서 어떻게 다시 반전을 이루고…. 이런 것들은 현실엔 없다. 그럴 여지가 있으면 헤어지지 않을 것이고(웃음) 그 사람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게, 여자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게 참 무섭구나그런 생각이 들어요.

 

상처 무지하게 많이 받는 편일 것 같은데요.
저는 자살 시도도 했었어요. 그게 해프닝으로 한 게 아니고 살 필요가 없더라고요, 진짜

역시 그런 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군! (웃음)
괜히 나올 수가 없죠. 그 친구를 만났을 때부터 썼던 다이어리가 있어요.
그걸 지금도 가끔 보는데…(잠시 침묵) 죽음을 가까이라도 한번 경험을 하고 보니까, 이상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식이 생기더라고요충고를 하자면 자살기도를 할 때, 절대 음독자살을 기도하지 마세요.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순간으로 죽을 수 있는 것을 택하세요. 투신이나 아니면 목 매는 게 좀 더 나을 것 같애요.

주변에 투신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오층에서 떨어졌다가 살았는데 2초만에 떨어지잖아요. 2초가 거의 한 삼 년 사   그렇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0.00000….. 마이크로 단위로 계속 기억에 남아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소주 한 병이랑 수면제 두통을 먹었는데 아직까지도 시간이 기억이 안나요. 기억이 안나고 그냥 자면 행복하게 죽을거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중에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런말 하기 뭐하지만,  빨리 좀 죽여달라고정말 웃겼던 게 그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일요일 아침이었던 것 같애요. 어떻게 침대 위에까지 기어 올라가서 있는데 누가 문을 딱 열고 들어오는데 아버지가 오셨더라고요. 저 집이 부산이니까 아버지가 오실 개재가 아닌데 이 양반이 뜬금 없이 온거야.  
아버지가 올라 오셨다가 가고몸이 아파서 누워있다고 둘러댔죠. 그러고 조금 있다가 대충 주섬주섬 옷을 입고 선배 결혼식에 갔어요. 그런데나를 태어나게 한 사람이 아버진데 전 말 그대로 죽다가 살아난 거 아녜요. 아버지를 또 보게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본능적으로 삶에 충실하게 되대요. 뭔가 해결된 건 아닌데…. 분명히 그랬던 적도 있어요.

놀랐다. “자살 기도라는 소재 자체도 그랬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저렇게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도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 게다가 일 때문에 만난 사람에게 그런 깊디 깊은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마냥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곤란하고 더더군다나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
그가 음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곤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여유 있게 충고까지 해가며 할 수 있는 여유는 어쩌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반쯤은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개인적인 문제에 치열하게 힘들어했다면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까
.
마지막으로 지극히사회적인질문을 하나 던져보기로 했다.

 

신문이나 뉴스는 자주 보는 편이에요?

신문은 옛날에 신문 중독증이 걸려 가지고 하루에 신문 9개씩 봤어요 단지 돈 주고는 안봐요. 아직까지 한 6년 정도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돈 주고 안봐요.
가끔 정말 진짜 심심해서 미치겠다 할때 <동아일보> 가끔 사보고 <조선일보>는 절대 안사보고, 보더라도 식당 가서 보고신문 보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신문 중독증같은게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치질> 같은 것도 쓰고 이랬겠지.

 

최근에 신문 보면서 최근 세상 돌아가는 것 보면서, 진짜 빡 돌았을 때가 어떤 때에요?
최근에는 솔직히 신문을 못 봤어요 왜냐하면 <한겨레>를 계속 구독을 하다가제가 지금 공단안 기숙사에 사는데 거기는 배달을 안 해준데요. 안성은 웃긴 게 우유배달하는 아줌마가 신문 배달을 같이 해요. 특히 <한겨레> 같은 것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는 거의 못 봤고
빡 도는 건 <대우차>지 뭐. <대우차>. 그리고 국가보안법 아닐까요
?
얘기하기 열 받잖아요. 그런 거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고…. 너무나 뻔한 결론 가지고 장난치는 새끼들 보면 열받지 당연히

아니 국가 보안법이 지금 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질문 조차가 웃기지 않아요? 질문이 웃기니까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거는 당연히 없어져야 되는 건데, 근데 그게 토론의 대상이 되야된다는 거 자체가 정말로

