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양성민

중독은 인간의 타고난 재능이다
부지런함, 게으름, 수다, 침묵,
거짓말, 연애, 신앙에서부터
커피, 술, 담배, 마약, 의약품,
초콜렛, 영화, 게임, 만화, 인터넷...
이런 녀석들은 유달리 인간에게 강한 중독을 일으킨다.
그리고 가장 흔한 중독 – 커피

 

얼마간의 휴가가 주어져, 영화상영을 기다리며 한 커피숍엘 갔었다.

이 커피숍의 이름은 “CAFFE FLAVIA”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복합상영관 센트럴시티 입구에 있다.

한쪽은 커피를 만들고 서빙하는 바가 있고, 나머지 공간은 커피숍처럼 탁자와 의자가 들어차 있다. 바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를 받아들고 좌석에 가서 앉아 마신다. 햄버거 가게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햄버거 대신 커피나 차가, 상당히 근사한 공간과 음악과 함께 제공된다. 커피값은 2,000원대에서 3000 4000원대까지 커피종류에 따라

 

다른 감각에 비해 후각이 좀더 발달한 나로선 커피 중독 원인의 8할이 커피향. 해서, 커피를 만드느라 분주한 직원에게 향이 가장 좋은 커피를 권해 달랬더니 한 커피를 권해준다.
 
향밖에안 보이는커피!
나가면서 커피 참 맛있었고, 향이 정말 좋았다 하니, 그 직원 친절히 이러저러해서 우리커피는 신선하고 향이 좋다고 하며, 갑자기 몸을 돌려 창고에서 네 가지 상태의 원두를 꺼내와서, 이건 생두(生豆)고 다음은 조금 볶은것, 좀더 볶은 것, 완전히 다 볶은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개인적인 친절을 넘어선 직업적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인터뷰 약속을 했다. 명함을 받아드니, 나로서는 생소한 <바리스타>란 직함이 박혀있었다.

치이타> 바리스타란?
양성민>쉽게 얘기해서바 안에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 .바리스타란 이태리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을 이야기하죠. 바텐더가 술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치이타> 한국에 소개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3-4년 전, 우리나라에 서서 마시는 유럽식 커피가 들어오면서부터, 압구정에 이태리언 레스토랑이 있었고 거기 이태리언 바리스타로부터 배워서 몇몇 군데로 퍼져나갔죠.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솝 매장이 들어오면서부터 바리스타란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는 그리 많진 않지만, 조금씩 직업의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고 내년에는 바리스타 협회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두 시작한 지는 얼마 안됩니다.

치이타> 바리스타의 하루는?
>남들은 커피를 만드는 게 상당히 재미있고 참 여유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나름대로 힘든 일이고 고된 일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틀립니다. 몸에서 커피향기가 나서 참 좋겠다는 분들도 많은데 그건 그렇게 느끼시는 거고 생활은 또 틀리죠

치이타> 하루 시작은 물론 커피 맛을 보는 것에서 시작하겠죠?
> , 그날의 손님들이 제가 만들어 드린 커피를 맛있게 드시도록 최고의 커피 맛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커피와 함께 들어가는 부재료들도 만들고, 손님들을 만나기 시작하죠. 제가 뽑아드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오신 손님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사소한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카피가 있듯이 그런 것들을 찾아드리기 위해 노력하죠. 다른 일과 비슷한데 향기 좋은 커피를 하루 종일 만진다는 게 특혜라면 특혜겠죠.

치이타> 근무시간은?
>저는 좀 길게 일하는 편인데, 보통 저희 매장 같은 경우 9시간 정도 근무해요.

 

치이타>- 커피는 좋아하십니까?
>솔직히 저는 커피를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커피 쪽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고 예전에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죠. 이젠 당연히 좋아해야 되고 좋아할 수밖에 없지만요.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기 때문에

치이타> 얼마나? 
>거의 남들의 열 배 이상의 양. 뭐 이제는좋다, 싫다를 떠나서 그냥 하나의 생활이 됐죠.

치이타> 맛을 보느라 그런 거죠?
> , 그리고 손님들이 남기신 커피도 마셔보아야 돼요. , 커피를 저렇게 많이 남기셨을까, 제 커피에 뭔가 문제점이 있는가도 알아봐야 되구요. 이제는 다른 커피숍에 가서도 공부 차원에서 마셔 보기도 하고유명하고 커피 맛 좋은 커피숍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마셔보죠.

