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만난 때 : 2000년 12월 30일(토) 오전 10-11시 30

만난 곳 :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남부경찰서 옆 명다방

 

 

 

애초 선수협 참여 선수들과 인터뷰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마해영 씨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초대, 2대 회장을 맡게된 송진우, 트레이드와 은퇴파동 등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프로야구 행정에 불만이 많았던 양준혁,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누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강병규. 대신 99시즌반짝타격왕에 올랐던 마해영은 아무래도 지명도는 떨어진다. 그는 드림팀에도 선발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첫 번째로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가 누구보다도머리가 있는 선수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믿었다기 보다는보였기때문이었다. 매스미디어의걸러내기 작업을 신뢰하지 않는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는, 역시 언론에 의해서 그의지성적 면모(?)’가 가공된 것일 수도 있는 문제였다. 어떤 스포츠 만화에도 나온 대사지만생각이 많으면 발이 느려지기때문에 어쩌면 운동판에서머리란 쓸모없는 장식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선수들의 열정(이라기 보다는 분노)에 힘입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는 선수협 결성 문제는 그 무엇보다, ‘머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잠정적으로 그를 선수협의머리로 지목하고 접근하기로 했다. 물론 선수협 문제뿐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성인들과 동등한 직업인으로서 프로야구 선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가 과연 그런 이야기를 해 줄지는 의문이었지만….

1. 스포츠면에서 사회면으로인종 차별의 역사

 

 

 

퍼슨웹 : 선수협은 스포츠 문제라기 보다는 노사문제 내지는 재벌의 역할이랄까 그런 문제에 가까운 거 같아요. 원래 계획은 선수협 선수 두어 분 만나서 선수협의 성격을 알아보고, 또 퍼슨웹이 지향하는 게 그런 건데직업으로서 야구선수라는 것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 안 했던 이야기나 야구장 이외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죠. 야구선수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마선수는 지난해부터 주도적인 활동을 해오셨죠. 현재까지 내부적으로는 평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선수협 활동에 대해?

 

마해영 선수: 제 생각에는 솔직히 좋은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초 같은 경우도 쌍방울이 SK로 넘어갈 때 자연스럽게 간 것도 아니고 우여곡절 끝에 SK로 창단되었지만, 선수협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제도나 계약서 같은 것이 선수들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필요한 줄은 알지만 시기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1월달이 시작된 겁니다. 훈련을 해야하고 전지훈련도 가야하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저희가 버텨 오다가, 3자의 중재를 통해서 프로야구 경기일정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명분하에 합의를 하고 시즌 후로 넘긴 거죠.

 

시각차이라고 할까, 해석의 차이에서 구단과 선수가 이해관계가 틀리거든요. ‘선수협을 원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대표를 뽑아서 선수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라는 게 우리의 골자인데 구단이나 KBO에서는 구단의 주장들이 모여서 어떤 단체가 아닌 모임으로서만 인정을 하면서, 전 구단이 적자고 IMF를 극복하지 못했으니 시기가 어려운만큼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게 구단의 시각입니다.

 

저희가 볼 때는, 물론 많은 걸 얻을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지난 1년동안 선수협이 어떻게든지 꾸려왔는데 바뀐 게 없어요. 결과론적으로 좋아진 게 없다는 거죠. 오히려 용병이 한명 더 들어오는 식으로 바뀌어서 한국 선수는 더 힘들어져요. 농구나 축구나 용병을 점차로 줄여나가려고 하는데 프로야구는 오히려 늘여 나가려는 입장이고. 용병덕에 관중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죠. 용병 3명을 데려와서 시즌을 치르면 정말 신인을 뽑을 필요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전급 5-6명에서 용병 3병이면 몇 년 동안은 변화가 없는 거예요. 5억 이상 받는 신인이나 들어와야 그 선수가 1, 2년 안에 주전으로 쓸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2-3억 주고 용병 데려와서 쓰면 되니까

아마추어의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없는 거죠. 8개 구단 사장들의 생각으로 프로야구가 좌지우지된다는 게 선수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죠.

 

 

 

: 여태까지 선수협을 해보면서 그나마 성과가 있었다면 뭘 들 수 있을까요?

 

마해영 선수: 6명이 방출되긴 했지만 무엇보다 많은 선수들이 모여서 이렇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한국야구에 희망은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게 가장 큰 거 같아요.

 

또 비관적이라면 정말 아직까지 구단이나 KBO가 행동을 저렇게 하는 걸 보면, 아 한국에서 야구하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솔직히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뭐 아직은 선수협에서 이뤄낸 건 없어요. 고생은 했지만 이뤄낸 게 없으니까 만족할만한 것도 없어요.

 

 

 

: 방출이라고 했는데 방출이 선언이 된 겁니까. 아니면

 

마해영 선수: 구체적인 조치로 방출된 겁니다.

 

 

 

: 직장폐쇄니, 야구를 하지 않겠다느니 구단에서는 말하고 있고, 특히나 롯데는 야구단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 걸로 아는데 이런 대응들은 비단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재벌의 행태일 뿐만이 아니지요. 어느 정도 예상되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선수협은 이걸 예상했는지요? 했다면 대응책이라도 마련한 게 있습니까?

 

마해영 선수 : 선수협 입장에서는 간판급 선수들이 대거 나서면 큰 조치를 못 취할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근데 총회에 참석한 인원이 너무 적었고 총회를 주도했던 대표들을 KBO나 구단 입장에서는 싹을 없앤다는 생각에서 그런 거 같은데, 글쎄요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대응책은 없었구요. 우리가 앞으로 할 부분은 방출결정은 어떻게 보면 워협용이고 직장폐쇄도 같은 맥락인데. . .