전 더 웃긴건 뭐냐면, 토론을 하면서 국보법이 존속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죠.
어쩔 수 없죠, .  강정구 교수님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모르겠어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진실한 건 다 알려지거든요. 아무리 은폐할려고 하고 아무리 이용할려고 해도 그건 안돼요. 언젠간 드러나니까 이제 뭐 애닯고 그런 것도 없고
대우자동차 문제는 좀 심각하지 그건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구조조정한다고 해가지고 1년에 얼마나 세이브 되겠어요? 1조 될까? 1조는 무슨 1조야
?
1,700명 곱하기 한 1백만원하면 얼마죠?  많아 봤자 한 2십억, 넉넉하게 해서 3십억 되겠다. 근데 개네들 빚이 조단위잖아요 김우중이 갖고 튄 돈만 10조원인데, 그러니까 그거는 진짜 코메디고그건 생각을 해봐야죠
.
저는 정말 부끄럽지만 직접적인 행동은 못하고 당비만 내는 정돈데

 

당비? 어디요? 민주 노동당?
대우 자동차 사태는 어떻게든 막았어야죠.

진지함이 지나친 건 아니었을까? 아니면 이야기가 순식간에 너무 멀리 튀었던 것일까?
그 전에 <루시드 폴>의 음악만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민주 노동당> 당원이라는 그의 한 마디에 충분히 놀라고도 남았으리라. 아까 <메아리> 이야기를 했을 때 짐작했었어야 했을까
?
이 급진적이고도 나름대로 구체적인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 저 아름답고도 소박한 음악을 만들어 내다니….그가 가장 좋아하는선배가 김민기라는 사실을 마지막에 가서야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이 났다. 길가에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무리지어 토요일 밤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는 연락처를 교환하며 못 다한 이야기의 다음을 기약했다.  이제 친구가 된 그는 헤어진 뒤 팬들과의 술자리에 합류. 대취하여 탁자를 두드리며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지금쯤 열심히 2집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있을 루시드 폴,조윤석.
그가 들뜬 억양으로 풀어놓던 앞으로의 곡작업 계획들….. 그 풍요로운 아이디어들에 그의 감수성이 입혀져, 들을 거리 없는 한국 대중음악계에 또 한번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했던음악 말고는 다른 것은 걱정하지 않는‘, 그래도 괜찮은 현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울러. 루시드 폴의 첫 번째 음반이 그런 현실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기를 바란다.

 

 

 

4. 담담한 과거, 빡도는 현실 : ?

넘어가버린 이야기를 조금 자세히 묻기로 했다. 인디 씬의 일반적인 음악과는 달리 그가 쓰는 가사는 어느 정도연애 노래의 혐의를 조금씩 풍기는 것들이 많다. 그것이 이른 바사랑타령이 아닌, 진하디 진하고 진지한 그리움의 탄식 같은 면이 잇어서 흔해 빠진 그런 류의 노래들과 다른 것이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애정에 대한 갈구는 조윤석의 음악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키워드 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그저 특정 이성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아니라도 좋다.

 

연애하는 스타일이 남들과 좀 다를 것 같은데….어때요?
그건 경우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처음 만났던 사람 같은 경우는 지금 생각하기에  내가 정말로 사랑했던 게 아닌것 같아요. 그게 단지 지금 그 사람이 없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애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은 하는데…. 하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던 거고…. 그 다음에 만났던 친구같은 경우는 이상하게 제 인생에 자꾸 얽혔어요.

제가 참 좋아해서 헤어지는 것도 싫었구거리를 자꾸 두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만나게 되는 거에요. 정말 이상한 경우. 예를 들면 제가 소개팅했던 여자랑 지나가는데 나타난다든지, 아니면 전화가 왔는데 아는 선배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같이 만나게 된다든지….

암튼, 좀 말로 딱 표현하기 그런 게 자꾸 생기더라고요. 그러다가 얼마 사귀지도 못했어요. 6개월 사귀었나? 그러다가 홀연히 그냥 연기처럼 떠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면 사랑하면 되는거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쨌든 자꾸 서로 안맞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절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정말 아직까지도 생각하고 믿고 있는 건 사람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뭐 영화나 소설 같은 데 보면 한 두번의 이벤트로 감동을 시켜서 어떻게 다시 반전을 이루고…. 이런 것들은 현실엔 없다. 그럴 여지가 있으면 헤어지지 않을 것이고(웃음) 그 사람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게, 여자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게 참 무섭구나그런 생각이 들어요.

 

상처 무지하게 많이 받는 편일 것 같은데요.
저는 자살 시도도 했었어요. 그게 해프닝으로 한 게 아니고 살 필요가 없더라고요, 진짜

역시 그런 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군! (웃음)
괜히 나올 수가 없죠. 그 친구를 만났을 때부터 썼던 다이어리가 있어요.
그걸 지금도 가끔 보는데…(잠시 침묵) 죽음을 가까이라도 한번 경험을 하고 보니까, 이상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식이 생기더라고요충고를 하자면 자살기도를 할 때, 절대 음독자살을 기도하지 마세요.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순간으로 죽을 수 있는 것을 택하세요. 투신이나 아니면 목 매는 게 좀 더 나을 것 같애요.