치이타> 공부도 많이 하시는군요.
> 다 그렇죠, 자기 일을 할 때는. 저도 그렇기 때문에 하루 15-30잔 정도 마십니다.

치이타> 잠 드는데 지장은 없나요? 
> , 잠은 거의 못 잡니다. 새벽 3시까지는.

그의 평균 출근시간은 오후 1시쯤이란다.

치이타> 카페인 섭취량이 만만찮겠는데요

> 원두커피에는 카페인이 그렇게 많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인스턴트 커피가 먼저 들어와서 사람들이 커피엔 으레 카페인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원두커피는 에스프레소 일곱 잔은 드셔야 식품보건위생국에서 제시한 기준치에 도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많이 드시는 분 거의 없죠.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가 핀란드인데, 1인당 하루 12잔 정도 먹는대요. 저도 그 정도 마시니까 조금 걱정이 되지만, 다른 탄산음료나 잉글리쉬 티에도 카페인은 많아요. 인스턴트가 아니라면 커피 다섯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치이타> 아까 하루 일과에 손님들과의 대화가 있던데, 왜 영화 보면 바텐더에게 술 한 잔 청하면서 하루의 애환을 털어놓기도 하잖아요. 그런 건가요?

> 전직이 제가 바텐더였습니다.(오호! ) 바리스타에겐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커피를 만들어 드려야 하고, 손님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뭔가 해드려야죠. 기다리는 시간이 통계적으로 뽑아보면 3분 이내거든요. 커피 서서 기다리시기 힘들잖아요. 술은 앉아서 기다리니까 좀 오래 걸려도 관계없는데, 커피는 서서, 3분 동안도 지루하지 않게 해드리기 위해서 얘기를 해드리죠. 커피를 드시러 오셨기 때문에 커피 얘기를 제일 먼저 하구요.

치이타> 대체로 무슨 이야기를?

> 뭐 가장 보편적인 얘기는 진한 걸 좋아하십니까, 연한 걸 좋아하십니까, 이런 얘기죠. 얼굴을 계속 마주치고, 소위 말하는 단골 손님이 되시면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죠. 뭐 이런 저런 얘기들더 친하게 되면 날씨나 오늘 입은 옷 이야기, 뉴스좀 전처럼 커피 카페인 얘기 나오면 설명도 해드리고 뭐 그런..

치이타> 그 전에는 무슨 일들을?

> 걸어온 길이라고 하기엔 제가 아직 너무 어리구요. ,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선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처럼, 저두 그렇습니다.

저는 배우를 꿈꿨던 사람이구요, 아까도 얘기했듯이(사진 촬영 때 그는 매우 능숙한 모델이 되어 주었다. 스스로 배우였노라고, 한 포즈 한다고…), 전공도 그런 쪽연극이었죠. 7-8년은 그쪽 길을 걷다가 어떻게 잘 안돼서 이쪽 길로 나오게 됐죠. 

치이타> 어쩌다 바리스타를? 
>내가 못해서 그렇게 됐겠지만, 잘했으면 계속 그렇게 남았겠죠. 
제 나름대로 이유도 있었고처음에는 바텐더도 하다가, 다른 외식업체 매장에서 운영을 맡으면서커피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죠. 그 매장에서는 제 담당이 이탈리안 식당이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랑접목을 시키려했는데 그게 성공을 해서 소개를 받았어요. 그러고 보니 제 성격에도 맞더라구요
. 
스타벅스라는 대형 매장이 외국 체인점이기 때문에, 뜻맞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분위기에 어울리는 체인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마침 어느 회사에서 이걸(지금의 가게) 만들어 줬고, 맞춰 해보겠냐고 해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 들어와서 바리스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제가 감히 바리스타를 얘기한다는 게 선배님들한테 죄송한 얘기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고,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뽑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치이타> 지금 일에 만족하세요?

> ,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치이타> 품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 가장 맛있는 커피를 뽑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구요. 사실 사람 손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커피의 차이도 있겠지만 잠깐 만지는 손길에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전 그걸 믿는 사람이죠. 나중에 저는 아담한, , 누구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꿈이지만, 아주 조용하고 예쁜 곳에서 커피를 즐기면서 저와 얘기가 통하는 손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조용한 커피숍을 하나 갖고 싶어요.

