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을 지지하는 프로야구 팬들

[현장 인터뷰] 선수협의배후 세력” , 얼굴을 드러내다

 

 

편집자 주) 2001년 1월 13 토요일 오후 3, 드디어 그들이 그렇게 두려워 하는배후 세력이 진면목을 드러냈다. 두산 베어스팬클럽 연합회가 중심이 된 선수협을 지지하는 프로야구 팬들이 도곡동에 있는 KBO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팬들의 지지 움직임이 드디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다. 영하 15도의 혹한을 뚫고 참석한 150여명의 프로야구 팬들과 시민들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KBO와 시대착오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는 프로야구 각 구단의 장례식을 치뤘다. <퍼슨웹>은 선수협 관련 기획 인터뷰의 하나로 이날 모임에 참석한 프로야구 팬들과 만났다.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1 – 1 13일 토요일, 2시 30 현재.

 

 

 

전경 버스(일명 닭장차) 3대 도착.

 

 

 

퍼슨웹 : 원래 케비오 직원들이 이 시간이면 퇴근을 하나요?

 

KBO 건물 경비 아저씨 : . 2시쯤 되면 퇴근해요.

 

 

 

; 오늘 집회한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아저씨; 몰랐어요.

 

 

 

; 그럼 경찰들은 왜 와있죠?

 

아저씨; 몰라요. 오늘 뭐 한다니까 와 있더라구요. 신고돼 있는 집회예요.

 

 

 

전경버스 3대가 왔다. 아직은 버스에 타고 있는 상태. KBO 앞에는 이미 집회 주최측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3-4.

2 50 현재, 팬들이 10명 정도 모여있었다. 관계자인지는 모르겠음.

 

 

 

; 안녕하세요집회 참석 하신 거죠?

 

행인 1; . 잘 좀 찍어 주세요.

 

 

 

; 집회가 신고된 걸로 알고 있는데

 

행인2; 김동현이구요. 나이는 스물 넷입니다. 회사원이구요.

 

 

 

; 두산팬클럽 소속이세요?

 

동현; 네 싸이버 베어스 소속이구요.

 

 

 

; 오늘 모임에 참가하기로 한 단체는 총 몇 개나 되죠?

 

; 제가 알기로는 두산에서만 아니, 두산이란 말 안쓰기로 했으니까, 베어스에서만 20개 넘는거 같구요. 다른 팀, LG나 뭐 다른 팬들도 오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온라인상에서 그렇게 알려주셨어요.

 

 

 

; 20개면 무척 많은 숫자인데요, 인터넷이나 피시통신에서 활동하는 두산 팬클럽 숫자는 총 몇 개쯤 될까요?

 

; 날씨가 좀 춥구 하니까요. . .몇 명이 모였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의 뜻을 알리는게 더 중요하니까요, 거기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 사진하나 찍으께요.

 

; 사진은 사양하께요. 진짜 사진은 안되요

 

 

 

그래도 사진을 찍었다. 김동현 씨께 죄송하단 말씀을 해야겠다. 허락도 없이 이렇게 찍었으니까. 하지만 김동현 씨는 이미 그 전날 공중파 방송과 인터뷰까지 했으니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집회에서 김동현 씨는 손에 흰장갑을 끼고, 사회를 보며 구호선창도 열심히 했다.(위 사진)

 

 

 

; 이런 집회는 처음 와 보신건가요?

 

 

박인제(3 올라감); 아뇨. 작년 2월달에 장충체육관(선수협 후원의 밤을 가리키는 듯)에도 갔었구요 총회장도 갔었구요.

 

 

 

; 선수협 문제 말고 다른 집회나 시위에 참여해본 경험은 있나요?

 

; 없어요.

 

 

 

; 가두 집회가 처음이라면, 기분이 어때요?

 

; 일단. . . 가슴에서 . . 굉장히 떨리고, 기대도 되고.. .저는 삼성팬이구요. 베어스는 아니구. 개인자격으로 왔어요.

 

#2 – “박용오를 점지하신 삼신할미 각성하라!”

 

 

 

이때 양재역 쪽에서 플랭카드와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든 7-80여명의 시위대(?) KBO 앞으로 행진해 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급하게 사진을 찍으러 뛰어가야 했다. 인터뷰 도중에 끊긴 박인제 군에게 또 미안하단 말을 해야겠다. 당시 시각이 2시 55. 정확하게 약속된 시간 3시 5 전에 시위대가 도착한 것이다.