 

그게 사장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이해가 안되죠. 정말 야구 안 할 생각으로 그런 말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구단주가 인터뷰해봐서 안 하겠다, 그렇게 말한다면 신빙성 있겠지만, 그냥 뭐 사장들 입장은 이런 식이죠. ‘내가 사장에 있을 때는 싫다라는 거예요. 8개 구단 사장들이 모여도, “뭐 허가 해줘버리자이런 말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거죠. 당연히 안 해야 한다는 생각에 구단의 이해가 걸려 있는 거죠. 삼성 현대처럼 아무도 가입 안 한 구단은 전혀 반대일 것이고 선수가 많이 들어간 팀은 어떻게 좀 줄건 줘서 해결보고 싶어하겠죠. 직장폐쇄는 제가 느낄 때는 확실한 결과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방출도 그런 거 같고. 이두가지가 선수를 압박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아닌가 생각 들어요.

 

 

 

: 방출통보는 어떤 식으로 받으셨나요?

 

마해영 선수: 직접 전화로 받았습니다. 매니저한테서요.

 

 

 

: 방출통보는 회사원들에게 해고와 마찬가지일텐데 큰일을 위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올 초나 지금이나 마선수는 선수협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상대적으로 언론에 드러나는 건 적었던 거 같습니다. 올해 초에 선수협 시작할 때는 외국에 잠깐 나가 있었죠. 처음 총회 할 때는 자리에 안 보였던 걸로 아는데요. 전면에서 약간 빠져서 뒤로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는데요.

 

 

 

마해영 선수: 그건 아닙니다. 올해 초 같은 경우는 제가 합류가 조금 늦었습니다. 저희가 훈련하다가 간 거죠. 원래의 시나리오는 1월에 총회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총회는 계획에 없었고. 3월에 각구단의 대표가 회원가입서를 받아서 기자회견을 해서 선수협을 만들었다는 것만 알리고 시즌을 시작하고, 시즌이 끝난 뒤에 선수협의 활동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전에 말이 새어나가서 압박이 들어오자 총회를 개최하게 된 거죠.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해외에서 훈련하다 들어오게 된 거죠.

 

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것은, 저 같은 경우는 강병규 선수가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하다보니 많이 드러나게 되었고 저의 역할은 총무, 간사, 그런 거였죠. 총회가 없었기 때문이 부회장이 회장이니 하는 직책이 있을 수 없었죠. 나름대로 많이 뛰어다녔는데, 사진 찍힐 때라든지, 카메라에 포착이 덜 된 거 같아요. 지금도 부산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니 시민단체나 팬을 만날 때 그 자리에 없었고. 서울팀에 있는 선수들은 집에서 다니니까 인터뷰나 카메라에 찍힐 빈도가 훨씬 용이하죠. 뭐 뒤에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위의 사진은 마해영 선수의 홈페이지에서 받은 것이다.

 

 

 

…… 질문은 선수협 관련 업무 추진을 뒤에서 실질적으로 피드백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마해영씨는 이를한발 빼고 물러나 있는 게 아닌가라고 이해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추론도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추측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더 캐물을 수는 없었다.

 

88년의 선수노조 결성 움직임과 올해 선수협 파동과는 달리 97년 이상훈 선수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선수협 결성 문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었다. 최근 선수협 파동으로 인해 선수협 결성의 역사를 되짚는 과정에서 가끔씩 언급되고 있는 97년도의 움직임은 실제 많은 선수들에 의해공모되었던 것 같지는 않다. 마해영 씨는 이상훈 선수와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소한 현재의 선수협 핵심 인물들은 97년 당시에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떤 보도에 따르면 97년에도거사는 보안에 구멍이 나면서 이상훈 개인의 해외진출로 유야무야되었다고 한다. 올해도 역시 문제는 보안에 허점이 생겨서였다.

 

 

 

: 어느 조직이나 보안이 문제인 거 같습니다. 처음 선수협 문제가 선수들 사이에서 거론된 건 작년 가을 수퍼게임 때였다고 들었는데?

 

마해영 선수: 일본에 수퍼게임 갔을 때 양준혁 선배가 자료를 많이 모았더라구요. 그런 자료를 가지고 수퍼게임 때 선수들에게 나눠주면서, “솔직히 노조라고 하면 어감도 그렇고 구단에서 워낙 싫어하는 부분이니까, 일단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느냐. 그래서 우리가 나서서 해보자라고 수퍼게임에 참가했던 선수들끼리 얘기가 된 거죠.

 

그래서 서울에서도 자주 만났어요. 골든글러브 시상식 마치고도 보고, 자주 만나서 얘기가 잘 됐어요. 긍정적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이 샜고. 삼성 현대 선수들이 빠져나갔고 그래서 와해되었죠.

 

 

 

: 같은 선수들끼리의 문제라 상당히 민감할 거 같은데…… 저는 심정적으로는 선수라면 모두 선수협에 동감하리라 생각하는데, 현대나 삼성 선수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해영 선수: 저희들이 생각할 때는, 구단의 특성상 힘든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롯데가 쉽다는 얘기는 아니고선수에게 가하는 압박이 너무 크니까 무리가 있는 거고. 반대로 말하면 의지가 약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저희 입장에서는 다 들어오면 좋죠. 일단 저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제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올바르고 똑바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친구들도 부끄러울 거고. 기다리는 입장이란 말 외에는 말하기 그렇네요.

 

 

 

…… 현대, 삼성 그리고 아직 가입하지 않은 동료선수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상당히 아쉬운 듯하면서도 주저하는 듯했다. 이 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수협 회장인 송진우 선수도 그렇지만 첫말은 항상우리는 기다린다였지만, 그러면서도 무작정 생각 없이 가입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선수 개개인의의지라는 요소를 빼놓지 않았다.

 

…… 작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아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마무리 투수 존 로커의 인종차별 발언으로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뉴욕 전철을 타보라.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밖에 안들려 온다. 히스패닉, 베트남인, 한국인 등등. 난 그래서 뉴욕이 싫다. 뉴욕에 오기 싫다베트남인은 몰라도 히스패닉과 한국인이 버젓이 동료 야구 선수로 활동하는데도 이런 엄청난 발언을 할 수 있는 게 미국이다. 그것도 마이크에다 대고 댑다 떠들어댄다. 물론 기자가 꼬드겨서 그와 비슷한 발언을 하도록 유도했겠지만. 암튼 남한에서도 그와는 다르지만 인종, 아니 직업에 따른 족보따지기 전통은 깊고도 질긴가보다. 특히 야구선수를 대하는 재벌들의 시선은 더더욱ㅡ.

