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돌 – 로모 대사

지난 1월 중순, 장충동의 한 이태리 식당에서 허수돌 한국 로모 대사를 만났다. 최근 '로모(LOMO)'라는 러시아제 소형 카메라 사용자들이 마니아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로모 카메라는 외관상 자동카메라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구닥다리 수동 카메라다. 그렇지만 세계 16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 구닥다리 카메라에 푹 빠져 있다. 오늘 우리가 만난 허수돌(27)씨는 로모(LOMO) 한국 대사를 맡고 있다. '로모'를 한국에서 홍보하고 판매하는 '로모 앰버시 코리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퍼슨웹) ‘로모’가 도대체 뭡니까?
허수돌) ‘로모’는 원래 러시아 레닌그라드 광학연구소에서 개발된 소형 카메라입니다. KGB 공작원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필요한 기능만을 넣어서 작고 가볍게 만든 카메라죠. ‘LOMO’는 ‘Ленинградское Оптико-Механическое Объединение(레닌그라드 광학 기계 조합)’의 약자입니다.

 

퍼) 아니, KGB 공작원들이 쓰던 카메라가 왠일로 일반일들에게 팔리게 된 겁니까?
허) 1974년부터 생산된 ‘로모’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그 생산이 재개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인데요, 그 계기를 말씀 드려야 하겠네요. 1992년 오스트리아의 대학생인 Fiegl이라는 친구가 체코 프라하의 낡은 상점에서 우연히 ‘로모’를 구입하게 됩니다. 비엔나로 돌아온 그는 그의 룸메이트 Stranzinger와 함께 파티를 하면서 ‘로모’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둘은 현재 ‘로모’ 본부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들을 뽑아 보니까 정통적인 사진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뭔가 딱딱하고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그들의 감성에 ‘로모’가 딱 들어맞았던 것이죠. 그들은 부엌 벽에 사진을 장식하면서 ‘로모월(LOMO Wal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후 그들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로모그래퍼들이 생겨나기 시작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퍼) 그러면 ‘로모’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건 언제부터죠?
허) 1992년 ‘LOMO International’이 비엔나에 공식적으로 설립되었고, 1995년 각국에 LOMO Embassy가 생겨나면서부터 활동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모스크바, 뉴욕의 동시전시회를 통하여 CNN 등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게 되어, 문을 닫았던 레닌그라드의 공장을 새롭게 가동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도쿄, 뉴욕, 마드리드, 런던, 파리 등 세계 50여개 도시에서 로모 소사이어티가 생겼습니다. 98년에는 일본에 소개되어 일본에서만 17,000명의 로모그래퍼들이 새롭게 생겨났고, 카메라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다른 35미리 컴팩트 카메라들을 제치고 ‘갖고 다니고 싶은 아이템’ 1위로 뽑히기도 했다는군요.

 

 

퍼)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로모그래퍼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허) 맞습니다. 달라이 라마 외에도 유명한 로모그래퍼가 많습니다. 쿠바의 카스트로나 PLO의 아라파트 의장도 로모그래퍼죠. 뮤지션 중에는 데이비드 보위, 브라이언 에노가 있구요, F1 레이서 미카엘 슈마허도 로모그래퍼입니다. 또한 로모그래피는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공식 관광안내 책자 제작과, Ferrari F1 ’98의 공식 사진집 제작에 사용될 만큼 새로운 문화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유명인사로는 스튜디오 ‘도프’의 김용호 씨, 국제산업디자인 대학원장님, 가수 이현우 씨, 언더그라운드 밴드 ‘롤러코스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씨, ‘딴지일보’의 존나깨군과 동아일보에 ‘도날드닭’을 연재했던 만화가 이우일씨 등이 있습니다.

로모 앰버시 코리아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로모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원하지만, 왠지 모두들 쓰는 최신형의 다기능 카메라는 맘에 안들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소박한 디자인과, 멋지고 분위기 있는 추억을 찍어주는,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같고 물려줄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카메라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당신이 구입하는 다른 카메라는 곧 구형이 됩니다. 하지만, 로모는 다릅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1퍼센트에 들어가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신감의 정체는 뭘까?