 

KBO 앞에 미리 와 있던 팬들은 이 대열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아마도, 행진중인 대열은 미리 약속된선발대인 듯 하고, 미리 와 있던 사람들은 3 KBO 앞에서 모인다는 소식만을 듣고 온비조직화된 군중인 듯 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과 피켓을 든 7-80여명의 시위대가 합하여, KBO 앞에는 이제 110여명의 인원이 집결하게 되었다.

 

2 57 현재. 시위대가 모이자, 버스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전경들이 급하게 방패를 들고 KBO 정문 앞에 도열하기 시작. 워낙 급하게 나오느라 장갑도 안끼고 나온 모습도 보인다. 얼마나 손이 시릴까. 워낙 추운 날씨탓에 전경들은 곧 건물 안 엘리베이터 앞쪽으로 이동하였다. 시위진압(?) 치고는 비교적 편안한 장소를 택한다.

 

아까 인터뷰했던 김동현 씨의 지휘아래에서 군중들은 시위대열로 정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준비해왔던 앰프가 작동되지 않아서, 아마도 날씨 탓인 듯 했다, 육성으로 집회가 진행. 당시 시각이 3 정각.

 

집회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제스쳐를 마악 찍으려던 인터뷰어 앞을 갑자기 왠 무스탕 하나가 시꺼멓게 가로막는다. 카메라를 치워보니 KBS 카메라 기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 쓰으발~. 이 자슥은 상도덕도 모리나. 눈을 치껴 떠 봤지만, 소가 닭보듯 신경도 안쓰고 지 카메라만 놀리고 있다. 진짜 놀구 있네….

 

 

 

이연수 씨; . . .인터넷하고 피시통신에서 활동하는 팬들이 모여서 하나의 단체를 만들었어요.

; 현재 어디서 활동하고 계시죠?

 

; 하이텔 야구동호회 시삽이에요.

 

 

 

; (호오!) 제가 보낸 메일 받으셨나요?

 

; , 받았어요.

 

 

 

; 오늘 집회 연락은 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 인터넷, 베어스 팬들의 공식 홈페이지하고 안티KBO하고, 그리고 각 팬클럽들 등의 게시판에 글을 올렸어요.

 

 

 

; 성함하구, 나이 그리고 직업을 좀 말씀해 주시죠.

 

; 이름은 이연수구요, 지금 서른 여덟이에요. 직업은주부에요.

 

 

 

주변 상황이 너무 어수선해져서 인터뷰를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또 인터뷰 앞 부분이 이유 없이 짤려있어서 복원하지 못했는데, 아무튼 38세의 평범한 주부가 피시통신 야구동호회 시삽이란 사실과 그 추운날 아무런 보수와 대가도 없이 나와선수협지지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퍼슨웹 편집부는 시위 군중들 가운데 특이한 사람들과 인터뷰하란 것이었는데, 내 눈엔 한결같이 평범한 사람들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특이한 사람을 찾아보려구 눈알을 굴리고 있는데, 특이한 구호가 들려온다. 인신공격적인 면이 좀 있지만, 그래도 선수협 사태를 바라보는 팬들의 분노가 잘 집약되어 있는 구호였다.

 

박용오를 점지하신 삼신할미 각성하라!”

삼신할미 배후조종 옥황상제 각성하라!”

 

 

 

#3. 집회 참석은 생전 처음이다

 

 

 

말쑥한 차림에 금테 안경(?)까지 쓴 그저 지나가는 행인인듯한 중년 남자가 계속 집회를 구경하고 있길래 다가가 인터뷰요청을 했다. 알고보니 오늘 집회 때문에 일부러 나온 골수 야구팬이었다. 나이는 서른 아홉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보다 약간 더(?) 들어 보이는 나이였다.

 

 

 

; 안녕하세요, 퍼슨웹입니다.

 

김현태; .

 

 

 

; 성함과 나이좀..

 

; 김현탭니다. 용띠, 서른 아홉입니다.

 

 

 

; 지금 현재 하고 계시는 일은 뭐죠?

 

; 자영업 하고 있어요.

 

 

 

; 오늘 모임은 어떻게 알고 참석하셨나요?

 

; , PC에 올라왔죠. 그리고 신문에도, 스포츠지에 전부 다 났죠.

 

 

 

; 평소에 오늘 참가하고 있는 이분들(시위군중들, 즉 저기 서 있던 젊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시기도 하나요?

 

; , 전부 다 같이 어울립니다.

 

 

 

;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 저는 거, 야구 골수팬이에요. 저는 서울게임은 두산이고 엘지고 다 봅니다. 한 게임도 빼놓지 않고 다니는 골수팬입니다. 오늘은 빠질 수 없는 자리지요.

 

 

 

; 선수협 문제와 관련해서 KBO가 해야할 일은 무얼까요?