 

 

 

: 일반인들은 야구선수를 대할 수 있는 경로가 좁습니다. 매스컴을 통해서만 선수를 만나게 되거든요. 인터뷰를 하긴 하겠지만 그저 짤막하게 잘려 나온 글들만 읽게되니까요. 이와는 좀 다르지만, 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 역시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해서 정말 왜곡된 상을 갖고 있더라구요. 88년 선수노조 결성 당시를 회상한 최동원 선수의 인터뷰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야구선수들, 너희들이 남들보다 뭘 많이 배웠노? 공부도 제대로 못 한 놈들이 야구 안하면 뭐 하겠나? 야구 안시킨다. 그러면 너희 처자식들 어떻게 먹여 살릴거야?”

 

마해영 선수: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하고 (힘주어) ‘~같은 얘기네요.

 

 

 

: (더 허탈한 표정으로) 지금도 그렇습니까?

 

마해영 선수 : 지금도 그래요. 저도 직접 들은 얘기고말의 뉘앙스만 다른 것이지만. “너도 나이 들었고 가장이지 않느냐? 왜 피를 보면서 일을 하려 하냐. 니가 다치면 누가 뭐 해줄 거냐.”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다른 게 없네요. 12년이 지나도!

 

 

 

: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라. 할 수 있는 게 야구뿐이 없잖느냐“???

 

마해영 선수: 이번엔 우리가 이렇게 행동을 하니까 무식하단 말은 안 하더군요.(웃음) 말이 바뀐 건 이제 외부인이 조종한다 이런 식으로 바뀌었네요.

 

 

 

: 구단이나 KBO에서 말하는 불순세력이니, 배후조종이란 무엇인가?

 

마해영 선수: 참 어이없는 이야기죠.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가 문제 있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이 점을 좀 더 깊게 캐묻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KBO 이상일 차장의 노조비하발언은 전 국민이 쌩으로, 그러니까 립씽크가 아닌 생생한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지만, 선수협을 뒤에서 조종하는배후조종‘, ‘불순세력이란 용어가 가장 먼저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용어를 KBO 관계자가 먼저 내뱉었을 수 있지만, 도리어 그런 뉘앙스로 말한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붙여진렛떼르일 수도 있단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추측이지만, 아무튼 마해영씨는 배후세력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마해영 선수: 프로야구 사장단을 돕는 게 지금으로 봐서는 KBO에요. 선수 측에서 볼때는 KBO가 불순세력이에요. 이건 솔직히 뭐 눈에는 뭐밖에 안 보인다는 경우거든요. (불순 세력에게는 불순세력만 보인다!) 그럼 선수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를 받아야 합니까? 사단법인 만드는데 저희들이 서류 떼러 다녀야 합니까? 법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선수들이. 그래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거고, 그렇잖아요? 그리고 사단법인을 설립하려면 진행과정이라든지 절차를 위해 사람을 쓰는 것인데 그런 것을 외부세력이라고 한다면 야구 때려치우고 실무적인 일을 우리가 다 하란 얘기잖아요.

 

 

 

: 김기태 선수가 애초 선수협에 대해 적극적이었다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김기태 선수가 보여준 굴곡을 노노갈등이라고도 하고, 또 유지현 선수와의 언쟁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그게 선수협의 문제로서 그런 건지 아니면 두사람 사이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인지?

 

마해영 선수: 개인적 감정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제 느낌으로는 구단에서 알게 되면서 의지들이 조금씩은 약해진 거 같습니다. 기태형이나 유지현이나 팀에서 리더였기 때문에 사장이나 단장의 면담을 통해 강경한 입장이 수그러들었을 거예요. 그게 제일 큰 거 같고. 개인감정에 치우친 일은 없을 거예요.

 

 

2. 카포네도 울고 갈 마피아, KBO

 

 

 

: 선수협 준비 과정에서 과거의 일이나 다른 나라 사정을 알아보실 텐데, 이전의 선수협 추진 과정에서 일했던 분들과 연락을 취하거나 조언을 하거나 하는지요?

 

마해영 선수: 그렇죠. 서로 만나고. 그런데 안타까운 것이 1년 지나고 나니까 선수협에 가담했던 스타급이 아닌 선수들이 많이 짤려 나갔고, 그 선수들을 당장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겁니다. 재원도 없고 힘도 없다는 거죠. 물론 잘되면 우리가 도와줘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도와 주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 KBO가 프로야구 선수 전체를 위해서 기금을 적립한다고 들었는데..

 

마해영 선수: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그건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판에 새로운 팀이 들어오면 가입금이 있습니다. 1-2십억이 아니라 몇 백 억이예요. 아시겠지만 올해 삼성의 타이틀 스폰서(2000시즌 한국프로야구는 삼성이 공식후원을 했고, 페넌트 레이스의 명칭도삼성이란 기업명칭이 꼭 따라다녔다.) 3십억이고, 이번에 독점계약한 케이비에스의 중계권료가 240억입니다. 대충 계산을 해도 KBO가 가져간 돈이 몇 백 억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어떻게 관리되고 운용되는지 이자가 얼마나 붙었고 어디다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죠.

 

 

 

: 그 문제는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해영 선수: 선수는 아무도 모르고, 아는 사람은 8개 구단 사장들뿐입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그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희가 선수협을 만들고 또 사단법인으로 등록받으면 어차피 중계권료라든지 타이틀 스폰서도 구단에서 다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땀흘리고 운동해서 중계권료가 생기고 스폰서가 생기는 것인데, 저희가 다 가져 갈 순 없지만 선수에게 얼마간 돌아갈 건 가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기들이 뺏기는 게 생길 테고.