주변에 투신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오층에서 떨어졌다가 살았는데 2초만에 떨어지잖아요. 2초가 거의 한 삼 년 사   그렇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0.00000….. 마이크로 단위로 계속 기억에 남아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소주 한 병이랑 수면제 두통을 먹었는데 아직까지도 시간이 기억이 안나요. 기억이 안나고 그냥 자면 행복하게 죽을거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중에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런말 하기 뭐하지만,  빨리 좀 죽여달라고정말 웃겼던 게 그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일요일 아침이었던 것 같애요. 어떻게 침대 위에까지 기어 올라가서 있는데 누가 문을 딱 열고 들어오는데 아버지가 오셨더라고요. 저 집이 부산이니까 아버지가 오실 개재가 아닌데 이 양반이 뜬금 없이 온거야.  
아버지가 올라 오셨다가 가고몸이 아파서 누워있다고 둘러댔죠. 그러고 조금 있다가 대충 주섬주섬 옷을 입고 선배 결혼식에 갔어요. 그런데나를 태어나게 한 사람이 아버진데 전 말 그대로 죽다가 살아난 거 아녜요. 아버지를 또 보게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본능적으로 삶에 충실하게 되대요. 뭔가 해결된 건 아닌데…. 분명히 그랬던 적도 있어요.

놀랐다. “자살 기도라는 소재 자체도 그랬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저렇게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도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 게다가 일 때문에 만난 사람에게 그런 깊디 깊은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마냥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곤란하고 더더군다나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
그가 음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곤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여유 있게 충고까지 해가며 할 수 있는 여유는 어쩌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반쯤은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개인적인 문제에 치열하게 힘들어했다면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까
.
마지막으로 지극히사회적인질문을 하나 던져보기로 했다.

 

신문이나 뉴스는 자주 보는 편이에요?

신문은 옛날에 신문 중독증이 걸려 가지고 하루에 신문 9개씩 봤어요 단지 돈 주고는 안봐요. 아직까지 한 6년 정도 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돈 주고 안봐요.
가끔 정말 진짜 심심해서 미치겠다 할때 <동아일보> 가끔 사보고 <조선일보>는 절대 안사보고, 보더라도 식당 가서 보고신문 보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신문 중독증같은게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치질> 같은 것도 쓰고 이랬겠지.

 

최근에 신문 보면서 최근 세상 돌아가는 것 보면서, 진짜 빡 돌았을 때가 어떤 때에요?
최근에는 솔직히 신문을 못 봤어요 왜냐하면 <한겨레>를 계속 구독을 하다가제가 지금 공단안 기숙사에 사는데 거기는 배달을 안 해준데요. 안성은 웃긴 게 우유배달하는 아줌마가 신문 배달을 같이 해요. 특히 <한겨레> 같은 것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는 거의 못 봤고
빡 도는 건 <대우차>지 뭐. <대우차>. 그리고 국가보안법 아닐까요
?
얘기하기 열 받잖아요. 그런 거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고…. 너무나 뻔한 결론 가지고 장난치는 새끼들 보면 열받지 당연히

아니 국가 보안법이 지금 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질문 조차가 웃기지 않아요? 질문이 웃기니까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거는 당연히 없어져야 되는 건데, 근데 그게 토론의 대상이 되야된다는 거 자체가 정말로

전 더 웃긴건 뭐냐면, 토론을 하면서 국보법이 존속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죠.
어쩔 수 없죠, .  강정구 교수님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모르겠어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진실한 건 다 알려지거든요. 아무리 은폐할려고 하고 아무리 이용할려고 해도 그건 안돼요. 언젠간 드러나니까 이제 뭐 애닯고 그런 것도 없고
대우자동차 문제는 좀 심각하지 그건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구조조정한다고 해가지고 1년에 얼마나 세이브 되겠어요? 1조 될까? 1조는 무슨 1조야
?
1,700명 곱하기 한 1백만원하면 얼마죠?  많아 봤자 한 2십억, 넉넉하게 해서 3십억 되겠다. 근데 개네들 빚이 조단위잖아요 김우중이 갖고 튄 돈만 10조원인데, 그러니까 그거는 진짜 코메디고그건 생각을 해봐야죠
.
저는 정말 부끄럽지만 직접적인 행동은 못하고 당비만 내는 정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