 

퍼) 장난 아니군요… 도대체 ‘로모’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잡아 끄는 겁니까?
허) ‘로모’의 장점이라… 제가 볼 때는 그런 거 없어요.

 

퍼) 예? 장점이 없다구요?
허) ‘로모’의 이점이 여러 카메라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거죠. 작은 것은 찾아 보면 ‘Rollei 35’나 ‘Leica M6’과 같이 작고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있거든요. 로모 디자인이 예쁘다고 하는데 그건 개인적인 취향차가 심한 것이기 때문에 논외라고 할 수 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의 색감이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색감이란 것도 결국 개인의 취향차가 심한데다가 사실 ‘로모’의 강한 색감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꽤 있거든요. 사진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로모’의 색감을 과장되다고 싫어하시더군요. 어떤 분들은 로모가 수동으로 작동하는 점을 높이 사는데, 그것도 사실 단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로모’를 파는 제 입장에서도 누가 ‘로모’의 장점이 뭐냐고 물으시면 딱히 대답할 것이 없어요.

 

퍼) 그래도 사람들이 ‘로모’를 즐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허) ‘로모’의 장점이라고 말해지는 것들은 대부분 단점에 가깝습니다. 다만 ‘로모’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 단점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색감이 좋다는 건 ‘로모’의 과장된 색감을 즐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수동으로 작동하는 불편함도 어떻게 보면 자동카메라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모’에는 삼성 카메라가 자랑하는 줌 기능도 없고 렌즈도 최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꼭 최고를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보다는 내가 원하는 게 뭐냐가 중요하죠. 말하자면 ‘로모’의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 특별함을 즐기고요.

 

퍼) 로모그래퍼들이 느끼는 즐거움이란 게 사실은 ‘난 이런 거 쓰는데, 너희들은 이런 거 잘 모르지?’ 하는 차별감 아닐까요?
허) 예, 사실 그런 점이 많아요. 단적으로 로모그래퍼들을 만나서 얘기해 보면 ‘로모’를 여러 사람과 같이 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로모’가 많이 알려지고 사용되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 분들은 ‘나만 쓰는 카메라’를 원한다는 거죠.

 

퍼) 독점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면 고약한 걸요?
허) 그런데 사실 많이 쓰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월간 생산량이 3,000대밖에 안되거든요. 모든 제작 공정이 수동으로 이뤄집니다. 한 사람이 앉아서 430여 개의 부품을 손으로 조립하니까요. 그래서 ‘로모’는 각각의 제품마다 품질의 편차가 아주 큽니다. 셔터의 느낌도 카메라마다 다 틀리죠. 심지어 겉의 도장도 다 틀려요. 특히 렌즈 커버 부분의 나사는 처음에 한번 꼭 조여 주셔야 해요.

 

퍼) 결국 ‘로모’가 특별하다는 건 ‘로모’가 수동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뭐랄까, 기계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기계랄까, 그런 점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허) 1999년도 삼성 카메라 판매 대수가 350만 대예요. 하지만 로모 본부의 올 한해 판매 희망 대수는 2만대라고 합니다. 비교 대상이 안되죠. 게다가 삼성 카메라를 제외하고도 카메라 제조회사는 많으니까 ‘로모’의 시장 점유율은 훨씬 낮습니다. ‘로모’와 같은 좋은 카메라를 대형 메이커에서 왜 안 만들까 의문을 갖는 로모그래퍼도 있는데, 대형 메이커에서 ‘로모’와 같이 안 팔리는 카메라를 안 만드는 것은 당연하죠. 아니, 거꾸로 ‘로모’를 대량생산 한다면 지금의 로모그래퍼들이 있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죠.