 

그리고 정작 중요하게는 그런 수입들이 얼마고, 이자는 얼마나 되며, 기금은 어떻게 운용되는지 밝혀야 하는데, 과연 밝힐 건지도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500억이 있다고만 해도 이자가 얼맙니까? 그 이자만 선수들에게 준다고 쳐도 선수들 권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제가 지금 6년째 KBO에 연금을 냅니다. 제가 1년에 16만원이고 구단에서 지원하는 게 16만원이고 해서 32만원을 내요. 그래서 10년을 내면 20년 뒤에 , 그러니까 총 30년죠. 내는 게 10년 기다리는 게 20. 그렇게 되서 30년 뒤에 타는 게 얼만줄 아세요? 19만원이에요, 19만원! 한 육십쯤 돼서. 그때 19만원의 가치가 지금의 2-3만원정도 밖에 안되겠죠. 선수의 노후나 권익에 대해서는 정말 부실합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거죠.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 평균 수명이 7년이 안되요. 그리고 10년을 낼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10% 정도인데. 5-6년 하다 관두면 정말 몇 십 만원 찾아가는 거예요.

 

 

 

: KBO는 정말 베일에 가려진 단체군요.

 

마해영 선수; 8대 대그룹이 벽을 둘러치고 있으니까 누가 쉽게 들어가지 못하죠. 프로야구 창단하고 빠지고 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게, 프로 농구는 어느 한사람 개인이 들어갈 수 있잖아요. 돈이 있으면 말이죠. 근데 야구는 그게 안돼요. 매출이 일년에 얼마 이상 되어야 하고규정이 까다롭더라구요. 대그룹이 아니면 참여조차도 안돼요. 돈이 몇 천억 있어서 한번 해보겠다고 해도 기존 구단이 반대하면 못 들어오는 거예요.

 

 

 

……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정말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사조직도 아니고 공공단체의 수익금 관리가 이다지도 허술하고 검은 냄새가 솔솔 날줄이야! 도대체 국세청하고 문광부에선 뭘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도대체 어떤 단체길래 운영이 그 모양인지 확인하려고 자료를 뒤져봤지만 KBO의 규약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최근에 몇몇 규정들이 선수협과 관련해서 일반에 알려졌지만, 규약 전체를 찾아보는 것은 일단은 온라인 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 팬클럽 토론회에 참석했던 분이 제공한 844쪽짜리 ’99년도 한국프로야구 연감-KBO발간-‘을 아무리 뒤져봐도 규약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튼 KBO가 가진 가장 중요한 약점, 그들이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를 확인한 것은 인터뷰의 큰 성과였다.

 

 

 

: 꿈같은 얘기지만 시민 공모주와 같은 형태로 야구단을 운영하려 해도 안되겠군요. 미국도 처음엔 그랬던 거 같아요. 리그가 외부참가희망자들에게 오픈이 안되면 아예 다른 리그를 말들어 버리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건 선수들이 구단의 주체가 되어서 리그를 따로 운영한 적도 있더군요.

 

 

 

….. 혼잣말처럼 이 말을 지껄였는데, 이 순간 마해영 선수는 눈이 빛나면서 곧바로 말을 받아 이었다. 선수협 가입 선수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해영 선수: KBO가 파행으로 간다면 그런 방법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왜냐면 경기해서 수익금을 선수들이 나눠 가져서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하겠지요.

 

 

 

: 이호헌 씨가 상근 부회장인데, 그분은 프로야구가 생길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분이고  오랫동안 KBO에서 실무를 보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선수협에서 일을 하게 된 겁니까?

 

마해영 선수: 우리는 이호헌 선배님이라 부르는데, 프로야구 82년도에 만들 때 정부에서 능력 있는 회사에서 프로야구를 만들어라, 그래서 준비를 오랫동안 한 게 아니라 급작스럽게 만들게 된 거죠. 거기에 규약이나 정관이 준비될 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호헌 선배님이 일본의 규약을 이틀만에 베껴낸 거죠. 일본어로 된 걸 한글로 번역한 것이죠. 그래서 그냥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장만 꾹 찍어서프로야구 시작해!” 라고 시작된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계약서가 지금까지 사용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안 맞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문제점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죠.

 

 

 

: 그때 계약서가 아직 쓰인다구요?

 

마해영 선수 : 19년째 같은 계약서가 쓰이고 있고 안타까운 게 영화인 명계남 씨가 하신 말씀이, “선수협 하는데 선배들은 다들 어디 갔느냐는 거죠. “선동렬 선배는 어디 갔느냐? KBO에 왜 가 있느냐? 원로들 어디 가있느냐?”는 거였어요. 다들 꼬리 내리고 안 나온단 얘기죠. 이때 이호헌 선배가 나서서 도와주겠다 하신 거죠. 어떻게 보면 구단에 잘 보여서 구단과 계약할 일은 없고 나이도 많이 드시고 했고. 남은 인생에 좋은 일을 하시겠다. 그렇게 하시는 거죠.

 

 

 

사실 이 문제 역시 인터뷰어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언론에서야 이미 스타로 인정받아 고정판매부수를 보장하는 대스타급 선수들이나, 해설가들에 대한 흠집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정작 우리가 궁금한 것은 바로 그런 점 아니겠는가? 도대체 시즌이 개막되면, 아니 야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 잘났다고 외쳐대던 그 많은 야구판의아가리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제가 작년 외신을 보면서 감명 받은 장면이 있습니다. 스포츠 기자로는 상당한 인정받는 미국 NBC Jim Gray라는 사람이 피트 로즈와 인터뷰하면서 도박문제를 거론했거든요. 그것도 선수와 팬들 모두가 즐겁게노는잔치격인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구장 안에서요. 팬들이 모두 보고 듣는 곳에서 마이크를 턱밑으로 들이대면서요. 도박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인간이라서 할 수 있는 실수를 그렇게 다시 거론하자 선수 노조에서는 피트 로즈에게 무례한 질문을 한 기자와는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그 직후 월드 시리즈 우승 인터뷰에서 짐 그레이의 질문에 대답을 전혀 하지 않더라구요. 그중 한 선수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더군요. “우린 당신 같은 무례한 기자와는 인터뷰 안 하겠소!” 그 모습을 보면서 선수노조로 대표되는 선수들간의 단결이랄까 힘이랄까, 선진 야구는 시설이나 돈만으로 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구요.