 

; 신문에 나온 그대롭니다. 우리 팬들이 원하는 그대롭니다.

 

 

 

; KBO가 이런 집회 때문에 입장을 바꾸거나 할까요?

; 그렇게 생각안합니다.

 

 

 

;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17일까지 사단법인을 포기 안하면, 훈련을 포기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밀고 나올 꺼 같아요. 근데 뭐 오늘 아침신문을 보니까 대타협이 이루어질 듯도 하던데, 알 수는 없지요.

 

 

 

역시 인생경험이 많은 터라 신중하고 또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관적이었다. 그래서 이 추운 날씨에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관은 하되,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고.

 

 

 

; 이 집회 말고 예전에 다른 집회에 참가해 보신적은 있으신가요?

 

; 뒤에서 그냥 뭐 후원만 해줬죠. 직접 참가하거나 한적은 없지요. 근데 오늘은 꼭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 이 문제가 직접적인 생계와 관련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나오셨는데. . .

 

; 저는 뭐 야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지방까지 다니니까요. 저는 야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다닙니다.

 

 

 

혹시 야구선수 출신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 혹시 야구선수 출신이신가요?

 

; 아닙니다. 어릴 때 뭐 주전자 들고 좀 왔다갔다 하긴 했지만. (웃음)

 

; 고맙습니다.

 

 

 

이때 각 구단 공식 팬클럽 회원증을 패널에 대형으로 복사해와서 부셔버리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 두 사람을 만났다.

 

 

 

박지애; 박지애고요, 열일곱살요.

 

 

 

; 어느 팬클럽에 가입해 있으세요?

 

박지애 ; 인터넷베어스요.

 

 

 

; 오늘은 게시판 보고 오셨어요?

 

박지애; ..

 

 

 

; 열일곱살이면 고등학교….?

 

박지애; 이제 2학년 올라가요.

 

 

 

; 집회 같은데 참가해 본적 있어요?

 

박지애; 첨이에요.

 

 

 

; 이 추운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뭘까요?

 

박지애; 그냥, 올해 야구보기 위해서요.

 

 

 

; 작년에 야구는 몇경기나 봤는데요?

 

박지애; 3-40경기쯤요.

 

 

 

; 학교다녀야 되는데

 

박지애; 주말하구요, 학교끝나자마자 바로 가서 봐요.

 

 

 

; 두산에서 야구를 안한다, 선수를 내쫓는다는 말이 많은데. 선수협 때문에 사회를 보는 눈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바뀐거 같아요?

 

박지애; 그런 건 잘 모르겠구요. 암튼 올해 야구를 보고 싶어서 왔어요.

 

 

 

이 소녀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홍성흔이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이 추운날 낯선 강남거리 앞에서 시위대의 일원으로 그녀를 데뷔시키게 만든 동력이었다. 요즘 고등학생들에게 그런 경험이란 낯설지 않다. HOT의 집이 가까운 인척이 사는 바로 옆이라 어제도 그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영하 17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수십명의 소녀팬들이 오후 4시경부터 저녁 11시까지 꼼짝도 않고 진을 치고 있었다. 도대체 저 불가사의한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싶다.

 

 

 

; 누구 때문에 야구를 못 볼지도 모르는데요?

 

; KBO때문에요.

 

 

 

; KBO 말구요, 구단에서도 야구를 안한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말두 안되요.

 

 

 

; 왜 말이 안되죠?

 

; 선수들도 직장인이구요. 팬들도 있는데…. 마음대로 그런게 어디 있어요.

 

 

#4. 팬들의 선물!!

 

 

 

이때 사회자가 선창하고 시위대가 복창하는전형적인선전선동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조금 옮겨보자.

 

 

 

“… 저희들은 바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합니다. 선수협은, 반드시, 인정,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정당한, 요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8개구단과, KBOrk, 선수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막고, 있습니다. 야구, 저희들은, 사랑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모엿습니다. 시민여러분, 그리고 경찰아저씨들, 선수협을, 사랑해주십시오. 지켜봐주십시오, 내년에도, 저희는, 잔디에서, 열심히, 뛰는 , 선수들을, 보고싶습니다.”

 

 

 

이때 인터뷰어는 집회 시작 전부터 KBO 앞에서 바삐 움직이던 한 남자가 시위대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차림새만 보고는 짜브가 아닐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선수협 관련 집회에 사복까지 파견할 이유는 없었으니 괜한 오버였다. 그 분은 집회에 참가한 순수한 두산 팬이었다. 게다가 집회에 사용할 물건들을 실어나를 봉고까지 몰고온 사람이었다.