 

퍼) 허수돌 씨는 어떻게 ‘로모’를 접하게 됐나요?
허) 재작년(1999년)에 제 여동생과 친척 여동생이 일본 여행을 갔는데 카메라를 갖고 가는 것을 잊어버렸나 봐요. 일본에서 카메라를 사야겠는데 뭘 어디서 사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Compact Camera’로 검색을 했다가 ‘로모’를 발견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파는 곳을 알아 봤더니 인터넷에서만 팔더군요. 도쿄의 ‘요도바시 카메라’ 같은 데서도 살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동생에게는 일회용 카메라를 사라고 권하고 저는 계속 인터넷에서 ‘로모’에 관련된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로모’를 사고 싶어 견딜 수가 없게 되더군요. 그래서 오스트리아에 있는 ‘로모’ 본부에 메일을 보냈죠. ‘한국 사람인데 로모를 팔아라’구요. 그러니까 세금은 알아서 내라면서 DHL로 한 개를 보내주더군요. 그게 ‘로모’와의 첫 만남입니다.

허수돌 씨는 원래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러다 현재는 월간 <디자인>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매니아의 삶은 그런 것인가? 그는 로모를 알고 난 뒤에 자신의 삶이 더 “평탄치 않은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퍼) 대사직은 어떻게 맡으신 거죠?
허) ‘로모’를 갖고 사진을 찍으니까 주변에서 자기네도 하나 사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본부에다 제가 했던 방법으로 사게 도와 주었죠. 그렇게 산 사람이 서른 명 정도 될 겁니다. 그 정도가 되니까 우리나라에도 앰버시(Embassy)’를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로모’를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본부에 ‘내가 한국 앰버시를 만들고 싶다’라고 의사를 타진했더니 절차를 거쳐 승인을 해 주더군요.

 

퍼) 대사의 권한과 역할은 뭡니까? 왜 대사라 부릅니까?
허) 대사가 되기 위해서는 ‘Basic Ambassador Agreement’에 서약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대체로 ‘당신은 세일즈맨이 아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일즈맨이 아니기 때문에 ‘로모’로 돈 벌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거였죠. ‘로모’ 판매에서 나오는 이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로모 앰배세더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 앰배세더는 뉴욕에서 트랜디한 고급 물건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구요, 대만 앰배세더는 ‘ELLE’ 대만판의 Art Director입니다. 앰배세더의 권한은 자국 내에 지역 앰버시를 둘 수 있구요, 주된 역할은 지금 제가 인터뷰하듯이 ‘로모’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로모’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퍼) 현재 우리나라에서 ‘로모’를 사용하는 분은 얼마나 되죠?
허) 1,200여 명입니다.

 

퍼) 한국의 로모그래퍼들은 대부분 서울 중심이겠죠?
허) 꼭 그렇지만 않아요. 의외로 지방에 계신 분들이 많아요. 약 40% 정도. 인터넷으로 소개되고 판매되니까 그런가 봐요.

 

퍼) 한국에서 ‘로모’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사람들이 많이 아나요?
허) ‘로모’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 내 친구도 있다, 어디서 얘기를 들었다고 했을 경우에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과 유사한 문화권의 친구들을 사귀기 때문에 관심사가 비슷해서 내 주면의 사람들이 다 ‘로모’를 알고 있다라고 생각할 뿐이지, 실제 그 집단을 딱 떠나서 보면 ‘로모’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로모’를 쓰는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로모그래퍼가 너무 많고 ‘로모’를 안 쓰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난생 처음 듣는 카메라가 되는 거고…

 

퍼) 흔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요.
허) 디자인이나 사진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많이 아세요. 똑같은 벤처 회사에서도 웹디자이너들은 아는데 마케팅 같은 부서로 가면 아무도 몰라요. 편차가 아주 심해요.

 

퍼) 로모그래퍼들이 추구하는 사진은 어떤 것이죠? 공통점이 있나요?
허) 로모그래퍼들이 원하는 사진은 사진작가들이 추구하는 사진과는 다른 사진입니다. 그저 가볍게 찍어서 내가 보면서 즐거운 사진을 찍는 거죠. 그런 생각은 로모그래퍼의 ’10가지 계명'(10 Golden Rules of Lomography)에도 잘 드러나 있죠.