 

마해영 선수: 그 부분에 대해서 미국이랑 다른 점은 한국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면 운동 이외에 다른 일을 한다는 거에 대해 상당히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나이가 들면 당연히 코치를 하고 감독을 하고….. 다른 새로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했던 일을 복습하는 거니까. 편안한 길을 택하게 되거든요. 그걸 택하려 하니까 구단에게 잘 보여야 되고 구단이랑 관계가 좋아야 되고. 선수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니까. 정작 그런 부분에서는 야구 잘한 선배는 많지만  정말 선수의 권익을 대표하고 야구도 잘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흐뭇하겠죠.

 

 

 

……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피트 로즈면 누군가? 도박 때문에 야구계에서 영구추방된, 완전히 찍힌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에게도박문제로 추문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참으로 솔직한(!) 질문을 한 기자,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스포츠 기자의 안면을 그다지도 무참하게 뭉개버리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미국인들이다. 코쟁이들도쓰레기같은선배를 뭉개버린 안하무인의 기자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정말 유교경전에나 실릴 古事같은 풍경을 그려내는데 왜 빛나는 장유유서의 전통을 가진 우리에게는 저런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왜 명계남 씨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까? 참 씁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짐 그레이 기자와 피트로즈의 인터뷰는 다음 싸이트에 가면 볼 수 있다.

http://www.mawent.com/synergi/jimgray.html

 

 

 

: 선수협 활동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꼽자면 누굴까요?

 

마해영 선수 : 선동렬 선뱁니다. 우리는 사실 선동렬 선배님을 굉장히 기대했거든요. 작년 수퍼게임 갔을 때도 일본 계약서를 우리에게 건네주셨어요. 그랬는데, 좀 태도가 바뀌신 거 같에요. 일단 한국야구를 벗어나서, 프로야구 창단 이후 최고스타는 선동렬 선배이고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라고 보는데 그런 분이 나서서 우리편이라기 보다. 중재자로서라도 나서 줬으면 했는데, KBO에 계시니까우리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죠. 지금 KBO 홍보위원이신데, 홍보위원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KBO가 만들었죠. KBO의 월급은 누가 줍니까? 따지고 보면 선수들이 주는 겁니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수입금으로 운영되니까. 우리가 주는 거죠. 어이없죠. 선수들은. 선동렬 선배님은 선수협 사람들을 보면 더 어색해 하시죠. 어려워하시고

 

 

 

: 선수협의 대화의 상대자는 누구입니까. KBO입니까. 구단입니까. 아니면

 

마해영 선수: 저희가 면담요청한 건 KBO총재님입니다. 총재가 일단은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총재면담을 요청한 거고, 그게 안되면 프로야구 8개 구단 이사회 즉 사장들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안나오니까.

 

 

 

: 야구선수도 재벌 소유니까, 일단은 재벌 총수에게 고용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개 사원이 회장을 만나는 것이 그런 조직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마해영 선수: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더니 이제 장가도 가고 컸다고 집 사달라 뭐해달라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 공무원노조도 만드는 세상 아닙니까. 선수협이 성공적이면 실질적인 힘이 갖추어 질텐데, 그 힘을 가지고…… 선수협 형태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구단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해영 선수: 그런 건 없습니다. 솔직히 사단법인을 하더라고 파업이 합법적인 것은 아닙니다. 구단의 우려는 얘네들이 파업을 할까가 아니라 그들이 돈에 대해서 공개를 하면 비위가 드러나니까 그게 제일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냥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더라도 말 그대로 8개 구단 선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인데. . .

 

사단법인을 만들어도 KBO가 안 들어주면 그만이거든요. 그래도 법인이면 KBO와 선수협이 만나면 그것자체로 언론의 이슈가 될 수는 있겠죠. 최저연봉협상을 들어간다 해도, 지금 1천만원대 선수들이 많거든요. 프로야구는 젊었을 때 하는 일이니까. 최소한의 보장이 필요합니다. 이런걸 협상할 때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거지요. 우리는 협상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 노조처럼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 개인적으로 노조화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해영 선수: 선수들이 필요로 하면 그렇게 가겠죠.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최소한 10년은 더 지나야 할거 같아요.

 

 

 

: 팬들의 토론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이 사태에서 팬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결국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의 당사자간의 문제일 수 있다. 우리 일반 팬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요.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하는 고민이 있는 거 같아요.

 

마해영 선수: 일단 프로야구는 팬이 없으면 운영이 안됩니다. 가치가 없어져버리죠.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선수협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고. 금전적으로도. 솔직히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프로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야구를 보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내주신다면, 프로야구가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 사장단의 야구단 폐쇄 발언에 대해 엄포용이라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지만, 마해영씨도 이 점에 대해서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아무리 밤중에 걸려온, 용렬하기 짝이 없는 넘에게 걸려온 협박 전화라도느그 집을 폭파해버릴껴!”란 말은 찝찝하긴 찝찝한거다.

 

 

3. 한국에서 야구선수로 살아간다는 것

 

 

 

퍼슨웹: 우리는 정치사회에서의 짜증을 스포츠를 통해 해소하려고 듭니다. 그래서 선수나 연예인이 조금만 잘못해도 비난하는 거죠. 근데 그건 지나친 형벌인 거 같아요. 당사자들한테는. 프로야구선수도 결국 직업이니까요. 직업으로서 야구선수로서 즐거움과 짜증나는 일은 무엇일까요?

 

마해영 선수: 저는 사람들이 날 알아보는 것이 상당히 어색해요. 튀는 성격이 아니라, 어디에서 누가 날 알아보면 불편하거든요. 그게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는데 프로야구선수로서 살아온 제 얘기를 말하자면, 정말 열심히 했고, 사랑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거라면 잘할 때 박수 쳐주는 것도 좋지만, 선수입장에서는 못했을 때 격려 받는 것도 굉장한 힘이 되거든요. 그런데 팬들은 상당히 즉흥적이죠. 잘하면 잘한다하다가도, 못하면 곧바로 욕하고.. 롯데가 꼴찌할 때 ..다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다 도망가요. 그러면 야구를 좀 하니까 주목될 수 있는 대상이 저뿐이에요. 그래서 전부 저에게 욕을 하더라구요.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제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부분은 힘들어요.