 

치이타> 바리스타가 되려면?

> 제 단점이 커피 맛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거죠. 아직도 커피맛을 확실히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조건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이겠죠.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될 수 있다고 보구요, 그 다음에 모든 직업은 노력이라고 봅니다. 자기가 길을 찾아야겠죠. 어떤 방법으로 찾든지 뜻이 있다면 길이 열리듯이 두 번째 방법은 뜻을 가지시는 거라고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지름길인데, 이런 매장에 오셔서 바리스타를 만나서 직접 물어보시는 겁니다.

치이타> 커피!

> 유럽쪽이 커피를 상당히 많이 마시는데요,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아침에 남편이 부인한테 커피를 갖다주고 그 커피를 부인이 마셔서 행복해 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합니다.모든 것이 그렇듯, 커피도 사람들 삶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요.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커피도 삶이다!

치이타> 커피향?

> 물론 커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이라고 할 수 있죠. 좋은 향, 나쁜 향, 쓴 향, 고소한 향,…커피는 향이고 향은 곧 삶이라고 요약할 수 있어요. 전 가장 아름다운 향을 뿜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답니다.

치이타> 좋은 커피향은 언제?

> 향은 겨울철에 많이 납니다. 지금 같은 여름철엔 향이 조금 덜해요. 3개월 후에 오시면 그 아름다운 삶과 아름다운 향을 같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치이타> 왜 겨울이죠?

> 그건, 건조하기 때문입니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향은 죽습니다. 자기 힘을 발휘를 못해요. 향도 자기가 엄청나게 뿜어내고 싶지만 습기라는 천적이 있기 때문이죠그 습기가 누르고 있을 땐 향이 많이 퍼지질 못해요. 겨울이 되고 건조해지기 시작하면 커피 향도 힘을 얻어요. 그때 향은 자신의 힘을 최고로 발휘합니다.

치이타> 개인적으로 어떤 커피를 좋아하십니까?

> 바리스타가 가장 좋아해야 하는 건 에스프레소예요. 그렇지만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바리스타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왜일까?) 제가 다른 곳에 가서 시음을 할 때면 언제나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하죠.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부드러운 카푸치노예요. 제가 부드러운 남자이기 때문에하지만 역시 에스프레소는 직업상 당연히 마셔야 하는 커피죠. (정말 왜 그럴까?)

치이타> 원두에 대해서도.

> 너무 광범위해서 어떻게 얘기를아라비카종, 로브스타종, 뭐 그렇게 얘기하면 그런 게 참 재미있는데요, 그런 거는 인터넷 한번 뒤져봐도 어디나 나오는 이야기고 그 얘기는 다른 기회가 되면

치이타> 집에서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먹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일단은 집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가장 신선하게 드시는 거죠. 원두를 (구입한) 그 자리에서 갈아 사시는 게 좋아요. 저희 가게나 몇몇 가게는 로스팅이라고 해서 커피 볶은 것을 직접 하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에서 원두를 사시는 게 더 좋지요. 더 좋은 건 집에서 후라이팬에 볶는 겁니다. 생두를 사셔서 핸드 드립 기계가 요즘은 저렴한 게 많으니까 직접 갈아서, 터어키식이라고, 물을 위에서 졸졸 부어서 밑으로 떨어지는 커피가 여러분들이 마실 수 있는 가장 좋은 커피일 거예요.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 커피는 매장에서 파는 커피보다 더 맛있는 겁니다. 더 많이 공이 들어가는 거고

치이타> 그 모든 과정이 귀찮다면 여기 와서 한 잔 마시면 되겠네요

> ,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걸 제가 맛있게 뽑아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정신없는 인터뷰였다.

카메라와 녹음기가 준비되지 않아 당일엔 인터뷰를 못하고 꼬마 치이타를 데리고 다시 방문했는데, 사진 촬영까지는 잘 참아주던 녀석이 인터뷰 진행동안 계속 딴죽을 걸어 녹음 내내 한 마디씩 내질렀다. 녹음부분 중 유난히 말이 좀 꼬이는 부분은 이런 덕분이다. 그 와중에도 바리스타 양성민씨는 의연하고 시원시원하게 인터뷰에 초지일관 응해주셨다. 앞으로 성공하시리라 믿는다.