 

이정현; 베어스팬연합회 회원이구요. 싸이버 베어스 회원입니다. 서른 아홉이구요. 자영업합니다.

 

 

 

; 평소에 인터넷 자주 사용하시나요?

 

; .

 

 

 

; 하시는 일이 인터넷 쪽이시구요?

 

; 관계는 없구요. 어릴 때부터 OB를 좋아해서요. 지금 문제가 각 구단주도 알다시피, 선수협을 인정하게 되면 2군 선수들도 똑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나가야 되는데… KBO나 구단들이 인정을 안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좀 노력하고자하는 회원들입니다.

 

 

 

; 추운날씨에도 많이 나왔는데, 팬들의 이런 움직임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거라고 믿으세요?

 

; 큰 도움은 안되더라도. 한명이라도 있다면…. 팬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KBO도 인정하듯이 야구는 팬이 있어야거든요. 도움은 안되도 한명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선수협을 지지합니다.

 

 

 

; 혹시 다른 집회같은데 참여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 아뇨. 저는 두산 팬클럽 가운데 선수팬클럽(김민호)을 맡고 있어서요. 야구는 서울 홈경기는 거의 봅니다. 지방 게임까지 하면…. 1년에 한 90경기 정도? 지방에 출장을 자주가야하는 형편이어서요. 맞춰서 보고 있죠.

 

 

 

; 구단에서 말하는 적자경영 때문에 선수협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경영을 직접하시는 입장에서 생각이 다르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어불 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남지 않으면 구단을 왜 이끌겠어요? 전혀 적자는 아닙니다. 두산프로야구의 가치가 1천억 이상이라는데…. 가치가 없다면 야구를 안했겠죠.

 

 

 

; 두산팬클럽이 8개구단 가운데 가장 연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데, 다른 구단팬클럽과도 연합해서 더 큰 단체를 구성해보실 생각은 없나요?

 

; 있는데요. . . 구단마다 사정이 좀 다르니까. 좀 힘들지 않을까 하네요. 필요하기는 하고 또 노력해야는데. . .

 

 

 

집회 순서 가운데2기 팬들의 선물대표의 발언이 있었는데, 쭈뼛쭈뼛하며 등단하던 모습과는 달리 자신있게, 그리고 조리있게 팬들의 할 일에 대해서 설명하던 한 청년을 붙잡았다.

 

 

 

이호영; 만으로 서른이구요. 회사원입니다.

 

 

 

; 팬들의 선물 2기가 언제 결성됐습니까?

 

; 지난 연말, 그러니까 선수협 2기 총회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가 나왔고,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선수들의 방출결정이 나온 직후였거든요. 근데, 연말연시고 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던 차에 1 3일에 강남역에서 50여명이 모여서 회의를 하구요. . . 그날 결성되었다고 보시는게 맞을겁니다.

 

 

 

; 1기 집행부는 그 뒤에 활동을 중단한건가요?

 

; 선물이라는 단체가 명확한 규정이 있는 단체도 아니고, 또 대단히 느슨한 조직이어서요. 그리고 . .. 첨에 팬들의 선물이 조직되었던 것이 온라인 상에서 지지서명을 개시하면서 형성되었고, 그 뒤에 오프라인활동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작년에 배후세력 뭐 그런 문제 때문에 실무적인 작업을 도왔었구요. 그러다 사무국이 생기면서 저희들은 손을 뗐던 거죠. 제도개선위원회가 합의되면서 저희, 팬들의 선물은 정식으로 해체했습니다. 그런데 사정은 전혀 변화된 것이 없고, 또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어 다시 결성하게 되었던 겁니다.

 

 

 

; 그럼 오늘 이 집회가 팬들의 선물 2기의 오프라인 활동 개시라고 보면 되겠네요?

 

; . 근데 뭐 오늘 집회는 팬들의 선물이 주도한 건 아니고, 두산베어스 팬클럽 연합모임이 있는데, 거기에서 주도했습니다. 팬들의 선물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그리구 대규모의 활동보다는 각 팬클럽에 스며들어가서 전체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걸로 할겁니다. 저희들이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저희가 프로야구 전체 팬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8개구단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때, 그런 것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역할 , 아니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든지아니면 맹목적 지지나 비난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활동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 팬들의 선물이 각 구단 팬클럽들의 연합단체라는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지요?

 

; . 첨부터 그렇게 조직할 의도도 없었구요. 앞으로도 그럴거 같습니다. 선을 긋고 활동하지는 않을겁니다.

 

 

 

; 팬들의 역할이 과연 어떤 걸까요?