 

아쉬운 거라면 한국야구가, 발전하려면 KBO나 사장들과 머리를 맞대어서어떻게 하면 관중을 많이 모아서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서 발전하고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아서 붐을 일으킬 수 있나며 걱정해야 하는데, 신문기사는 자꾸 힘겨루기처럼 보도되니까. 저희는 힘겨루기는 아니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일 아쉽죠.

 

 

 

: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역사는 항상 전진할 거니까요. (이날 인터뷰어가 한 가장 멍청한 이야기였다.)

 

: 직업으로 야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 건 언제입니까?

 

마해영 선수: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야구선수가 내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야구가 6학년 때 시작됐는데, 야구를 몇 년 하다 그만 둔다는 게 아니라 내가 커서 계속 이 운동을 할거 같다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어요. 그런 느낌은 빨리 들었던 거죠.

 

 

 

: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였어요?

 

마해영 선수: 개인적으로 한국선수는 그냥 좋아하는 선수고, 존경하는 선수는 놀란 라이언이에요. 제 느낌은 야구를 잘한다는 것보다 그 나이에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젊었을 때 야구를 잘하는 사람은 기술이 있으면 잘할 수 있어요. 그러나 40대까지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죠. 존경스러웠습니다.

 

 

 

: 마선수는 언제까지 할 거 같습니까?

 

마해영 선수: 타이틀을 많이 따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꾸준하게 하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40까지 유니폼을 입고 싶어요.

 

 

 

: 백인천은 예외적이고 타자로 40까지 하는 선수가 있었나요?

 

마해영 선수: 김성래 선배님이 있었습니다. 작년, 40살까지 했으니까.

 

 

 

: 투수가 오래하기 힘든가요, 아니면 타자가 힘든가요?

 

마해영 선수: 투수가 오래하기 힘들어요. 타자는 힘이나 테크닉 면에서 기구를 가지고 휘두르는 입장이지만, 투수는 공을 자기 힘과 체력으로 던지기 때문에 정말 힘들죠.

 

 

 

…..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야구 뿐 아니라 운동선수 모두가 가슴에 안고 사는 일종의 원죄와 같은 것이다. 스포츠에는 약자를 위한 배려란 없다. 약자는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약자와 강자를 정확하게 편가르기 위해서, 오로지 그런 목적으로만 스포츠의 규율은 정해지고 발전해간다. 어찌 보면 우리가 스포츠에 환호하는 것도 잃어버린, 아니 인간이 합리성이란 이름으로 제거해버렸던 원시성에 대한 향수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원시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운동선수들에게 미래란 불투명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언제 폐기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매일매일 느끼며 사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놀란 라이언에 대한 존경심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 거라고 지레짐작해 본다.

 

 

 

전문가들? 누가?

 

 

 

: 스포츠 전문기자에 대해 묻겠습니다. 팬들로서는 선수를 판단하고 또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그들입니다. 요즘은 조금 나아져서 팬클럽을 통해 직접 만나기도 하고 이런 웹진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그 기자들이 야구를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봅니까?

 

마해영 선수: 아뇨.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요?

 

마해영 선수: 하나를 얘기하자면,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롯데 담당으로 옵니다. 그런 기자는 저를 보고 누군지를 모르더라구요. 유니폼을 보면 등 뒤에 이름이 붙어 있으니까 알지만 사복을 입으면 못 알아봐요. 야구선수를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야구를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 분들이 연봉협상얘기나 타율얘기나 야구얘기를 하면 전문가적인 시각이 아니라 아주 일반적인 시각으로 쓰더라. 그냥 사회부기자처럼 말이지요. 선수얘기 들어보면 그게 맞고 구단얘기 들어보면 또 그게 맞는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꼭 애매하게 써요. 어떻게 보면 . . . 스포츠지, 야구기자라면 야구를 좋아하고 많이 아는 사람이 와야합니다. 경제부 왔다가 사회부 왔다가 하는 사람이 오면 안 되는 거죠.

 

 

 

: 야구를 아는 사람이 와도 선수의 생리나 속내를 알기 어려운 것인데, 고작 상식하고 영어 시험봐서 입사한 사람들이 어떻게 야구에 대해서 알까요.

 

마해영 선수: 기자들이 다들올해 목표가 뭐예요? 어때요? 내년 전망이 어때요?” 이런 질문들을 할 때면 그냥 내 얘기를 녹음해서 들려주고 싶을 때도 많아요.

 

 

 

: 조금씩 바뀌어야 할거 같아요. 팬클럽 회원들의 토론에서도 봤지만. 다들 몇 십 경기 이상을 전국 야구장을 누비며 보는 사람들이고, 또 나름대로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매니아인 것 같아요.

 

마해영 선수: 그분들이 평가를 하면 다들 인정을 합니다. 그런 분이라고 선수에게 좋게만 쓰지는 않거든요. 질책도 하고 그럽니다. 그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 야구 해설자들은 어때요? 통신상에서는 팬들이 해설위원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마선수는 어떻게 보세요?

 

마해영 선수: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요새 새로 시작하시는 젊은 분들이 제일 나아요. 지금까지 해설하시는 분들은 프로야구를 안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새로 시작하는 분들은 프로야구를 해본 사람이예요. 현실감이라는 부분은 훨씬 낫죠.

 

 

 

: 지금까지 만나신 감독은 몇 분인가요, 아마 강병철 감독이 처음이죠?

 

마해영 선수: 아뇨. 김용희 감독이 처음이었습니다. 92년 계약 당시가 강병철 감독님이었다. 처음 입단 당시 계약문제로 찾았는데 감독님이 계셨고, 현역이냐길래 현역이라니까 군대갔다 오는 게 낫지 않겠냐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구단 입단을 하고 군문제 해결하느냐 군대갔다 와서 입단하느냐에 대해 절충하러 갔었어요. 입단하고 군대를 가면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보상해달라는 차원으로 갔는데 구단에서 대답이 없어서 군대갈 수밖에 없었지요.