 

 

1.Take your LOMO everywhere you go.  언제 어디서나 로모와 함께


2.Use it at any time – day & night. 밤낮 가리지 않고 로모로 찍는다

3.Lomography is not an interference in your life, but a part of it.
  – 로모그래피는 당신 삶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분이다.

4.Approach the objects of your lomographic desire as close as possible.
  – 당신이 로모에 담고 싶은 것을 가능한 가까이에서 찍는다.

5.Don’t think – 생각하지 말 것.

6.Be fast.- 보는 순간 셔터를 누를 것.

7.You don’t have to know beforehand what is captured on your film.
  – 셔터 누르기 전에 필름에 무엇이 담겨질지 알려고 하지 마라.

8.You don’t have to know it afterwards either.
  – 셔터를 누른 후에도 역시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9.Shoot from the hip.- 눈높이를 히프 쯤에 맞춰라, 다른 세상이 열린다.

 

10.Don’t care about rules.- 규칙에 너무 연연하지 말 것.

퍼) 누가 뭐라든 내가 찍어서 즐거운 사진을 찍는다, 요즘 소위 N세대라 불리는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군요. 그런데 왜 인터넷으로만 판매를 하죠? 전세계적으로 공통인가요?
허) 전세계 공통인데 비엔나에서는 한 군데 오프라인 판매를 하는데 그것도 ‘로모’ 판매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로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카페의 한 구석에 ‘로모’ 판매대를 놓았다 뿐이지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해요. 영국에서도 영국 앰배세더가 운영하는 Pub House에서 판매하는데 거기서도 별다른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일본이 되게 예외적인데 일본은 카메라 판매점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 판매점에서는 판매를 하지 않고 ‘아오야마(靑山)’라는 전국적인 체인을 가지고 있는 서점에서 판매한다고 하더군요.

 

퍼) 그러면 오프라인 판매는 앰배세더가 결정할 수 있는겁니까?
허) 할 수는 있지만 판매 이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리만 힘들어져서 오프라인 판매를 안하는 거죠.

 

퍼) 얼마 전에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로모월 전시회’가 있었다죠?
허) ‘로모월(LOMO Wall)’이란 ‘로모’로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벽지처럼 벽에 붙인 것을 말합니다. 로모그래퍼들이 자신의 작품을 표현하는 데 많이 쓰는 기법입니다. 전시회는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10일까지 압구정동에 있는 ‘카파이’라는 카페에서 이뤄졌는데요, ‘로모 앰버시 코리아’는 후원만 했을 뿐 모든 기획과 진행은 ‘로모 클럽’이 맡았습니다. ‘로모클럽’은 로모그래퍼들의 독자적인 모임이고 저도 ‘로모클럽’에서는 하나의 로모그래퍼일 뿐이죠. 7,000여 장의 사진이 모였고 5,000여 장의 사진으로 로모월을 만들었는데, 아쉬운 점은 로모그래퍼와 그 주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전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는 점이죠.

 

퍼) 앞으로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허) 2002년 월드컵을 위한 한일 공동의 로모월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들을 위해 로모코리아 내에 개인갤러리를 무료로 제작해서, 회원간의 작품 전시와 감상, 교류를 지원하고 있는데, 로모 코리아는 이러한 여러가지 후원을 통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끌어져 나가는 새로운 문화공동체로 성장할 것입니다.

 

어떤 ‘물건’에 빠진 매니아들을 수상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생각에는 ‘물건’에 대한 사랑(?)이 물신주의의 변종이거나, 혹은 매우 실제적인 ‘경제적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혐의가 깔려 있다. 그러나, 구닥다리 수동 카메라 로모의 가격은 웬만한 자동카메라의 가격과 비슷했다.

허수돌 씨는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말하면서 인터뷰를 갈무리 했다. 그가 단순한 로모 한국 ‘대표’나 ‘판매책’이 아닌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계의 로모그래퍼들이 로모라는 작은 카메라가 찍어내는 또 다른 세상에 푹 빠져 있는 이유 또한 그 ‘새로운 문화 공동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