 

; 가장 중요한 것은…. 저는 프로야구의 진정한 주인은 팬이라고 생각하는데, 첫째 구단이나 케이비오는 대한민국의 프로야구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문제가 그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팬들이 나서서,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프로야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일단은 인식시켜줘야 하겠구요. 전혀 말을 안들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뭐 불매운동을 하자, 야구장을 가지말자, 항의시위를 하자 내지는 공개지지선언을 하자 등등인데. 적합하고 현실성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수렴을 하고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 8개 구단 팬클럽 연합조직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있습니다. 저는 삼성라이온즈 팬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긴 했습니다. 그리구 또 몇 개 구단 팬클럽에서는 실제로 그런 의견들이 나와서 움직임이 보이기도 하구요. 라이온즈의 경우에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근데 워낙 온라인 사정이 방대하고 또 어디에 어떤 팬클럽이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현재 그런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말씀도 잘하시고 하는데 혹시 이전에…?

 

; 아니그런 건 없구요. 제 성향 자체가 좀 양비론적이에요. 회색분자지요. 그래서 뭐, 아무리 대세가 이렇다 해도 제가 생각할 때 아니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또 제가 뭐 운동권이었던 것도 아니고, 또 뭐 공부만 했던 모범생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영원한 아웃사이더 였어요. 그래서 터득한 처세술인지도 모르죠.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비춰지나봅니다.

 

 

 

;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까?

 

; 첨에 이 문제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99 12월 초일겁니다. 그때 하이텔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전 천리안을 주로 했었는데, 천리안을 제가 담당했엇거든요. 그때는 단순한 서명운동이었거든요. 그때 주로 은퇴한 선수들이긴 했지만 그들도 만나 의견도 들어보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게 작년 1 22일인가요 63빌딩에서 선수협 총회를 하면서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 야구 좋아하세요?

 

; 굉장히 좋아합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저를 보면미친놈이다라고 할 정도로. 응원하는 팀이 지방에 있기 때문에 매번 갈 수는 없지만, 인천이나 잠실, 수원 정도는 다니구요. 가끔은 대구에도 내려가구요.

 

 

 

; 1년에 몇 경기나 보세요?

 

; 한시즌에 한 40여 경기 봐요. 92년 정도부터 열성팬이 되었는데, 뜸한 시즌은 한 스무경기 정도고 많이 가면 50경기 정도 되는거 같아요.

 

 

 

Last Scene – KBO를 장사 지내다

 

 

 

이호영 씨와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집회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매우 추운날씨였다.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20도쯤 되는 것 같았다. 이날 일기예보는 낮최고 온도가 영하 11도라고 했었는데. 녹음기의 배터리를 교환하려고 KBO 건물 안으로 들어왔는데, 전경 20명 정도가 안에서 방패를 들고 지키고 섰다. 경비테이블 안에서는 스포츠 전문지 기자인 듯 한 사람이 노트북을 꺼내놓고 기사를 송고하고 있었다. 난로를 사타구니에 끼고 앉아서. 대자본(?)의 위력을 보는 듯 했다.

 

기동력에서는 뒤지지만 보다 자세하고 현장감 넘치는 인터뷰를 하는 것이 퍼슨웹의 자랑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려고 시도했는데, 날이 추워 배터리 효율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입이 얼어붙고 손가락이 얼어서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젠장. 암튼 KBO 안에서 전경들 사진 한컷을 더 찍고 나오니 시위대는 강남역 방향으로 행진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이때 시각이 3시 58. 살을 찢을 듯한 추위를 참아가며 집회는 기어코 한시간을 채웠다. 고등학생부터 마흔살까지, 참으로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시위대는 누가 본다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는 집회에 1시간 동안 참을성 있게 동참했다.

 

처음처럼 각 구단마스코트를 담은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그 앞에는 한 청년이 상복을 한채 작은 나무상자에 담긴 재가루(밀가루로 짐작됨)를 뿌리면서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때 시간은 4 5분경. 강남역 방향을 행진하는 시위대의 사진을 또 몇 카트 찍고 인터뷰어는 발을 돌려야 했다. 추위도 추위였지만, ‘보도차량이란 딱지가 없었던 관계로 유료주차장에 차를 맡겨놓았었다. 호주머니에는 1만원짜리 1장만 남아있었다. 주차비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아까 보니까 공중파 취재차량들은 모두 길거리에 불법주차해놓고 있던데. 경찰들이 보는 코앞에. 특권계급도 이만저만한 특권계급들이 아니다. 하지만, 팬클럽 대표들의 토론에 참가하셨던 분이 메일로 보내왔듯이, 선수협 사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팬들은 결코특권층이나 권력자들이 아니다. 그들을 인터뷰하기에는 퍼슨웹이 그래도 가장 적절한 매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