 

 

 

: 그런 과정을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내렸습니까?

 

마해영 선수: 그렇습니다.

 

 

 

: 출발부터 매끄럽지가 않았네요?

 

마해영 선수: 쉽지 않구나 생각하게 됐죠.

 

 

 

: 그뒤 김용희 김명성 감독인데, 마해영 씨의 감독관은 어떤가요?

 

마해영 선수: 감독님이다, 그러면 사람이 엄해서 엄한 게 아니고 좋아서 좋은 게 아니라 선수를 장악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합니다. 방법이 어떠하든. 제가 만나봤을 때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나라고 생각돼요. 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부분이 갖춰져야 통솔이나 선수관리에서 쉽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롯데 감독은 대부분 강한 분이라기 보단 좀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죠? 마선수도 스스로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마해영 선수: 글쎄 제가 제 자신을 판단하기보다는매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로서나 운동선수로서나. 그리고 뭐 카리스마까지는 제가 판단 못하겠고

 

 

 

: 마선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특유의 걸음걸이라든지 그런 것이 있는데. (웃음)

 

마해영 선수: 많죠.

 

 

 

: 독특한데요..

 

마해영 선수: 독특하단 말은 좋게 말한 거고. 좀 어색한 거죠. 근데 잘 안 고쳐져지더라구요. 타격폼도 그렇고. 독특한 편이죠.

 

 

 

: 김응용 감독은?

 

마해영 선수: 카리스마가 있는 건 확실하죠. 근데 제가 (같이 운동을) 해보지 않았으니까 모르겠어요. 카리스마는 인정하고 그 이외의 부분은 모르니까 할말이 없어요.

 

4. 스스로 그려보는인간 마해영

 

 

                            

기브 앤 테이크. 나도 역시 직업인일 뿐이다.

 

 

 

; 김응용 감독이 삼성에 갔는데 삼성이 김응용화 될 것인가 김응용이 삼성화 될 것인가라는 말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삼성은 상당한 투자와 시설을 해왔는데, 내년은 어떻게 될 거 같아요?

 

 

 

한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말하던 마해영 선수가 이 질문을 받고는 다시 정색을 하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기다렸던 질문이나 혹은 하고싶은 말을 할 때 사람들의 모습이 그런 것처럼.

 

 

 

 마해영 선수: 개인적으로 롯데와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면 롯데가 이기길 바라지만, 삼성이 올라가면 삼성이 이기길 바랍니다. 왜냐면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삼성이 광주를 연고지로 했다면 프로야구가 엄청나게 발전했을 거라는 거죠. 삼성이 광주를 연고지로 해서 9번 우승했으면 돔구장이 나오고도 남았습니다. 근데 한번도 우승 못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지원과 장비를 지원하는걸 보면, 삼성 같은 팀이 우승을 하고 또 잘해서 프로야구의 여건을 좋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 투자한만큼 효과가 나온다면 저도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투자의 차이가 피부로 느껴지나요? 롯데와 비교하면..

 

마해영 선수: 제 생각으로는 딱 2배입니다.

 

 

 

: 롯데는 전반적 수준이 어때요?

 

마해영 선수: 사람들은 중간이라고 말하는데 제가 느끼기로는 꼴찌예요. 롯데나 해태나

 

 

 

: 다른 구단을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까?

 

마해영 선수: 군대를 간다니까 1차지명이 안 되더라구요. 2차지명으로 떨어지면서 타구단에 갈 줄 알았습니다. 당장 신인을 데리고 와서 시즌을 치를 줄 알았거든요. 즉시 전력감으로 데려올 줄 알았는데, 롯데구단에서 지명을 했더라구요. 2년 기다리겠다고. 그래서아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란 생각도 들과, 그리고 고향팀이고 해서 거부감은 없었어요. 의외라고 생각했고 인정받는 거 같아 괜찮았죠.

 

 

 

: 연봉협상과 관련해서 까다로운 선수로 알려져 있다. 연봉문제도 그렇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쌓였던 게 많은 것 같은데…. 프로야구 판에서 정말 이게 문제다 하는 것, 이건 정말 내생각과 다르구나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마해영 선수: 많죠. 제가 입단했을 때 연봉2000에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1700밖에 안 주더라구요. 제가 95년 입단했는데 제대는 316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훈련은 1월부터 와서 했거든요. 그런데 3월 제대라고 1, 2월 월급은 안 준다는 겁니다. “연봉이 2000인데 왜 안주냐니까 그런 식으로 따지더라구요. 그래서 법적으로 싸우고 싶었지만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신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연봉문제도 그렇고. . .

 

또 주위 환경을 보면, 선수가 아프거나 하면 구단에서 100% 지원해서 선수가 재기해서 다시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꼭 그걸 가지고 이것저것 따지더라구요. 임수혁 선수는 경기도중 다쳤으니까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이고. 투수 같은 경우에서는아마시절에 팔을 다쳤다. 그러니 반반 부담하자그러고, 미국서 치료받고 싶다고 해도 한국에서 하라고 그러고. 그런 부분에서 보면, 그게 예산을 앞설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선수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고 운동하기 좋은 여건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죠.

 

 

 

; 그래서 트레이드 요구한 건가요?

 

마해영 선수: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 연고팬들은 최동원 선수가 그랬듯이. 고향의 대표적인 선수, 프랜차이즈 스타가 옮기는 것보다는 고향에 남아서 우리의 영웅이 되어달라 이런 건데

 

 

 

마해영 선수: 나는 부산에서 났고. 부산의 프랜차이즈스타로 굳어가는 거 같은데… (트레이드는) 제가 요구는 했어요. 근데 구단에서는 안된다 그랬고. 지금 방출되어서 어이는 없는데. 왜 요구 했냐면 연봉문제가 큽니다. 내가 한만큼 못 받는데 대한 상대적 빈곤감도 있구요. 그리고 롯데가 이동거리가 가장 깁니다. 따지고 보면 저의 선수생명에 영향을 주거든요. 그리고 사직구장 땅이 인조잔디라 부상위험도 가장 큽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 마이너스 요인을 가지는 대신에 거기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또 다른 얘깁니다. 그런 것도 없이, 어차피 FA가 되면 자격이 될 거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프로야구 선수이고 운동을 해서 먹고사는 입장이니까 정말 잘하고 건강할 때 챙겨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고 어떤 분들은 욕을 하시는 분도 있겠죠. 반대로 제 입장이라면 이해하실 겁니다.

 

 

 

: 롯데도 LG처럼 전용구장을 만들 구상을 해볼 수 있을까요?

 

마해영 선수: 절대 못 합니다.

 

 

 

스스로 그려보는인간 마해영

 

 

 

: 아들에게는 어떤 아버지로 남고 싶습니까?

 

마해영 선수: 개인적으로 자상한데, 점수로 치면 많은 점수를 받는 아버지라고 생각들지는 않습니다. 집도 많이 비우고 성격적으로 따뜻한 모습을 잘 못보여준 거 같고. 제가 살아온 게 그렇게 부유하지 못했고 자식한테만큼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정수가 얘기했듯이 너를 위해서 조금 비겁하게 살았다고 말을 한다면 그건 변명인 거 같고, 아들이 저를 봤을 때 야구도 잘했고 아버지가 옳은 일을 하고 살았구나 라고 나중에 들으면 좋겠지만 , 뭐 아들을 위해서 이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구요.

 

 

 

: 언젠가 프로야구사를 누군가 쓸 거고 그 한 페이지에 마해영 선수도 포함될텐데, 어떤 평가를 받고 싶습니까?

 

마해영 선수: 운동을 그만두었을 때 팀에서도 필요로 한 선수였고 프로야구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고, 몸관리를 잘해서 꾸준히 했다는 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마선수가 꿈꾸는 이상적인 프로야구판은 어떤 모습일까요?

 

마해영 선수: 꿈이라면 좀 그런데, 잠실야구장 같은 천연잔디와 그 정도 시설의 야구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고 지금의 계약의 조건들이 좋아져서 선수 권익이 좋아진다면, 그 정도만 된다면 그게 제 꿈이죠. 대부분 선수들의 꿈이다.

 

 

 

: 정말 소박하군요

 

마해영 선수: 그 정도입니다. 선수들의 꿈은 정말 소박합니다.

 

 

 

: 선수협에 대해 두 가지만 더 마지막으로 여쭤 보겠습니다. 선수협 문제 해결의 분수령은 무엇일까요?

 

마해영 선수: 사단법인 설립이 문제되는데, 글쎄 그 문제라기보다는 중재자 역할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정부가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영향력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중재자가 좋은 안을 내놓아서 프로야구판이 안 깨지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이렇게 될 것이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만큼 한두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뜻인가요?

 

마해영 선수: 그렇습니다. 포괄적으로 정리를 해서 합의되어야 될 일입니다. 어떤 것 하나만 해결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 현재로서는 훈련캠프도 열지 않겠다 시즌도 안 한다고 협박인데, 언제쯤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전지훈련도 해야하고 시범경기도 있는데. . . 데드라인을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마해영 선수: 만약 시즌이 어긋나면 팬도 구단도 선수도 다 손햅니다. 그런데 데드라인이라는 게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어차피 만약에 직장폐쇄가 된다면 시즌단축까지 생각할 수 있으니 데드라인이란 건 없는 거 같아요.

 

 

 

: 아무래도 올 초보다는 일찍 나왔지만, 그래도 선수들끼리 공감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해영 선수: 그런걸 워크숍을 통해 논의해왔습니다. 그리고 선수들도 협상이 안되면 전지훈련도 못 간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데드라인이란 건  좀 그렇네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 .

 

마해영 선수: . 정말 순수하게 선수들이 모였고, 선수들이 정말 필요해서 모였는데 어떤 진영에서는 잘못 비춰지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렇게 보시는 분도 있는거 같애요. 억 이상 버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그러느냐 그러시는데, 1억 이상 버는 선수들이 더 받으려는 게 아니고, 어려운 2군 선수라든지 선수들 복지를 위해 나섰다고 간단하게 생각해주시면 고맙겠고. . . 저희는 야구를 할겁니다. 야구 안 한다고 한 적도 없구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고 좋은 취지가 어떤 오해 없이 투명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쁜 일정 때문에 인터뷰를 마친 마해영 씨는 허겁지겁 나갔다. 아마도 그에게 1시간 반짜리 인터뷰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애초 섭외 차 통화를 나누었을 때, 쉽사리 인터뷰에 응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인터뷰 예상 시간이 2시간 정도 될 것이라고 하는 인터뷰어의 말에 그는예에??”라면서 큰 소리로 놀람을 표했으니까.

 

하지만 정작 선수협 문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그에게서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선수생명을 염두에 둔 그의 투철한 직업의식은, 언론에 의해 비춰진 그리고 화면에 의해 비춰진운동선수 치고는 영어를 잘하는그런 사내는 아니었다. 직업에 대한 소신도 있고, 또 직업윤리가 어때야 한다는 정도는 꿰고 있는 전문가의 냄새가 짙게 묻어 나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선수협 문제로 인해 시즌 동안 멀리했었던 가족들과의 시간도 포기한 채 나온 사람에게 한가한 이야기를 들으리라고 생각했던 건 애초부터 지나친 기대였다. 한가한 이야기를 하기엔 선수협 사태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그의 처지도 그가 인터뷰 동안 보인 침착함과 담담함과는 달리 위태로운 상태였으니까.

 

그와의 만남 이후에도 여전히 사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승엽이돌아온‘(마해영씨는 선수협에 가입하지 않은 선수들을 가리키며돌아온다는 표현을 종종 썼다) 것을 제외하면. 사장단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개인적으로는 구단주들(재벌총수들)이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무관심이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저 딱딱한 인조잔디가 아닌 천연잔디에서 부상 위험 없이 운동하는 것이 그리고 남한의 정상적인 직장인들이 맺고 있는합리적인노동계약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하는 이땀구멍 넓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에 그들은 너무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들을 지상에 초대하여 인터뷰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